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좌표 -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몸은 어디에서 왔을까? 중요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질문이긴 하다. 생명 탄생의 기원은 아직도 신비로운 영역에 속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은 종교와 과학의 대립으로 21세기에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하는 프랙탈 구조처럼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누고 10개월 만에 한 인간이 태어나는 과정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태어나는 몸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물질적 존재이다.

  그렇다면 생각은 어떤가? 만져지지도 보이지도 않지만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몸이 아니라 정신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판단 능력,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사회를 보는 눈, 인생의 목표와 가치, 행복의 조건 등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생각해 보자. 내 생각은 과연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을까?

  사람이 태어나면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과 취향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판단하는 근거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다. 가정에서 부모에게, 또래집단에서 친구에게, 학교에서 선후배나 선생에게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조금씩 형성된 사고의 틀은 내 생각의 좌표가 된다. 시나브로 만들어진 내 영혼의 주인은 누구인지 돌아보아야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홍세화의 『생각의 좌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이후 우리 사회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누구보다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는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사람은 이성을 가진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에 따르면, 사람은 이성적 동물, 합리적 동물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합리화하는 동물이다. - P. 16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분야가 바로 합리적이지 못한 인간의 생각이다. 철학은 물론이고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등 각 학문 분야에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인간을 모델로 그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사고의 패턴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택시 운전을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 심지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조차도 자신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하지 않는다. 살 가능성이 95%라는 말에는 수술 동의서에 흔쾌히 서명하지만 100중에 5명이 죽는 수술이라고 말하면 그럴 수는 없다고 버티는 것이 불합리한 인간의 판단 능력이다. 생각의 오류를 지적해도 같은 패턴으로 실수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을 내리면서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홍세화는 이 책에서 생각의 오류가 아니라 생각의 ‘좌표’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디를 보고 걷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해도 과정과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이 바탕이 되어 매우 설득력있게 전달된다.

  에세이는 종횡무진 자유로운 글쓰기의 전형으로 알고 있지만 매우 어려운 글쓰기 방법이다. 짧은 글로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명료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세화는 짧은 문장과 막힘없는 논리의 흐름으로 이야기하지만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과격하고 흥분된 상태에서 어떤 말을 하든지 상대는 내용 이전에 형식에 반감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가장 좋은 설득의 방법은 편안하고 쉬운 말로 마음을 흔드는 것이다. 편안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는 저자의 글쓰기는 읽는 사람의 생각을 조금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한 사람의 생각을 단 번에 뒤집는 것은 과격한 구호나 과장된 수사일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의 생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은 깊은 울림과 작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3개의 분야로 나뉘어져 있지만 편의상 구분일 뿐 하나의 흐름으로 쭉 읽어나가거나 마음에 드는 제목의 글을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도 좋은 책이다. ‘내 생각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1부가 가장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사람의 생각을 결정하는 네 가지 경로를 제시한다. ‘1) 폭넓은 독서 2) 열린 자세의 토론 3) 직접 견문 4) 성찰’이 그것이다.  이것은 물론 감성의 영역이 아니라 이성의 영역을 말한다. 인간의 생각을 만들어 가는 데 왜 책이 가장 중요한지 스페인 작가의 말을 인용하고 있으니 함께 읽어보자.

“사람은 그때까지 읽은 책이다”라는 말이 있다. 스페인의 한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모두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 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 - P. 24

  모든 세계와 만나보지 않은 사람의 좁은 시야와 생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내 생각만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내 생각도 틀릴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세계를 바라보는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 필요하다. 덧붙여 열린 자세의 토론과 직접 견문, 성찰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내가 보는 신문, 내가 읽은 책이 내 생각을 어떻게 바꿨는지 생각해보자. 보지도 않고 읽지도 않고 비난하는 태도를 가진 적은 없는지 눈과 귀를 닫고 오로지 내 이야기만 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 보자.

 이런 반성적 사고에 출발하면 삶의 방향과 목적이 달라지고 사회를 보는 눈이 새로워질 수 있다. 인간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돌아볼 수 있고, 이념의 대립이 아닌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토론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대화와 소통의 전제 조건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그리고 성찰해 보자. 나는 누구인가, 내 생각은 어디에서 왔는가, 내 생각의 주인은 누구이며,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떠한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자기 성숙을 모색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개인으로서 내세울 장점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속한 집단인 국가, 민족, 종교, 지역, 혈연, 출신 학교를 내세운다. - P. 131

  다른 어떤 문장보다도 아프게 다가온다. 자기 성숙을 모색하는 2010년을 위해 우리 모두 ‘생각의 좌표’를 점검해 보는 건 어떨까? 기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립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라면 저자의 말대로 ‘회색의 물신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역사의 진보를 믿는다면 저자의 이 말을 기억하며 지금-여기 서 있는 나의 좌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연대’해야 한다.

