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미자 씨 낮은산 작은숲 12
유은실 지음, 장경혜 그림 / 낮은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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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내내 마음이 분주했다. 할 일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데,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빨리 적어두고 싶어서 남 모르게 내 마음만 동분서주했다. 속으로 '아이 참! 나 알라딘 리뷰 쓸 거거덩! 일 그만 시켜랏!'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하면서. 

책이 안 읽힌다는 둥, 트위터나 아이폰 때문인 거 같다는 둥, 엊그제 한 말 다, 기분 좋게 취소하련다(사실 정말로 그런 것들 때문에 책을 안 읽는다면 나 완전 한심한가, 자괴감에 빠질 뻔 했다).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내 탓이 아니라 책 탓이 더 크다는 걸 알았다. 책이 무진장 재미있으면 그 어떤 다른 기기도 독서의 나라에 침범할 수 없다는 걸 잊고 있었다. 

작가는 책의 맨 뒤 작가의 말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다가 '은실이'라고 불리자 그 때서야 통 말을 걸어주지 않아 답답하던 미자씨가 입을 열더라고 했다. 나 역시 그런가보다. 책을 읽는다는 그 재미난 행위에 대해서 뭔가 무게를 잡고 있었던가보다. 세상에 재미난 책이 널렸는데도, 그걸 다 읽으려면 까마득한데도, '아 요즘은 왤케 재미있는 책이 없는거야 ~'라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나 했던 거다.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이 책이 재확인 시켜주는 또 한 가지. 어른이 어린이책을 본다고 해서 감동이 덜 할 리 없다는 것. 아니 잘 만든 어린이책은 가끔 어른의 그것보다 더한 감동을 준다는 것.  

6월에 두 명의 미자씨가, 스크린과 활자로 각각, 나를 울렸다. 통 울음 같은 거 나오지 않게 생긴 덥고 습하고 지치는 여름에. 고마운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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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6-1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치니님도 이 책을 읽으셨군요!!

치니 2010-06-17 10:44   좋아요 0 | URL
^-^ 네에, 덕분에 오늘 아침 기분이 좋았어요.

토니 2010-06-21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한권 사서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혹 "처녀들 자살하다" 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 읽어 보셨어요? 제프리 유제디니스가 뭔가 하는 작가가 쓴건데 눈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아직 전이라면 보내드릴게요. 직장 주소 알려주세요.

치니 2010-06-17 10:45   좋아요 0 | URL
오, 이 책 많이들 읽는구나. 기쁘다 ~ !

말씀하신 책은 전혀 몰라요. 으흐흐 보내준다면 늘 거절하는 법이 없는 치니, 책은 걍 삼청동 주소로 보내주세요. 집에 없어도 문 앞에 두고 가시니깐. :)

라로 2010-06-1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이 어린이책을 본다고 해서 감동이 덜 할 리 없다는 것."마자마자!!!!나도 아이들 책을 읽어주다가 내가 먼저 눌물 뚜둑 떨군적이 더 많은듯,,ㅎㅎㅎㅎ
이책이 그렇게 좋단 말이야???몸부림치며ㅠㅠ
암튼 나도 이름을 '미자'로 바꿀까????ㅎㅎㅎㅎㅎㅎㅎㅎ(추천은 내가 한거얍~~~ㅋㅋㅋ)

치니 2010-06-17 11:16   좋아요 0 | URL
그죠 언니, 어린이책 쓰는 분들은 가끔 하늘에서 몰래 보내 준 천사 중에서 작가 천사 정도 되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 들어요.
ㅋㅋㅋ 이름을 미자로 바꾸다니, 하이튼 울 귀여운 나비 언니.
책 제가 보내드릴게요! 주소 알려주세요 ~

라로 2010-06-21 00:57   좋아요 0 | URL
진짜진짜? 이 야심한 밤에 잠이 안와서(그런데 눈은 무겁고 피곤한게 팍팍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여기 왔다가 갑자기 잠이 깨는 기분~ㅎㅎㅎ
읽던거 줘도 되는데,,,,읽고 돌려주기 뭐 이런게 더 좋아~

2010-06-21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1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7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7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er 2010-06-1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에게 땡스투 누르고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아, 지출이 심각한 유월입니다. '_';

치니 2010-06-17 14: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제가 땡스투를 잘 모아가지고 나중에 책 선물할게요 ~

hanicare 2010-06-1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었어요.
모처럼 읽고싶은 책이 생겼네요.
근데 사진의 골든 리트리버(?)- 래브라도리트리버...예전 서재 금붕어님의 모모가 생각나네요. 걔도 성견이 되었을 듯... 이젠 더워할 거 같네요.
여름개들 보면 딱하더라구요...

