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낙타와 성자
엘리아스 카네티 지음, 조원규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1. 표지와 디자인

하드 커버의 책은 두 종류다. 적은 분량을 벌충하거나 선물용으로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 또 하나는 두고두고 오래 볼 수 있는 소장 가치가 있거나 두꺼운 분량을 잘 지탱하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 엘리아스 카네티의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는 전자에 해당된다. 황금빛 햇살이 눈부신 사막과 낙타, 사람들의 모습이 음영으로 처리된 감각적인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낙타의 길게 늘어진 목을 연상시키는 제목의 제자도 멋스럽다.  제목이 <성자가 된 청소부>를 떠올리게 하지만 무관한 책이다.

2. 주관적 평가

그러나 돈을 주고 이런 책을 사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나는 절대 사지 않겠다.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사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 없다. 누군가 그렇게 표현했듯이 ‘나무에 대한 예의’가 없는 책이다. 구매 등급 ★★

3. 내용과 의미

노벨상을 탔다고 해서 책을 사보거나 경외감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모든 문학상이 그렇듯이 노벨상이 주는 권위와 객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벨상을 거부한 작가들에 대한 생각도 일조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엘리아스 카네티가 쓴 모로코의 마라케시에 기행 수필 정도로 볼 수 있는 책이다. 아주 오래된 도시의 이국적 풍경들에 대한 감상과 작가 특유의 사유가 나타나 있다.

영화 촬영을 위해 1954년에 모로코를 찾은 작가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그들의 삶에 대한 애정과 공감이라기보다 이국적인 것들에 대한 관찰에 치중하고 있다. 자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카네티도 주머니에 돈을 들고 다니며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관 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철저하게 여행객, 혹은 관광객의 입장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문화적 우월감으로까지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진지한 성찰과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내용에 공감할 수 없다. 모로코에의 낯선 풍경, 특히 낙타와 관련된 일화로 시작되지만 그것 이상은 얻지 못했다. 문명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삶이 단순히 희망적이지도 강한 생명에 대한 애착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번역된 문장이 전해주는 아름다운 울림도 없다. 극히 주관적인 것이 책에 대한 인상 비평들이겠지만 적어도 내겐 메마르고 서걱이는 불협화음으로만 들린다. 특히 1968년의 책을 2002년에 다시 출판할 정도의 의미를 찾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다.

어떤 문화든 그들 고유의 삶에 방식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그들 나름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있다. 그것들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많다.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세상에 대한 고정된 눈을 점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문명에서 조금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있는 그대로를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경건함으로 다가온다. 현대인의 삶을 생각하는 것은 우리들 스스로의 눈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아련한 시선이다. 그 시선을 거꾸려 돌려 문명 밖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은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해 반성하게 한다. 우리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의 대상일 뿐이다.


06121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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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14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상 수상하면 주가가 올라가는 건 사실이에요.
저같은 사람들이 눈여겨 보기 때문이겠죠.

짱꿀라 2006-12-15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책 아주 괜찮은 책입니다. 인식의 힘의 리뷰도 정말로 멋지구요.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책만 읽고 덥어 두었는데 다시 한 번 책을 보고 리뷰를 써야 할 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요.

sceptic 2006-12-1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노벨상이 주는 의미가 크지는 않은거죠?

santaclausly님 저는 이 책의 내용도 의미도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별 감동없는 책이었습니다. 님도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비로그인 2006-12-18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상은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을 화재의 인물로 만들고 상금도 주잖아요.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만큼 의미도 크겠죠.
노벨상 받은 작품이 다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