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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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육백년된 팽나무가 모티프가 되어 <할매>가 탄생했다.

1-2부는 팽나무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분이 제일 난도가 높다. 환경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다양한 나무와 새가 나온다. 개똥지빠귀가 품은 팽나무 씨앗이 발아가 되었다.

할매의 탄생과 함께 흘러간 한국사 600년. 조선시대-동학-일제강점기-새만금 수라.

작가님도 다큐 <수라>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나도 <수라>를 보며 20년 동안 새만금을 지킨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자연 그대로의 새만금이 너무 아름다워 지키게 되었다고. 작가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조선 600년사나 근대사를 다 보여주진 않는다. 당연히 들어갔을 것 같은 31혁명이나 625전쟁은 빠져있다.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을까? 책을 덮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동학이 들어간 이유도 작가님의 철학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 천주교 배척과 문정현 신부님. 서학을 이야기하면서 동학을 빼놓을 수 없다. 더군다나 전라도는 동학농민혁명의 불씨가 일어난 곳 아닌가? 작가님처럼 동학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요약한 저자는 못 본 것 같다.

작가님은 지역에 의미를 둔 것이었다. '군산'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군산의 육군비행학교 이야기가 들어간 이유다. '카르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할매>를 읽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대한 이야기를 짧고 굵게, 생명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끝까지 읽게 한 힘은 역시 원로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첫 1,2장만 잘 넘기면 뒤에부터는 술술 읽힌다.


전라도 내륙 지방의 농악을 좌도농악이라 하고 해안가와 들판 지역의 것을 우도농악이라 불렀따.
맨 앞에 농자천하지대본이라 쓴 농기와 용기 영기 등의 깃발과 노랑빨강 파랑 검정 하양 등의 오방색 깃발이 나서고 태평소, 꽹과리, 장구, 북, 징, 소고 등이 늘어서고 열두발 상모 벙거지를 쓴 풍물꾼과 잡색 창기 양반 할미 한량 등이며 무동 아이 광대 들까지 길게 늘어서서 길놀이를 시작했다. 꽹과리만 상쇠 포함하여 다섯인데 그중 상쇠가 가락과 장단을 열어주면 모든 악기가 그에 맞추어 따라 두드린다. - P148

동학군은 복색도 제각가, 병장기도 천차만별이었다. 패랭이에 덧저고리나 쾌자 전복 걸친 놈에, 털벙거지 쓰고 사령배 복색을 한 놈, 맨상투에두건 쓴 놈 등 각양각색이었다. 들고 있는 병장기도 환도에 괭이, 쇠스랑, 장창, 죽창, 그리고 활과 화승총에다 대접주들은 천보총도 가지고 있었다. 논산에서부터 공주로 가는 길에는 농민군이 하얗게 깔렸다. 오가는 말을 들으니 경기도 어르에서부터 본진의 한양 입성을 위하여 요소마다 동학농민군이 일어났는데, 삼남의 군세까지 합치면 십여만이 넘을 거라고 했다. 충청도에서 보은 옥천 거쳐서 치고 올라온 손화중 부대와 전라도에서 전주와 삼례 거쳐서 논산에 이른 전봉준의 중군 부대를 합치니 그 수가 사만여명에 이르렀다. - P160

에전부터 하제 마을 뒤 소나무 언덕을 넘어가면 금강에서부터 시작되는 내초도 갯벌과 연이어진 수라 갯벌이 펼쳐졌고, 물이 썰 때 좌우로 돌아보면 만경강 건너 거전 갯벌, 또 그 너머 동진강 하구의 계화 갯벌ㄹ에서 해창 갯벌까지 아득한 검은 벌판이 내다보였다. 강 세 줄기가 이러우낸 하구들이 바다와 만나는 그 엄청난 갯벌 천지에 게 소라 조개 물고기가 가득했고 철새들이 구름처럼 날아와 먹이를 다투었다. 오촌 동네마다 공동 어살을 쳤고 갯벌 곳곳으로 점점이 흩어진 사람들은 자기 동네 근처 갯벌에서 조개를 캤다. - P180

