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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닥터 레이는 클럽 '부들스'의 낡고 편안한 가죽 소파에 나와 마주 보고 않아 있었다. 그 클럽은 영국의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드나들었던 곳이다. 우리는 열기가 딱 기분좋게 느껴질 정도로 난롯불과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도 해내지 못했단 말인가?" 그가 재촉하듯 물었다.

"전혀" 내가 털어놓았다. "보름 전부터 벽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네."

내가 오랜 친구인 그를 찾아온 것은, 원기와 낙관주의와 집중의 힘을 불러 일으키는 새로운 '기적의 약' 한 가지를 처방해달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12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유수한 어린이 신문사의 편집장에게, 청소년 독자들이 내게서 기대함직한 교훈적이고도 멋진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쓰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그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대개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멋진 이야깃감이 떠오르곤 하지." 나는 그에게 설명했다. "밤이 길어지고, 상점 진열장에 장난감들이 가득 찰 때가 되면, 그런 이야기가 절로 떠오른다네, 하지만 이번엔 내게서 영감이 떠나버린 것 같네. 벽 앞에 있는 것 같다니까...."

훌륭한 의사의 두 눈에 꿈꾸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자넨 멋진 주제를 찾아낸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벽이라...난 자네에게 약을 처방하지 않겠네. 부들스에서는 의사가 아니니까 말일세. 그 빌어먹을 알약을 원하다면, 병원으로 날 찾아오게. 5기니 정도 들 걸세. 하지만 그 대신 벽에 대한 실화 하나를 들려줄 순 있네. 여기서 말하는 벽은 원래의 뜻도 되고 비유적인 뜻이기도 하네. 이 사건은 혹한의 추위가 볼아치던 어느 해 성 실베스트르 축제일(12월 31일)에 일어났네. 사람들이 우정과 따스함과 기적을 가절히 필요로 하는 때 말일세.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바로 그런 것에 관한 거라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내가 런던 경찰국 소속 법의학자로 일하던 때였네.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잠을 자고 있는 가엾은 사내를 들여다봐 달라고 사람들이 한밤중에 나를 침대에서 끌어내는 일이 종종 있었지. 12월의 어느 희뿌연 새벽- 이 점에서 런던을 당해낼 곳은 없을 걸세-, 나는 그런 식으로 얼스 코트의 가구 딸린 누추한 건물로 사망 확인을 하러 갔었지. 그곳의 서글픔과 더러움에 대해서는 자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동전을 넣어야 가스 난로가 작동하는 초라한 방으로 들어서자 그날 밤 목을 매어 자살한 스무 살가량의 젊은 남학생의 시신이 내 앞을 가로막았네. 얼어붙을 듯한 방 안에서 사망확인서를 쓰기 위해 탁자 위에 않았을 때, 신경질적인 글씨로 빼곡한 몇 장의 종이가 내 시선을 끌었네. 힐끗 눈길을 주었다가 문득 관심이 끌려 그것을 읽기 시작했네. 그 불쌍한 청년은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적어두었더군. 얼핏 보기에 그는 고독의 발작에 꺾이고 만 것 같았네. 그에게는 가족도, 친구도, 돈도 없었네. 크리스마스가 돠자, 그의 전 존재가 애정을 갈구하게 되었지. 사랑과 행복을....

사건은 여기서부터 꼬인다네. 프랑스어로 '스 코르세'(이야기나 사건 따위가 복잡하게 꼬이다.-편집자)되는 거지. 옆방에는 안면은 없지만 때때로 층계에서 마주치는, '천사 같은 아름다움'-이런 표현에서 젊음의 극단적인 면을 읽을 수 잇을 걸세-으로 그를 깊이 감동시킨 처녀가 살고 있었네. 그런데 그가 슬픔과 낙담에 맞서 싸우고 있는 동안 옆방에서는 벽을 통해 삐걱임, 신음, 그리고 특이한 소리가 들려왔네. 그 소리를 두고 청년은 그 성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독특한 소리'라고 유서에 써놓았더군. 그가 유서를 쓰고 있는 동안  그 소리는 줄곧 이어졌던 모양이네. 그 가엾은 청년은 분노와 경멸에 차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듯 그 소리를 자세히 묘사해놓았으니 말일세. 그의 글씨는 몹시 흥분한 심리 상태를 반영하고 있었네. 영국 청년이 쓴 것치고 그 글은 상당히 노골적이었네. 분노에 찬 절망적인 풍자를 곁들인 그 글은 상당히 노골적이었네. 분노에 찬 절망적인 풍자를  곁들인 그 글은 아주 세세한 것까지 묘사하고 있었네. 그가 써놓은 바에 따르면, 적어도 한 시간에 걸쳐 침대가 삐걱이고 요동치는 소리와 명백한 쾌락의 헐떡임이 들려왔다는 거야. 내가 그 소리를 묘사할 필요는 없겠지. 우리 모두 벽에 귀를 대고 그런 추잡한 쾌락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테니까 말일세. '천사 같은 옆방 처녀'의 쾌락에 겨운 신음 소리는, 그러잖아도 고독과 낙담과 총체적인 혐오감에 사로잡혀 있던 그의 마음에 일격을 가한 것 같네. 그는 또한 자신이 남몰래 그 미지의 처녀를 사랑하고 있었노라고 털어놓고 있었네. '그녀가 어찌나 예뻤던지 감히 말도 걸 수 없었다.'고 그는 적어놓았더군. 그는 그 또래의 제대로 교육받은 영국 젊은이가 함직한 실랄한 비난을 '구역질나는 추잡한 세상'을 향해 던지고 있었네. '그런 세상을 더이상 살지 않겠다.'면서 말일세. 요컨대 애정의 갈망에 찢기고 수줍음 때문에 말조차 걸어보지 못한 채 신비로운 '천사'에게 마음을 빼앗긴, 지나치게 예민하고 너무나도 순수하고 극도록 외로웠던 그 청년이 벽을 통해 들려오는, 충분히 알 만한 너무나도 세속적인 그 처녀의 신음소리를 듣고 어떤 심정이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걸세. 그래서 청년은 커튼 줄을 잡아 뽑고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고 만 걸세. 그 글을 다 읽고 확인서에 서명을 한 나는 방을 나서기 전 잠시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옆방은 조용했네. 오래 전에 사랑의 유희를 끝내고, 당사자들은 기분좋은 잠에 빠져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지. 그게 인간 본능의 한계니까 말일세. 만년필을 주머니에 넣고 왕진 가방-내가 프랑스어로 '뫼랑빌(시내 죽음용)'이라고 부르는-을 집어들고, 심기가 몹시 불편해 보이는 잠이 덜 깬 집주인이랑 경찰관과 함께 층계를 내려가려는 순간 나는 문득 호기심-그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에 사로잡혔다네. 물론 그럴싸한 구실을 찾아낼 수 있었네. 어쨋든 그 처녀와 쾌락의 파트너는 비극이 일어난 방과 얇은 벽-얼마나 얇은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걸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으니 말일세. 그들이 우리에게 뭔가 새로운 사실을 알려줄 수도 있었지.하지만 내가 그런 행동을 한 주된 동기는 특별한 호기심-변태적이든 파렴치한 것이든 마음대로 생각하게-에서였다는 사실을 자네에게 숨기지 않겠네. 나지막한 신음과 숨소리로 그런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그 '천사같은 여자'를 한번 보고 싶었다네. 나는 그 방 문을 두드려보았네. 아무 대답이 없었지. 그 여자가 아직도 남자를 안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자, 이불을 뒤집어쓴 채 겁에 질려 있을 두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네. 내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냥 층계를 내려가려 할 때였지. 두세 차례 문을 두드리며 '존스 양! 존스 양!'을 외치던 주인 여자가 열쇠꾸러미에서 열쇠를 찾아 문을 열었네. 외마디 소리가 들려오더니, 주인 여자가 일그러진 얼굴로 방에서 달려나왔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커튼을 젖혔네. 침대 위를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벽을 통해 들려와 청년을 절망적인 행동으로 몰아간 그 탄식과 소스라침과 신음 소리의 정체를 청년이 완전히 오해했다는 사실을 아 수 있었네. 베개 위에서 나는 비소 중독으로 인한 온갖 증상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운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는 금발 머리 여인의 얼굴을 보았네. 처녀는 몇 시간 전에 죽은 것 같았네. 그녀의 마지막 고통는 길고 고통스러웠던 모양이야. 탁자 위에는 자살 동기를 분명하게 말해주는 유서가 놓여 있었지. 그녀가 죽은 이유는 고통스러운 고독과 ....삶에 대한 총체적인 혐오감 때문이었네."

말을 마친 닥터 레이는 우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울분에 겨워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 항의의 말조차 입 밖에 내지 못한 채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렇다네, 벽은" 하고 의사는 꿈꾸듯이 중얼거렸다. "자네의 아주 참신하고 흥미로운 크리스마스의 이야기의 주제가 될 걸세. 사람들의 가슴속에 이제 신비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야."

                                                                                            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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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chika > 왜 - 밤엔 너 잠들도록 태양도 잔단다..

 이 글은 미국 어느 유치원 아이들이
하나님께 하고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놓은 것입니다.


하나님,
내가 무얼 원하는지 다 아시는데 왜 기도를 해야 하나요?
그래도 하나님이 좋아하신다면 기도할게요. - 수 -


하나님,
제 이름은 로버트예요.
남동생이 갖고 싶어요.
엄마는 아빠에게 부탁하래고, 아빠는 하나님한테 부탁하래요.
하나님은 하실 수 있죠? 하나님, 화이팅! - 로버트 -

하나님,
꽃병을 깬건 도날드예요.
제가 아니라구요. 분명하게 써놓으셔야 해요. - 대니 -


하나님,
하늘만큼 크고 지구만큼 힘이 세세요?
너무너무 멋있어요. - 딘 ㅡ


만일
알라딘처럼 마술램프를 주시면,
하나님이 갖고 싶어하시는 건 다 드릴게요.
돈이랑 체스 세트만 빼구요. - 라파엘 ㅡ


사랑하는 하나님,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대라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하나님은 여동생이 눈을 찌르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 사랑을 담아서 데레사 ㅡ


하나님 부인 이름은 왜 성서에 안 나와요?
성서 쓰실 때 결혼을 아직 안 하셨었나보죠? - 래리 ㅡ


하나님,
지난번에 쓴 편지 기억하세요?
제가 약속한 것은 다 지켰거든요.
그런데 왜 하나님은 아직도 준다던 조랑말을 안 보내시는거예요? - 루이스 ㅡ


하나님,
왜 한 번도 텔레비전에 안 나오세요? - 킴 ㅡ


하나님,
만일 내가 하나님이라면요,
지금 하나님처럼 잘 해내지 못할 거예요. 하나님 화이팅! - 글렌 -


하나님,
옛날옛날, 사람이랑 동물이랑 식물이랑
별들을 만드셨을 때, 얼만큼 힘드셨어요?
이것 말고도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 셔먼 -


하나님,
우리 옆집 사람들은 맨날 소리를 지르며 싸움만 해요.
아주 사이가 좋은 친구끼리만 결혼하게 해주세요. - 난 -


하나님,
레모네이드를 팔고 26센트를 벌었어요.
이번 일요일에 쬐끔 드릴게요. - 크리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학교에 못 갔던 날 있잖아요.
기억하세요? 한 번만 더 그랬으면 좋겠어요. - 가이 ㅡ


하나님, 만일 하나님이
공룡을 멸종시키지 않으셨다면
사람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예요.
하나님 하나님 왜 밤만 되면 해를 숨기시나요?
가장 필요할 때인데 말이에요.
저는 일곱 살이에요. - 바바라 -


하나님
하나님은 천사들에게 일을 전부 시키시나요?
우리 엄마는 우리들이 엄마의 천사래요.
그래서 우리들한테 심부름을 다 시키나봐요. - 사랑을 담아서 마리아 -


하나님 하나님이
어디든지 계시다니 마음이 놓여요.
말하고 싶은 건 그뿐이에요. - 마가렛 ㅡ


하나님,
착한 사람은 빨리 죽는다면서요?
엄마가 말하는 걸 들었어요.
저는요, 항상 착하지는 않아요.


하나님
휴가 때에 계속 비가 와서 우리 아빤 무척 기분이 나쁘셨어요!
하나님한테 우리 아빠가 안 좋은 말을 하긴 했지만요,
제가 대신 잘못을 빌테니 용서해 주세요.
- 하나님의 친구, 그렇지만 이름은 비밀이에요 -



하나님
요나와 고래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고래가 요나를 한 입에 삼켜버렸대요.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처음이에요.
그런데 우리 아빠는 이 이야기가 뻥이래요.
정말 못말리는 아빠예요. - 시드니 ㅡ


하나님,
남동생이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갖고 싶다고 기도한 건 강아지예요. - 죠이스 -



사랑하는 하나님,
왜 새로운 동물을 만들지 않으세요?
지금 있는 동물들은 너무 오래된 것 뿐이에요. - 죠니 -


하나님,
저번 주에는 비가 삼일 동안이나 계속 내렸어요.
노아의 방주처럼 될까 봐 걱정했었어요.
하나님은 노아의 방주 안에 뭐든지
두 마리씩만 넣으라고 하셨지요?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세 마리 있거든요. - 도나로부터 -


하나님,
사람을 죽게 하고 또 사람을 만드는 대신,
지금 있는 사람을 그대로 놔두는 건
어떻겠어요? - 제인 -


하나님,
코우 고모가 냉장고를 새로 샀어요.
우리들은
냉장고 상자를 비밀 아지트로 삼을 거예요.
그러니까 혹시 저를 찾을 때는
거기에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 마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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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 글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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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안에 구입하려고 벼르고 있는 넘입니다. -_- 당근, 이문재 시인의 시집이구요..

이문재 시인 (시 창작론)

1. 글쓰기는 말걸기이다(듣기가 읽기인 것처럼)

누구에겐가 말을 건다는 것은 첫 마디를 던진다는 것이다. 처음 몇 마디가 뒤엉켜 버리면
끝장이다. 내 후배 가운데 하나는 다음과 같이 말을 꺼내는 친구가 있다. “저어, 있잖아
요, 제가, 며칠 전부터 생각한 것인데요, 선배에게도 전에 한 번 말씀을 드린 사항인데……”

그래서 그 후배가 다가오면 나는 이렇게 쐐기부터 박는다. “너, 결론부터 말해.”

글도 마찬가지다. 모든 글쓰기는 첫 문장 쓰기이다. 나는 후배 기자들에게, 기사의 첫 문
장은 ‘호객 행위’라고 말한다. 단편소설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필름도
도입부를 매우 중시한다. 리모콘이 등장한 이후, 텔레비전 프로그램, CF 제작자들은 강박
증이 생겼다. 첫 장면에 승부를 걸어라. 처음 몇 초 안에, 시청자를 붙잡지 못하면, 채널
을 바꾸기 때문이다. 모든 글은 첫 문장이다!


이 지면을 통해, 글 잘 쓰는 비결을 하나 공개한다. 내가 잘 아는(이름 석 자 가운데 한
자만 대도 독자들 대부분이 알 수 있는) 시인은 시를 한 편 완성하고 나면, 첫 문장을 백
번 이상 소리내어 읽는다. 그리고 며칠 있다가 다시 읽어 본다. 첫 문장이 흡족해야 시를
발표하는 것이다. 거듭 반복한다. 첫 문장에 목숨을 어떨지 몰라도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쓰기)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의 시(쓰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절실한 것이며, 절실하기 때문에 생명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문창과 학생들,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도 시(쓰기)가
자신에게 왜 필요한 것인지 명쾌하게 정돈하지 못하고 있었다. 열에 일고여덟은 ‘나 자신
과 대화하기 위해서’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까운 이
들과 좋은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시를 쓰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라
고 답한 학생은 거의 없었다.

