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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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내용이 많은 책이었다. 역시 20년 글쓰기를 업으로 하면 이런 내공이 쌓이는 구나. 

AI수업을 들으면서 단박에 알아맞추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다. 


저자의 상황이 나와 비슷해서 더 공감이 갔다. 원래 작가가 꿈도 아니었고 직장 생활을 12년 하고 생계를 위해 글쓰기를 업으로 했기 떄문이다. 나는 이제야 막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나도 글로 먹고 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20년동안 꾸준히 글을 쓰는 게 목표다. 저자가 에세이, 기고물을 시작해서 장편소설로 넘어온 것도 인상적이다. 장편을 쓰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몰입해야한다는 말도. 인간관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게다가 쓰면 쓸수록 내가 무지하고 부족하다는 사실만 또렷해지는 느낌이다. 다만 쓰기의 어려움을 반복해서 껶다 보면 어디에 어떤 고민과 고통이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된다. 불완전하나마 그 과정을 통과해낸 경험치라는 것도 생긴다. 지난 20년 간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며 깨우친 것들 -적어도 내 안에서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8쪽


단 한 번도 작가 지망생이 아니었떤 내가, 직장인 시절엔 3년마다 업계를 바꿔가며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던 내가 이토록 오랜 기간 질리지 않고 글을 쓰는 걸 보면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문장을 쓰는 행위에는 지독한 마력 같은 게 있는 것이 분명하다. 8쪽


글에 가장 깊은 진심을 담으면 쓰는 사람은 쓰면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소중하고 중요한 어떤 것을 자유롭게 쓰고 있다면 글쓰기 작업에 반드시 수반되는 물리적 가혹함을 견뎌 낼 수 있다. 간절히 쓰고 싶었떤 이야기를 가장 정직하게 써나갈 떄 나는 보다 진정한 나자신이 되어간다. 쓰는 글이 소설이라면 내가 이해하고 사랑하는 하나의 세계가 구현되어 진다. 


'샛길이 없는 정직한 세계'라는 글쓰기의 특징도 나에게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글쓰기는 공평하다. 요령이 통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이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뿐이다. 18쪽


이러한 글쓰기의 매력적인 성정들은 다분히 '고요함'을 필요로 한다. 혼자일 것, 적요할 것. 주변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글을 쓰는 사람의 몸에는 얇은 막이 하나 뒤뎦혀 있고, 그 안쪽으로는 적막이 존재한다. 그 적막에서 나의 생각과 감각을 느끼며 가만히 지켜본다. 이 고독한 상태에서는 주로 지치고 힘이 빠지지만 종종 감미로움과 때로는 관능마저 깃든다. 마음의 진실을 따라가는 일은 나 자신에게 제대로 돌아왔따는 확실한 감촉을 느끼는 것이다. 그때 나는 가장 매혹적인 상태의 내가 되었음을 감지한다. 


진정한 글쓰기는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행위와도 무척 닮아 있다. 영혼의 작용과 나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것. 진실과 본질을 마주하는 행위라는 점에서도. 꾀가 통하지 않고 매번 경험해도 학습이 됟지 않는다는 어처구니없음도. 사무치게 고독한데 그 점이 벅찬 감동을 안겨준다는 면에서도. 19쪾


원고 작업에느 집중과 몰입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오로지 글이 최우선 순위다. 23쪾


글을 '쓴다'는 개념은 사실상 '고치고 또 고친다'라는 의미이다. 30쪽


그렇다면 누가 글을 쓰는가. 그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사람이, 내 안에서 생각이 흘러넘치는 사람이 글을 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글은 '절심함'과 '간절함'이 쓰게 한다. 쓰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것은 이미 내 안에서 이야기가 숙성되었다는 뜻이다. 터지기 전에 어서 빨리 빼내고 싶다. 그러나 투박한 배설이어서는 안 된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이야기일수록 조심스럽게, 소중하게 잘 다루어서 밖으로 내놓는다. 

어떤 글을 '절실하게'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 주제에 대해 충분히 '성철'하고 소화시키지 못한 것이다. 31쪽



하나의 주제로 긴 분량의 소설을 쓰는 것은 강력한 충동과 갈망이, 그리고 어떤 우연이 여러 번 겹쳐져야 가능하다. 43쪽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전작보다 더 나은 걸 쓰고 싶은 마음을 포기 못 하고 새 원고를 시작하면 또다시 책을 쓰는 막막함으로 깊은 숨을 내쉰다. 가만히 있으면 감이 죽고, 그렇다고 마냥 욕망이나 야망을 추구하기도 어려운 업이다. 105쪽


마냥 즐겁기만 한 에술가는 없어. 어느 때도 무엇에건 만족할 일은 없어. 그저 이상하고 신성한 불만족만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뿐이야. 다른 이들보다 더욱 살아 있게 해주는 축복받은 불만만이 있을 뿐이야. 105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은 자기통제의 습관이 몸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 경지까지 가려면 글 쓰는 일 자체를 '정말로' 좋아해야 한다.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글을 쓰기가 어렵다면 글 쓰는 일을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127쪽


해치워버리니즘

수정은 글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수련'이고 이 업이 자못 수도승의 삶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해준다. 140쪽


장편소설을 쓰고 난 후의 형언하기 힘든 속 시원하면서도 허탈한 느낌은 아이를 낳았을 때와 흡사했다. 165쪽


작가는 결국 글자 그대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 어떻게 그것을 만들지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190쪽


삶은 할 일로 채워지는 것이지 안정과 성취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 관념이다. 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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