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오면 / 김윤아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녁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어지러운 거리를 오늘도 하루종일 걸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낯선 거리를 거닐며
낯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낯설어
잠시 심호흡을 했습니다.
 
이 봄을,
이 순간을,
이 아름다움을,
이 생을
함께  느끼지 못하고
뚜벅뚜벅 걸어 가야한다는 외톨이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
날이 많이 따스해졌습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대기가
지치고 시린 육체를
안아주고 있습니다.
 
햇살은,
'네 마음을 열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어'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히
제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당신..
다른 이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당신..
쓰라림을 잘 알면서도
가슴 속 모래알을 뱉어내지 않는 진주조개처럼
삶의 상처를 품어 안고는
혼자 외로이 상처를 핥고 있는 당신..
그렇게 세상의 많은 길 중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당신,
 
 
자신의 상처만 바라보고 있어서
알아보지 못했었나요?
같은 시간, 같은 거리를 걸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눈먼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지금 이 도시의 사랑이야기입니다.
 
당신..
봄밤에 잔잔히 섞여 드는
봄꽃의 향기에
내 향기도 함께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하루하루 일곱 날이
 무지개빛깔처럼
하나하나 모여
의미가 있다는 것을
살며시 귓가에 속삭여 주었던 그날은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봄밤에
당신의 코끝을 스칠
나의 향기의 이름은
'그리움'입니다.
어쩌면 당신이 알아채지 못한다고 해도
없는 것이 아니랍니다.
 
눈먼 이들의 사랑 노래가
이 도시의 사랑 노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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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6-03-31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봄이 오면 선천적 그리움을 앓는데...
흑흑 봄이 오면 다 듣고 가요. 흑흑흑...

푸하 2006-03-31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오스님......... 너무나 좋은 시에요..... 머리에 피가 몰리네요..... 각자의 길을 가지만 가끔 마주침이 있잖아요....

잉크냄새 2006-03-3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인가요? 시인가요?
감상이 더 울림이 있네요.^^

파란여우 2006-03-31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건 저에게 보내는 연서 맞죠? 맞죠?

클레어 2006-03-3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김윤아가 여러 사람 마음을 들쑤시네요.. ㅜㅡ

푸하님/ 마주침...그것이 기적같은 거란 것을 요즘에야 처절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순탄하게 가던 길을 확 역주행하고 싶은 열정을 불붙여주는...흐흐~

잉크냄새님/ 감상을 그저 끄적인 거랍니다. 노래라 하기엔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감상(요즘은 쿨~한 것을 좋아하잖아요.) 위주고 시라고 하기엔 절제가 되지 못했어요. 그래도 잉크냄새님께서 해주신 말에 기분 좋아서 발그레~ 헤헤~

파란여우님/ 신(神)기를 운운하시더니..정말 그러신가 봅니다. 파란여우님의 봄봄..페이퍼를 보고 괜히 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절로 들었던 거 보면, 제가 여우님을 많이 좋아하기는 하나봐요..^^

비로그인 2006-03-31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도 에오스 님의 글도 참 슬프도록 곱고 좋아요. 노래만 담아 갑니다. 고맙습니다.

hnine 2006-04-2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슬픈가요 이 노래. 당신과 함께 간다는데...봄이 온다는데...
퍼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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