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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인간은 날 수 있을까?
'인간이 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한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이야기를 할까?
어떤 이는 '바보같은 소리..'라고 할 지도 모르겠고, 어떤 이는 비행기를 가리키며 '그것을 타면 날 수 있잖아.' 라고 할 지 모르겠고, 최근 황우석 박사의 결과에서 비약적인 상상을 하는 어떤 이들은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에게 날개를 달 수도 있을 것이며, 날개를 움직일 수 있도록 새의 가슴살과 같은 날기 위한 근육 강화가 같이 이루어진다면 기계의 힘을 빌지 않더라도 인간은 날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한가지 질문에 대한 여러가지 대답...
그러나, 그 대답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대답은 아마도 요즘처럼 비행기가 발달된 시대에서는 '비행기를 타라'라는 말일테지..그러나, 예전 비행기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가장 현실적이고 쓸때없는 질문에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 대답은 '바보같은 소리 집어치우고 잠이나 자라.' 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어떤 시점에는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대답이 달라질 지 모른다. 이미 우리가 역사를 통해 경험했듯이 말이다.
2. 마이너리티의 무기는 자존심과 상상력.
주류와 비주류. 메이저와 마이너. 이와 같은 이분적인 구분이 말로서야 쉽게 이루어지겠지만 일상생활에서 그 차이를 구분하기는 어쩌면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발언의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둘을 구분하는 일이 쉬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 평범한 우리들이 주류로 들어가기 위해 돈을 벌고, 공부를 하고 하는 것도 그 무시무시한 영향력의 위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생존전략. 주류가 되어야만 세상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그 믿음 하나가 온 나라를 부동산과 재태크와 사교육이 범람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이 무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제대로 된 주류가 되려면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제대로 된 주류가 되면 세상살기 편하기는 한걸까? 이런 의심을 품는자는 아직 주류가 되지 못한 사람이리라. 그러나, 어쩌지? 공부도 못하고 평범하기 그지 없는데도 즐거울 수 있다니.. 세상의 잣대로 사람을 잰다고? 흥~ 그렇게 호락호락 날 잴 수 있을 거 같아? 라고 말하는 발찍하기 그지 없는 녀석들의 이야기가 있으니 녀석들은 뭘 믿고 그러는 것인지 궁금하지?
삼류 꼴통 고등학교의 고등학생인 녀석들의 썰을 잠시 인용하자면,
"우리는 시험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는 단 하나만의 이유로 쭉정이 취급을 당해요. 우리가 어떤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거죠. 간단히 시험을 쳐서 그 결과로 인간을 분류하고 레테르를 붙이고 알기 쉽게 한 곳에 모아서 관리하려는 게 기분 나빠요."
"우리는,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어떤 인간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 우리를 관리하는 놈들이라든지, 미래에 우리를 관리하려는 놈들에게."
녀석들은 스스로를 믿고 있다. 세상은 남들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대로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스스로 이루어가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녀석들은 세상과 부조화를 이루고 그들에게 내려지는 레테르는 '삼류 꼴통 고등학교의 문제아' 들이다. 녀석들에겐 일류 여자 고등학교 학예전에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이 없다. 그럼 어떻게??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라고 했고 녀석들에게는 모르는 단어다. 인간이 무서운 존재가 된 것은 모여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각 개인의 두뇌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녀석들도 또한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일류 여자 고등학교의 담을 넘으려다 잡힐 뻔한다. 1회의 실패..아니 한번 성공을 위한 과정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그들의 이와 같은 성공과정은 신문지상에선 '삼류 꼴통 고등학교 문제아들이 담을 넘어..'라는 형식으로 쓰여서 문제가 된다고 혀를 차고 있고, 앞으로 주인공이 될 평범한 샐러리맨 '스즈끼'씨조차 자신의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딸을 폭행한 것은 잘 나가는 부모를 뒷배경으로 가진, 일류 고등학교의 고등학생 신분의 권투선수였다. 폭행사실마져도 유야무야 덮어주는 교사들과 위로금으로 던지는 돈의 위력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랑하는 가족마져도 자신의 손으로 지키지 못하는 평범을 가장한 비주류였음을 그는 딸의 폭행사건을 겪으면서 알게 된다.
