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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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과 서양의 구분과 영역은 명확하지 않다. 굳이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빌려오지 않더라도 동양은 서구 중심의 용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유럽에서 볼 때 우리는 동쪽에 위치한 중동을 포함해서 일본까지 모두 동양이 된다.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유럽과 미국은 물론 서양이 된다. 방향은 기준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인 용어로 굳어졌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언어는 많은 것을 규정한다.

  미국인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는 동양과 서양이라고 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정작 동양의 모태가 되었던 중동, 즉 이슬람 문화권은 빠져있다. 어쨌든 곁가지를 모두 잘라내고 나면 이 책에서 말하는 동양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이 양념으로 들어간다. 서양은 유럽을 포함한 미국을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통상적인 방법으로 구분한 동양과 서양을 들여다보는 일도 의미가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 이 책에 대한 첫 번째 느낌이다.

  그러나 기준과 전제가 불문명하고 쉽게 동의할 수 없지만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심리학자들의 실제 실험들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설득력이 있는지 따져볼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경우가 수가 존재하고 실험의 목적과 과정 자체가 완벽하게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의 인식 상태와 사고 구조에서 객관이라는 용어 자체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주관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객관성을 위한 노력들과 서로 상반된 두 개의 관점을 인정할 만하는 것이다. 2004년 4월에 나온 책을 2007년 1월에 22쇄를 찍었으니 엄청나게 팔렸다.

  많이 팔리기 위해서는 적당한 분량과 흥미 있는 내용, 간결하고 쉬운 문장 등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 <생각의 지도>는 이런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동양과 서양을 비교하는 중심에 ‘사람’을 놓았다. 사람들의 생각과 심리적 차이는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텍스트가 된다. 더구나 저자인 니스벳 교수에게 지도받은 역자 최인철은 사회심리학자로서 전문가답게 적절하고 쉬운 설명으로 번역한 책이 지니는 어색한 문장이나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들을 잘 다듬어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동양(사람)은 도를 중시하고 더불어 사는 삶과 전체를 보는 시야, 상황론, 동사와 경험을 중심으로 한다. 이에 반해 서양은 삼단 논법을 중시하고 홀로 사는 삶, 부분을 보는 시각, 본성론, 명사와 논리를 중심에 놓고 있다. 이 책은 8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이것들을 각각 비교하고 실제 실험을 통한 결과들을 제시함으로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지막에 동양과 서양에서 벌어지는 사고 방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그리고 누가 옳은 것인지에 대해 필자의 견해가 덧붙혀져 있다.

  컵은 옆에서 보면 사각형 위에서 보면 원형이다. 하나의 사물이나 사건을 놓고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이나 프랑스 영화 <라 빠르망> 등 영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법 중의 하나인 서로 다른 관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과 위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문화의 지도는 정확하게 칼로 잘라 낼 수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선입견의 벽은 무섭다. 그러나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접근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사소한 것이 큰 차이를 만든다. 항상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화법의 주인공들에게도 유효한 책이다. 동서양의 차이나 문화의 다양성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대한 교훈까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가볍게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권해줄만한 <생각의 지도>는 당연하게 여기는 통념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기도 하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차별과 평등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늘 우리들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아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와 장애인과 노숙인과 동성애와 여성과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북한과 심지어 가난한 사람들까지도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070417-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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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07-04-1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멋지게 쓰신 리뷰를 보니 반갑습니다.
22쇄의 힘에는 분명 대학교재의 공이 크겠지만 22쇄 찍힐 만큼 많은 사람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짱꿀라 2007-04-18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얾음장수님처럼 저도 잘 읽고 갑니다. 저 또한 읽은 책인데 많은 도움을 받았답니다.

sceptic 2007-04-2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님이나 santaclausly처럼 제게도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