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를 알고 가르치자
김유미 지음 / 학지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인간의 두뇌에 관한 호기심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에 대한 것만으로도 신의 영역을 들여다 본 듯이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모두 알고 싶은 욕심도 없다. 특히, 물질적인 뇌의 구조와 영역을 나누고 각각의 역할을 실험했던 수많은 과정들 때문에 의학의 발달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심리학이나 교육학 등 인류의 문명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에는 늘 ‘문’이 존재하는 법이라고 한다. 후회할지언정 인간은 늘 그 문고리를 잡아당기고 만다.

  인지 심리학이나 교육학의 경우 기초 학문 분야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인지 신경 과학의 경우 뇌전도나 MRI 촬영이 블랙박스를 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쨌든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은 뇌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그 한 축을 형성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몸과 영혼을 관장하는 뇌의 기능을 안다는 것은 인간의 학습과 행동과 반응 등 많은 것들을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두뇌 기반 학습에 관한 관심과 연구는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학지사에서 2002년에 나온 김유미의 <두뇌를 알고 가르치자>는 3쇄가 발행되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많은 독자와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두뇌에 대한 관심이나 교육에 대한 흥미로 접근하는 독자들에게도 권할 만하지만 잘못된 상식과 모르고 저지르는 아이들에 대한 실수들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모두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겠다.

  뇌에 관한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은 물론이고 연령별 두뇌 발달과 연구 성과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궁극적으로 교육에 관한 많은 시사점을 전해 준다. 특히 아동의 다양성에 관해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이나 풍요로운 경험의 중요성, ‘주의注意’, ‘정서’, ‘음악’ 등과 관련된 이론과 교육의 적용에 관한 이야기들은 귀 기울여 들을만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사실들은 원인과 대책을 모를 때가 많다. 원인을 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그 해법과 대안은 자연스럽게 찾아지기 마련이다. 예전부터 그래왔다는 막연함이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막막함으로부터 뇌에 관한 연구는 인간을 밝은 세상으로 나오게 해 주었다. 다양한 과학 기술의 발달과 지적 호기심의 결과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손쉽게 알아내고 있다. 단순한 누적적 지식의 양으로 인간의 문명을 판단할 순 없지만 우리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적응하기 힘든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뇌에 관한 연구도 이와 같이 계속될 것이고 그 성과 또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러나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아이들을 키우고 대하는 태도가 어떠하며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궁극의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두뇌 기반 학습이 효율적이라면, 그것을 수업에 활용할 때 놀랄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분명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교육의 목적과 사회의 변화에 따른 교사들의 태도 변화와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뛰어난 전술들은 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만다.

  훌륭한 전략에 대한 적절한 논의와 관심 그리고 효과적인 전술들이 결합될 수 있는 풍토를 상상해 본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모두 다 교육에 반영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맹목적인 경쟁과 가진자를 위한 교육에는 근본적인 대책과 해결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잘해보자’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3불 정책을 흔드는 몇몇 대학들의 배타적 이기주의와 0교시 부활에 관한 소식들이 뉴스 일면을 장식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교육을 위시한 모든 정책들은 언제나 기득권 보호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고 세상은 불온하고 검은 그림자를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번지르르한 말과 명분뿐인 구호들만 난무하는 세상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신동엽의 말처럼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07041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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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4-1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너무 잘 쓰셔서 모시고 갑니다. 모시고 가도 되죠. 행복하세요.

비로그인 2007-04-1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멩이만 남기고 껍데기가 가는 세상은 언제나 올지..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답도 없고 이야기 끝에는 꼭 한숨이 섞입니다.

sceptic 2007-04-15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ntaclausly님 쓸데없는 글 가져가셔도 물론 상관없죠. 늘 건강하세요.

承姸님, 답이 없어도 끝없이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죠. 내일부터 또 찾아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