빽도 없고 평범한 중류가정의 가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관리도 하지 않다보니 체력도 없고.... 뭐하나 믿을 구석이 없는 그는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신세일 뿐이다. 그러나, 무너진 체면과 가족의 신뢰는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나? 약하기만 한 그는 '식칼'을 이용해서 녀석을 없애버리겠다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마져도 포기하고 그저 복수하나만 생각하고 작렬히 산화하겠다는 일본의 의식세계가 보이는 대목이면서 약자가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워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뒤 재지 않고 칼을 들고 달려든 그는 학교를 잘못 찾아 들어가 삼류 꼴통 고등학교의 '그' 문제아들과 부딪히게 된다. 자존심마져 팽개쳐버린 마이너 중년 아저씨 대 문제아 녀석들...현실에서 일어났었더라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었겠지만 소설이라 그런지 녀석들이 어리버리한 중년 아저씨를 제압하고 '마이너의 싸움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냐..'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듯 녀석들은 유쾌한 복수극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권투선수인 상대편을 제압하는 방법은 권투선수가 링에서 경기를 하듯 관중들 앞에서 주먹으로 이길 것!! 그러기 위해서 체력을 만들고 권투선수들의 틀에 박힌 공격이 아니라 선수가 아닌자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유연함으로 공격하라!!!
녀석들이 만들어낸 유쾌한 복수극의 주인공으로 다시 서기 위해 스스로가 변화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문제일텐데 녀석들과 손잡고 뼈를 깎는 복수극을 위한 연습의 시간을 보낸다. 녀석들 중 재일한국인이기에 생명부지를 위해 하루하루 싸우며 살아야 했던 박순신의 트레이닝 코치를 받으면서.그의 하루하루가 날짜별로 긴박하게 돌아가면 갈수록 '스즈키'의 변화상도 눈부시다.
9월 1일 결전의 날, 녀석들은 '가을축제의 예행연습(스즈키씨의 딸이 있는 일류 여자 고등학교로 난입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예행연습이라 녀석들은 생각한 것 같다.)' 이라며 카드를 넣어야만 문이 열리는 일류고등학교의 담을 넘어 '스즈키'와 함께 복수극의 화려한 막을 연다. 고등학교 조회시간에 난립한 녀석들은 선생들을 먼저 제압하고 그들의 몸으로 둥근 링을 만들고 '스즈키'와 스즈키의 딸을 폭행했던 '권투선수'를 링 중앙에다 세운다.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고, 상대 '권투선수'또한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주먹싸움에 이력이 난 '권투선수'를 상대로 주먹싸움을 할 거란 생각조차 아무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노땅 중년 아저씨가 이길 수 있으리라고는 더욱 더...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던 빈틈을 만들어내는 마이너 녀석들의 상상력은 현실이 되어 빛을 발하고, '주먹으로 승한 자는 주먹으로 망할 것이다.'라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진리를 상대 권투선수에게도, 그의 주위를 둘러쌓던 많은 일류 고등학생들과 난입해 들어간 녀석들에게 보여준 '스즈키'씨는 마이너리티의 승리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존심과 어느덧 틀에 박혀버린 주류의 빈곤한 상상력을 과감히 박살내며 틈입하는 발찍하기 그지 없는 상상력만이 녀석들의 무기였는데, 그 무기는 제대로 통했고 그 과정을 바라보는 내내 난 무척이나 유쾌했었다.
3. 즐거운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질 그날까지..
이 소설을 보며 느꼈던 유쾌함은 신문을 펼치자마자 반감된다. 유가가 오르고, 그와 동반된 여러 산업들의 영향력을 분석해 놓은 기사들, 주식선이 오르고 내리는 일들, 금리가 오르게 될 거라는 이야기.. 여기저기 긴박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 이야기와 퉁퉁거리는 사설을 보고 있노라니 재미있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이 느껴지고 답답하다.
체 게바라는 '불가능한 꿈을 꿔라. 그러나 리얼리스트가 돼라.'라고 말했었다. 그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기에 그의 앞에 놓였던 수많은 자리들과 영광을 뒤로 한 채 볼리비아의 숲으로 들어갔던 것일까? 그러나, 현실의 틀 속에서 '이건 아니야!!' 라고 하며 다른 것을 꿈꿀 줄 아는 이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바뀌어 왔다.
댓가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없음을 알만큼 늙어버린 나이가 되어버렸고, 즐거운 상상만으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게 되어버렸고, 노력하기 보다는 포기하고 순응하는 것이 어쩌면 더 편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꿈'이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가능한 현실'이 되었다는 것은 여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럼, 나의 선택은??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