상대적으로 글쓰기와는 무관한 젊은이들에게 두 번째 질문(꿈이 있다면, 그걸 한 문장으로
말해 보라)을 던졌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출판사에 다니는 젊은 편집자들과 술을 마
시다가 꿈을 물어 보았더니, 몇몇은 당혹스러워했고, 몇몇은 ‘있는데 말할 수 없다’고
했으며, 한둘은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했다고 여기는 기색이었다. 한 문장으로 만들 수 없는
꿈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내 지론을 강요했다간 싸움이 날 판이었다. 나는 ‘우리는
꿈꾼 것만을 이룰 수 있다’는 무하마드 유누스(〈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의 저자.
방글라데시의 대안 운동가)의 잠언을 들려 주고 싶었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시는 왜 필요한가? 나는 ‘마지막 개인’으로서의 나를 확인하고 그걸
증명하기 위해 시(쓰기)가 필요하다. 시(쓰기)를 벗어나는 순간, 나는 단독자가 아니다.
완전한 포로다. 나는 이 거대 도시가 요구하는 온갖 제도와 가치로부터 이탈해 자립, 자존,
자족할 수 없다. 나는 이 반인간적인 문명과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말해 늘 깨어 있기 위해 시(쓰기)를 필요로 한다. 시를 쓰는 순간, 시를 읽고 시를 생각하
는 시간만큼, 나는 이 우주 안에서 자립, 자존, 자족할 수 있는 것이다. 악기이기를 지향
하면서도 나의 시는 아직, 수시로 무기이다(이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지만 지면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내가 바라마지 않는, 한 문장의 꿈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쁘게 가난을 선택할
수 있게 하소서’이다. 산업 문명으로부터 완벽하게 이탈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도시에서
스스로 아무 것도 생산할 수 없는 ‘기생의 존재’가 도시를 떠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생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쌀 한 톨을 일궈내는 데도 삼라만상이 참여해야 한다). 야생조
차도 인간 문명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과학적 보고서가 있는 터에, 함부로 도시의 바깥을
상정하는 것도 유아적으로 보인다.

시를 통해 자기 삶과 존재를 확인하고 그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도시적 삶의 그늘로부터
한 뼘씩이나마 벗어나고 싶은 독자가 ‘아직도’ 있다면, 감히 한 권의 책을 권한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쓴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권진욱 옮김, 한문화). 이 책을 한 번
읽어 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당신은 이미 이전의 당신이 아니다. 미국의 글쓰기 지도
전문가인 나탈리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권하고 있다. ‘여러분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꿈에 대해서 5분 동안 써 보십시오’.



2. 문제는 감각이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간혹 ‘감각적인 플레이’라는 멘트가 나온다.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선수’라는 표현도 자주 접한다. 최상의 기량이라는 찬사다. 지난
해 6월, 월드컵 축구대회 대 폴란드 전에서 황선홍 선수가 이을용 선수의 패스를 받아 성공
시킨 골 같은 경우 말이다. 황선홍은 골대를 보지 않고 슛을 날렸다.

스포츠에서는 ‘감각적’이라는 수사가 극찬이지만, 시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시에서 감각적이라는 평가 앞에는 대개 ‘지나치게’라는 부사가 붙는다. 감각이 승한 시는
깊이가 없다는 전통적인 잣대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같은 ‘비평’에 동의하지 않
는다. 지나치면 그르치는 것이 어디 감각뿐이랴. 상상력에서부터 이미지, 리듬, 관념어,
주제의식 등 시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 가운데 지나침이 허용되는 것은 없다.

나는 감각적인 시를 옹호하는 편이다. 감각없는 축구 선수가 드리블이 좋지 않듯이, 감각적
형상화가 서툰 시는 생생하지 않다. 감각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가벼운 감각이 가벼울
따름이다. 감각에는 깊이가 없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감각은 몸과 마음의 경계이다.
감각은 자아와 타자 사이에 있는 가교이다. 시인은 감각을 통해 (자아를 포함한) 세계와 만
나고, 독자는 감각을 통해 시와 교감한다.

실존은 감각의 실존이다. 감각의 실존 가운데 가장 앞서 가 있거나 높이 있는 것, 그러니까
감각의 극단이 시이다(‘잠수함 속의 토끼’라는 비유가 있다). 감각의 제국 안에서 제왕은
단연 시각이다. 인간이 외부 세계를 인지할 때 사용하는 감각은 시각이 대부분이다(80퍼센트).
그런데 시인은 여기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다(혹은 비켜선다). 보통의 눈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쓰기는 단순한 보기(見)가 아니라 꿰뚫어보기(觀)이다.

“북쪽은 고향/그 북쪽은 여인이 팔려간 나라/머언 산맥에 바람이 얼어붙을 때/다시 풀릴 때/
시름 많은 북쪽 하늘에/마음은 눈 감을 줄 모른다.”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시인 이용악
(1914-1971)의 초기 시 〈북쪽〉 전문이다. 시 속에서 국경 근처 고향을 그리워하는, 국경
너머 팔려간 여인을 염려하는 시인의 눈은 마음의 눈이다. 그 마음의 눈은 ‘머언 산맥에
바람이 얼어붙’는 지경까지 꿰뚫어보는 놀라운 시력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육체의 눈이
아니라 이처럼 언제나 깨어 있는 마음의 눈으로 보는 존재다.

그러나 시각이 감각의 전부는 아니다. 시각은 오히려 흘러넘치고 있다. 이용악 시대의 시각
과 21세기 후기 산업 시대의 시각은 크게 달라져 있다. 시각은 대량 소비 시대, 대중 문화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혹사당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광고와 매체를 통해 인간의 눈을 포섭해,
인간을 소비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시각 패권주의’ 시대이다. 시는 시각으로부터 출발했지
만, 이제 시는 저 왜곡돼 있는 시각과 맞서 싸워야 한다. 소비자의 눈을 인간의 눈으로 돌려
놓아야 한다.

주로 시각에 의한, 시각을 위한 인지와 소통은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배제하거나 왜곡한
다. 시각 과잉은 인간을 인간 자신과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킨다. 정현종의 시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던, 그리하여 그 섬에 가고 싶어하던 시대는 행복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인터넷과 휴대 전화가 있는 이 시대에 인간을 시각 과잉으로부터 ‘구원’하는 여러 방법 가
운데 하나가, 시각 패권주의에 희생당하고 있는 나머지 다른 감각을 복원하는 것이다.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들은 시각이 활동하지 않을 때에라야 활발해진다. 깊은 어둠 속에
누워 있어 보라, 얼마나 많은 소리가 들리는가. 제대로 맛을 낸 음식을 음미하는 미식가의
얼굴을 보라, 미식가는 눈을 감고 ‘음~’하는 탄성을 내지른다. 손가락도 촉감에 충실하고자
할 때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최근 젊은 시인들이 발표하는 시들에는 소리와 향기가 자주 등장한다. 나는 이 같은 변화를
시각 패권주의에 대한 시의 저항이라고 이해하고자 한다. 차창룡 시인이 최근에 펴낸 시집
〈나무 물고기〉에는 ‘똥은 꽃처럼 향기로워’(〈트리베니 가트에서 누는 똥〉)라는 놀라운
대목이 나온다.

이 시는 꽃을 똥의 차원으로 추락시킨다. (아름다운) 꽃이 상승이라면 (추한) 똥은 하강의
이미지인데, 이 상승과 하강을 똥의 형상(하강하면서도 결국은 상승을 의미하는 생김새)으로
일치시켰다가, 급기야 똥의 냄새를 꽃의 향기로 격상시킨다. 아, 얼마나 통쾌한가. 시각 패권
주의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꽃에서 똥의 향기를 ‘맡는’ 시인의 감각이라니. 황선홍의 월드컵
첫 골에 못지 않은 ‘감각적인 시’이다.


3 . 짧은 글을 읽어라

봄이여 눈을 감아라/
꽃보다/
우울한 것은 없다
병상일지 전문 5> 전문

여기저기서 보내오는 시집이 많다. 내가 가만히 앉아서 시집을 받아 볼 높은 위치에 있다는
소리가 아니다. 시사주간지에서 오랫동안 문학 담당 기자를 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보도
자료’로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다 동료, 선후배 시인들이 ‘부채의식’ 때문에 보내
는 시집들도 제법 있다. 시인들은 시집 받는 것을 ‘빚’으로 여긴다. 그래서 새 시집을 펴낸
시인들은 그동안 시집을 보내온 시인들의 명단을 놓고 한 나절 넘게 주소를 쓴다. 그동안 밀
린 ‘시집 빚’을 갚는 것이다.



보름달은
어둠을 깨울 수 있지만
초승달은 어둠의 벗이 되어 줍니다.

<달처럼> 전문


우편으로 시집을 많이 받다 보니, 몇 가지 요령이 생겼다. 출판사와 시집 장정을 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시집 맨 처음에 실린 시를 먼저 보게 된다. 그러고 나서 시집 맨 뒤
에 자리잡고 있는 시를 본다. 그 다음에 눈여겨보는 시가 짧은 시들이다. 시집 맨 처음과 맨
나중에 위치하는 시에 신경을 쓰지 않는 시인은 거의 없다. 첫번째 실린 시는 시집 전체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고(서시 분위기가 많이 난다), 마지막 시는 이른바 ‘앞으로의 계획’쯤
에 해당한다. 이렇게 두 편의 시를 읽고 나서, 짧은 시들을 골라 읽는다. 그러니까 서너 편
정도 일별하면 시집의 높낮이를 웬만큼 측정할 수 있다.

왜 짧은 시인가? 짧은 시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짧은 시에는 시인의 시력과 시야가 압축
되어 있다. 사물과 사태, 삶과 세계의 핵심을 치고 들어가는 직관력은 물론이고 직관한 내용
을 최소한의 어휘로 형상화하는 솜씨. 장악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파스칼이었던가?
‘시간이 없어서 짧게 쓰지 못했다’라고 말한 이가. 흔히 장시를 쓰는 데 시간과 공력이 많
이 들어가는 줄 알고 있는데, 모든 장시가 그런 것은 아니다. 서너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를 쓰는 데 평생이 걸리기도 한다(일본의 전통적인 정형시 하이쿠를 쓰는 시인들은 수도승
못지 않은 삶을 살았다. 두 행짜리 하이쿠를 쓰기 위해 엄격한 규율을 지켰다. 4행짜리 게송
을 읊은 선승들은 또 어떻고).

‘봄이여 눈을 감아라/꽃보다/우울한 것은 없다.’(<병상일기 5>) ‘보름달은/어둠을 깨울
수 있지만/초승달은 어둠의 벗이 되어 줍니다.’(<달처럼>) 두 편 다 3행으로 이루어진 지극
히 짧은 시이다. 앞의 것은 김초혜 시인이 계간 <시와시학> 2002년 겨울호에 발표한 작품이고,
뒤의 것은 최종수 시인의 첫시집 <지독한 갈증>에 실린 시이다. 짧은 시는 비수라기보다는 번개에 가깝다. 하지만 사람들은 번개와 천둥이라고 하지 않고, 천둥과 번개라고 말한다. 번개와 천둥은 사실 동시에 발생하는데, 빛보다는 소리를 더 두려워하는 모양이다. 짧은 시는 번개다. 번갯불에 벼락을 맞기도 하지만, 한참 뒤에야 세상을 뒤흔드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병상일기 5>를 보자. 봄은 꽃의 계절인데, 봄으로 하여금 꽃을 보지 말라고 한다. 생명의
한 절정인 꽃에서 ‘우울’을 보았기 때문이다. 절정인 꽃은 곧 시들게 마련. 만개한 꽃 속
에서 꽃의 죽음을 본 것이다. 짧은 시는 이처럼 우리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온갖 고정관념
(선입견)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의식을 뒤흔드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꽃, 기쁨)에서
죽음(우울)을 발견하는 눈! 시의 위력은 그 눈에서 나온다.

<달처럼>은 또 어떤가. 달을 빛의 양(동그란 정도)으로만 규정하고, 어둠을 빛으로 물리쳐야
할 악으로만 이해해 오던 우리에게 시인은 아주 새로운 견해를 제출한다. 어둠을 깨우는 것
도 중요하지만, 그 어둠과 함께 하는 벗 또한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 순간 어둠은 빛의 반대
진영에 있는 악이 아니라, 빛과 더불어 존재하는 동반자로 거듭난다. 어둠의 입장이 되어 보
자. 자신에게 위압적인 큰 빛(보름달)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작은 빛(초승달)이 훨
씬 더 애틋하지 않을까. 보름달이 혁명이라면 초승달은 연민(공감)의, 혹은 연대의 은유이리
라.

짧은 시를 많이 읽자. 짧은 시는 서너 번 읽으면 외어진다. 그렇게 외운 시는 삶의 여러 국면,
구체적인 삶의 문제와 접점을 가지면, 시의 의미가 부풀어오른다. 이룰 수 없는 사랑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친구가 있다면 ‘꽃보다 우울한 것은 없다’라고 말해 보라. 큰 것, 힘센 것
만을 추구하는 선배가 있다면 어둠과 벗이 되어 주는 초승달 이야기를 꺼내 보라. 좋은 시는
짧은 시이고, 짧은 시는 우리들 구체적인 삶의 안쪽에 들어와 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이메일을 띄울 때, 외우고 있는 짧은 시를 전송해 보자. 보내는 이나 받는 이의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스파크가 일어날 것이다.


4. 은유, 그 아슬아슬한 거리

지중해가 맑은 이유가 그 청년 때문인 것 같았다. 몇 년 전, 영화 「일 포스티노」를 보고 나
왔을 때, 주인공 마리오에 대한 기억이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말라터진 바게뜨 빵을
연상시켰던 마리오는 너무 섬약하고 또 너무 순수했다. 그가 지중해의 청정함을 지키는 정수
기처럼 보였다.

마리오가, 잠시 섬에 체류하게 된 세계적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전속 우체부’가 되면서 시
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네루다를 영웅화했다면, 네루다가 떠난 이후,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보낸 별이 반짝이는 소리까지 담은 ‘녹음 편지’는 전통적인 시(활자)의 시대를 마감하는
징후로 보였다. 시위 현장에서 마리오가 스러져가는 장면은, 네루다 혹은 시의 시대에 대한
비판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래 전에 본 영화여서 몇몇 장면만 남아 있다. 그 중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시란 무엇인가?’라고 묻자, 네루다가 거두절미하고 ‘메타
포’라고 답하는 대목이다. 메타포, 은유. 그렇다. 은유가 시의 전부는 아니지만, 은유를 빼
놓고서는 시를 쓸 수도, 읽어내기도 쉽지가 않다. 은유는 시와 시쓰기, 시읽기에서 가장 핵
심적인 동력(전달 장치)이다. 직유를 거쳐 은유를 웬만큼 구사/해독할 수 있다면, 그는 괜찮
은 시인/독자이다.

직유는 주종 관계이다. ‘그는 바람처럼 달렸다’라고 쓸 때(결코 좋은 비유라고는 할 수 없
지만), 바람은 그가 달리는 상태를 구체화하는 보조 역할에 머문다. 하지만 ‘비가 쇠못처럼
내렸다’라는 표현에서는 약간 달라진다. ‘그’와 ‘바람’ 사이도 그렇게 가까운 것은 아니
지만, ‘비’와 ‘쇠못’ 사이처럼 스파크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비와 쇠못 사이는 매우 먼
거리다. 일상적 차원에서 비와 쇠못은 거의 무관한 관계이다.

‘비둘기는 평화다’와 같은 상징은 아예 주종 관계에서 종이 사라진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
징으로 쓰이는 순간, 비둘기 고유의 정체성은 지워져 버린다. 상징은 상징에 동원되는 수단
을 지워 버리는, 매우 폭력적인 비유법이다.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내세울 때, 비둘기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다. 상징이 종교와 신화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 나는 생각한다. 상징은 권력의 도구이다.

