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드라마 <대장금>에서 대사에 "단도리"라는 말을 써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장금이네 가족은 숨어 사는 처지인데
어린 장금이는 활달해서 글도 배우고 싶어하고 사내아이들이랑 잘 놀기도 한다.
자기 아빠가 군관 출신이란 소리를 입 밖에 내기도 한다.
아빠는 아이가 이쁘다고 봐주기만 하니,
장금이 엄마가 아이 입단속을 해야 한다며 "안 됩니다, 단단히 단도리해야 합니다."고 한 것이다.
"단도리"는 일본말이라고 한다. 나도 그때까지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그래서 제작진이 주의하겠다고 사과하기까지 했는데,
나중에 제조상궁 입에서 "단도리"라는 말이 또 나왔다. ^^;
작가랑 피디가 까먹었나 보다.)
"단도리"가 아니라 "단속"이 옳다고 하는데,
단속, 하면 음주 단속, 불법 영업 단속 등등 왠지 관에서 쓰는 말 같아서 거리감이 있다.
내 느낌에 "단속한다"보다는 "다잡는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다잡다
[--따]
〔다잡아, 다잡으니, 다잡는[-잠-]〕「동」【…을】
「1」다그쳐 단단히 잡다. ¶농부는 다시금 괭이를 다잡았다./아낙은 칭얼대는 아이의 손을 다잡으며 잰걸음을 놀렸다.
「2」엄하게 단속을 하거나 통제하다. ¶반 아이들이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말썽을 피우니 소풍을 가면 아이들을 어지간히 다잡지 않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3」들뜨거나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혀 바로잡다. ¶마음을 굳게 다잡다/동생은 며칠 남지 않은 시험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했다./명훈은 자칫 약해질 것 같은 마음을 다잡으며 한층 목소리를 차게 했다.≪이문열, 변경≫
「4」단단히 다스리거나 잡도리하다. ¶일이란 처음부터 다잡아 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명수는 그렇게 해서 광표와 처음 충돌했다.≪한수산, 부초≫/당장 메어꽂을 듯한 기세로 상대방의 서슬을 다잡고 나더니 할머니는 사뭇 훈계조가 되었다.≪윤흥길, 장마≫
「5」어떤 사실을 꼭 집어내거나 다지다. ¶그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다잡아서 말하기가 어렵다.
(표준국어대사전)
뜻을 읽다 보니 "잡도리"라는 말이 나오는군. 그러고 보니 "단도리"라는 말을 널리 쓰게 된 것은
이 "잡도리"와 헷갈려서가 아닐까?
잡도리
[-또-]
「명」「1」단단히 준비하거나 대책을 세움. 또는 그 대책. ¶처녀는 표정이 일변하면서 드러누운 남자 편을 흘깃 곁눈질해 보더니 냉큼 일어설 잡도리를 했다.≪이문희, 흑맥≫
「2」잘못되지 않도록 엄하게 단속하는 일. ¶이번에 잡도리를 못하면 더 버릇없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3」아주 요란스럽게 닦달하거나 족치는 일. ¶매에 못 이기어 아무렇게나 대어 놓으면 또 잡도리가 시작되는 것이다.≪이무영, 농민≫
「4」『북』어떤 일을 하거나 치를 작정이나 기세. ¶아마 술집과 기맥이 통하는 포교 놈들이 트집으로 잡아다가 물건깨나 옭아낼 잡도리였나 봅니다.≪높새바람, 선대≫
(표준국어대사전)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 따르면 다잡이, 잡도리와 반대되는 말, 곧 "군대나 직장에서 아랫사람에게 엄한 감독을 늦추어 조금 풀어주는 일"은 "늑줄 준다"고 한다. "늑줄"은 "동여매었으나 좀 느슨해진 줄"(표준국어대사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