치니 2010-06-18 11: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런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막 그런 생각했거든요.

ㅎㅎ 두리는 (개 이름) 골든리트리버 종은 아니고 비슷한 종인 래브라도리트리버에요. 그, 맹인견 주로 하는 리트리버.
더워지기 전에 털갈이를 하는 지라 더워하긴 해도 견디는 것 같아요. 얘가 우리말을 못하니 속은 몰겠지만. ㅎㅎ
 

월드컵을 남들처럼 열심히 응원하는 것도 아니고, 더위를 유독 타는 것도 아닌데, 뭐 하고 다니느라 독서량이 확 줄었나 봤더니, 뻑 하면 손에 쥐는 아이폰과 트위터, 요 두 놈이 은근 활자에 코 박는 걸 막는 주범 같다. 아이폰과 트위터의 장단점은 나중에 또 심심할 때 주절댈 기회가 있겠고, 오늘은 그나마 찔끔찔끔 읽어 온 책들에 대한 짧은 소감이라도 적어두자. 

 - 나이는 어리지만 천재적이라거나 문단의 악동이라거나 놀라운 신예, 이런 식의 소개가 띠지로 둘러져 있는 책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도는 그다지 낮아지지 않아서, 대체 어린 시절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 인간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라는 쓰잘데기 없는 궁금증에 이런 책을 덥석 받아 읽었다. 

결국 오랜 시간 감동을 주는 훌륭한 책은, 단순히 천부적이라고 불릴만한 재능으로는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눈이 핑핑 돌아가는 명품 브랜드 명은 하나도 못 외웠다. 

   

 

 - 특집 기사나 어려운 비평 같은 건 휙휙 넘겨버리고 대뜸 시랑 소설 난부터 읽었다. 시는 여전히 잘 읽히지 않는다. 내가 문제인가 요즘의 시가 문제인가, 물론 내가 문제일 것. 시는 늘, 나중에 읽어도 별 문제 없을 것 같은, 여타의 창작물에 비해 쫓기는 기분이 덜한 것이기에 스스로 시가 잘 읽혀질만큼 열려 있을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한다.(그런 때가 잘 오진 않더라만!) 

소설 중에는 김애란과 공선옥의 연재물을 읽었는데, 공선옥의 그것은 지난 번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아서 재미가 덜 했지만 목표점에 다가가는 동안의 끈기와 결의가 돋보였고 김애란의 그것은 위의 <헬> 작가에게 느낀 엷은 실망감과 겹친다. 재기발랄, 이라는 수사는 작가에게는 그닥 칭찬이 되지 못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 아직 3분의 2 정도 읽었으니 소감을 말하기 애매하다만, 어차피 얼렁뚱땅 쓰기로 했으니 일단 지금까지 읽은 것만 두고 말하자면, 에이 김용철 변호사 별로 매력이 없다. 

비교 대상이 될 같은 기준이 없기는 하지만, 그냥 법조계 비리를 다뤘다는 점만 두고 보면 김두식의 <불멸의 신성가족>이 훨씬 재미있고 의미도 크게 다가왔다는 생각. 