인간 역사에 진보가 있었다면 그것은 정의, 상식, 공익, 진실이 힘을 획득해 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의, 상식, 공익, 진실을 추구하는 건강한 시민이라면 의지로 서로의 힘을 결집시켜야 하며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마땅하다. 이것을 우리는 ‘연대’라고 부른다. - P.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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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는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누가 나에게 강요했다면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종횡무진 자유롭게 책의 숲을 거닐었던 2009년이 저물어간다. 올해는 130여 권의 책을 읽고 122편의 리뷰를 썼다. A4 280여장, 200자 원고지 2100여장 분량이다. 게다가 어설픈 논문을 끝냈고, 단행본 1권, 공동작업 1권을 마무리했다.  쉼없이 읽고 쓰면서 1년을 지냈다. 

드디어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을 출간한다. 어제밤 늦게 편집자와 마지막 교정지를 검토했다. 2주 후면 선보일 책과 함께 2010년을 시작한다. 세 분의 국어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글을 쓴 <나비를 잡는 아버지> 원고도 탈고했다. 길고도 힘겨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지만 어둡고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스스로 만든 일들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한 한 해였다.  

2010년에는 조금 덜 읽고 많이 생각해야겠다. 1주일에 2권, 연간 100권 정도로 줄이면서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 책읽기를 계속 즐겨야겠다. <학교도서관저널>에 읽을 만한 청소년 문학을 추천하고, <자전거 도둑> 모임에 몰두하고, <창비 국어교과서 소설 선집> 작업을 즐겁게 해나가야 한다. 책으로 연결된 모든 고리들...경계를 넘어 가볍고 경쾌한 산책이었으면 좋겠다. 

길은 멀고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책읽기는 누구와 함께 할수 없는, 고독을 즐기는 일이다. 하지만,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일에 조금 더 신경쓰는 2010년이 되리라 믿는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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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행복한 책읽기(일자별)