직유에서 주종 관계가 희박해질 때, 나는 그것이 바로 은유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직유가
술어(동사)를 거부할 때, 예컨대 ‘비가 쇠못처럼 달렸다’가 아니고, ‘비는 쇠못이다’로
변화할 때, 직유는 은유로 한 차원 승격한다. 그래서 나는 비유법을 자주 은유법이라고 이해
한다.

‘그대는 꽃이다’라고 쓸 때, 그대는 꽃을 지배하려 들지 않는다. 그대가 꽃을, 또는 꽃이
그대를 없애려고 하지도 않는다. 은유의 차원에서 그대와 꽃은 그대도 아니고, 꽃도 아닌 전
혀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이것이 은유의 위력이다. 내가 지지하는 은유는 다원주의에
바탕한 은유이다. 즉 하나의 절대적 중심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모든 존재와 의미가 각자
하나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은유이다. 직유가 수직의 상상력이라면, 은유는 수평의 상상
력이다. 직유(혹은 상징)가 과거의 세계관이라면, 은유는 미래의 세계관이다. 공존, 상생의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직유도 그렇지만 은유의 생명력은 비유되는 두 이미지 사이의 거리에서 나온다. 앞에서
예로 든 문장을 다시 불러와 보자. ‘그는 바람처럼 달렸다’ 혹은 ‘그는 바람이다’라고
했을 때, ‘그’의 이미지가 선명해지지 않는 것은 바람이 갖고 있는 모호성 때문이다.
여기서 바람은 주어를 도와 주지도 못하고 동사에 기여하지도 못한다. 참신하거나 구체적
이지 않은 직유는 구사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상투성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비가 쇠못처럼 내렸다’ 혹은 ‘비는 쇠못이었다’라는 표현이 위의 경우보다 조금 산뜻
한 까닭은 쇠못이 갖고 있는 구체성 덕분이다. 은유를 ‘A는 B이다’라고 흔히 말하는데,
A와 B의 사이가 너무 가까울 때 상투성으로 전락하고, A와 B 사이가 너무 멀면 난해함으로
빠진다.

네루다와 마리오 사이의 대화를 흉내낸다면, 시란 저 A와 B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이다.
그리고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저 A와 B를 결합시키는 비결은 (전에도 말했지만) 평소의
관찰력과 상상력에서 나온다. A와 B를 난데없이 연결시켜 강한 스파크를 일으키는 직관력은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 관찰과 상상의 누적이 없다면 은유의 직관은 불가능하다.

사족 같은데, 한 마디만 덧붙여야겠다(은유를 말하고 있으니까).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풍
선에 바늘을 찔러야, 풍선은 강렬하게 터진다.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풍선, 그것이 관찰과
상상의 상태이다. 그것이 깨어 있는 정신이다. 그렇게 깨어 있다면, 바늘(직관)은 얼마든지
있다. 불지 않은 풍선은 풍선이 아니다. 탄생 이전이거나 죽음 이후다.


<글의 출처 : 이명희 시인의 홈피에서.             http://staratte.cafe24.com/main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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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07-14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에오스님 ^^ 추천하고 퍼가요~~

클레어 2005-07-1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검정개님 ^^ 참 좋은 글이죠? 많이 퍼가세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선물을, 아니 좀 더 자세히 말한다면 작은 생활소품을 의미있는 물건으로
만드는 일을 사랑하는 그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제 첫사랑 때문이었습니다.

나지막한 그녀의 목소리, 화장기 없는 그녀의 모습을 좋아한다는 그 앞에서
내 목소리는 너의 영혼에 울림이 있니? 라는 물음을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들었지만 참았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그와의 100일날 노영심의 피아노곡과 단 한곡 그녀의 목소리가  노래가 되어
녹음되어 있는 그녀의 첫 앨범을 사서 그에게 내밀었습니다.

"니 사랑, 여기있다."

"내 사랑이 여기 있었군."하며 그는 선물을 받고 내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지막하고
김창완 아저씨는 헤어짐을 완성이라고 말하는데
아직도 울컥거리는 내 마음은 전혀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예 인연이 그뿐이었어..라고 말해주었다면 더 이해가 되었을 것인데..

그렇지만, 아직도 그가 좋아하던 노영심처럼
선물을 하게 되면 이것저것 의미담아 보내는 습관이 붙어버렸습니다.

내가 원하던 자유만큼이나 고독도 같이 더불고 가야하는 나에게
예쁜 습관하나 붙여준 채 날 놓아준 그에게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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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들국화의 노래를 들으면 문득 생각납니다.
다들 노래나 가수가 있군요..허허참.^^

클레어 2005-05-2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하나 묻어놓은 거 없다면 왠지 밍밍한 인생일 거 같지 않습니까? 파란여우님~
 

 

 

리영희, 대한민국의 역사와 ‘대화’하다
자서전적 저서 ‘대화’ 출판기념회에서 우리시대 자유와 우상, 신화 강연

 

 

<출처:대자보>

1960년 4.19 혁명의 현장에서 한 외신부 기자는 출동한 계엄군과 학생들 사이를 오가며 양측이 돌발사태 속에 이성을 잃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 노력하고 있었다.
 
당시 이 기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장교였으며, 독재에 맞서 익명으로 외국 언론사에 한국상황을 알리는 날카로운 기사를 보낸 인물이었다.
 
4. 19 혁명의 와중에 집에도 가지 않고 편집국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학생들과 함께 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항쟁에 동참했다.  이 외신부 기자가 그 뒤 군사독재 정권에 투옥을 당하자 프랑스의 언론은 '한국지식인의 큰 스승'이 잡혀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 기자는 바로 한국 진보진영의 큰 스승인 리영희 선생이었다.
 
리 선생은 지난 15일 금요일  세종문화회관 컨벤센센터에서 최근 출간한 자서전적인 책 '대화'의 출간을 기념하는 강연을 가졌다.
 

▲ 리영희 선생     ©대자보
<대자보>는 그 자리에서 리 선생이 밝힌 자유인의 삶에 대한 자기고백, 그리고 지금 시대를 붙잡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우상적 '신화'에 대한 경고를 정리했다.
 
이날 강연에서 리영희 선생은 "인간이 자유인임을 거부하는 제도, 정권, 사상 그 모든 것들이 허위"라고 강조했다.
 
또 "그 진실 억압자가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허위와 거짓말과 가면, 말하자면 모든 것을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로 강요할 때 진실에 씌어놓은 가면을 벗기는 지식인들의 역할이고 사명이고 임무 아니겠냐"고 청중들에게 반문했다.
 
리영희 선생은 "대중을 그 억압자가 인간을 부정하기 위해서 인간성과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이런 것을 거부하고 통치하기 위해서 지배하기 위해서 내세우는 온갖 거짓이 하나의 '신화'로서 존재했던 것"이라며 신화의 가면을 벗기는 것이 자유인과 지식인의 역할임을 상기시켰다.
 
그는 현대의 신화에 대해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사회운영, 통치방식이 "우리에게 드러나는 신화"라고 지목했다.
 
또 "편협한 가면 뒤에 미국중심의 자유, 민주주의, 정의, 평화 그리고 ‘미국식’ 인권의 본질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 뿐 아니라 60억 인류에게 엄청난 신화로 생각된다"며 새로운 '신화'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다음은  강연내용 전문이다   
 
금요일 저녁에 개나리와 진달래가 한창 만발하고 남쪽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 주말을 놀러가야 할 시간에 이렇게 별로 도움도 안 될 얘기를 들으려고 오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난 사실은 주최 측에서 강연회를 금요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400석을 잡았다 길래 좀 나무랐습니다. 왜 400석을 잡냐? 200석도 빌 거라고. 금요일 저녁에 누가 내말 들으려고 오겠냐고 내가 탤런트도 야구선수도 아닌데 예상보다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이런 책을 쓰게 된 거냐하면 나는 어떤 생각으로 살아 왔는가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세상의 부러운 것이 몇 가지 있지만  그 중 한 가지가 글도 잘 쓰면서 말도 잘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약간의 사상을 가지고 있고 그 것을 글로 옮길 수 있는데 말을 하는 것은 늘 두렵습니다.

지금의 나의 이야기도 멋이 없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장 폴 사르트르의 ‘겨울공화국’이라는 짧은 글을 읽겠습니다.

1942년부터 1945년까지 3년 2개월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와 평등의 상징적인 프랑스 국민들이 포악하고 야만적인 히틀러 나치에 지배를 받을 때 그 시달림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목숨을 빼앗길지 모르는 그 상황에서 프랑스 지식인들의 어떤 심정이었나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자유란 어떤 것인가를 쓴 겁니다.

리영희 선생이 직접 원서를 읽으며 ‘겨울 공화국’을 낭독 함 

▲각계각층에서 리 선생의 강연을 들으러 왔다.     ©대자보
우리들은 독일에 점령 하에 있을 때처럼 자유로운 때가 없었다. (굉장히 역설적이죠?)
 
우리들은 온갖 권리를 상실하고 무엇보다도 말할 권리를 상실했다.
매일 우리들은 서로 얼굴을 대하면서 그들의 의해 매도당하고 욕지거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마디의 반론도 하지 못하였다.
우리는 노동자로서 유태인으로서 전쟁의 포로로서 대량적으로 강제 연행을 당하였다.
온갖 곳의 우리들은 억압자들의 의해서 강제로 우리에게 씌워진 우리자신의 더러운 그리고 비겁한 얼굴들...

생기 없는 우리의 얼굴을 우리 스스로가 봐야했다.
이러한 것은 그 모든 것이 우리가 자유를 얻기 위해서 독인들이 우리에게 부여되는 것이었다. (굉장히 역설적입니다. 여러분!)

억압과 그렇게 우리 뇌 골수에 까지 파고든 억압자의 독액을 가지고서 올바른 사고 하나하나 가진다는 것은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정복자가 되는 것이었고 전능한 경찰이 우리들에게 침묵을 강요하였기에 우리들의 말하는 한마디는 원리선언과 다름없었다.

그것은 고귀한 것이었다. 우리들은 물리고 쫒기고 그 하나하나가 무게를 갖은 것이었다.
 
우리들은 투쟁 사이사이의 당했던 가혹한 정세는 인간의 조건이 불려지는 찢겨진 참을 수 없는 상황을 노골적으로 적나라하게 살아야할 것을 우리는 가능하게 했다.

추방, 포로생활, 더욱이 행복할 시기에는 교묘하게 은폐된 죽음, 어디서 어떻게 죽는지 모르는 죽음, 우리들의 이런 것을 관심의 끊임없는 대상으로 삼아 그것들을 피할 수 있는 사고도 아니고 외부에서 연속적으로 강해지는 위협조차도 아닌 그 속의 우리들은 운동은 우리들의 인간으로서의 현실의 그 깊은 원천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 순간마다 우리들은 죽여야 할 것이다. 라는 평범하고 짧은 한마디에 뜻을 완전한 형태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자기의 생과 자기자신에 대해서 선택은 죽음 앞에서 그 형태를 해야 했기에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느냐하는 그런 형태로 항상 표현했었기 때문에 그 말은 진실이었다. 이것이 이상 죽음과 바꾸어야 말의 진실은 없는 것이다.

난 여기서 나치의 정면으로 투쟁한 진정한 레지스탕스의 전사들이었던 엘리트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4년 동안 밤낮으로 그들의 우리의 대한 비인간화에 대해서 끊임없이 거역하면서 살아가야했던 프랑스인 모두의 심정과 삶을 말하는 것이다.

(책을 내려 놓고)

읽어본 분도 있겠지만 1944년 프랑스가 나치에게 해방되었을 때 쓴 유명한 겨울공화국에 대한 글입니다.

왜 이 글이 감동적인 것이냐? 우리는 모두가 누구나가 자유인이고자 원하기 때문이다. 자유라는 것은 자유인이 된다는 것은 형벌을 말한다. 자유인=형벌입니다.

왜냐하면 자유인일 수 없는 자유일 수 없는 거북한 상황에서 운명적인 상황이던, 현대적인 정치상황하에서의 억압에 의한 탄압에 의한 반인간화에 대한 비인간화 던, 비안간화에 대해서 반대하면서 일어나고 나는 자유로운 인간이길 원하고서 한다면 그것은 바로 형벌 받는 거 아닙니까.

그러한 자유는 형벌이라는 것을 앞으로의 역설적인 유명한 뜻이 프랑스 나치시대만의 프랑스인에게 주어졌던 생존의 삶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지난날 살아왔던 생존해 와야 했던 적어도 지식인들 삶이 그러한 상황 하에서 형벌을 전재로 하지 않고 형벌을 각오하지 않고 자유라는 것은 상상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 개인 뿐 만아니라 민족으로서 국민으로서 말한다면 지난 100년 동안, 일제식민지하에서 우리는 나치하의 프랑스인 것 같은 그런 억압과 비인간화 비인간적 존재 될 수 있었습니다.

해방 후 이제 우리는 자유라고 태극기를 흔들었지만 실제로 우리들은 그 일제시대의 그 군인들 우리를 수탈하고 우리들을 비인간화했던 그런 제도와 사상과 그리고 모든 유대에 의해서 민족반역자 친일파 세력집단에 의해 유린당해왔어요.

그 뒤를 이은 군부독제는 그야말로 나치나 다름없는 종류의 억압자였고 인간을 근원적으로 거부하고 자유로운 인간, 자유라는 개념, 자유라는 삶의 본질, 자유라는 것의 추락, 자유라는 것의 사상을 근원적으로 거부하고 부정하는 그 군부 독재 하에서 자유이고 잘 할 때 우린 형벌을 각오해야 했고 형벌을 각오 하지 않고 않고서는 자유인이 될 수 없던 것입니다.

지식인은 흔히 우리 신문이나 연설에서 나오는 자유..., 자주 이렇게 경박스러운 개념으로 사용하는 자유가 아닌 고귀한 용어로 우리는 정말로 무게 있게 나치 하에서의 한마디가 형벌이고 한 가지 행동이 죽음이고, 목숨이 갖는 상황에서 자유라는 것이 비로서 진정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것을 지식인 적어도 그런 생각으로 살아야합니다.

인간이 자유인임을 거부하는 제도, 정권, 사상 그 모든 것들이 허위입니다.

그 진실 억압자가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허위와 거짓말과, 가면 말하자면 모든 것을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로 강요할 때 진실에 씌어놓은 가면을 벗기는 지식인들의 역할이고 사명이고 임무 아니겠습니까?

▲ 강연중인 리영희 선생     ©대자보
왜냐하면 지식인 아닌 대중이라는 것은 그 억압자가 인간을 부정하기 위해서 인간성과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이런 것을 거부하고 통치하기 위해서 지배하기 위해서 내세우는 온갖 거짓이 하나의 신화로서 존재했던 것이죠

우리사회에서 일제시대에는 두말 할 것 없고 식민지하에서의 모든 것을 일제의 지배자의 편리와 이익과 권위에서의 거짓이었으니까 해방 후에 우리는 해방이 됐다는 생각, 자유로워졌다는 생각, 민주주의가 됐다는 생각 하에서 사는 우리 대한민국 사회 국가 또한 진실이 없는 가식과 허위만이 지배했던 그런 속에서는 우리는 자유인일 수 없다는 것이죠.

나는 오늘 산에 가고 싶으니까 갔고, 하루 결근하고 싶으니까 했고, 연애하고 싶으니까 했고 난 자유였다. 이런 차원의 자유가 아니라 근원적으로 자유로운 인간으로 되기 위해서 우리의 지난날의 생존의 조건과 환경은 마치 중국의 유명한 작가이자 사상가인 루쉰이 말 한거와 같은 사항입니다.