삼성 식구들의 귀족적이고 사치스러운 생활의 일면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한다든가(비리와 관계가 없지는 않지만 이건희와 홍라희가 어느 옷 브랜드와 시계 브랜드를 착용하는 지는 정말 관심 밖이건만) 하는 부분은 삼성 이야기를 정사가 아니라 야사로 추락 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기사나 보도자료와 그다지 구분이 안 되는 장황한 설명이 좀 지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을 생각. 모르고 비판하는 것보다는 알아야 그래도 떠들 자격이 있단 생각에 좀 꾸역꾸역 읽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삼성을 생각' 해야지, 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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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6-1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근래 책을 좀처럼 못 읽는데 그게 아이폰 때문이었군요^^ 오늘은 오디오북 어플을 하나 받았는데 외국어 공부 한답시고 갈수록 책과는 멀어져가는 것 같아요.
김두식과 김용철이 비판하는 대상이 같지 않으니까요. 말씀하신대로 법조계를 다루는 면에서는 김두식의 작업이 밀도가 더 높지요. 하지만 삼성공화국이 돼버린 한국 사회에 대해선 김용철의 작업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두 사람의 작업이 각기 장단점이 있다 싶네요.

치니 2010-06-15 17:20   좋아요 0 | URL
앗, 이것은 저를 시험에 빠지게 하는 댓글입니다. ㅠ 그...그 오디오북 어플이 뭔데요? (결국 물어봄)

장단점이 있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저는 아마 김두식의 문체를 더 좋아했던가봐요. 순전히 가독성으로만 봤을 때 ^-^ 그 쪽이 훨씬 좋았던 기억이 나요. 또 김용철씨는 상대적으로 당한 것이 많은 분이라 토로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럴 수 있다 싶구요. 암튼 좀 더 읽어보고 생각도 좀 더 하려구요. :)

파고세운닥나무 2010-06-15 17:41   좋아요 0 | URL
Audiobooks입니다^^
영어책도 있구요, 저는 중문학을 전공했는데 중국어도 있어 들어보게 되네요.
저도 김두식 교수를 참 좋아합니다^^

다락방 2010-06-1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치니님 독서일기 진짜 오랜만이긴 하다. 너무하셨세요~
앞으로는 아이폰과 트위터에 들어가는 시간 쪼금만 더 할애해서 독서좀 해주시고 기록 좀 더 자주 남겨주세요. 알라딘 업뎃 넘 오랜만이잖아요. 저 심심해요, 치니님 ㅠㅠ

치니 2010-06-15 17: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갑자기 박명수 옹의 말투, 재밌세요 ~
트위터에 들어가는 시간 자체만 따지면 아마 하루 1시간도 안 될 거에요, 긴 글을 쓰는 게 아니고 그냥 훑어만 보는 수준이니까. 그런데, 이게 수시로 보게 된다는 게 문제죠. 아무 때나 심지어 똥 눌 때도. 흐. 그러다보면 진득하니 한 가지 죽 못하게 되더라고요.

도넛공주 2010-06-15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시는 무조건 길고 장황해야 뜨는 것 같다는 느낌을,신춘문예 발표날 때마다 느낍니다.
그나저나 아이폰은 요물 맞는 듯 합니다.트위터는 절대 않을 거예요 흑흑.

치니 2010-06-15 17:24   좋아요 0 | URL
음, 시는 어려워요, 대체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읽을 수 있을까요?(이것은 영화 '시'에서 미자가 자주 한 대사를 약간 패러디 - '쓸 수'를 '읽을 수'로 바꾼 - 한 것입니다. ㅎㅎ)

도넛공주님 트위터 하면 바로 팔롱해야지. ㅎㅎ

라로 2010-06-15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시도 문제라는 생각도 하는 1人(시 안읽는 변명도 쪼금 보태서,,ㅎㅎ)
트위터는 안하고 싶은데 자기까지 트위터 하니까 나도 하고 싶긴 하지만,,,,도리도리 그러다 난 정말 폐인되거나 이혼하거나(그게 그건가????ㅎㅎㅎㅎㅎㅎ)

치니 2010-06-16 09:09   좋아요 0 | URL
오옹, 트위터가 마치 비디오 틀면 나오던 호환마마보다 무서운...그런 거가 되어 버렸네? ㅋㅋ 뭐 다른 거나 마찬가지로 트위터 역시 다루는 타입들이 다 다르더라고요. 푹 빠져서 하는 사람도 있지만 며칠씩 방치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도 있고. 언니는 예전에 페이스북 해봤지요? 기본적으로 친한 이들과 소통하는데 그게 남에게도 보인다는 점에선 별로 안 다른 듯. :)

