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
수잔 손택 지음, 김전유경 옮김 / 이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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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위한 여러 가지 제안과 방법들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기적인 목적으로 주변 상황을 변화시키고 개인의 안락만을 도모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간의 이타성은 그 유전적 요소에만 기대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인류 사회에 수없이 명멸했던 사람들 중에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생애와 사상은 치열한 현재가 되기도 하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기도 한다. 어렵고 고통스럽게 걸었던 길들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거닐 수 있는 산책로나 대로가 되어 버린 경우도 많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그를 떠올리고 책을 통해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혁명을 위한 전사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생각과 행동은 편안하지 않은 길을 걸었다. 그 길이 때로 힘겹게 때로 편안하게 보였을지라도 그녀의 생각과 삶의 흔적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사람은 모두 다원적이다. 일면만이 소개되거나 한 가지로 규정지을 수 없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 사람의 가장 큰 특지이겠지만 또 다른 모습과 상반된 행동과 생각들이 고루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의외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도 흥미롭게 바라보기도 한다.

  <해석에 반대한다>, <타인의 고통>, <은유로서의 질병> 등에서 보여주었던 수잔 손택은 <나, 그리고 그밖의 것들>이라는 소설집에서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1963년부터 1978년까지 발표되었던 단편들을 모은 책으로 작가로서의 그녀를 만나보게 한다. 학자로서가 아니라 작가로서 살고 싶었던 그녀의 희망대로 훌륭한 문학 세계를 구축했지만 작품 외적인 저작들이 불러일으킨 논란과 사회적 관심과 행보 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수잔 손택은 항상 비판적 관점에서 기존의 질서와 틀을 거부했다. 그것이 삶의 질서이든 기득권층이 가진 권력이든 폭력적인 세계 질서든 상관없이 말이다.

  일곱 편의 단편을 통해 작가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일상의 문제를 다루며 개인적 경험을 고백하고 있다. 맨 앞에 등장하는 단편 ‘인형’은 인상적이다. 자기 복제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그려내지만 일상에서 벗어난 사람의 삶이 결국 행복하다고 말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킬 박사’와 ‘사후 보고’도 마찬가지로 현대인의 일상을 통해 출구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곳으로부터의 탈출과 일탈을 꿈꾸지만 결국 그 한계를 지닌 채 각성의 시간만을 제공할 뿐이다. 뿌리 뽑힌 자아의 모습은 어느 곳에도 쉽게 놓여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영혼들’과 ‘베이비’는 미국적인 소설이다.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 정신이 은유와 풍자를 통해 드러난다. 우회적인 비판과 적절한 지적은 소설이 아니어도 좋겠지만 또 하나의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 속에 드러난 작가의 고백들이다. 픽션을 전제로 한 소설에서 작가의 경험을 추론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중국 여행 프로젝트’, ‘안내없는 여행’, ‘오랜 불만을 다시 생각함’과 같은 단편들을 통해 작가의 영혼의 일부를 훔쳐 보았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감성적이고 지적인 태도로 당대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이 발딛고 서 있는 현실을 돌아보는 작가의 태도는 쓸쓸하다. 외로움을 보았다면 작가의 소설을 통한 독자의 지나친 추측일지도 모르겠지만 작가의 눈은 표지 사진보다 깊어 보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잔 손택의 소설집을 읽는 것은 그녀가 다른 책들에서 보여주었던 시선과 생각과 또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나 다양한 시선과 감성과 생각을 벼리며 산다. 그것을 표출하지 못하더라도 말로써 때로는 행동으로 보여주기도 하도 꿈을 꾸며 살아가기도 한다. 작가의 진짜 꿈은 이렇게 현실보다 작품 속에서 실현되는 현실은 아니었을까?

  제목처럼 ‘나’와 ‘그밖의 것들’ 사이에 벌어진 간극만큼 현실은 부조리하다. 하지만 작가는 결국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현실을 감싸고 꼼꼼이 살펴보고 애증을 간직한채 그것과 함께 하는 것이 작가가 선택한 길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인 경험과 그 속에서 부딪히는 현실 사이에서 작가는 오랫동안 전해오던 외로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논리적이고 부조리한 현실과 맞서 싸울 힘과 용기도 결국 삶이라고 하는 굳건한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고 믿는다. 내가 발딛고 선 땅 위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휘두를 수 있는 날선 비판의 칼날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를 위해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소설이 소설로 읽히지 않는 그녀의 작품은 그녀의 영혼을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07090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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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잔 손택이군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

프레이야 2007-09-0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었던 책입니다. ^^

sceptic 2007-09-07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택 좋아하시면 한 번 읽어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