큰 무쇠로 된 방이 있는데 그 속에 사람들이 갇혀서 질식한 상태서 숨을 못 쉬니까 죽어가고 있는데 살고 있는 줄 생각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들이 지난날 살았던 사회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우리들의 삶이었던 것입니다. 우린 죽어 있었지요. 왜냐하면 죽어있다는 것은 자유로운 영혼, 자유로운 사상, 자유로운 정신, 자유로운 인간성이 아닌 것은 사실은 비인간이고 비인간은 죽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러한 사항에서 노신은 말합니다.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한 두 사람 정신이 아직 몽롱해지지 않은 사람이 있어서 일어나서 무쇠의 벽에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서 산소와 햇볕을 집어넣을 수 있다면 이 죽어가는 사람들 살릴 수 없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은 가.
 
적어도 우린 희망을 가지고 그 바늘구멍만한 구멍이라도 뚫어 한 두 사람을 희망으로 만들 사명과 임무가 있지 않은가

노신의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그 어디 될 소리인가 되지 않은 소리 아닌가. 안 된다고 해서 우리가 우리 모든 중국 4,억5천만의 인민대중인데 그대로 안 된다고 하는 말 한마디로 우린 자유인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냐" 이렇게 해서 중국인민은 자유를 향한 대장정 대투쟁으로 환기 시켰습니다.

즉 여기서 말하는 그런 사회는 인간의 자유인임을 거부하게 하는 제도, 정권, 환경조건, 사상 그 모든 것이 허위이고 그 허위는 하나의 가면을 쓴 신화의 형태로 정해집니다. 정부에서 신화는 절대로 거역할 수 없는 것이고 지탄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어요? 

오로지 따르기만을 해야 하는 거니까요. 이 허위로서의 신화를 가면을 벗기고 살아가는 노신이 말하는 5억 인민 가운데 몇 사람이래도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서 일어나는 사람, 의식이 있는 사람, 사상이 있는 사람, 철학이 있는 사람, 의욕이 있는 사람, 진실을 가르쳐야하는 것이고 햇볕이라는 것, 조그만 공기라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호흡을 시켜서 다시 일으키게 전부 허위를 벗긴 진실이라는 것이죠.

진실만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자유로운 인간만이 해방된 것입니다. 허위의 권력. 종교권력도 포함합니다.

과거 카톨릭교가 전 인류를 지배할 때 비과학적인 반과학적인 허위와 가면과 그것을 가지고 종교권력을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지배했던 가장 전형적인 것과 정치권력은 물론 경제이론에 있어서 어떠한 자본주의적 경제이론에 의한 진실이라고 하는 그런 것 과거 공산주의가 계급투쟁 적이라 세계구성이라 해석하고 강요했던 그러한 그 진실, 오늘날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반진실, 이런 것을 가면을 벗길 때 신화에 정체를 폭로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진리를 찾아낼 때 우린 자유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건 남이 찾아서 우리에게 주어서 내가 자유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누구나가 그런 의식을 가지고 철학적 관점을 가지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력해야 비로소 자유인이 되는 겁니다.

내가 그 동안 4,50년간의 기간에 걸쳐서 책을 써왔고 발언을 하고 가르치고 해왔던 것이 말하자면 이러한 철학적 근거에 의해서 사상에 의해서 신념과 이념에 바탕을 두고 발언하고 써왔던 것이 10여권의 책이 되었고 또 그것은 한 시기 60~90년대에 이르는 사이에 우리 사회에서 그 허위에 가면을 벗기는 진실을 밝히는 그리고 우리 동료들의, 동포들의, 대중의, 인민의 국민의 그러한 처참한 노예적, 정신적, 사상적, 실체적, 생존적, 노예상태에서 해방하는 자유인으로서의 자유의식과 자유인으로서의 행위에 규범을 약간은 밝혀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유와 형벌이라는 공식에 따라서 저도 많은 형벌을 받아왔고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무제한 형벌을 받아오면서 왜 계속 글을 써 왔느냐 그렇게 발언하고 그렇게 행동해 왔느냐 할 때 나는 자유인임을 입증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유인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라 생각해야합니다.

여러분들이 책에서 이런 걸 볼 것입니다. 해방 후 한 시기에 서울의 거리에 많은 가난한 사람이 있고 한편에 많은 부자들이 있을 때 담배를 피는 데 길을 가다가 그 당시 성냥은 작은 솔나무 껍질로 만든 성냥이고 1원입니다.

담배가 피고 싶으면 바로 눈앞에 10만원의 자본을 가지고 깨끗한 가게를 운영을 하는데 눈앞에 있는 가까운 가게를 굳이 피하고 100미터밖에 길바닥에 그냥 멍석을 깔고 담배하고 성냥 몇 개를 놓고 파는 노파가 있을 때 그 편리하고 가깝고 깨끗한 그 가게에 가지 않고 걸어가서 노파의 1원짜리 성냥을 사주는 심정이 있습니다.

▲ 강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가는 리영희 선생     © 대자보
왜 그랬냐? 그 정신이 책에 일관되게 지배하고 있는 정신입니다 만은 그 까닭은 많은 자본을 들여서 가게를 차린 이 사람에게서 편리한 1원어치를 사주면 그것은 10000분의 1의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러나 100원어치를 파는 노파에게 1원어치를 사준다면 100분1의 경제적 도움을 준다는 말이죠.

돈을 가진 사람에게 10000분의 1의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 보다 또는 내가 그와 같은 액수의 돈을 가지고 한사람에게 10000분의 1의 도움을 주는 역할과 다른 하나는 100분의 1의 베푸는 것과는 효과가 ‘100배차이’라는 것이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우리의 사회의 경제적 생활양식과 돈과 물질과 사람의 살아가는 정신, 인간관계 이런 것을 볼 때 그냥 무시해 버릴 수 없는 뜻입니다. 그런 것이 나의 삶과 인생철학이었고, 사회관이었고, 경제관이었고, 역사관이었고, 민족관 이었던 겁니다.
 
질문 :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사회주의 붕괴의 문제에 관해서 책에서 많은 대화를 한 내용을 특별히 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분간해야 합니다.

공산주의가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해요. 우리 남한 사람들은 반공주의가 강하게 스며들어서 뭐든지 좌익, 좌파하면 공산주의 사회주의 전부 동일시하는 데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다른 것이고 공산주의가 붕괴했다는 것은 사회주의가 붕괴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다만 사회주의가 하나의 권력의 형태로서 또는 자본주의와의 관계에서 위상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 정확한 해석입니다.

질문 : 독재시대의 탄압을 어떤 의지로 견디셨나요?

리영희 선생 : 내가 어떻게 독재시대의 어려움을 견디었냐 하는 질문에는 자유인이기 위해서는 형벌을 거치지 않고서는 자유인 될 수가 없다는 것이죠.

형벌을 거치지 않고 자유인이 될 수 있다면 그 사회의 체제는 세상은 벌써 모든 사람이 자유인인 것입니다. 그런 속에서 가장 고귀한 자기 긍정이 이뤄질 때 자유인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체제는 오기 힘들 것입니다.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조건이 있기 때문이죠.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지요. 항상 자유를 철저하게 억압하고 탄압하는 사회에서는 형벌은 혹독하고 자유가 웬만큼 이루어진 서유럽 사회에서는 한국에서 사형에 해당하는 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이 정도의 차이죠.

우리는 누구의 자유이거나 막론하고 보편적인 자유로 우리가 일반화 하기위해서 형벌을 마다하지 않고 해 나가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왜 고통이 없었겠습니까?

어떤 사람들이 묻습니다. “많이 잡혀갔는데 어떻게 그렇게 두려움 없이 잡혀갔느냐” 모르는 말이어요. 우리 한국에서 그 권력에 의해 잡혀가는 것은 가서 잘못하면 죽을 수 있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죽었잖아요. 학생들, 지식인들 노동자들... 또는 불구가 된다는 거에요.

또는 김근태씨 처럼 죽다가 살아나서 그 범인 찾아내서 정의를 이루는 것도 있지만 그것은 몇 백분의 일에 불과한거죠.

형벌을 받으러 들어 갈 땐 겁이 나죠. 내가 그 고문을 견딜 수 있겠는가 나에게는 심한 고문을 한했지만 학생들 노동자들 무지한 고문을 당했을 때 내가 살기위해서 동료를 밀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엄청난 두려움이 있죠.

그냥 견디어 나가는 거죠. 무슨 영웅적인 특별한 소질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그때 그 때 두려움을 참아가면서 견딘 거죠. 그러니까 특별한 자질 있는 건 아니죠. 만약에 안 견디면 난 노예가 된다는 거죠.

정신적인 노예! 포악스러운 자들에 의해서 권력에 의해서 체제에 의해서 사상에 의해서 나의 것은 몽땅 제로가 되고 오로지 저자들의 것 만으로만 신화를 믿고 나 인간자체가 가짜 인간이 된다는 것을 거부하기 위해서 몸부림 친 거죠.

질문 : 자상한 아버지가 되지 못했다고 그 아쉬움을 말씀하셨는데 지금 할아버지 입장에서 어떠신지요? 그리고 지금 젊은이들이 취업 등 생활문제에 매달린 점이 많은데 바람직하게 사회에 나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을 해 주십시오
 
리영희 교수 : 아들에게 쓴 편지는 67년 광주형무소에서 살 때 가만히 생각해보니 늘 생각나는 게 우리 아리들에 대해서 다정한 아버지가 못 됐다는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당시 텔레비전 내용이 난잡하고 포악스럽고 저열하고 도저히 문화라고 할 수 없는 대단히 좋지 않은 프로도 있지만  미국의 저속한 그대로 방영한 때이기도 하고 우리가 국내에서 만드는 것도 만찬가지 이기 때문에 그래서 난 애들에게 텔레비전을 안보였어요. 

보인 것은 올바른 만화만 보이고 시간 지나면 장롱 속에 올려놨어요. 그러니가 우리 애들이 이웃집에 가서 보는 거예요. 13평집에서 책 읽고 밤새워 원고를 쓸 때 조용해야 하니까 애들이 뛰거나 텔레비전을 못 보는 것을 짜증을 내고 할 때 엄마가 애들을 업고 나가고 해서 집에서 아버지의 사랑, 따스함, 몸에 와 붙는 그런 아버지를 모르고 자랐어요.

나의 굉장한 인간적인 결점에요. 그래서 난 형무소에서 그러한 사실을 편지를 쓰면서 군대간 맏아들에게 그때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 했느냐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써서 보내다오 했더니 이건 겁나는 내용이어요. 말하자면 도저히 아버지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두렵기만 하고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아버지예요. 너무나 가슴이 아픈 일이죠. 그 뒤에 많이 반성했죠. 사랑은, 선은 가까운데서 부터 베풀라고 하지 않았어요?

▲'대화' 책을 구입한 독자들에게 자필 서명을 하는 리영희 선생     ©대자보
기독사상도 우리 동양의 고전도 그렇고 또 인간 만사가 그런건데 사회, 머무는 사람, 대중. 우리민족 이런 사회정의를 위해서 가장 가까운 가족을 위해서 행복과 사랑을 멀리왔던 것이죠. 나이 들고 노령이 되면 이젠 그렇게 사회적인 활동도 할 능력도 이젠 상실했기 때문에 자연이 자손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  난 그냥 단순해요. 하고 싶은거 하라 이거예요. 자기 능력, 자기 취미, 자기 기능, 재능에 맞는 것을 하라는 거예요. 맞지 않은 일을 하면 절대로 성장할 수 없고 성공할 수 없어요.
 
부모들이 출세요구로 억지로 되지않은 애들을 피아노, 바이올린을 하루 20시간씩 이과목 저과목 억지로 하는데 결국은 그 애가 심리적인 정서적인 생물학적 적응성에서 발전하는 것이지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것은 아니어요.
 
난 그래서 젊은이는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생명체거든요. 이 생명체를 어떠한 가방에 넣고 물건을 만들라고 하면 잔인한 인간성이라 생각해요. 젊은이 생명이란 것은 뜨끈하고 물렁물렁하고 언제든지 피어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많아요. 나이가 들면서 한가지 두가지로 좁혀나가야죠.
 
나에겐 이거구나. 그것이 도움이 안되도 때로는 유명해지진 않아도 자기에게 즐거움과 또 가능하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최고죠.
 
질문 :  이상적인 체제국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영희 교수 :  이상적인 체제국가는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가까이 접근하는 노력하는 것이지만 역시 이상적인 라는 개념을 동반하는 형태의 집단적 단일체제는 불가능합니다.

토마스 모아가 유토피아라는 글을 썼는데 여러분들에게 꼭 읽기를 권합니다. 이건 황당무게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로 인간들이 사회체제와 우리 사회의 구조나 철학이나 사상이나 정책이나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바뀌어나 하는 것을 유토피아에서 잘 보여주고 있어요.
 
물론 그것은 가공적인 이야기지만 상상할 수 없는 훌륭한 지혜, 철학이 그 속에 담겨져 있어요. 그런 것은 중국의 대동사회라는 의미에서의 이상향도 우린 이룰 수 없는 것이지만 대단히 가까이 가는 것이라 볼 수 있어요
 
질문 : 선생님의 생애는 위정자들이 만든 ‘신화’의 가면을 벗기는 일에 전념하신 것 같습니다. 생각하시는 현대의 신화는 무엇인지요?
 
리영희 선생 :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 사회운영, 통치방식이 우리에게 드러나는 신화입니다. 여기에 대해 사상가와 석학과 지식인들이 논쟁 중입니다.
 
현실의 국제적 관계에서는 미국이 만드는 ‘부시의 민주주의’가 신화처럼 펼쳐지고 있습니다.

편협한 가면 뒤에 미국중심의 자유, 민주주의, 정의, 평화 그리고 ‘미국식’ 인권의 본질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 뿐 아니라 50억 인류에게 엄청난 신화로 생각 됩니다.
 
질문 : ‘진주기생’등 술에 관한 에피소드가 인상적입니다. 가벼운 질문입니다. 예전에 술을 많이 드신 것 같습니다. 옛날 언론인들의 음주문화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리영희 교수 : (웃음) 남의 약점 케기를 좋아하시는 분인 모양입니다. 예전엔 술을 마시면 동료기자들하고 ‘끝장을 봤다’고 말해야 겠죠. (웃음) 그때는 4,5 명이 같이 술을 마시고 다음날 한명이 못 나오면 서로 감싸줬어요.
 
 그 사람이 할일을 다른 사람들이 나눠서 해주고 “왔다가 (출입처로)나갔다”거나 하는 식으로 동료들이 도와줬죠. 요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정이 없어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기자들도 서로 차장이나 간부가 되기 위한 ‘경쟁자’로 서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 기자시절을 돌아보면 일제시대 영향도 있고 해서 ‘지사풍’의 분위기가 기자들에게 있었어요.
 
질문 : 삶의 철학이나 생활에 기준으로 삼는 원칙이 있으신지요?

리영희 교수 : 간소하게 살고 정신으로 고양을 이루는 것입니다.
영어로 번역을 하면 ‘SIMPLE LIFE, HIGH THINK' 입니다.
 
지갑에 카드가 10개 있으면 주위가 모두 소매치기로 보인다면서요? (웃음) 간단하고 단순하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물질이나 사치에 몰입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대신 일하는 것, 즉 쓰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이것도 (핸드폰을 꺼내 보이며) 갑자기 어떻게 될까봐 사위가 사줬는데 1번은 누르면 우리 집입니다. 2번은 아내입니다. (웃음)
 
내일 꽃피는 계절에 상춘여행 준비들 하셔야 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 지루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목 ] 리영희 교수에게 듣는다-한반도의 오늘


진행자 : 이영자 교수(가톨릭대학교)


1. 이영자 :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한 이후 평가도 엇갈리고 논란 있는데...