1.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탁석산, 창비, 2008
2. 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2008
3. 기담, 김경주, 문학과지성사, 2008
4. 지붕 위의 신발, 뱅쌍 들르크루아, 윤진 옮김, 창비, 2008
5. 위대한 작은 발걸음, 알 세쿤다, 최유나 옮김, 경영정신, 2008
6. 키스, 강정, 문학과지성사, 2008
7. 인권, 최현, 책세상, 2008
8. 건투를 빈다, 김어준, 푸른숲, 2008
9. 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 씨네북스, 2008
10. 쉽게 가르치는 기술, 야스코치 테츠야, 최대현 옮김, 두리미디어, 2008
11. 계급, 이재유, 책세상, 2008
12. 역사, 남경태, 들녘, 2008
13. 바다의 기별, 김훈, 생각의나무, 2008
14. 글쓰기의 최소원칙, 도정일 외, 룩스문디, 2008
15.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 이민희, 글항아리, 2008
16.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김연수 외, 문학사상, 2009
17. 인문학 스터디, 마크 C. 헨리 지음, 강유원외 편역, 라티오, 2009
18. 어루만지다, 고종석, 마음산책, 2009
19. 실용주의, 이유선, 살림, 2008
20. 한국의 인터넷을 論하다, 권헌영 외, 서울경제경영, 2008
21. 철학콘서트 2, 황광우, 웅진지식하우스, 2009
22. 9인 9색 청소년에게 말걸기, 김용규 외, 주니어김영사, 2008
23. 맛있는 문장들, 성석제 엮음, 창비, 2009
24. 나는 죽지 않겠다, 공선옥, 창비, 2009
25. 껌, 김기택, 창비, 2009
26. 보수와 진보의 정신분석, 김용신, 살림, 2008
27. 달려라 아비, 김애란, 창비, 2005
28.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지승호 인터뷰, 시대의 창, 2009
29. 아방가르드, 노명우, 책세상, 2008
30. 부코스키가 간다, 한재호, 창비, 2009
31.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헤르메스 김, 살림, 2009
32. 독설의 팡세, 에밀 시오랑, 김정숙 옮김, 2004
33. 꽃 속에 피가 흐르다, 김남주, 창비, 2004
34. 루머의 루머의 루머, 제이 아셰르, 위문숙 옮김, 내인생의책, 2009
35.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폴 크루그먼, 김이수 옮김, 부키, 2002
36. 빅 스위치, 니콜라스 카, 임종기 옮김, 동아시아, 2008
37. 입시전쟁 잔혹사,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09
38.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박형준/이장욱 엮음, 창비, 2009
39. 지혜론, 발타자르 그라시안, 북타임 옮김, 북타임, 2009
40.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돌베개, 2009
41. 프랑켄슈타인의 글쓰기, 김성수, 글누림, 2009
42. 특강, 한홍구, 한겨레출판, 2009
43. 늑대, 전성태, 창비, 2009
44. 겨울밤 0시 5분, 황동규, 현대문학, 2009
45. 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안진환 옮김, 세종서적, 2009
46. 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창비, 2009
47.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푸른숲, 2005
48. 성난 서울, 아마미야 카린/우석훈, 송태욱 옮김, 꾸리에, 2009
49.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 이준구, 푸른숲, 2009
50.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플로렌스 포크, 최정인 옮김, 푸른숲, 2009
51. 광휘의 속삭임, 정현종, 문학과지성사, 2009
52. 나비를 잡는 아버지, 현덕, 창비, 2009
53.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돌프 페르로엔, 이옥용 옮김, 내인생의책, 2009
54. 100℃, 최규석, 창비, 2009
55.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이원 옮김, 바오밥, 2009
56.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장영희, 샘터, 2009
57.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찰스 리드비터, 이순희 옮김, 2009
58.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그린비, 2009
59. 선생님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안기순 옮김, 다산초당, 2009
60. 형이상학, 아리스토텔레스, 김재범 옮김, 책세상, 2009
61. 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푸른숲, 2009
62. 도가니, 공지영, 창비, 2009
63. 야성적 충동,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J. 쉴러, 김태훈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64. 넛지,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안진환 옮김, 리더스북, 2009
65. 우리는 매일매일, 진은영, 문학과지성사, 2009
66.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구광렬, 실천문학사, 2009
67.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김준기, 시그마북스, 2009
68. 아나키즘, 하승우, 책세상, 2008
69. 괴짜 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김영사, 2009
70.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정일근, 문학과지성사, 2009
71. 나의 레종 데트르, 김갑수, 미래M&B, 2007
72. 동정없는 세상, 박현욱, 문학동네, 2001
73. 문학시간에 시읽기 1~3, 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 나라말, 2004
74. 그 여름의 끝, 이성복, 문학과지성사, 1990
75. 처음만나는 문화인류학, 김광억 외, 일조각, 2003
76. 수의 모험, 안나 체라솔리, 구현숙 옮김, 북로드
77. 경제학 카페, 유시민, 돌베개, 2002
78. 수학의 유혹, 강석진, 문학동네, 2002
79. 관계의 재구성, 하지현, 궁리, 2006
80. 시비를 던지다, 강명관, 한겨레출판, 2009
81. 긴 노래, 짧은 시, 이시영시선집, 김정환/고형렬/김사인/하종오 엮음, 창비, 2009
82. 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보리, 2000
83. 누란, 현기영, 창비, 2009
84. 일상이 즐거워지는 사진 찍기, 최정호, 홀로그램, 2009
85. 커피견문록, 스튜어트 리 앨런, 이창신 옮김, 이마고, 2005
86. 문학시간에 옛글읽기, 전국국어교사모임, 나라말, 2008
87.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박노자, 한겨레출판, 2009
88.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고은우 외, 양철북, 2009
89. 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고향옥 옮김, 양철북, 2007
90.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이레, 2009
91. 21세기 다윈 혁명, 강호정 외, 사이언스북스, 2009
92. 에네껜 아이들, 문영숙, 푸른책들, 2009
93. 너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 존 업다이크 외, 이은선 옮김, 창비, 2009
94.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테리 트루먼 지음, 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 2009
95. 바람이 노래한다, 권하은, 창비, 2009
96. 화, 진중권 외, 한겨레출판, 2009
97.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한기호, 다산초당, 2009
98.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문학동네, 2009
99. 교수대 위의 까치, 진중권, 휴머니스트, 2009
100. 한국의 책쟁이들, 임종업, 청림출판, 2009
101.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우석훈, 레디앙, 2009
102.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피에로 페루치, 윤소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
103. 소년은 자란다, 아라이, 전수정/양춘희 옮김, 아우라, 2009
104. 기억의 빈자리, 사라윅스, 김선영 옮김, 낮은산, 2009
105.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 탁석산, 창비, 2009
106.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 탁석산, 창비, 2009
107. 이별의 재구성, 안현미, 창비, 2009
108. 카본 다이어리 2015, 새시 로이드, 고정아 옮김, 살림, 2009
109. 생각의 함정, 자카리 쇼어, 임옥희 옮김, 에코의 서재, 2009
110. 소울 아프리카, 조세프 케셀, 유정애 옮김, 서교출판사, 2009
111. 안녕, 엘레나, 김인숙, 창비, 2009
112. 그리스 신화 죽이기, 박홍규, 생각의 나무, 2009
113.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민음사, 2001
114. 청춘의 독서,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2009
115.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사회평론, 2005
116. 구월의 이틀, 장정일, 랜덤하우스, 2009
117. 핀란드 교실혁명, 후쿠타 세이지, 박재원/윤지은 옮김, 박재원 해설, 비아북, 2009
118. 녹색성장의 유혹, 스탠 콕스, 추선영 옮김, 난장이, 2009
119.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 정관용, 위즈덤하우스, 2009
120. 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창비, 2009
121. 신문 읽기의 혁명 2, 손석춘, 개마고원, 2009
122. 사랑의 어두운 저편, 남진우, 창비, 2009

