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황, <중국, 그 거대한 행보>, 경당 2002

p.11

글을 배워 이루기도 전에 먼저 검술을 익혔고, 검술을 써도 공이 없어 다시 책을 읽었다.

學書未成先習劒

用劒無功再讀書

p.13

역사학이란 한낱 기억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하나의 사유방법이 되는 것이다.

p.290-1

항주에서 항복한 남송의 어린 황제 恭帝와 그 어머니를 티베트로 보내 라마교를 배우도록 했다. 이 어린 황제의 행방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래도 역사가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폐위 후에도 여전히 송나라 유신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이 어린 황제를 만약 종교적인 지도자로 키울 수 있었다면, 이는 새로운 정복자를 도와 그 권위 확립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으로서 대단히 고차원적인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전혀 알 수가 없다.

p.382

(청대) 문제의 핵심은 재산의 과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재화를 어떻게 적절히 교환하고 투자에 이용하여 이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느냐에 있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돌파를 경험한 모든 국가들은 그런 변화과정이 역전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1800년 당시의 중국에는 그 같은 과정에 근접하는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두고 중국에 이미 '자본주의의 싹'이 보였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를 어린아이라 부르지 않고 '예비 성인'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

p.487-8

중국은 앞으로도 좌우의 양극단을 걷지는 않으면서 특유의 자기모순을 가진 채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는 개인자본을 육성하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또 그것이 과도하게 발전하는 것을 억제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아직 정형화 되지 않는 중국에서 이러한 두 가지 이념에 모두 찬성하는 듯한 태도는 사진에서의 이중노출과 같은 애매모호한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하나의 국가로서 두 가지 '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대중으로 하여금 그 각각의 대표세력들이 장차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게도 한다.

p.488-9

중국의 경제가 일단 화폐환산 관리체계를 완전히 전환되고 나면 선진국에서 보는 것처럼 호경기와 불경기의 악순환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향후 수십 년 동안은 중국이 '이미 가진' 나라와 '아직 가지지 못한' 나라 사이에서 조율을 당당할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겠지만, 이와 함게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배척당할 가능성도 있다. 즉, 값싸고도 우수한 노동력을 무기로 도전해오는 중국에 대해 선진국들은 온갖 구실을 다 붙여 누르려 할 것이고, 한편으로 아직 수량관리가 불가능한 저개발 국가들은 중국이 그 문화전통과는 어울리지 않게 상업지향적인 경제를 목표로 삼는 것은 침략성이 엿보인다면서 중국 정부를 비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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