- 리영희 : 여러 가지 반응이라 그랬는데 나는 그 양반이 대통령이 미국 가기 훨씬 전에 이랔 침략 전쟁에 파병한다는 얘기 오갈 때 어느 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런 말 한 적 있어요. 부시란 대통령과 그 통치집단에 대해 아첨한다던가, 그 요구조건 그냥 받아들인다든가, 이렇게 호감 사면 남북문제와 북한 문제 남한 안보 문제에서 마치 미국 정부의 양보를 기대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국회에서 발언하고 또 공사석에서 강조하셨는데 이건 엄청난 착각이라고 그랬거든요. 신문도 '엄청난 착각'이라고 제목을 뽑았더군요. 도대체 한국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인식이 기본적으론 문제고 그 바탕 위에서 노대통령의 대미인식도 아주 심각한 문젭니다

미국이란 나라와 미국의 공화당 정권과 오늘의 부시 정권과 그것을 끌고 있는 부시의 철학, 사상, 이념, 신념, 또 개인적 성향 너무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런거에요 그래서 이런 반응 나온다는 것 흔히 '실망스럽다' 반응 나오는데 애당초 실망하지 않을 기대를 가졌다면 그게 착각이죠 그게 드러난거에요


2. 이영자 : 부시 정부 성격 기본 입장 모른다 기대도 아닌 착각 하는 것 아니냐.. 노무현 정부가 또 한 편에선 변했다는 얘기도 하는데


- 리영희 : 변했다 보지도 않아요. 첨부터 얘기한건데 여러 인터뷰에서 미국 방문 전후해서 나타난 노무현 발언이나 행동 보면 변한 건 없고 무식하다는 것... 표현이 안됐습니다만 미국이란 나라와 미국정책 부시 정부의 역사나 근본적인 목표가 뭐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고 역시 안됐지만, 국가의 원수로서 국제관계의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나 인식이 너무도 막연했던 것 같습니다 그 양반에 있던건 불안정한 정서적인 국내운동 대할 때 처했던 그런 걸 가지고 넓은 국제관계와 미국에 대해 생각한 게 아닌가 싶어요


3. 김민웅- 전환시대 논리 나온지 30년 넘었는데 당시 미국에 대한 인식 이해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게 베트남 침략전쟁 반전운동에서 체제적 본질 드러나는데. 30년 지난 오늘날 미국에 대한 이해 보면 지도자가 미국의 움직임을 목표 이해 상당히 제약 돼 있다 드러났는데 그 문제에 대한 원인이 왜 그랬을까? 노무현 개인 문제 사회 전체 깔린 이해의 수준 내용 자체가 30년 지나고 크게 달라지지 못한 이유는?


- 리영희 : 하나는 개개인의 자유로운 사고를 금기시했던 오로지 극우 반동주의에 의해서 생존한 극우반공주의.. 이것이 50년 지배한 결과.. 개개 국민들의 머리를 완전히 병들게 했고 둘째는 미국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그로 말미암아 마치 미국 없으면 한국 죽는다는 미국이 천사처럼 착하고 일체 선만을 행하고 자기 이익 추구하지 않고 남에게 베풀기만 하고 한반도에서 미국 없으면 큰일이라는 북한에 대한 공포심 조성한거에요.


최근 10년 15년 사이엔 북한은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북한 내부사정으로나 남한에 대한 위협 근거 없는데도 미국은 남한에 대한 군사 지배 확고히 하고 중장기적으론 .중국 대상으로 한 동북아 군사 포위전략 확보 위해 일본과의 군사적 동맹관계보다도 훨씬 공격적인 일본의 군사상황을 직면..

어제 오늘엔 일본은 일제 시대의 대일본 제국 군대 보다 막강한 군대..공식화 총동원령이란 명령 체계 헌법 고치고 바꿀려하거든요


4. 이영자 : 우리 나라에서 미국에 대한 이해 모자라는 것 .. 보여준 것 아니냐..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 선거때 보면 자주니 수평적 관계니 말은 했는데 새 정부 이후 대미관계외교 기대도 있었고 그럼 외교정책 라인에 대한 판단은?


- 리영희 : 한국에서 본다면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한국의 지식인란게 거의 95%가 미국과의 관련 속에서 즉 대학 교육이라던가 개인의 이해관계라든가 학계에서의 지위라든가 이런게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이득 본 사람들입니다. 한국의 국민 여론을 의식을 미국에 충성적인 한국의 지식인이 만든 까닭으로 노대통령 주변의 외교관계 인물들이 국민들이 국가가 필요한 올바른 국제인식 외교감각 철학 대미감각 이런 걸 가지고 계신지 의문스럽습니다


5. 김민웅 - 한 가지 희망스런건 뭐냐면 외교 관계 일하는 젊은 사람들의 경우엔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 하긴 어렵지만 한미정상 회담 결과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어요. 어떡하면 좋겠나 했더니 다방면에서 수정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얘기해요 그나마 다행이죠


그런데 이라크 침략 전쟁 이후 반전 평화운동 내부에서 움직임을 보면 또 우리 국민들도 그렇고 미국이란 나라 야만스럽다 하지만 그러나 너무나 막강해서 극복하긴 어렵지 않을까 무력감 패배감 있거든요 하지만 과거 우리보다 약하고 가난한 나라도 패배감 사로잡혀서 주저 앉지 않는 경험도 있는데 우리 경우는 우리는 과거보다 더 뛰어난 수준인데 불구하고 거꾸러진 느낌 받아서 고민스러워요


- 리영희 : 주저앉거나 무력화해졌다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상황이 워낙 급변하고 변화해서 잠깐 주저앉았는데 이제 중요한 건 왜 국민들이 한 방향으로 옳게 판단하다가도 미국이 한마디하면 이렇게 되는가 하는 것은 일본의 군국대국화 겸해서 애기할 문젠데 미국이 한반도에서 사실의 정세 변화는 어떻든간에 될 수 있는 대로 긴장상태 유지하려는게 미국의 정책이에요 평화 원하는게 아니고 한반도 남북 화해 협력 원하는게 아니거든요 일본을 군사대국화하기 위해선 일본 국민들이 북한에 대한 공포감을 지속할 필요. 이걸 이용해서 미국과의 군사동맹 앞으로 20년 30년 50년 걸쳐서 중국 상대로 한 것이 미국의 기본전략이니까 감히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소위 대륙간 탄도 미사일 요격망 구축한다고 않고 북한의 핵 미사일 때문이라고 하면서 구실을 일본 또 한국 국민들한테 팔아먹고 자기 국민에게도 주장하고 미국은 북한을 악당으로 유지하게끔 압력 가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행동하도록 자기방어 생존 위해서 미사일이든 핵은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으로 유도하는 상황 조성하는거죠


6. 이영자 : 남북관게에서 보면 경추위 회의가 열렸지만 진전 없는데 리교수님께서 김대중 정부 하 햇볕 정책이 지금 몇 년만에 흔들리는 듯한 새로운 국면 원점 가는 듯한 분위기 재연되는데 . 김대중 정부 햇볕 정책이 어떤 토대 마련했는지

국내 분위기 변했다지만 상황 돌변하면 반미감정 꺾인다 얘기도 나오는데 토대가 있다고 보십니까?


- 리영희 : 만족할만한 신뢰할만한 토대는 없다 하지만 과거 김대중 정권이 개인적 야심 있었건 또는 국가적 원대한 민족의 원대한 목표였건 그 방향이었는데 이걸 마땅치 않게 생각한게 미국이에요


김대중 정부 말기 미국 상원의원이 미국 정부 국방부 미 씨아이에이가 정보 쥐고 잇던걸.... 이 이상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 허용하면 안되겠다 또 하나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반대한는 미국의 위기 조성 정책에 협조하는 다른 성격의 집권당 들어서야겠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 고급 정보 흘렸죠. 그걸 국내 야당 햇볕정책 반대 한반도 평화 정책 교류 협력에 거부감 가진 세력이 들고 일어났다. 그러니 노무현 정부 시대 왔더라도 미국은 역시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 한반도를 보고 남북관계 보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나는 비관적인 ..적어도 지난 정부 초기 중간 정도 지속된 기대는 할 수 없다고 봐요


7. 김민웅 - 햇볕 정책 방향 설정 했고 국제 상황 견고한 상황에 버텨왔는데 정상회담 결과는 취약한 기반마저 훼손 이게 심각한 문제 이번 공동성명 내용에서 심각한 건


- 리영희 : 그거죠 미국이 판단하는 사태 한반도 북미간 정세 변화 연동시킨다는 것 이제까진 민족문제로서 한반도의 독자적인 지역적 분할을 목표로 또 한민족 자체의 내부적 평화 안전과 공영을 위해서... 명분에 합당한진 몰라도 지리적인 정치적 민족적인 판단의 크라이테리아가 민족적이었는데 이제는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 편입 됏다는 거죠


8 김민웅 - 공동성명 한국어판 영어판 내용적인 차이가 작지 않게 발견돼요 추가적 조처 추가한다는게 수량 문제 아니에요 further steps 강도의 문제에요

further steps이란 말이 어디서 사용됐냐면 미국이 이라크 문제 유엔 상정시 썼고 당시 다른 나라들이 further steps 새 결의안이 필요하다 했는데 미국은 강도높은 조처라고만 했는데 럼스펠드나 콘돌리사 라이즈가 further steps을 군사적 긴장 조처로 몰아가는데


또 하나 중요한 게 추가적 조처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영문엔 require 반드시 필요하다 강도 달라요 이 해석 논란 우리말 공동성명 들이밀 수 없는데 영어로 된게 핵심인데...


- 리영희 : 핵심적이 아니라도 용어 사용 얼마나 중요하냐 용어 이해 차이 중요하다는 건 청와대가 추후적 문장을 바꿔 발표한 대통령 말하기 편한 사람... easy man talk with하고는 또 다른 얘기에요 with하면 더불어 얘기 나누기 편했다 되지만 easy man talk to는 일방적이죠 부시가 내가 좀 과장하면 내가 지시를 내리고 강요하는데 잘 받아주더라 고분고분하더라 굉장한 차이다 또 용어가 easy라는 용어는 좋은데 쓰이는게 아니다. 뭔가 easy 하면 부정적인.. 청와대에서 말 바꾸는데 부시하고 우리 대통령하고의 개인적인 담화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 뉘앙스 위상의 차이 아주 말 속에 담겨 잇어요


9. 김민웅 : easy 긴장시키지 않았다.. 요구 안했다는 말이죠 긴장 필요없이..


-리영희 : 일방적으로 자기 애기했다 굉장한 문제에요


10. 이영자 : 피해의식이란 얘기도 있지만 용어 보면 폄하하는 뉘앙스다


11김민웅 - 하나 더 추가하자면 북한의 핵 보유와 관련해statement about nuclear weapon이라 했는데 weapon of가 아니니까 북 핵 보유 핵무기 보유 문제에서 공식적 규정하는게 아니라 관해서 얘기한다 보유한다 보유할 것이다 포함하는 맥락이에요.. 게다가 점증하는 위협도 increased라고 돼서 규정해버리고 대응하는 것이니 위기조성의 국면으로 결정해버린 건 위험하다 생각돼요


이번 외교를 비판적으로 보는 분들은 저자세 굴욕외교라고 하는데.. 약소국 외교 본질적 원하는게 옳으면 굴욕 스타일은 용인되는데 문제는 내용상 민족적으로 자해적인 내용 있어 설명이 안되는 민족적으로 자해적인..문제 생각나요


- 리영희 : 노대통령 인식의 문제에서 걱정스런 건 부시와의 전반적인 비판에 대해 정당화하길 말하자면 이분법인데 단순화해서 병자호란 최명길 김상헌 얘긴데 뭘 요구하겠느냐 최명길 밖에 없다는건데 김상헌이 당시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고 그 문제에서 중요한 건 극과 극 모든것 아니라 그 사이에서 해야 할 것 받을 건 받고 상대 설득 노력하고... 약소국 외교 없다 영국의 오랜 속담 있어요 약소국 때론 굴욕이고 지극히 불만족스런 식이지만 최명길 김상헌 예를 들면서 정당화하는 노대통령의 자기변명 정신 자세 상당히 위험하다..그 양반에겐 철학이나 기초적인 인식이나 외교 상식 결여 실례일지 모르지만 시골사람이 농촌 사람이 서울사람보고 좀 시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서울 올라오면 복잡한 감정 갖는데.. 문화충격인데..

미국 가서 그 양반이 발표하고 보인 태도는 시골 사람이 자기깐에는 자기가 옳은 인식 한다고 하다가 주저 앉은 부분 같아요


11. 김민웅- 대미외교에서 대등한 관계를 갖겠다 얘기했는데 대등 불가능한 거고 정당한 관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다 거대한 거인 앞에서 서면서...


- 리영희 : 대접하고 등 두드려 주고 그러면 사람이 깜박 죽는거지


12. 이영자 : 노무현 대통령 후보시절..남북경협 통해 동북아 번영 사업 내세웠는데 그래서 지난 정권에서도 신의주 특구다 경의선 연결이다 북일수교다 그런데 방미 이후 남북관계 삐그덕 거리면 동북아 번영 시대 올지 위기감..

노무현 정부 100일도 안됐는데 벌써 입장 달라지는 것 ..그렇다면 대북 관계 우려점은?


- 리영희 : 평양회담에서 일단 북의 태도는 나왔다 대충 우리 신문들도 아마 잘 평가하는데 하나는 한미 워싱턴 회담에서 나타난 남한의 정책 전략 태도의 변화에 대해 굉장한 불안과 못마땅한 심정 피력했고 그러나 가능하면 이 양국관계 파탄 몰고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유지하려는 노력 하겠다는 이정도에서 계속되지 않겠느냐 싶어요


13. 김민웅 - 태도 관련해서 지난 주 토요일에 케비에스에서 박수길 전 유엔 대사가 반기문 외교 수석하고 중요한 질문 던지던데 정부관계자 대응 못하더군요..이번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 북한 반발할텐데 이에 대한 논의와 대응 있느냐 그랫더니 충분한 답이 없었어요 미국에 대한 인식만이 아니라 북한의 입장이 어렵기 때문에 파국을 치닿지 않을거란 ......분명하지만 부정적일텐데 대안이 없더라 그럼 우리 입장에선 어떡할건가 제안 필요.. 정부관계자도 협의가 됐는지 안됐는지 불투명할 정도니 사안이 심각한데


- 리영희 : 미국과 한국과의 대북한 문제 또 미국의 대북한 다음 조치.. 정책 전개는 금년 가을까지 기다려야 한다 왜냐하면 국내 문제는 일본의 완전한 군국주의화, 군사대국화가 물리적으로나 군사력으로나 헌법개정이나 그 밖에 일제시대 국민총동원령 같은 언제든 전쟁 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 갖추는 특히 전쟁이라는 북한에 대해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할 것으로 판단된다 할 때 한 것도 아니고 확실하지도 않지만 발사할지 모른다 할 때 일본의 선제공격 가정. 이건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 이뤄진다. 일본을 우익 남한 좌익 놓고 3각편대 미국이 가장 피해 안 받고 남한과 일본이 실재적 전쟁 가게끔 한 후 전략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중국 포함한 다자회담 이니 3자회담이니 이건 일본에서 전개되는 사태 결말 8월 경까지 기다려봐야 한다


14. 김민웅- 일본의 파시즘화인데. 부시 정권 체제가 파시즘화해간다는 논란이 미국지식인 사이에도 나오는데 1919년 베르사이유 체제 평화 기대 20년 후 파시즘 전쟁 겪은 역사 교훈과 맞물려 보면 현재 상황에서 생각할 점은?

