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초롱' 서시


한울은
울파주 가에 우는 병아리를 사랑한다
우물돌 아래 우는 돌우레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버드나무 밑 당나귀 소리를 임내내는 시인을 사랑한다

한울은
풀 그늘 밑에 삿갓 쓰고 사는 버섯을 사랑한다
모래속에 문잠그고 사는 조개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두툼한 초가지붕 밑에 호박꽃 초롱혀고 사는 시인을 사랑한다

한울은
공중에 떠도는 흰 구름을 사랑한다
골짜구니로 숨어 흐르는 개울물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아늑하고 고요한 시골거리에서 쟁글쟁글 햇볕만 바래는 시인을 사랑한다

한울은
이러한 시인이 우리들 속에 있는 것을 더욱 사랑하는데
이러한 시인이 누구인 것을 세상은 몰라도 좋으나
그러나
그 이름이 강소천(姜小泉) 인 것을 송아지와 꿀벌은 알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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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파주 : 대, 수수깡, 갈대, 싸리 등을 엮어 세워 놓은 울타리.
돌우래 : 말똥 벌레나 땅강아지와 비슷하나 크기는 조금 더 크다. 땅을 파고 다니며 '오르오르' 소리를 낸다. 곡식을 못 살게 굴며 특히 콩밭에 들어가서 땅을 판다.
임내내는 : 흉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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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28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땅속에서 나는 소리가 그 소리였군요...밭을 망가뜨리는건 두더지뿐만이 아닌.
사진하고 시가 아주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