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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82

철학은 또 '세계'를 너무 쉽게, 너무 근본주의적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인문학은 '세계'에 대해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세계가 눈앞에 가까이 오고,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질수록, 그것의 예상치 못했던 거친 넓이와 씩씩거리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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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연, <고서점의 문화사>, 혜안 2007

p.239-240

민병산이 자신의 고서 수집을 강물흐름과 이삭줍기에 비유한 까닭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고서가 움직이는 상황이 강물이 흐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강물에 책이 한 권 떠내려 온다. 상류에서 딴 사람이 집어가면 본인에게는 오지 않는다. 본인이 찾는 책이면 건지고, 아니면 다시 강물에 뛰워 본인보다 더 하류에 있는 사람이 보게 한다는 것이다. 민병산은, '천금도 하고 만금도 하는 유서 깊은 고문서나 희구서'를 먼저 점찍을 수 있는 '상류'에 있을 수 없었다. 그 책들은 아예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아예 생각했다. 상류는 남에게 맡기고 그 아래 어림에서 흘러오는 고서를 찾으려 햇다. 그건 이삭줍기였다. 고서 수집에 관한 글의 제목을 아예 <고서 이삭줍기>라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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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훌릭, <중국 성풍속사>, 까치 1993

p.308

소유하기 위해서는 잃어버릴 각오 또한 되어 있어야만 하고, 하나로 결합되길 원한다면 이별 또한 헤아려야만 한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송대 여류시인 李淸照 1081-1140? <金石錄>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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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황, <중국, 그 거대한 행보>, 경당 2002

p.11

글을 배워 이루기도 전에 먼저 검술을 익혔고, 검술을 써도 공이 없어 다시 책을 읽었다.

學書未成先習劒

用劒無功再讀書

p.13

역사학이란 한낱 기억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하나의 사유방법이 되는 것이다.

p.290-1

항주에서 항복한 남송의 어린 황제 恭帝와 그 어머니를 티베트로 보내 라마교를 배우도록 했다. 이 어린 황제의 행방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래도 역사가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폐위 후에도 여전히 송나라 유신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이 어린 황제를 만약 종교적인 지도자로 키울 수 있었다면, 이는 새로운 정복자를 도와 그 권위 확립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으로서 대단히 고차원적인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전혀 알 수가 없다.

p.382

(청대) 문제의 핵심은 재산의 과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재화를 어떻게 적절히 교환하고 투자에 이용하여 이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느냐에 있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돌파를 경험한 모든 국가들은 그런 변화과정이 역전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1800년 당시의 중국에는 그 같은 과정에 근접하는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두고 중국에 이미 '자본주의의 싹'이 보였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를 어린아이라 부르지 않고 '예비 성인'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

p.487-8

중국은 앞으로도 좌우의 양극단을 걷지는 않으면서 특유의 자기모순을 가진 채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는 개인자본을 육성하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또 그것이 과도하게 발전하는 것을 억제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아직 정형화 되지 않는 중국에서 이러한 두 가지 이념에 모두 찬성하는 듯한 태도는 사진에서의 이중노출과 같은 애매모호한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하나의 국가로서 두 가지 '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대중으로 하여금 그 각각의 대표세력들이 장차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게도 한다.

p.488-9

중국의 경제가 일단 화폐환산 관리체계를 완전히 전환되고 나면 선진국에서 보는 것처럼 호경기와 불경기의 악순환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향후 수십 년 동안은 중국이 '이미 가진' 나라와 '아직 가지지 못한' 나라 사이에서 조율을 당당할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겠지만, 이와 함게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배척당할 가능성도 있다. 즉, 값싸고도 우수한 노동력을 무기로 도전해오는 중국에 대해 선진국들은 온갖 구실을 다 붙여 누르려 할 것이고, 한편으로 아직 수량관리가 불가능한 저개발 국가들은 중국이 그 문화전통과는 어울리지 않게 상업지향적인 경제를 목표로 삼는 것은 침략성이 엿보인다면서 중국 정부를 비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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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종, <아날학파의 역사세계>, 아르케 2001

p.85

산발적이며, 소규모의, 그리고 거의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출판은, 마치 모든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수학과 화학 또는 생물학의 존재를 느끼듯이 그렇게 역사의 존재를 느끼게 하기에는 참으로 불충분하다.

p.246-7

1968년에, 나는 제라르 알테르가 주관하는 '프랑스를 만든 30일'이라는 시리즈에...1247년 7월 27일

p.311

역사가의 관심은 중세인의 연옥에 대한 생각(repre'sentation)이었다.

p.315

르네상스에 이르러 시간은 인간의 재산이 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시간을 측정하고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었다. 시간(temps)은 절제(tempe'rence)의 상징이 되었다.

p.352

그 다음에, 역사가는 도상을 만나는데, 여기에서도 그것은 미학적인 관렴과 형태에 관심으 가지는 전통적인 예술사의 도상학이 아니라 몸짓, 유용한 형태, 글로 쓸 가치가 없는 덧없는 사물의 도상학이다. 물질문화의 도상학이 겨우 태동하기 시자한 반면, 연결고리의 끝에 있는 집단 심성의 도상학-어렵지만 필요한-은 아직 혼돈 상태에 있다. 그렇지만 프린스턴 대학의 고고미술학과의 색인표 안에서는 그래도 희미하나마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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