  

2009 행복한 책읽기(분야별) 

Ⅰ. 문학 - 48권 

[시] - 16권
기담, 김경주, 문학과지성사, 2008
키스, 강정, 문학과지성사, 2008
껌, 김기택, 창비, 2009
꽃 속에 피가 흐른다, 김남주, 창비, 2004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박형준/이장욱 엮음, 창비, 2009
겨울밤 0시 5분, 황동규, 현대문학, 2009
광휘의 속삭임, 정현종, 문학과지성사, 2009
우리는 매일매일, 진은영, 문학과지성사, 2009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정일근, 문학과지성사, 2009
문학시간에 시읽기 1~3, 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 나라말, 2004
그 여름의 끝, 이성복, 문학과지성사, 1990
긴 노래, 짧은 시, 이시영시선집, 김정환/고형렬/김사인/하종오 엮음, 창비, 2009
이별의 재구성, 안현미, 창비, 2009
남진우, 사랑의 어두운 저편, 창비, 2009 

[소설] - 26권
지붕 위의 신발, 뱅쌍 들르크루아, 윤진 옮김, 창비, 2008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김연수 외, 문학사상, 2009
나는 죽지 않겠다, 공선옥, 창비, 2009
달려라 아비, 김애란, 창비, 2005
부코스키가 간다, 한재호, 창비, 2009
루머의 루머의 루머, 제이 아셰르, 위문숙 옮김, 내인생의책, 2009
늑대, 전성태, 창비, 2009
나비를 잡는 아버지, 현덕, 창비, 2009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돌프 페르로엔, 이옥용 옮김, 내인생의책, 2009
도가니, 공지영, 창비, 2009
동정없는 세상, 박현욱, 문학동네, 2005
누란, 현기영, 창비, 2009
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고향옥 옮김, 양철북, 2007
에네껜 아이들, 문영숙, 푸른책들, 2009
너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 존 업다이크 외, 이은선 옮김, 창비, 2009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테리 트루먼 지음, 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 2009
바람이 노래한다, 권하은, 창비, 2009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문학동네, 2009
소년은 자란다, 아라이, 전수정/양춘희 옮김, 아우라, 2009
기억의 빈자리, 사라윅스, 김선영 옮김, 낮은산, 2009
카본 다이어리 2015, 새시 로이드, 고정아 옮김, 살림, 2009
소울 아프리카, 조세프 케셀, 유정애 옮김, 서교출판사, 2009
안녕, 엘레나, 김인숙, 창비, 2009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민음사, 2001
구월의 이틀, 장정일, 랜덤하우스, 2009
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창비, 2009 

[기타] - 6권
바다의 기별, 김훈, 생각의나무, 2008
어루만지다, 고종석, 마음산책, 2009
맛있는 문장들, 성석제 엮음, 창비, 2009
독설의 팡세, 에밀 시오랑, 김정숙 옮김, 2004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장영희, 샘터, 2009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이레, 2009 

 

 Ⅱ. 인문사회 - 55권 

[철학] - 4권
실용주의, 이유선, 살림, 2008
철학콘서트 2, 황광우, 웅진지식하우스, 2009
형이상학, 아리스토텔레스, 김재범 옮김, 책세상, 2009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사회평론, 2005


[역사] - 3권
역사, 남경태, 들녘, 2008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 이민희, 글항아리, 2008
특강, 한홍구, 한겨레출판, 2009 

