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후 직업의 미래 살림지식총서 288
김준성(김농주) 지음 / 살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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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는 알 수 없다. 다만, 예측이 가능할 뿐이다.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에서 국회의 동의 절차가 남아 있다. 어떤 형태로든 체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 힐러리는 이대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있으며 한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 어느 쪽도 쉬워보이지 않지만 국익을 빙자한 가진자들의 협상은 힘겨루기 양상을 띤 후 현실로 나타날 전망이다.

  그 빛과 그림자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아야 할 미래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논의도 토론도 전망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직업’과 직결된다.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막막하다. 다른 측면에서 밥도 안 됐는데 숟가락 놓는 격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한미 FTA 이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

  김준성의 <한미 FTA 후 직업의 미래>는 이런 불안에 대한 작은 고민이다. 고통스러운 미래가 다가올 것을 알면서도 현실은 요지부동이고 바꾸고 움직여야 하는 우리는 여전히 어찌할 바 모르고 비관적 전망만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미 FTA는 취약한 산업의 생산력 약화, 구조조정 심화, 소득 불균형 심화, 자원 배분의 효율성, 무역과 투자 촉진, 직업인의 국경 이동 등이 전망되며 직업 환경에도 양극화가 불어 닥칠 것으로 저자는 진단한다.

  법률, 의료, 금용, 언론과 광고, 문화산업, 디자인, 컴퓨터 게임, 부동산, 제조업으로 나누어 스치듯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살림 총서 ‘답게’ 깊이 없이 생각의 단초만을 제시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가볍지만 무거운 고민거리들을 던져준다. 어느 분야든 거대 자본과 경쟁력이 시장을 잠식할 것이며 우리는 그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뒤 멕시코의 일자리는 21% 가량 감소했고 농촌의 일자리는 130만개 사라졌다. 일시적으로 호황을 맞았으며 일부 수출업자들은 거대한 수익을 얻었고 할 일도 많아졌다. 그 빛과 그림자를 들여다보면 미래의 우리의 삶은 평화롭지 못하다. 끊임없는 경쟁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수출은 늘어나지만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상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고 오히려 감소할 위험도 크다.

  특히, 앞서 나열한 부문들에 대한 저자의 걱정은 취약한 기반과 온실에서 자란 화초 같은 부분들에 집중되어 있다. 컴퓨터 게임이나 문화산업, 디자인 등에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고 법률과 의료, 금융, 부동산 등은 시장 개방과 동시에 거대한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국민 각자가 맡은 영역이 무풍지대가 될 순 없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머리카락만 날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한미 FTA 이후 10대 유망 직업이라고 제시한 것은 외국 투자은행의 준법 감시인, 성우, 컴퓨터 게임 기획가, 기업 인수 합병 전문가, 스포츠 패션 머천다이저, 선박 펀드 전문가, 싱어송라이터, 여객기 조종사, 국제 축구 저널리스트, 인력 자원 전문가이다. 이 밖에도 새로운 직업이 다수 등장할 것이고 기존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삶의 방식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또한 저자는 한미 FTA 시대에 유망한 미국 자격증도 제시한다. 미국 가족 및 결혼 상담사 자격증, 미국 화재 조사관 자격증, 미국 변호사 자격증, 미국 항공정비사 자격증, 미국 한의사 자격증, 미국 퍼스널트레이너 자격증, 미국 파이낸셜리스크(FRM) 자격증, 미국 의사 자격증,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그것이다.

  한미 FTA 이후 한국의 직업 시장은 크게 변할 것이다. 직업이 서로 결합하고, 지구 환경을 다루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이 생길 것이며, 지식을 다루는 직업이 각광받고, 대중예술과 관련된 직업이 주목받으며 브랜드 관련 직업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저자의 전망은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글퍼지는 것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의 상품 가치를 극대해야 하는 시대를 숙명처럼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사는 일이 어디 쉬울까마는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행복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 삶은 계속될 것이고 세상은 돌아갈 것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시장 분석을 철저히 해서 유망한 직업을 미래 준비해야 하는 세대보다 생존이 달려있는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준비와 고민을 언제부터 시작할 것인가. 우리가 믿고 있는 국가와 정부는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인가. 대통령 선거로 세상이 시끄러워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살피고 준비해야 할 미래를 고민하는 놈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선택할 것이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며 시지프스의 신화를 기억해야 한다.


07101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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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7-10-3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주의 리뷰 당선되셨어요~ 축하드려요 ^^

sceptic 2007-11-01 22:42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순오기 2007-11-02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고나니 고3,중2,초6 삼남매의 불투명한 미래가 마구 걱정되어서...이 책 한번 봐야할 것 같아요.
그래도 '희망'이란 이름에 기대고 열심히 물주며 키우렵니다!!
이주의 리뷰 축하합니다!

sceptic 2007-11-04 19:32   좋아요 0 | URL
이 책이 답을 제시해주지 못할 테지만, 고민의 한 자락은 제공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희 아이들에게 '희망'을 버릴 수는 없지요. 유일한 우리들의 미래이니까요.

비로그인 2007-11-0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에 당선되셨에요? ㅎㅎ ^^
FTA에 대해 수업시간에 배운적은 있지만 법률적 문제밖엔 다루지 않기 때문에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무지했어요.
글을 읽고 나니 막막해지네요. 내 자신의 가치를 점수로 매겨보면 몇점이나 될까.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sceptic 2007-11-04 19:33   좋아요 0 | URL
이주의 리뷰...잊을만하면 한번씩..ㅋㅋ..감사하죠...책 몇 권이 또 생겼으니...

자신의 가치는 기준과 잣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수량화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하기도 하죠...우리는 서로 너무 소중하지 않나요? 그냥 '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