금강 만경강 동진강의 하구를 막아 갯벌을 매립해서 농지를 얻겠다는 서해안 간척사업은 집권에 급급한 정치인과 탐욕스러운 건설업자와 사익을 위하여 거들었던 언론이 어우러져 저지른 토목 범죄였다. 계획 준비 기간은 칠십년대부터 삼십년이었지만 그 기간에도 공사가 그쳤다가 찔끔찔끔 다시 시행되곤 했다. 신군부가 재집권하면서 전라도 민심을 달래고 표를 얻기 위하여 즉흥적으로 내놓은 안이 새만금 개발사업이었다. 공사 시작 이후 이십여년이 지나서 농지 확대라는 목적은 시대적 효용성을 잃었고, 산업단지, 레저 관광 용지, 재생에너지, 심지어는 매립 자체가 발전이라는 식의 개발을 위한 개발로 애물단지가 되어간 과정이었다. 방조제 공사와 갯벌 매립으로 바닷물이 흘러드는 속도가 느려지고 조금 때는 육지 근처의 갯벌까지 미치지 못하면서 갯벌을 말라서 갈라 터지고, 소금기가 하얗게 뒤덮였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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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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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육백년된 팽나무와 육군비행학교, 새만금 수라 이야기. 방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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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나 - 2025 경기히든작가 선정작
이보리 지음 / 싱긋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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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인, 김연이, 윤점혜, 정순매. 

비비안나, 유릴안나, 아가다, 발바라. 


1800년 천주교를 믿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여겨, 결혼 대신 위장 결혼을 선택한 여성들. 이들은 조선의 유교사회와 가부장제 하에서는 죄인이었다. 효수를 당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시점이 아닌, 그녀를 관찰하는 사헌부 감찰 최의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왔던 단 한 줄. "죄인 영인은 본래 물러난 궁인으로서 주가 놈에게서 세례를 받았는데 비비아나라는 호를 지었습니다."


격동의 19세기.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습과 악습과 싸웠다. 그들이 바라던 세상을 이룰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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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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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내용이 많은 책이었다. 역시 20년 글쓰기를 업으로 하면 이런 내공이 쌓이는 구나. 

AI수업을 들으면서 단박에 알아맞추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다. 


저자의 상황이 나와 비슷해서 더 공감이 갔다. 원래 작가가 꿈도 아니었고 직장 생활을 12년 하고 생계를 위해 글쓰기를 업으로 했기 떄문이다. 나는 이제야 막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나도 글로 먹고 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20년동안 꾸준히 글을 쓰는 게 목표다. 저자가 에세이, 기고물을 시작해서 장편소설로 넘어온 것도 인상적이다. 장편을 쓰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몰입해야한다는 말도. 인간관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게다가 쓰면 쓸수록 내가 무지하고 부족하다는 사실만 또렷해지는 느낌이다. 다만 쓰기의 어려움을 반복해서 껶다 보면 어디에 어떤 고민과 고통이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된다. 불완전하나마 그 과정을 통과해낸 경험치라는 것도 생긴다. 지난 20년 간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며 깨우친 것들 -적어도 내 안에서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8쪽


단 한 번도 작가 지망생이 아니었떤 내가, 직장인 시절엔 3년마다 업계를 바꿔가며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던 내가 이토록 오랜 기간 질리지 않고 글을 쓰는 걸 보면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문장을 쓰는 행위에는 지독한 마력 같은 게 있는 것이 분명하다. 8쪽


글에 가장 깊은 진심을 담으면 쓰는 사람은 쓰면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소중하고 중요한 어떤 것을 자유롭게 쓰고 있다면 글쓰기 작업에 반드시 수반되는 물리적 가혹함을 견뎌 낼 수 있다. 간절히 쓰고 싶었떤 이야기를 가장 정직하게 써나갈 떄 나는 보다 진정한 나자신이 되어간다. 쓰는 글이 소설이라면 내가 이해하고 사랑하는 하나의 세계가 구현되어 진다. 