아주 유사한데요 역사 반복 아니냐 파시즘 복귀 전쟁 소용돌이 동북아 지형 바꾸지 않을까


- 리영희 : 두가지. 하나는 지역적인 특성에서 또 하나는 세계 전략.. 미국이 93년 98년처럼 일방적 전쟁 할려고는 냉큼 서둘지 못한 까닭이 중국 보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하고 군사 상호방위조약 가지고 있어서 중국은 핵 가짐 인해서 핵공격 가해 전쟁 말려드는 위험 때문에 북한과 미국 동시 견제한다 말이죠 원인 북한 제공 말아야 하고 미국 전쟁 안해야 하고 중국이 전쟁 부담..당분간 상황 지속일본 문제 포함 지속될 상황 특징은 파시즘의 문제죠


미국이 베르사이유 조약의 파기 얘기했지만 미국이 유엔 전신인 국제연맹을 자기 발의로 창설하고 안 들어가 세계는 전쟁 상태였죠. 독일 31년 정복 전쟁 히틀러가 뭇솔리는 이탈리아 침략전쟁, 일본은 29년에 만주에서 사변을 일으켜 31년 만주괴뢰국 성립 유엔에서 일본 조사 나가니까 1등 조사단 일본이 유엔 거부하고 탈퇴했어요 rule of law 합의 법 조약에 의한 세계 기구 깨졌던거죠

지금은 미국이 rule of law 유엔 헌장 국제정치 관습 합의 지속적 깨나가고 있어요

이라크 전쟁에선 아예 첨부터 유엔에 의한 united nation이 아니라 Coalition of the Willing 의지의 연합이다.. 이걸로 해나가겠다 유엔 정신 유엔 헌장 조약 평화우지 이런 건 미국의 일방적 행동에 제약..다 무시하고 목적 위해 동의하는 국가들이 모여서 행동하면 된다. 이것이 그나마 한반도 평화 체제를 유지해줄걸로 기대했던 유엔의 안전보장의 약간의 기대할 게 구조가 깨져버렸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에요


15. 이영자 : 대미 대북관계가 동아시아 미국의 헤게모니 싸움 맥락에서 볼 때 노무현 정부에게 대미 관계 해법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주문해야 할 점은?


- 리영희 : 개인적 경험 있어요 김대중 씨가 남북정상회담 열흘 가량 전에 한반도 문제 남북문제 다루는 사람들 우리만이 아니었겠지만 의견 얘기하라고 해서 난 이렇게 얘기했어요 "한반도 문제는 미국의 정책이 이런 것인데 미국이 그 야욕을 야망을 군사력 무력 폭력의 힘으로 행사할 수 없게끔 하는 건 북한의 전쟁 포기랄까 평화 의지 보이는 거다 그럼 남한과의 사이의 전쟁 없어진다는 확신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 그러면 그 정도에 따라 남북교류를 활발히 하면서 군사적인 긴장을 남북 정부간에 성의와 합의 의해 이뤄나가면서 군사 위기 줄여나가면 그러면 우리 국민들이 반드시 미국의 군사력이 우릴 국민을 국가를 지켜주는 주한미군의 절대적 필요성이란 것에 대해 감각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휴전선 배치된 미군을 유엔이나 중립국가들이나 다국적 군에 의해 소위 피케이오 여러 분쟁국가들의 평화군으로 차츰 대체하면 그 사이에 북한은 점점 더 미국의 군사 공격 위협 준다고 확인하면 군사적 긴장 측면을 평화적 방면으로 노력하면 상승 작용하면서..한반도가 야당이 두려워하는 또 미국 숭배 착각하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외국자본 안들어온다 경제 파탄난다 하는 문제도 군사 위협 감소하면서 긴장 감소하면 휴전선 평화유지군 미국 포함하는 다른 군대들로 대체하는 이런 노력 10년 한다면 훨씬 큰 평화체제가 유지되지 않겠느냐


16 김민웅 - 약소국 외교 어느 정도 하느냐 관련해 의지 문제

중요하구나


- 의지 보다 앞서 발상의 대전환


김민웅 - 발상과 의지 결합 ..대미인식도 있지만 미국에 있다보면 곤욕스런건 전쟁 일으키기 위한 상대에 대한 네가티브 켐페인 벌이는데 한반도 문제 관련 북한 이미지 악화..그런데 국내에선 어떻게 풀어야 하나 어떤 접근을 위해 미국의 정치권 일반 여론을 바꿀길 없나 고민스런데


- 리영희 : 크게 바꿔나간다는 대단한 결정을 한번에 내리긴 좀 어려워요 다만 남한 국민 내부에 거부반응들 왜 이렇게 심한가는 북한에 대한 적대세력 만든 문제

한 예로 미국은 선이고 북한 악마 파괴원이란 감각 때문인데 일너 사실 알아야 해죠 54년 후전 성립 이후 서로간에 간첨 공작대 납치 파괴범 서로 서로 파견 이게 92년 남북 기본합의서 이후 없어졌어요 그 때까지 기록을 보면 우리 정부는 비전향 장기수 보낼 때 보라 늘 그랫다 북한은 파괴분자 간첩만 내려보내지 않나 이런게 북한에 대한 인식 나쁘게 한다...북한의 휴전협정 위반에 대해 보면 휴전협정 체결 이후에 북한 위반 42만4천 3백 56건이에요 놀랍죠 내가 강연하면 북한은 한 1000건 남한은 5건 하는데... 남한은 그럼 얼마냐 45만 4천 6백 5건이에요

중립국 감시단에 등록된 숫자..남한이 악한것만큼 북도 악하고 남한이 선한 것 만큼 북도 선하다 오히려 잘못된 이미지 왜 만들어졌나 인식 심어가야..


18 이영자 : 휴전선 평화유지군 미군 포함한 한 방법이다 그것은 그 전에 미국으로부터 군사 위협이 줄면서 북한도 평화를 유지하겠다 한 방법..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외교의 한계가 있고 예를 들어 미군 포함 평화유지군 제안 미국, 북한에 했을 때 접근의 문제 있는데.. 어떤 방법


- 리영희 : 우리가 주도권 쥘만한 약소국과 강대국 사이의 외교는 없다는 극단적 비유 있지만 미국에 대해서 상당한 정도 의견 얘기하고 주장 가능해요 문제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정체 상태 악화 일로 걷고 있는 소위 북핵 문제 완화돼야죠


용어 문제 중요시하는데 지금 미국 북한의 문제는 북핵 문제 아닙니다 94년 10월 24일 체결된 미국과 북한 사이의 여러 합의문서를 미국이 준수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을 미국이 파기하고 지금은 아예 없다 식으로 나오는게 문제에요

북미 문제는 북핵 문제 언론이 제목 짧아서 편하니 북핵문제라고 하는데 성격의 핵심은 94년 제네바 합의서의 미국 위반 문제 이렇게 잡아야죠


19 김민웅- 미국 언론 보도에서도 북핵 그러면 북이 핵 문제 야기 주체로 느껴지는데 북한이 전쟁을 워하느냐 평화를 원하느냐 이 문젠데 북한은 불가침 조약 제의 했잔아요 미국 언론은 이에 대한 언급 거의 안해요 미 언론은 북한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핵무장 해서 미국 위협하는 국가로 인식시키고 국내언론은 번역하는 수준


20 이영자 : 미사일방어체제 구상하고 있고 최근의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세계전략이라면 동북아 문제 접근해도 미국의 구상은 전 세계 대상으로 한 오랫동안 준비된 거라면....경제적 정치적 지정학적인 거라면 미국의 구상을 바꿀 수 잇냐 미국이 구상을 바꾸겟냐 실익을 위해서 바꿀것도 아니고


- 리영희 : 생각해볼 문젠데 북한 체제 붕괴 정권 타도하고야 말겠다 이게 부시 정권 철학 목적이다 이라크 보면 알카에다다 얘기하다 대량살상무기 얘기하다가 유엔에서의 노력에도 아무 것도 없엇는데 전쟁 후에도 발견 못하는데 미국은 구실 붙여 전쟁하고 목적만 달성하면 돼요 유엔 결의나 헌장이나 구실이나 원자탄 핵무기는 레토릭의(수사의) 문제에요 이북에 대해 하고 있는 건 될 수 잇으면 뭔가 앞질러 가지고 잇다 만들고 있다 강변


21 김민웅 -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 몰고 가서 북한이 정당 방위 차원의 자위 조처취하는 것도 공격행위 몰고 갈 수 있는데 한국언론 역할이 큰데 언론과 관련해 오랜 기간 일해오셨는데 국제인식을 공금하는게 언론인데 하실 얘기..


- 리영희 : 한 가지 미국의 부시 정권의 철학 사상 정책 전략 목적 목표에 대해 환상 가지지 말라 강조하고 싶어요 아버지 부시가 90년 1차 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 치고 난 후 81년 8년간 자속된 이라크와 이란과의 전쟁은 .반미 호메이니 혁명 일어나니 이라크에다 미국은 무한한 정보 돈 줘서 지우너하고 후세인을 막강한 군사지도자 만든게 미국이에요 전쟁 끝나고 후세인이 미국이 제공한 무기나 지원으로 강해지자 옆 나라 쿠웨이트 침공했죠 그 때도 후세인은 침 공 전에 미국대사하고 의논했죠 그런 의사를 두 번 비쳤어 원래 이라크 땅인데 미국은 간섭 안하겠다 비쳤지 그걸 믿고 공격하니까 미국은 90년 전쟁 했어 전쟁 후 어버지 부시가 유명한 세계 신질서 발표합니다 새로운 세게질서 앞으로 미국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질서


바로 그 전해에 소련 붕괴햇는데 제 1일 앞으로 지구상에 미국에 도전하고 미국과 비등한 세력 가진 초강대국 소련과 같은 국가 나타나는 것 허용하지 않는다 둘째는 미국은 비자본주의적인 경제 체제 등을 허용하지 않는다 셋째 소련 같은 강대국 은 물론이지만 미국 정책에 대해 고분고분하지 않는 중소국가들을 최단시일 내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처리한다. 그 때 명시한게 후세인 이라크, 리비아, 이란, 쿠바 북한 다섯이엇요 그 후 94년에 와서는 가장 맨 앞에 북한이 오게 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목적 달성 위해 전 세계 국가의 군사력의 총합계보다 우월한 단독적인 군사력 보유한다 엄청난 일이죠 마지막으로 이라크 전쟁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건데 이 모든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은 유엔과 협의는 하겠지만 만약 유엔이 협력하거나 동조하지 않을 경우 서슴지 않고 유엔을 버리고 단독 군사행동으로 목적 달성한다 이라크전에서 아버지 부시의 정책 항목이 그대로 적용됏고 이게 북한으로 가는 거에요 무서운 일에에요


22 김민웅 신세게 질서 지구적 제국 건설인데 60 70년대 제국주의 정책 관철 양상과 지금 양상을 보면 본질은 그대로고 확산 방식은 심화됐다 보는데 50년 냉전 시기와 오늘 차이가 있다고 보세요?


- 리영희 : 기본적으론 연관된 바탕 위에서 변화의 차이는 방법론이라던가 상황 조성, 정치적 상황 조성, 또는 이데올로기 반공..정당화되는거죠. 테러라든가 종교의 문제, 인권 앞세우는 방식 이런 식으로 상당히 평화적인 목적 추구 하듯이 내세우는 슬러건 뒤에서 하드 포스 군사력 동원되는 옛날엔 군사력 아예 첨부터 전며에 내세우는 힘을 내세웠는데 요새는 인권이니 민주주의니 반테러니 명분 되기 때문에 차이


23. 김민웅 - 인권 문제 제기할 때 미국은 늘 공격적 목표 가지죠 코소보 때도 인도주의적 개입이란 말로 개입했는데 북한에 대해서도 인권 문제를 우리가 제기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의 의도 하에서 이뤄지는데요.. 이런 건 또 어떻게..


- 리영희 : 미국은 늘 인권하고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얘기하죠 인권에 관해선 김박사가 잘 말씀하셨어 미국이 민주주의를 앞세워 후진 국가에 개입할 또는 복종을 요구할 자격 권한 없어요 왜냐면 미국은 지난 50년 동안 후진국가들에게 민주주의 하려는 정권을 전부 쿠데타로 까부셨어요 라틴 아메리카 15 동남아 4 중동 4 코소보 빼고도 45개 국가에서 민족적 자주 민주주의 정권 수립하려고 하는 나라들을요,,가장 좋은 예가 74년 칠레 아엔데 공정한 선거에 의해 선출된 아엔데가 사회주의적이라고 쓰러뜨리고 아엔데는 총에 맞아 죽었어 미국이 무슨 민주주의 개입이냐 이거죠


24. 이영자 : 동북아 얘기도 해주시죠.. 한반도는 남한 혼자 문제가 아니니까 동북아에서 일본 군국주의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만 동북아 주변국 문제도 중요한데요..


- 리영희 :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만큼 국경 접한 거리나 간격이나 정치 군사적으로 거리 둘 수 있는 여유 있으니까 대범하게 중재 나서고 하겠지.. 중국의 경우는 북과의 군사동맹도 물론이지만 과거 역사..지정학적 관계로 상당히 운신 폭이 북한에 영향력 줄 힘 있게 보이지만 안 그런 면도 있어요. 게다가 중국은 대만이라는 수복할 목표를 미국이 틀어쥔채 미국이 대만 독립 밀고 무기 제공하면서요 대만은 대륙중국이 공격할만한 허약한 대만 아니에요 군사력으로는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이 대만을 중국에 넘겨주면서 북한은 손 떼라 .남한하고 보호국으로 만들겠다 .스와프 스위치랄까 1905년 카스라 태프트 밀약처럼 불가능한게 아니에요 하지만 아직 리모트한 얘기고


남한으로선 러시아 중국이 밀접한 관계 갖게 하고 접근하면서 북한과의 문제를 협동으로 푸는 노력 해야죠 지금처럼 1극 원폴 미국하고 1극으로만 접근 예속돼서는 위기 풀 수 없죠 러시아 중국과 밀접하게 더욱 가까워지고 모든 협조체제 협의체제 전략적 군사적 안정 유지 노력 강화해야죠


25.김민웅 - 미국 학자 얘기도 미국 1극 체제에서 빠져야 한국이 산다...부시 외교정책 기독교근본주의 영향력..하늘로부터 받은 먕백한 사명이라는 점을 추진하는데 기독교 문제도 심각. 종교근본주의 자세에 대해선


- 리영희 : 종교 없으니 공평한데 국가 문제 관련 한국 기독교 90% 극우반공 숭미사상에 길들여진 그런 세력들 신자들.. 개개인은 선이고 하늘 나라 위해 노력하겠지만 국제관계에서 미국을 천사처럼 생각하는 것 그러고 기독교가 있는 국가는 선이고 기독교 안 믿는 국가는 악마라는 원리주의 근본주의 이게 남북 문제나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 문제 등에 여실히 나타나죠 문제 많아요..


26. 이영자 : 한반도 문제는 세계전략 동아시아 구상 남한 내에서 대북관계 보는 시각 많은데 방미회담은 이미 사실인데 이 시점에서 지금이라도 어떻게 방향 단기적으로

잡아가야 할지 노무현 정부에 급하게 주문할 것은 뭔지?


- 리영희 : 방미외교를 굴욕외교니 이렇게 몰아붙이지 않는게 좋겠어요 왜냐면 그 양반에겐 국제외교 정치에 대한 기본적 이해 없거 취약하니 그 양반의 사상이나 철학이나 국제적인 마당에서 역하이 왔다갔다 할거라 봅니다 이번도 절대적인 것 아니고 한축이 흔들린거고 그럴만한 이유 있었으니 국내적으로 그래선 안된다 여론 형성하면 또 한 쪽으로 돌아오겟죠? 정견 없는 사람은 시계추 운동 하는데 몰아붙이지 말고 바른 자리로 오게 해야죠


27 . 김민웅 : 미국 문제 북한 문제 사회적 논쟁 심화하면 좋겠어요 내일 국회에선 반전 평화 의원 모임에서 긴급 세미나..저도 가는데 이런 노력들이 이 선생님 우려한 걸 수렴해서 여론화 정책화 통로되지 않을까 기대하네요


28 이영자 : 균형 잡힐 희망과 관련 지식인 역할은


- 리영희 : 문제의 본질 미국의 전략의 모토 과거의 역사 한반도의 현실 러시아 중국의 역할과 그들이 취할 가져올 수 있는 효과 지식인들이 생각하면서 지금까지의 일극적인 미국에만 완벽하게 의존하고 자세를 수정하면 어차피 당장에 효과기대하긴 어렵지만 개선 여지 충분히 잇다


김민웅 - 희망적인 얘길 더하자면 지식인 사회운동가 미국 방문해서 미국 여론 바꿀 계획이라고 합니다.


