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과 북이 하나일 수밖에 없는 건 같은 언어를 쓰기 때문만은 아니다. 식성도 마찬가지다. 그깟 이데올로기때문에, 정확하게 말하면 외세에 의해 치러진 대리전쟁, 몇십년간 떨어져 산다는 건 한마디로 넌센스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는 관광상품이 아니다
우리는 잊고 산다.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있다는 것을. 파주에서 차로 20분이면 바로 북한땅인데.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거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건 떨어져 사는게 정상은 아니다. 막연히 언젠가 합칠 것이라 생각만 해서는 안된다.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오느냐다. 양 국가의 정상이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충분히 준비를 한 다음 하나의 국가로 합치든 아니면 한 국가 두 체제의 연방제를 합의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기에 어떤 변수가 터질지 알 수가 없다. 남과 북 어느 한쪽에서 쿠테타가 발생하여 전쟁으로 확전될지도 모른다.
영화 <강철비>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만들었다. 북한 최고존엄의 유고를 전제로 남과 북의 치열한 공방전을 담았다. 그 중심에는 정우성과 곽도원이 있다. 북한 장교 역을 맡은 정우성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이질감이 든 반면 청와대 수석 역의 곽도원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여전히 기분 나쁜(?), 분명히 선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로 정면승부를 했다. 어떤 역을 맡아도 느물거리는 그의 캐릭터는 확실한 장점이다.
먼 훗날 분단이 끝나면 우리는 현실에서는 평화를 누릴지 몰라도 영화의 중요한 소재 하나는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지위를 잃게 될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통일이 되어야 한다. 따로 떨어져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하나의 몸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같은 국수를 깽깽이와 잔치로 부르는 것은 허용하더라도.
덧붙이는 말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들라면 역시 국수다. 어쩌면 그리 허겁지겁 맛깔나게 먹던지 보는 내내 침이 고였다. 알고 보니 체인이었고 다행히 집 근처에 있었다. 이번 주말엔 무조건 가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