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위기는 ‘요즘 애들 큰일이다’처럼 식상한 우려와 시대마다 반복되는 장난일 뿐일까?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들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해서 소위 말하는 훌륭한 작가라고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대중매체를 통해 엄청난 광고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책을 파는데 열중하는 출판사를 믿을 수는 없다. 2010년쯤 되면 또다시 지난 10년간의 문학적 성과와 문학계를 정리하는 특집들이 계간지에서 마련될 것이고 그 흐름을 주도했던 순간들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더듬거리는 작품들이 될 것이다. 세태를 반영했던 수많은 소설들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가 어떠했든 정이현의 <오늘의 거짓말>은 <낭만적 사랑과 사회>만큼 별 볼일 없다. 80년대에서 90년대 등장한 여성 소설가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저마다 날선 칼날과 비판적 시각이 있었으며 부드러운 감수성과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류’라는 수식어 자체가 주는 차별적 시각을 불식시켰고 문학적 성과는 그저 작가의 입장에서 정리되기에 이르렀다. 소설이 단순히 독자 개인의 취향에서 오호를 논하고 내용이나 형식을 지껄이는 것으로 치부된다면 독자의 반응은 물론 다양하게 살필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가볍고 무거움을 떠나 소설이 주는 진정성은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독자에게 오해될 소지가 충분하다. 정이현의 소설들은 동시대인의 초상들을 전면에 배치한다. 하지만 전형성은 상실되고 오히혀 밋밋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작가의 장점이라면 세태를 읽어내는 감각과 현재성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들 속에서 잊혀 질 수 있거나 스치기 쉬운 부분들을 단면을 적절하게 제시한다. 그것에 대한 쓸데없는 진지함과 지나친 감상을 걷어낸다. 때때로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은 독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냉소와 허무에 가까운 시선들은 인물이나 사건들을 뒤집고 비튼다. 하지만, ‘어금니’의 화자나 ‘위험한 독신녀’의 채린 같은 인물들은 굳이 이 시대를 대표하지도 특별한 감동도 가질 수 없는 평범한 소품처럼 보인다. 전면에 배치된 ‘타인의 고독’, ‘오늘의 거짓말’, ‘비밀과외’ 등은 전작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두 번째 소설집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제 자리를 맴돌고 있으며 다음에 대한 기대와 흥분을 일으키지 못한다. ‘삼풍백화점’이나 ‘익명의 당신에게’ 그리고 ‘어두워지기 전에’는 소재의 특별함이나 접근 방식이 독특해서 눈에 띠긴 하지만 긴장감도 없고 여운도 남지 않는다. 단막극 드라마나 방송 작가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갖춘 작가의 단편들은 소설이 주는 특별함을 찾을 수 없어 난감했다. 가벼움과 무거움, 냉정함과 강렬함이 부족하고 전복적이지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지도 않는 소설이 이제 재미없어지는 것은 개인적인 성향의 변화인지 소설 장르의 위기인지 알 수 없으나 좀 더 자극적이고 재밌는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이기적 욕망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설령 나 만의 욕망일지라도. 070803-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