 




ꡒ노무현, 변한 것은 없고 무식한 것

남한, '미 1극체제' 벗어야 위기 해소ꡓ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터뷰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21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굴욕 외교에 대해 ꡒ노 대통령의 자기변명 정신자세는 상당히 위험하다ꡓ고 지적했다.


리 교수는 방미 후 노 대통령이 TV토론에 나와 ꡐ병자호란ꡑ 당시 최명길, 김상헌의 예를 들며 ꡐ굴욕외교ꡑ 비판을 반박한 데 대해 이와 같이 말하고 ꡒ(노 대통령에겐) 철학이나 기초적인 인식이나 외교 상식 등이 결여돼 있다ꡓ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리 교수는 또 노 대통령의 방미 당시 태도를 시골사람이 서울에 와서 겪는 문화충격에 빗대 ꡒ미국 가서 노 대통령이 보인 태도는 시골 사람이 자기 딴에는 자기가 옳은 인식을 한다고 하다가 주저앉은 부분 같다ꡓ고 설명했다.


이영자 가톨릭대 교수의 진행으로 오후 7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는 뉴욕 길벗교회 김민웅 목사가 보조진행자로 참석했다. 리 교수는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의 방미 성과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 전략 ▲북핵 문제 접근법 등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 냈다.


리 교수는 우선 노 대통령의 방미 후 노무현 정부의 태도가 변했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ꡒ변한 것은 없고 무식한 것ꡓ이라고 말했다. 리 교수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애초 ꡒ국가의 원수로서 국제관계의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나 인식이 너무도 막연ꡓ했다는 것이다.


ꡒ처음부터 얘기했지만, 여러 인터뷰에서 미국 방문 전후에 나타난 노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동을 보면 변한 것은 없고 무식하다는 것입니다. 표현이 안됐지만, 미국이란 나라의 미국의 정책, 부시 정부의 역사나 근본적인 목표가 뭐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국가의 원수로서 국제관계의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나 인식이 너무도 막연했던 것 같습니다.ꡓ


리 교수는 또 노무현 정부의 외교라인이 ꡒ올바른 외교감각과 철학, 대미감각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ꡓ고 말했다. 리 교수는 이러한 의문이 ꡒ한국의 지식인들 대부분은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이득을 본 사람들ꡓ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ꡒ한국에서 본다면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한국의 지식인이란 게 거의 95%가 미국과의 관련속에서, 즉 대학 교육이라든가 개인의 이해관계라든가 학계에서의 지위라든가 이런게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이득을 본 사람들입니다. 한국의 국민여론을 미국에 충성적인 한국의 지식인이 만든 까닭으로 노 대통령 주변의 외교관계 인물들이 국민, 국가가 필요한 올바른 국제인식, 외교감각, 철학, 대미감각, 이런 걸 가지고 계신지 의문스럽습니다.ꡓ


미국의 한반도 전략에 대해서도 리 교수는 ꡒ될 수 있는대로 긴장상태를 유지하려는 게 미국의 정책ꡓ이라며 ꡒ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게 아니고 남북 화해 협력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ꡓ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군사대국화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기본전략이라고 밝혔다.


ꡒ일본을 군사대국화 하기 위해선 일본 국민들이 북한에 대한 공포감을 지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을 이용해서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앞으로 20년, 30년, 50년에 걸쳐서 중국을 상대로 한 것이 미국의 (동북아)기본전략이니까….ꡓ

아울러 리 교수는 노 대통령의 방미 중 논란이 됐던 ꡐeasy man' 표현에 대해 ꡒ부시가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했다는 것ꡓ이라고 지적했다.


ꡒeasy man talk with하고는 또 다른 얘기다. with하면 더불어 얘기 나누기 편했다가 되지만 easy man talk to는 일방적이다. 좀 과장하면 부시가 지시를 내리고 강요하는데 ꡐ잘 받아주더라ꡑ와 ꡐ고분고분하더라ꡑ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또 easy라는 용어는 좋은데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했다, 이게 굉장한 문제다.ꡓ


뒤이어 ꡒ노 대통령의 자기변명 정신자세는 상당히 위험하다ꡓ고 지적한 리 교수는 동북아 상황의 특징은 결국 ꡒ파시즘의 문제ꡓ라고 밝혔다. 미국의 ꡐ중국 견제ꡑ라는 세계전략에 부합한 미일 동맹,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리 교수의 주장이다.


리 교수는 또 현재의 북-미 갈등, 한반도 긴장 고조가 완전히 북한 핵무기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리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문제는 언론이 표현하듯이 ꡒ북핵 문제ꡓ가 아니라 ꡒ94년 제네바 합의서의 미국 위반 문제ꡓ라는 것이다.


ꡒ용어 문제를 중요시하는데, 지금 미국 북한의 문제는 북핵 문제가 아니다. 94년 10월 24일 체결된 미국과 북한 사이의 여러 합의문서를 미국이 준수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을 미국이 파기하고 지금은 아예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 문제다. 북미 문제는 북핵 문제를 언론이 제목이 짧아서 편하니까 ꡐ북핵 문제ꡑ라고 하는데, 성격의 핵심은 ꡐ94년 제네바 합의서의 미국 위반 문제ꡑ, 이렇게 잡아야 한다.ꡓ


이후 리 교수는 부시 정권의 철학이 ꡒ북한 체제 붕괴ꡓ에 초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미국의 제국주의 전략은 60, 70년대와 다르게 인권 문제 등을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ꡒ(지금 미국은)테러라든가 종교의 문제, 인권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상당히 평화적인 목적을 추구하듯 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슬로건 뒤에서 군사력(hard force)이 동원되는 양상이다. 옛날에는 군사력을 아예 전면에 내세웠는데 요즘은 인권이니 민주주의니 반테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ꡓ


결국 미국은 한반도의 핵 위기가 고조될 경우, 북한 체제의 붕괴를 위해 인권이나 반테러, 민주주의 확산을 내세우며 무력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리 교수는 이같은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과 러시아 등과 협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리 교수는 ꡒ남한이 지금처럼 미국 1극으로만 접근, 예속돼서는 위기를 풀 수 없다ꡓ며 ꡒ러시아 중국과 밀접하게 가까워지고 모든 협조체제, 협의체제 하에 전략적 군사적 안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ꡓ고 주장했다.


한편 리 교수는 결론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대미 노선을 ꡒ굴욕외교로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ꡓ는 견해를 밝혔다. 리 교수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는 ꡒ시계추 운동ꡓ을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몰아붙이기 보다는 바른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ꡒ방미외교를 굴욕외교니 이렇게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노 대통령에게는)국제외교 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거나 취약하고 사상이나 철학이 국제적인 마당에서 왔다갔다 할 것이라고 본다. 이번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한 축이 흔들린 것이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국내적으로는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정견없는 사람이 시계추 운동을 하는데 몰아붙이지 말고 바른자리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리영희-박노자 교수의 만남… 미국의 대북한 침략과 세계정복 야욕을 경계한다


한겨레21 [ 대담 ]  2003년07월17일 제468호  

“미군철수 15년 계획 세우자”

리영희-박노자 교수의 만남… 미국의 대북한 침략과 세계정복 야욕을 경계한다

귀화한 박노자 교수가 가장 만나고 싶어한 우리 시대의 지성 리영희 교수. 두 사람이 만나 세계정세와 한반도를 걱정했다. 중국·러시아 침략까지 노리는 미국으로 인해 제3차 세계대전 가능성까지 있다는데….

“한국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굽니까?”



사진/ 오슬로국립대 박노자 교수.


방학을 이용해 잠시 한국에 온 박노자 교수(31·오슬로국립대 한국학)에게, 어느 날 무심코 질문을 던졌다. 주저없이, 즉각 답이 나왔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리영희 교수(74·한양대 대우교수)였다. 박 교수는 너무나 궁금한 게 많다고 했다. 한 모임에서 잠깐 인사를 드린 적은 있지만, 길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며 꼭 만나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팬레터’를 보낸 뒤 답장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리영희 선생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마지막 민족주의자”라고 평했던 그는, 대담이 끝난 뒤엔 “구한말의 우국지사를 만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진/ 우리 시대 지성의 상징, 리영희 교수. 뇌출혈의 후유증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으나, 목소리엔 여전히 힘이 있었다.


리영희 교수도 박노자 교수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다. 러시아인으로서 한국 국적을 얻고 현재는 노르웨이에서 교수생활을 하는 개인사에 호기심도 보였다. 리 교수는 대담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단, 딱딱한 ‘인타뷰’보다는 ‘인간적인 만남’이 좋겠다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고 싶다고 했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의 리영희 교수 자택에서 이뤄진 대담은, 그러나 한반도와 세계정세에 대한 진지한 대화로 흐르고 말았다. 노교수는 세상문제와 인연을 끊고 내면세계에 침잠하고 싶다고 했지만, 가공할 만한 전쟁의 위기가 아직은 그를 자유롭게 놔두지 않는 듯했다. 2000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형형했고 목소리엔 힘이 담겨 있었다. 이야기가 느릿느릿했을망정.


장마를 피하러 인도네시아 발리로


리영희 : 거 며칠 전 텔레비전에 나왔었지?

박노자 : 맞습니다. 저희 <아웃사이더> 잡지사 사장이 ‘병역거부’ 양심선언을 하는 자리에 참석했었습니다.

리영희 : 잠시 서울에 들어와 있는 동안 그런 모임에도 가야 하고… 바쁘구만요.

박노자 :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바빠도 리영희 선생님을 꼭 뵙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그게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몇달 전에 쓰신 그 한시 말입니다. ‘부씨광폭 부지기극’(否氏狂暴 不知其極). 부시의 광폭함을 한시로 잘 규탄하신 내용…. 그런데 요즘 어떻게 소일하십니까?

리영희 : 나는 하루에 세 시간쯤 산보해요. 뒷산 숲속에 아주 예쁜 공원이 있지. 근데 요새 장마가 져서 비올 땐 못해요. 장마가 져서 비가 오면 신경환자는 아주 죽어요. 온몸이 저리고 잘 때 온몸에 땀이 주르르 흘러.




사진/ 허리를 깊이 궆혀 인사하는 것은 박노자 교수 특유의 인사법이다. 가운데는 리 교수의 부인 윤영자씨.

기자와 박노자 교수가 아파트의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갔을 때, 리영희 선생은 와이셔츠를 입고 소매 단추를 막 잠그는 중이었다. 그러나 손이 떨려서 그런지 자꾸만 엇나갔다. 장마철엔 신경통이 더욱 도진다는 그는 겨울에는 또 만성 기관지염에 시달린다고 했다. 오랜 수감생활로 얻은 병이다. 그래서 몇년 전에는 따뜻한 타이의 한 시골에서 한겨울을 난 적이 있다. 습기가 적은 동남아 지방에서 그는 편안함을 느낀다. 올 여름에도 조만간 인도네시아 발리로 ‘피난’을 갈 계획이라고 들려준다. 대학 제자가 운영하는 현지의 작은 호텔에서 여름이 끝나는 8월까지 머무를 작정이다.


리영희 : 내가 중추신경이 12cc나 출혈됐었거든. 중추신경이 죽었다고. 그런 환자치고는 이만하면 아주 가벼운 겁니다. 감사하며 살아야 해요.

박노자 : 선생님이 한국에서 중국을 잘 아시는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쪽에 대해서도 많이 듣고 싶었습니다. 먼저, 어떻게 해서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리영희 : 6·25전쟁 때 우리 부대가 최전방에서 중공군하고 맞닥뜨리게 됐거든요.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 제대해서 통신사 외신부 기자를 할 때는 중국 혁명이 한창 진행중이었구요. 난 소련의 스탈린식 전체주의와 미국식의 타락부패한 이기주의가 아닌 그 중간에 새로운 인류의 생존방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것이 모택동(마오쩌둥)과 그 중국 공산당에 의해서 모색되는 것이 아닌가 주시했던 거지요. 남들이 ‘중공’이라고 하면서 겁내던 1950년대 말부터 책도 내고 글도 쓰고 했습니다. 80년대까지 그랬어요. 그것 때문에 형무소도 갔지만. 그러나 중국에 큰 체제변화가 온 뒤에는 물러났습니다. 중국이 개방되고 자본주의화되는 과정은 누구나 공부할 수 있고 전문가가 될 수 있잖아요.

박노자 : 중국의 자본화에 대해 긍정일변도로만 평가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인 것 같습니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지 않겠습니까?

리영희 : 지금 벌어지는 중국의 내부적 변화에 대해서는 내가 연구하고 있지 않거든요. 그 대신 국제관계 속에서의 중국의 움직임 같은 것은 면밀히 지켜보고 있지요.


대통령, 미국 통치집단을 너무 모른다


박노자 : 미국은 지금 대북한 침략계획에 부심하고 있는 듯한 모습인데, 중국이 미국과 야합할 가능성에 대해 수차례 언급하신 것을 봤습니다.

리영희 : 그럴 가능성이 일부분 있다는 거죠. 왜냐하면 대만문제가 걸려 있으니까. 홍콩 마카오 다음에 남은 게 대만 아닙니까. 중국 국토 원상복구의 대단원을 이루는 거니까. 반면 미국으로서는 대륙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게 대만문제란 말입니다. 하나는 영토문제고, 둘째는 대만 군사화이고 셋째는 대만을 핵무장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죠. 중국으로서는 그 몇 가지를 미국으로부터 양보받아야 할 텐데, 자연히 북한문제에서의 미국의 요구를 대만문제와 바꾸는 방식으로 풀 수 있다는 거지요. 그게 늘 내가 걱정하는 겁니다. 역사에서 보듯이 중국 민족이 얼마나 우회적으로 술수를 쓰는 데 능한 민족입니까. 1936년 장개석(장제스)이가 모택동 팔로군을 전멸시키기 위해 만주의 군벌 장학량(장쉐량)을 불러들였단 말이에요. 근데 거꾸로 장학량이가 장개석이를 납치해서 감금한 뒤에 국공합작 항일투쟁을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박노자 : 그게 유명한 서안사변이지요. 저도 참 걱정입니다. 부시가 혹시 대통령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득표전략의 일환으로 대북한 긴장의 수위를 높이지 않을지….

리영희 : 그렇습니다. 1994년에 클린턴이 북한에 전쟁하려고 했던 그 단계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지요. 부시의 수법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략전쟁까지의 과정에서 잘 드러났거든요. 이라크에 대해서 처음부터 전쟁하게끔 전부 계획 세워놓고, 세계원자력기구의 현지조사라든가 대량살상무기 조사를 시킨 건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어요. 말하자면 긴장의 도를 높이고, 다음에 미국 국민들의 적개심을 높이고, 군대의 준비를 착착 진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맞추어서 그렇게 가는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부시는 그야말로 깡패예요. 테러리스트예요. ‘깡패가 누구냐’ 하는 행동의 준거로 말할 때, 미국은 조건을 완전히 다 갖춘 나라지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미국 정권 지배자들의 생태적인 본질을 모르는 것이 문제야. 내가 두달 전에 기독교방송과 인터뷰를 하다가 오해를 받았는데….

박노자 : “대통령이 무식하다”는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웃음)

리영희 : 그래요. 대통령의 방미외교를 어떻게 생각하냐기에 이렇게 얘기했어요. 미국을 지배하는 통치집단, 그러니까 군·정보국·군수자본·재벌·유대인 호전세력·원리주의 기독교그룹들이 한덩어리가 돼서 전쟁을 해야 미국 경제가 돌아가고 선거에 이긴단 말이에요. 그래야 국회의원들이 자기 주에 군수공장을 설치하고 군수자본 들여와서 취업률을 높입니다. 또 그래야 표가 올라가서 다시 당선된단 말이에요. 이런 집단들의 대표가 부시인데, 그런 집단들의 생태를 전혀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 참 무식하다 그런 거지. 근데 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완전히 인간적으로 무식한 것처럼 얘기가 돼버렸어.