[인문] - 10권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탁석산, 창비, 2008
인권, 최현, 책세상, 2008
계급, 이재유, 책세상, 2008
인문학 스터디, 마크 C. 헨리 지음, 강유원외 편역, 라티오, 2009
지혜론, 발타자르 그라시안, 북타임 옮김, 북타임, 2009
시비를 던지다, 강명관, 한겨레출판, 2009
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보리, 2000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한기호, 다산초당, 2009
그리스 신화 죽이기, 박홍규, 생각의 나무, 2009
청춘의 독서,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2009
 

[사회] - 20권
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2008
한국의 인터넷을 論하다, 권헌영 외, 서울경제경영, 2008
보수와 진보의 정신분석, 김용신, 살림, 2008
빅 스위치, 니콜라스 카, 임종기 옮김, 동아시아, 2008
입시전쟁 잔혹사,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09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돌베개, 2009
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창비, 2009
성난 서울, 아마미야 카린/우석훈, 송태욱 옮김, 꾸리에, 2009
100℃, 최규석, 창비, 2009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이원 옮김, 바오밥, 2009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찰스 리드비터, 이순희 옮김, 2009
아나키즘, 하승우, 책세상, 2008
괴짜 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김영사, 2009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박노자, 한겨레출판, 2009
화, 진중권 외, 한겨레출판, 2009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우석훈, 레디앙, 2009
핀란드 교실혁명, 후쿠타 세이지, 박재원/윤지은 옮김, 박재원 해설, 비아북, 2009
녹색성장의 유혹, 스탠 콕스, 추선영 옮김, 난장이, 2009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 정관용, 위즈덤하우스, 2009
신문 읽기의 혁명 2, 손석춘, 개마고원, 2009

[경제] - 7권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지승호 인터뷰, 시대의 창, 2009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폴 크루그먼, 김이수 옮김, 부키, 2002
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안진환 옮김, 세종서적, 2009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 이준구, 푸른숲, 2009
야성적 충동,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J. 쉴러, 김태훈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넛지,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안진환 옮김, 리더스북, 2009
경제학 카페, 유시민, 돌베개, 2002

 [문화] - 2권
처음만나는 문화인류학, 김광억 외, 일조각, 2003
커피견문록, 스튜어트 리 앨런, 이창신 옮김, 이마고, 2005

 [심리] - 7권
건투를 빈다, 김어준, 푸른숲, 2008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플로렌스 포크, 최정인 옮김, 푸른숲, 2009
선생님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안기순 옮김, 다산초당, 2009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김준기, 시그마북스, 2009
관계의 재구성, 하지현, 궁리, 2006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피에로 페루치, 윤소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
생각의 함정, 자카리 쇼어, 임옥희 옮김, 에코의 서재, 2009

 [인물] - 2권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구광렬, 실천문학사, 2009
한국의 책쟁이들, 임종업, 청림출판, 2009  

 

 Ⅲ. 예술/과학/기타 : 21권

 [예술] - 3권
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 씨네북스, 2008
아방가르드, 노명우, 책세상, 2008
교수대 위의 까치, 진중권, 휴머니스트, 2009

 [과학] - 1권
21세기 다윈 혁명, 강호정 외, 사이언스북스, 2009

 [수학] - 2권
수의 모험, 안나 체라솔리, 구현숙 옮김, 북로드
수학의 유혹, 강석진, 문학동네, 2002

 [글쓰기] - 3권
글쓰기의 최소원칙, 도정일 외, 룩스문디, 2008
프랑켄슈타인의 글쓰기, 김성수, 글누림, 2009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그린비, 2009

 [청소년] - 5권
9인 9색 청소년에게 말걸기, 김용규 외, 주니어김영사, 2008
문학시간에 옛글읽기, 전국국어교사모임, 나라말, 2009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고은우 외, 양철북, 2009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 탁석산, 창비, 2009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 탁석산, 창비, 2009

 [기타] - 7권
위대한 작은 발걸음, 알 세쿤다, 최유나 옮김, 경영정신, 2008
쉽게 가르치는 기술, 야스코치 테츠야, 최대현 옮김, 두리미디어, 2008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헤르메스 김, 살림, 2009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푸른숲, 2005
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푸른숲, 2009
나의 레종 데트르, 김갑수, 미래M&B, 2007
일상이 즐거워지는 사진 찍기, 최정호, 홀로그램,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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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어두운 저편 창비시선 308
남진우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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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내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함은
입속에 작은 촛불 하나 켜는 것과 같으니
입속에 녹아내리는 양초의 뜨거움을 견디며
그대에게 보이는 것과 같으니

아무리 속삭여도
불은 이윽고 꺼져가고
흘러내린 양초에 굳은 혀를 깨물며
나는 쓸쓸히 돌아선다

어두운 밤 그대 방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
내 속삭임을 대신해 파닥일 뿐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의 시간을 가질 때 우리는 흔히 촛불을 켠다.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거울어 비추어볼 때도 촛불을 켠다. 사람들은 흔들리는 촛불에 자신을 투영하는 것이다. 내 속삭임을 대신해 파닥이는 촛불을 들여다보고 싶은 시간이다.

