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루틴 : 소설 쓰는 하루 작가의 루틴
김중혁 외 지음 / &(앤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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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은 다수의 작가들이 산책을 루틴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든 에세이: 조예은 작가의  <조식과 루틴>


김중혁은 일정한 기상 시간이 없고 틈틈이 책 읽고 글을 쓴다. 일어나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를 본다. 오후에는 취미 활동을 한다. 저녁 먹고 걷기 운동을 한다. 


박솔뫼는 루틴이 따로 없다고 한다. 그럭저럭 아무데서나 쓴다. 장소를 크게 타지 않고 없으면 없는 대로 한다. 30분을 쓰자라는 마음으로 앉는다. 10년 전에는 카페에서 썼다. 술을 덜 마시게 되고 오일을 즐긴다. 산책을 3시간 한다.


범유진은 운동을 싫어하지만 건강 때문에 억지로 헬스장을 다닌다. 선천적 고지혈증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으로만 일상을 채우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인생에 채워 넣는 것은 다른 문제다. 좋아하는 것으로만 일상을 채울 순 없어도,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인생에 촘촘히 채워 넣을 수는 있다. 


조예은은 제주도에서 루틴을 바꾼 이야기를 썼다. 제주도 오기 전 새벽 두세시에 취침 오전 9시나 10시 기상. 식사하고 멍때리고 점심 쯤 나간다. 카페에서 글을 쓰고 어두워지면 퇴근해서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OTT를 본다. 제주도 이후 조식과 우롱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조해진은 산책을 좋아한다. 등단한 스물아홉 살때부터 쭉 해온 루틴이다. 저녁 10시 정도 산책을 나간다. 와인을 좋아하며 새벽 내내 깨어 작업을 하고 작업을 쉬는 날이면 밀린 독서를 하거나 OTT를 본다. 새벽 5시까지는 깨어 있다. 정오에 눈을 뜬다. 꿈은 작은 서점과 텃밭을 운영하며 사는 것이다. 적극적 독서를 한다. 

요가 한 지는 일 년이 되었다. 


천산란은 공상을 좋아한다. 음악과 걷기가 창작의 동력원이라고 한다. 오전 8시 전에 일어나 요거트/시리얼을 먹고 청소를 한다. 커피 마시며  카페에 가거나 작업실에 간다. 평균 7천 보를 걷는다.   일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이 안 써진다.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세운 철칙은 식사 거르지 말 것, 잠 줄이지 말것. 평균 9시간 일한다. '뽀모도로 공부법' 5분쓰고 25분 쉰다. 새벽 1시에 잔다. 영화, 책 드라마를 놓치지 않고 본다. 하루는 온통 이야기뿐이다. 

이야기를 떠올릴 수 없었던, 안팎으로 힘들었던 20대 초중반에는 삶이 온통 무기력했던 기억이 난다. 현실의 즐거움이 내 안까지 침투하지 못해 모든 것이 흑백처럼 보였던 세상을 잠시 살았다. 그때 나를 꺼내 준 것이, 내가 다시 찾은 이야기다.


최진영은 여덟 시간을 자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허리 통증 때문) 10시부터 청소를 하고 씻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한 시부터 글을 쓴다. 가장 이상적인 작업량은 하루에 원고지 12매이지만 평상시는 8매 정도 쓴다. 6시쯤 퇴근하고 산책을 한다. 코어 운동을 하고 야구를 보고 8시쯤 저녁을 먹고 12시까지 영화를 보거나 등등 한다. 오후가 가장 능률이 좋다. 겨울에는 주로 장편 소설을 쓴다. 여름에는 외부 행사가 많다. 

2006년 첫 단편 소설을 게간지에 발표햇을 당시 학원 강사였다. 

단편 소설 한 편 분량 약 160000자의 초고를 쓰는 데 240 시간 정도 필요로 한다. 48일이다.
카프카는 보험회사에서 오전 8시에서 오후 2시까지 일했다. 불면증이 있어 3시부터 7시 반까지 낮잠을 자고 한 시간 반쯤 산책을 했다. 새벽 6시까지 글을 쓰고 두 시간가량 잠을 자고 출근했다. 매일 열네 시간을 일한 것이다. 카프카는 41세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단 한 편의 장편 소설을 완성하지 못했다.

반복적인 생활이 주는 안정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더군다나 마감이 급할 때 익숙한 환경이 집중력을 높이는 데 좋았다. 그렇게 꽤 규칙적인 1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이 그저 그런 도망으로 끝나지 안혹 충전의 시간이 되기를, 어, 그런데 사실 모든 휴가는 결국 도망 아닌가?

금능 포구. 그곳에서도 작은 루틴을 몇 가지 만들었는데, 첫 번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책상 앞에 앉는 것이다. 내가 묵은 방은 침대가 아주 높은 곳에 있어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중에 잠이 다 깼다.

뭔가를 하고 싶어서 돌진하는 마음보다는 하기 싫어서 피하는 마음으로 얼결에 한 발을 내디딘 것들이 여기까지 왔다. 그간 삶의 궤적이 도망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아 나 자신을 믿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 그래도 뭔가를 보고 읽고 쓰는 것만큼은 내가 제일 오래 좋아하고 있는 일이다. 작은 도망을 루틴으로 포함시킬망정,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곳에서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내 하루가 무한하지 않다는 인식, 내게 새벽은 오롯이 잠자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해가 떠 있는 동안 일의 능률이 올라갔다. 사람마다 각자가 느끼는 재미와 공포의 역치가 다르다.

글쓰기가 좋아서 밤마다 썼다기보다는 글을 쓰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썻을 것이다. 10년이 쌓이니 인세가 들어왔다.3년 동안 세 편의 장편 소설을 써서 응모했고 2010년 한겨례문학상을 받아 첫 책을 냈다.

가장 막힘없이 단숨에 쓴 글은 구의 증명, 가장 주저하면서 아껴 쓴 글은 이제야 언니에게, 가장 부담 없이 자유롭게 쓴 글은 내가 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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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1-3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는 여자의 공간》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저도 늘 그렇습니다만,
부엌일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다가
겨우 틈을 살짝 내면서
글을 쓰는 분도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