박노자 :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외교를 보시면서 민족의 생존방법으로 부적합하다는 느낌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

리영희 : 그렇죠.

박노자 : 사실 미국에 굽신거리면서 살려달라는 식인데, 그 사람들이 굽신거린다고 살려주겠습니까?

리영희 : 그런 집단이 아니에요. 북한에 대해서 전쟁을 해야 할 텐데, 딴소리하면 제 아무리 굽신거려도 소용없고. 그 양반이 미국 가서 갑자기 링컨 존경하게 된다고도 했는데, 또 그게 무슨 소리야? (웃음) 인류사에 존경할 만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데. 링컨의 이미지는 미국 애들이 조작한 거라고.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스피치에서 ‘포 더 피플, 오브 더 피플, 바이 더 피플’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 뒤에 보면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습니까. 인종차별을 얼마나 했는데….


미군 철수 15년계획, 청와대서 외면당하다


박노자 : 얼마 전 노르웨이의 유명한 평화학자 요한 갈퉁 선생과 전자우편으로 대담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께도 한민족의 생존전략으로 가장 적합한 게 뭐냐 여쭸더니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미국과 거리를 좀더 두고, 북한과의 민족공조를 더욱 공고화하고, 미군의 철수계획을 구체적으로 연도별로 세우고…. “전쟁 일어났을 때 미국 편에 서지 않겠다는 것을 명백히 하면, 한민족이 살아남을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하십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영희 :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6월 평양 가기 전에 남북문제에 관심을 가진 20여명을 초대했었어요. 그래서 청와대에 갔는데… 그때가 미국 국방장관이 미군은 통일 뒤에도 주둔한다는 소리를 하고 그럴 때예요. 나는 그랬지. 지금 한반도 위협을 조성하는 원천과 근본원인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다. 그래서 나 같으면 김정일 지도자하고 이런 식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합의하겠다 말했어요. 그 방법은 이랬어요. 총 15년간의 계획인데….

김대중 대통령이 평소에 주장해온 햇볕정책을 경제사회 문화적인 차원에서 꾸준히 지속해 나간다. 꾸준히 5년을 계속하면 긴장이 낮아질 것이다. 그렇게 5년 착실하게 하면 미군 주둔의 허구성이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 말이야. 그럼 그때쯤 가서 주한미군이 맡고 있는 휴전선에서의 방위 역할을 주한미군을 포함한 국제연합평화유지군으로 교체하는 제안을 하시라. 그럼 부분적으로 그때부터 5년간에 걸쳐 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킨다. 그 대신 미국이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서 주둔한다고 주장해왔으니까, 북한이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걸 전세계적으로 선언하게 하라 이거지. 그럼 미국으로서도 더 눌러붙어 있어야 할 구실이 없어지지 않겠소. 벌써 그렇게 되면 10년 아냐 그동안 상징적으로 휴전선 방위를 국제평화유지군이 맡게 되면 미군의 실체는 없어진 거다 이 말입니다. 그럼 10년 뒤 그 단계에 오면 작전지휘권과 군사관계의 결정권을 한국에 이전시켜라 이 말이야. 그렇게 해서 또 5년을 해나가는 사이에 휴전선에 외국 군대가 있을 필요가 없는 단계까지 남북한에 평화 안정정책을 정립하면 그때는 미군을 포함한 외국 군대가 5년 동안 다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이죠.





박노자 : 상당히 상세한 계획을 잡으셨네요.

리영희 : 근데 김 대통령 얼굴을 보니 안 좋아하더라고.

박노자 : 아, 그랬습니까?

리영희 : 내가 옛날부터 김대중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 아닙니까. 그날 청와대 들어가면서는 반갑다고 악수했는데, 나올 때에는 내 앞에 두 사람 남겨놓고 악수하다 저리 가더라고. (웃음) 저~어리. 그래서 “이거 아니구나” 생각했지. 그걸 김대중 대통령이 제대로 듣고 반응하면 곧장 그 내용이 미국 정보부로 들어가거든. 미국 압력이 두려우니까, 아예 멀리하더라고. 어쨌든 난 15년을 잡는 거예요. 아마 김대중 대통령도 김일성 주석이 94년에 한 얘기를 알기 때문에 그랬을 거예요. 94년에 카터가 평양에 핵문제 해결하러 갔을 때, 미국이 전쟁을 안 한다면 미군의 남한 주둔도 이해할 수 있다고 얘길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으로서는, 북한도 그랬는데 우리가 미군철수니 뭐니 하는 얘기할 필요가 뭐 있나 그렇게 생각했겠지. 어쨌든 우리가 미국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15년의 기한을 두고 3단계의 그런 군사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2020년 정도에 통일은 아니더라도 남북한에 전쟁 없는 토대를 구축하고 외국군 철수를 이룰 수 있다는 거지요.


내년 초 미국이 북한 침략할 수도


박노자 : 여태까지 제안된 민족생존의 방안 중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으로 생각됩니다.

리영희 : 난 내년 초쯤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전쟁을 일으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미국이 착착 전쟁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박노자 : 미군을 남쪽으로 빼돌리고….

리영희 : 나는 그걸 보면서 아 북한에 대한 전쟁을 시작하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북한이 가진 장거리포를 미국이 제일 겁내는 거거든요. 그 장거리포의 사거리 내에 있으면 그 피해를 자기들이 보니까. 사거리 밖으로 미군을 빼고 나면 미사일 요격망, 그러니까 미사일 디펜스를 만들어놓은 거나 효과가 같은 거예요. 상대방 공격이 미치지 못하는 데에다 갖다놓으면 피해를 안 볼 수 있으니까. 미국은 대신 우월한 공군력과 미사일로 북한을 맘대로 공격할 수 있단 말이에요. 거기에 대해 북한이 반격을 하면 남한 사람들만 희생된단 말입니다.

박노자 : 그건 미국이 아랑곳하지 않는 문제 아닙니까.

리영희 : 그래서 지금 빼는 거예요. 미국의 간사한 군사전략입니다. “2사단 평택 이남 배치” 얘기가 나왔을 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공식논평을 냈잖아요. “미국의 그런 전략으로 말미암아 남조선 인민에게 피해가 가게 될지도 모를 중대한 사태에 책임져야 한다”고. 정말 위험한 사태입니다. 그건 그렇고 난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적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오슬로대학은 어떻습니까. 대우는 괜찮습니까?

박노자 : 노르웨이는 고물가 고임금 나라입니다. 임금은 비교적 높지만 세율도 높습니다. 적게는 36%에서 많게는 70%까지 갑니다.

리영희 : 복지국가의 문제가 그건데….

박노자 : 대부분 노르웨이 사람들이 체제에 큰 불만이 없습니다. 그만큼 혜택을 많이 받습니다.

리영희 : 미국적 지배력이 커질수록 전통적인 서구라파 나라들이 사회민주주의나 복지경제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겠지요.


히틀러 파시스트가 미국에서 부활한다


박노자 : 요즘 유럽연합이 동구라파를 포함시키지 않았습니까. 폴란드, 체코 등의 나라들이 유럽연합에 완전히 동화되면 그 인구는 곧 4억명이 됩니다. 지금도 유럽연합의 화폐인 유로가 달러에 비해 훨씬 강세를 보이고 신흥시장에서 우세를 보입니다. 러시아 같은 경우는 지금 달러 사용이 거의 폐지되다시피 했습니다. 대신 유로화를 사용하고… 달러로 저축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유럽이 미국에 대한 경제적 반격을 가하는 것이 아닌가….

리영희 : 그런데 이라크 전쟁과 함께 동구라파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지배권이 더욱 확고해졌어요. 벌써 7개 나라가 미국의 군사기지화됐는데, 이거 호락호락 유럽연합에 넘기지 않을 겁니다. 갈등이 앞으로 심화될 거예요.

박노자 : 진짜 목적은 중국과 러시아 침략이죠.

리영희 : 그럼요. 특히 중국에 대해서 카스피아해에서 파키스탄까지, 흑해에서부터 남부 인도양까지 포위했다구요.

박노자 : 인도와의 관계를 더 강화해서 인도를 괴뢰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리영희 : 파키스탄이 미국화되니까, 인도 총리가 20년 만에 베이징을 찾아와서 우호관계를 돈독히 했다 그래요. 파키스탄과 인도는 옛날 소련과 미국 있을 때 이쪽 붙었다 저쪽 붙었다 해서 알 수 없는데, 하여간 미국은 저 발틱해에서 인도양까지 중국을 포위하는 옛 소련연방을 다 지배하게 됐으니까.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에요.

박노자 : 대륙의 큰 국가들에 대한 침략을 통한 완전한 자원지배,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리영희 : 자원은 두말할 것도 없고, 완전히 군사전략적인 포위망을 만드는 거지요. 미국이 한번 이렇게 잡으면 뿌리치기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에요. 우리 한국의 어떤 지식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미국은 거머리와 같은 나라다. 거머리 알아요?

박노자 : 사람 몸에 붙어서 피를 빨아먹는…. 대단히 좋은 비유이십니다.

리영희 : 한번 붙으면 배가 터지도록 뺐어먹지 않는 한은 절대 안 떨어지는 나라라는 거죠.

박노자 : 소련과 중국 바로 중간이 키르기스스탄 아닙니까. 지금 미군이 거기에다가도 주둔기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독일과 프랑스와의 관계를 강화시켜서 나름대로 미국의 장래침략을 예상하고 지금 나름대로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리영희 : 91년에 아버지 부시가 이라크를 처부순 다음에 이른바 ‘신세계질서’를 선포했어요. 그러면서 몇 가지를 선언했는데, 첫째는 앞으로는 과거 소련처럼 미국에 대등한 힘을 가진 적대국가의 탄생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둘째, 미국의 권위나 이해관계에 동의하지 않는 중소국가들은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해버린다. 그것도 싼값으로! 셋째, 그러기 위해서 미국은 세계 전체 국가의 군사력을 합친 것보다 우세한 단일국가 군사력을 보유한다. 넷째는 군사적 방법이 필요할 때, 가능하면 유엔의 협조를 요청한다. 그러나 유엔이 동의하지 않을 때는 서슴지 않고 단독군사행동으로 처리한다. 이걸 지금 아들 부시가 그대로 해나가고 있어요. 그 가운데 셋은 거의 돼가고 있고. 잘못하면 1930년대 히틀러나 무솔리니, 프랑코와 일본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일어났던 파시스트의 세계지배 시대가 이제 미국에 의해서 진행되는 겁니다.


“난 민족주의자가 아니야”


박노자 : 거의 제3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이 몰고간다고 봐야 되지 않습니까. 그 서곡들이 아닙니까. 결국 결정판은 아마 대중국, 대러시아 침략이 아닐까….

리영희 : 한 20년, 30년 뒤가 되겠지만.

박노자 : 저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역시 이 시대의 마지막 민족주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습니까?

리영희 : 난 민족주의자라기보다는 오히려 보편적 가치에 더 충실한 사람이에요. 난 대한민국을 무조건 추워올리고 충성 다하는 것은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야. 쇼비니즘과 맹목적 애국주의 참 싫어해요. 난 지난해 월드컵대회도 개인적으로 안 좋았어요. 그냥 ‘한국 잘한다’는 거하고 ‘대한민국 이겨라’라고 하는 거하고는 다릅니다. 나도 이기면 기뻐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렇게 흥분하고 감정적인 일치단결을 하는 것은 안 좋아한다고. 히틀러가 써먹을 수 있는 거지요.

박노자 : 지금 미국이 그렇게 돼가고 있는 거 아닙니까.

리영희 : 왜 뻘건 걸 전부 같이 입고 나오고 똑같이 박수치고 그래야 하냐고. (웃음) 제각기 옷을 입고 나와 “한국 이겨라” 하면 되는 거지. 그래야 인류보편의 평화와 인간과 민족끼리의 사랑이 생기고 그러는 거지. 개개 인간이 전부 같은 행위를 하는 것,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은 감정을 가지는 것은 위험한 거야. 게임이라는 건 져도 좋아. 한국이 져도 좋고…. (이 대목에서 옆에 있던 부인 윤영자씨의 한마디로 큰 웃음이 터졌다. “이기는 게 좋지, 왜 지는 게 좋아요 절대 이겨야 돼, 게임은….)



사진/ 리영희 교수는 한반도 전쟁의 위험성과 미국의 세계지배 야욕을 한국인들이 꿰뚫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노자 : 이 위험한 전쟁의 위기시대에 남한 민중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부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리영희 : 첫째는 어떻게든 대통령이 바른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미국에 자주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없어보여요. 이번에 베이징 가서도 북한을 다자회담 속에 나오게끔 설득해달라고 후진타오 주석에게 이야기했다는데, 그건 미국의 대사가 할 소리지, 남한 대통령이 할 소리인가? (웃음)

둘째는 한국 사람들이 세계 지배야욕에 불타고 있는 미국 통치집단의 실체를 잘 인식해야 해요. 그중에서도 냉전시대 국가안보의 기둥이라고 했던 경찰이나 군대 같은 집단들이. 특히 군은 미국의 체제와 훈련과 멘털리티와 인간적 우호관계와 개인적 친소관계로 미국에 딱 붙어 있다고. 이런 체제를 빨리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특히 고쳐야 할 것은 한국의 보수 기독교 수구세력들이에요. 지난날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국가적으로 양육된 사람들의 미국 찬양이 아주 위험합니다. 유일신끼리는 완전히 배타적인 거 아니에요. 탈레반이 그렇고 부시가 그렇습니다. 용납하고 타협하고 서로 껴안아줘야 하는데, 톨레랑스가 생길 수 없는 거예요. 국내에서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들, 또는 민족간의 전쟁에 박수치는 세력들이 많다는 것, 오히려 부시보다 더 걱정스러운 점이에요.

박노자 : 요즘 특별히 관심을 가진 문제는 없으신지요.


〈금강경〉을 읽으며 인생을 돌아본다


리영희 : 난 좀 내면적인 인생을 살고 싶은데… 자꾸 세상에 문제가 많으면 요청이 많잖아. 빨리 끊고 싶어. 난 요즘 불교경전을 봐요. 그 철학적인 사색이 참 좋아요. 불교는 생각하는 종교란 말이야. 지식인은 불교가 참 잘 맞아.

박노자 : 특별히 애호하시는 불경이나 고전이 있으십니까.

리영희 : 그저 난 ‘금강경’을 보지요. 아무래도 한문으로 읽어야 좋아요. 우린 한문세대니까, 한글로만 쓴 책은 굉장히 힘들어. 한자가 들어 있으면 빨리빨리 읽고. 일본책은 하루면 보는데, 한글소설은 한 사흘나흘 걸려.

박노자 : 저는 금강경에서 아주 감동적인 문구가 많았습니다. 특히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則見如來’.

리영희 : “원래 모든 모습들이 다 바로 허망한 것이다. 만약 모든 모습들을 모습이 아닌 것으로 본다면 그것이 여래를 보는 일, 즉 깨닫는 일이다”라는 말인데, 참 깊지요.

박노자 : 리영희 선생님처럼 모든 역경과 모욕을 참으면서 한반도 주민들을 폭력의 도가니로부터 건지려고 노력하시는 것도 분명히 깨달음으로 가는 길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보다 남의 몸과 마음을 먼저 생각하시는 것은, 바로 자아와 중생,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님을 깨닫는 그 경지가 아닌가 싶어요.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리영희 : ‘너의 대한민국’ 책 (웃음) 한 100만부 나갔나? (박 교수의 저서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노자 : 하하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안 됩니다. 선생님, 더욱 건강하십시오.


정리·사진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출처: 프리챌 '시비걸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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