  남진우의 『사랑의 어두운 저편』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다. 수없이 말해왔지만 한 번도 말해 본 적이 없는 것같은 그 ‘사랑’에 대하여. 어떤 대상에 대한 몰입과 거리두기는 서로 모순된 듯 싶지만 팽팽한 긴장의 끈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지속적인 영원한 사랑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서편 하늘을 물들인 저녁 하늘은 생의 이면을 반추케한다.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단한 길을 걷다가 잠시 쉬어야하는 나그네처럼 사람들에게 시는 한 모금의 약수처럼 생기와 탄력을 불어 넣는다. 눈에 보이는 세계의 현란한 영상을 잠시 차단한 채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이 바로 시를 만나는 시간일 게다.



누런 먼지 날리는
사막 입구에서 문득
뒤돌아보며 너는 물었다
얼마만큼 걷고 걸으면 출구가 나올까

전갈 한 마리 소리없이 네 발뒤꿈치에 다가와
가만히 물고 지나갔다

사막 입구 쓰러진 네 몸 위로
둥근 달이 떠올랐다
멀리 출구에서 불어온 한줄기 바람이
네 귀에 뭐라고 속삭이고 지나갔다


  출구없는 생. 입구는 더더욱 찾을 수 없을만큼 걸어왔다. 문득 고개 들어 주위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외로움 너머에 고독의 진저리. 둥근 달이 너에게 뭐라고 속삭였든 나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한줄기 바람처럼 고즈넉한 시간이 흐르고 나면 한 생은 찰나였음을 짐작하겠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2막 3장 Tableau Ⅲ. 액자속의 그림처럼 정지 화면들이 스치는 시간도 금방 올 것만 같다.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는 메모를 들여다 보는 시인의 심정을 헤아리는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날
낡은 수첩 한구석에서 나는 이런 구절을 읽게 되리라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랬던가
너를 사랑해서
너를 그토록 사랑해서
너 없이 살아갈 세상을 상상할 수조차 없어서
너를 사랑한 것을 기필코 먼 옛날의 일로 보내며 보내버려야만 했던 그날이
나에게 있었던가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한사코 생각하는 내가
이토록 낯설게 마주한 너를
나는 다만 떠올릴 수 없어서
낡은 수첩 한구석에 밀어넣은 그 말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 말에 줄을 긋고 이렇게 새로 적어넣는다
언젠가 너를 잊은 적이 있다
그런 나를 한번도 사랑할 수 없었다


  그런 순간이 온다면 한 번도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는 자기 부정이 지독한 역설로 들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먼 곳의 그리움을 가슴에 담고 그대 가까이! 손 닿을 수 없는 너의 몸을 향한 열망과 안타까움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생은 그렇게 아쉬움과 한숨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으며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사라진 너를 찾아 몸을 돌리지 않겠다.

그대에게 가까이

너의 몸은
내 손으로는 가닿을 수 없다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이렇게 미소짓고 있는 너를
나는 만질 수도 껴안을 수도 없다

점점 푸르러지는 달빛 한가운데
너는 서서 내게 말한다 나는 추워…… 너무 추운 곳에 있어
바람 한점 없는 고요 속에서
너의 옷자락은 쉴새없이 펄럭이고
한 걸음 너를 향해 옆으로 돌린 채
너는 더욱 아득한 거리로 멀어져갈 뿐
서리처럼 네 몸에 차갑게 입혀진 달빛을
나는 걷어낼 수가 없다

나는 추워…… 너무 추운 곳에 있어,라고 속삭이는
네 입가에 가느다란 피가 흐르고
약속처럼 멀리서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무성한 달빛을 헤치고 나는 마침내
네 곁에 다가선다 두 손으로 너의 얼굴을 감싸고
두 팔을 벌려 너를 가슴에 가둔다
내 팔에 감겨들었다가
달빛과 함께 부서져 손가락 사이로
덧없이 흘러내리는 네 얼굴 네 가슴