'샛길이 없는 정직한 세계'라는 글쓰기의 특징도 나에게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글쓰기는 공평하다. 요령이 통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이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뿐이다. 18쪽


이러한 글쓰기의 매력적인 성정들은 다분히 '고요함'을 필요로 한다. 혼자일 것, 적요할 것. 주변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글을 쓰는 사람의 몸에는 얇은 막이 하나 뒤뎦혀 있고, 그 안쪽으로는 적막이 존재한다. 그 적막에서 나의 생각과 감각을 느끼며 가만히 지켜본다. 이 고독한 상태에서는 주로 지치고 힘이 빠지지만 종종 감미로움과 때로는 관능마저 깃든다. 마음의 진실을 따라가는 일은 나 자신에게 제대로 돌아왔따는 확실한 감촉을 느끼는 것이다. 그때 나는 가장 매혹적인 상태의 내가 되었음을 감지한다. 


진정한 글쓰기는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행위와도 무척 닮아 있다. 영혼의 작용과 나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것. 진실과 본질을 마주하는 행위라는 점에서도. 꾀가 통하지 않고 매번 경험해도 학습이 됟지 않는다는 어처구니없음도. 사무치게 고독한데 그 점이 벅찬 감동을 안겨준다는 면에서도. 19쪾


원고 작업에느 집중과 몰입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오로지 글이 최우선 순위다. 23쪾


글을 '쓴다'는 개념은 사실상 '고치고 또 고친다'라는 의미이다. 30쪽


그렇다면 누가 글을 쓰는가. 그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사람이, 내 안에서 생각이 흘러넘치는 사람이 글을 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글은 '절심함'과 '간절함'이 쓰게 한다. 쓰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것은 이미 내 안에서 이야기가 숙성되었다는 뜻이다. 터지기 전에 어서 빨리 빼내고 싶다. 그러나 투박한 배설이어서는 안 된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이야기일수록 조심스럽게, 소중하게 잘 다루어서 밖으로 내놓는다. 

어떤 글을 '절실하게'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 주제에 대해 충분히 '성철'하고 소화시키지 못한 것이다. 31쪽



하나의 주제로 긴 분량의 소설을 쓰는 것은 강력한 충동과 갈망이, 그리고 어떤 우연이 여러 번 겹쳐져야 가능하다. 43쪽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전작보다 더 나은 걸 쓰고 싶은 마음을 포기 못 하고 새 원고를 시작하면 또다시 책을 쓰는 막막함으로 깊은 숨을 내쉰다. 가만히 있으면 감이 죽고, 그렇다고 마냥 욕망이나 야망을 추구하기도 어려운 업이다. 105쪽


마냥 즐겁기만 한 에술가는 없어. 어느 때도 무엇에건 만족할 일은 없어. 그저 이상하고 신성한 불만족만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뿐이야. 다른 이들보다 더욱 살아 있게 해주는 축복받은 불만만이 있을 뿐이야. 105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은 자기통제의 습관이 몸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 경지까지 가려면 글 쓰는 일 자체를 '정말로' 좋아해야 한다.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글을 쓰기가 어렵다면 글 쓰는 일을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127쪽


해치워버리니즘

수정은 글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수련'이고 이 업이 자못 수도승의 삶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해준다. 140쪽


장편소설을 쓰고 난 후의 형언하기 힘든 속 시원하면서도 허탈한 느낌은 아이를 낳았을 때와 흡사했다. 165쪽


작가는 결국 글자 그대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 어떻게 그것을 만들지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190쪽


삶은 할 일로 채워지는 것이지 안정과 성취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 관념이다. 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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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관찰 일기 쓰기 - 관찰하고 기록하며 자연과 친해지는 법
클레어 워커 레슬리 지음, 신소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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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978년부터 자연 관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55권의 일기. 하루 20분. 

자연 관찰 일기에서 중요한 건 글이나 그림보다도 얼마나 잘 '보고' 기록했는가 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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