지상에서 가장 추운 곳
너무 추워 하얀 입김조차 얼어붙는 그곳에서
너와 나는 나란히 쓰러져 눕는다
점점 푸르러지는 달빛 저편
물무늬로 아른대는 너의 미소를 떠올리며
나는 사라진 너를 찾아 몸을 돌린다



091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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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읽기의 혁명 2 - 경제를 읽어야 정치가 보인다 신문 읽기의 혁명 2
손석춘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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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형잡힌 지식인. 사람마다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균형을 잃지 않는 통찰력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타자와 세계의 관계망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을 둘러싼 역사적 인과관계와 사회 현상에 대한 학습은 반드시 필요하다. 토대를 구축하고 나면 종횡무진 누빔과 가로지르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진정한 지식과 혜안은 하루 아침에 얻어지지 않으며 거시적인 관점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사람의 생각은 지극히 편협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 역지사지가 가능해지고 똘레랑스가 위력을 발휘한다. 모두 내 생각과 같을 수 없고 판단의 근거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일 수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가끔 벽에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닐 때가 있다. 책을 읽고 사람을 읽고 세상을 읽는 것은 우리 삶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지난한 고통과 한숨, 좌절과 절망이 기다릴 때도 있고 벅찬 감동과 희망찬 미래를 만날 때도 있다. 그 길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함께 걸어갈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믿음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세상을 읽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인 신문은 여전히 우리의 의식을 규정한다. 어느 신문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볼 것이냐가 문제다. 손석춘은 『신문 읽기의 혁명』1권에서 편집된 신문지면을 해체해서 재구성하라고 주문했다. 신문은 편집이다. 어떤 기사를 선택해서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신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문 기사의 내용은 편집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수많은 독자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의 2권이 13년에 출간되었다. 1권의 핵심이 ‘편집’이었다면 2권의 중심에는 ‘경제’가 놓여있다. ‘경제를 읽어야 정치가 보인다’는 부제는 책 전체를 요약한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섹션별로 신문을 구성하는 방법이 보편적이지만 저자는 경제를 통해 정치를 읽어야 한다는 논리다. 경제가 수단이고 정치가 목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신문읽기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12월 28일은 UAE에 47조원에 달하는 원전을 수출한 내용이 주요기사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 조선일보 사설의 제목은 사설 ‘우리 기술과 정상 외교 기량이 만나 일군 47조 원전 수출’이지만, 한겨레는 ‘원전 수출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력과 경제적 효과에 초점을 맞춘 내용과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볼 수 없는 원전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는 내용이 그것이다. 경제라는 잣대로 개발과 환경 문제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두 신문의 관점은 서로 다르다. 이에 대해 오마이 뉴스는 ‘불안한 한국형 원전, 위험까지 수출?’로 표현하고 있으며, 미디어 오늘은 각 진영의 논쟁을 ‘원전수주 반대한 한겨레 폐간하라’로 정리하고 있다.

  경제면을 넘어서야 경제가 보이고 광고를 읽어낼 수 있어야 본격적인 신문읽기가 시작된다. 정치와 경제는 우리 사회를 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다. 신문의 품격은 결국 ‘진실’의 문제로 귀결된다. 정치와 경제 논리로 정파적 신문 읽기를 유도할 수는 없다. 그 함정에 빠질 때 독자들은 바보가 되고 개인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혼돈하고 국가의 이익이 결국 누구의 이익인지 헛갈리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신문 깊이 읽기의 세 지층으로 세계화, 민중, 이해관계를 제시한다. 현실적인 신문읽기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오늘 신문은 내일의 역사가 된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신문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인가는 독자의 몫이다. 인터넷 신문의 약진, 신문재벌의 방송진출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제대로 읽을 수 있으려면 스스로 학습하는 길밖에 없다. ‘카더라’ 통신에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주권시대의 신문 읽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책을 끝맺는다.

  우리 개개인이 누군가가 정해놓은 틀 속에서 평생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주체가 되어 자아를 더 풍요롭게 실현해가는 주권혁명 시대를 우리는 맞고 있다. 신문은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평생학습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자신의 경제생활을 단순히 ‘취업’이나 ‘호구지책’으로 여길 게 아니라 정치생활과 연결 짓는 다리로 신문을 읽으며 새로운 사회의 주체로 자기를 창조적으로 형성해갈 때, 그때 신문 ‘읽기의 혁명’은 곧 ‘혁명 읽기’다. 그때 신문 읽기는 예술이다. - P. 280



09122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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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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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 오래두고 사귄 벗. 영화 <친구>에서 준석과 동수처럼 적이 될 수도 있는 사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친구는 추억의 섬에서 언제든 불러낼 수 있는 기억의 창고 같은 존재다.  이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림자처럼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관계가 친구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보다 시간을 견디고 오래 곁에 있는 벗에게 말할 수 없는 신뢰를 갖는다. 허물없는 친구 두엇만 있으면 그렇게 사람이 그립지 않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깊이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관계가 바로 친구다.

  그러나 가끔은 친구와 싸우기도 하고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친구는 더욱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도 달라지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지면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자주 만날 수 있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친구라야 오래오래 우정을 만들어갈 수 있다. 혹자는 동성에 대한 사랑이 우정이라고 말했지만 어떤 의미에서 우정은 사랑보다 넓고도 깊은 감정이다. 하지만 사소한 감정의 대립, 시기와 질투로 친구 관계도 깨질 수 있다. 그래서 그 모든 상처들을 견뎌내고 오래 사귄 벗을 친구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2008년 청소년 소설 분야에서 돌풍을 몰고 온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 새 소설 『우아한 거짓말』에서 작가의 목소리는 조금 가라앉았다. 가볍고 즐거운 시트콤 같은 『완득이』의 성공 요인은 경쾌함이었다. 이상적인 담임 ‘동주’의 인간적인 면과 복합적 사회 문제의 결정체 ‘완득이’의 만남은 웃음과 감동의 비빔밥이었다. 널리 사랑받는 작품이 갖추어야 하는 요소를 적절하게 갖춘 소설이라는 말이다. 그에 비해 『우아한 거짓말』은 조금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왕따 문제를 다룬 소설들은 아주 많다. 이 소설도 왕따라는 소재의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먼저 한 부모 가정의 자매 중 동생이 자살하고 그 자살의 원일을 찾아가는 과정은 새로울 것이 없는 방법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소설의 미덕은 아니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사례 중심의 소설은 감동도 크지 않고 사회적 의제도 던지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대체로 화목한 가족이기 때문에 언니의 무관심이 자살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 오면서 친해진 화연이다. 집단적이고 직접적인 따돌림이 아니라 화연의 은근한 놀림과 주변 아이들의 동조와 방관. 어느 또래 집단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쉽게 넘어갈 수는 없지만 성적도 우수하고 자기 생각도 분명하지만 ‘착한’ 아이가 자살할 정도로 심각했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하고 작은 일로도 사람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의 주인공인 천지는 언니 만지와의 관계나 화연, 미라와의 관계만으로 우울증에 시달렸고 자살을 하게 되었다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넓은 의미에서 이 소설은 성장 소설보다 심리소설로 볼 수도 있다. 전학 후에 절친한 친구에게 당한 모멸감의 누적과 심리적 고통, 우울증으로 인한 불안 등이 자살의 원인이었다면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다룬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 청소년기의 심리적 갈등과 그 원인을 탐구하는 소설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 쪽이든 작가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어 독자들은 마음이 불편하다. 주인공 천지의 심리가 직접 서술되고 엄마와 언지 만지, 옆집 아저씨 오대오(별명), 화연과 그의 부모, 미라와 미란 자매 그리고 아버지 곽만호와의 관계가 그물처럼 얽혀있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는 철저하게 천지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으며 모든 것이 천지의 자살 원인을 밝히는 데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소설 첫머리에서 죽음을 던져 놓은 작가의 모험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수렴적인 방식으로 모든 인물들의 심리와 사건들이 하나로 모아지기 때문이다.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누가 죽었는지 어떻게, 왜 죽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천지의 언니 만지는 화연에게 화해와 용서의 손길을 내민다. 천지의 죽음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것보다 어쩌면 살아남은 사람들의 상처와 앞으로의 삶에 무게를 둔 것 같기도 하다. 그 의도야 무엇이든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그 관계에서 생긴 고통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을 보듬고 시간에 맡겨 모른 척 가슴에 묻어두기도 하는 것이 생의 진실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그저 우리 아이들의 미래의 희망이라는 판에 박힌 찬사만 늘어 놓는다. 왜 그들이 우리의 미래인지 그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는 것 같지는 않다. 내 아이의 미래만 중요한 부모와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은 오늘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반성해 보자. 한 아이의 자살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은 작가는 결국 ‘우아한 거짓말’이 아니라 소박한 진실을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 불편한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은 바로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성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읽혔다. 가족의 울타리 너머 조금만 더 넓게 그리고 멀리 내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아이를 바라보던 눈을 들어 주변의 아이들을 돌아보자. 그러면 내 아이의 진실이 보일지도 모른다.


09122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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