라로 2010-06-17 10:20   좋아요 0 | URL
나 페이스북 안해~ㅎㅎㅎ가입만 하고 등록을 안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신청하는 사람들이 넘 많은거야,,,맨날 메일로 신청했으니 하라고 오는데 거들떠도 안본다는,,,그거 하면 나 정말 폐인에다가 등등등,,ㅎㅎㅎ
그러니 트위터를 어찌,,,다만 자기가 한다니까 솔깃은 하구만,,,

치니 2010-06-17 10:43   좋아요 0 | URL
아, 글쿠나. 전 예전에 언니가 올린 페이퍼에 애들 미국에 있을 때 페이스북으로 사진 올리고 보고 그런다 했던 거가 기억나서요. ㅎㅎ
트위터는, 음, 지금 언니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언니는 안 그래도 바쁜데, 그거까지 하면...ㅋㅋ 진짜 정신없을 듯.

hanicare 2010-06-1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드렁하네요,저도.
아이폰이니 깻잎이니 트위터니 저에겐 딴나라 얘기인데두
전도서의 오래된 말씀을 빌리자면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것이고.......

치니 2010-06-16 11:35   좋아요 0 | URL
아우, 저 그림 속 아가씨, 햇살을 200% 머금었어요. 그러면서도 더워 보이지 않고. :)

근데 저...깻잎은 무엇입니까? 아이폰과 트위터 사이에 끼어 있는데 그렇다면 뭔가 전자기기일 거 같은데, 도통 몰겠어서...^-^;;

hanicare 2010-06-16 11:54   좋아요 0 | URL
아이폰이 깻잎통조림과 흡사한 모양이라네요.
^^

당고 2010-06-2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애란 장편 많이 기대했는데 실망이라니 제가 더 실망;
재기발랄, 이라는 수사는 처음엔 좋은데 지속되면 별로인 듯해요 ㅋ

치니 2010-06-21 11:22   좋아요 0 | URL
음, 아직 창비에서 1회만 나온 거라 다음 편을 봐야 알겠지만 1회는 좀 그랬어요. ^-^; 실망은 아직 이른 듯.
그쵸 재기발랄...이게 어쩌면 초반에 강하다는 뜻과 다름 아니게 되어 버려서 결국 좋은 수사가 아닌 거 같아요.

토니 2010-06-2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가 보내주신 "눈물이라는...." 시집을 출발로 요즘 소설과 시 그리고 수필을 골고루 읽고 있습니다. 12년만에 만끽하는 자유! 너무 값진것 같아요^^ 며칠전 나주시 작은 서점에서 이응준의 시를 읽게 되었는데 최영미 시와 느낌들이 비슷해서 좋았어요. 조만간 구입할 생각이에요. "처녀들.... "그 책은 기회가 되면 7월 중 직접 드릴게요. (지금 병원 치료받고 있어요.) 차도 한잔 사드리고 싶고요!

치니 2010-06-21 11:23   좋아요 0 | URL
아, ^_^ 12년 만의 자유, 팍 와닿네요.
잘 지내시는 거 같아 보기 좋습니다. 치료는 그래도 잘 받으셔야 하고요!
 
- Poetr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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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 시대의 시는,
- 다들 쓰는 것(홍상수의 ‘하하하’ 중 문소리 대사)이다가도,
- 아무나 쓰기는 힘든 것이고,
- 아름다움을 볼 줄 알아야만 쓸 수 있으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시정(詩精)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에 품어둔 그것을 펼쳐 낼 수만 있다면 시는 문득 써지기도 하고,
- 그런데 우리 시대에는 시가 없다고 하기도 하며,
- 사람들이 시 따위는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지만,
- 술과 낭만이 감도는 카페에서 낭송되면 왠지 멋스러운 것이라서 사람들은 그걸 원하고,
- 그 중 어떤 이는 시를 쓰려면 어찌 해야 하는 지 절규하고,
- 어떤 이는 살아오면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을 힘겨워 하고,
- 그래서 이 모든 미약하고 어렵고 아름답고 추한 우리들의 상징.
- 아무튼 모두들 눈물은 흘리더라.   


내가 만일 극 중 미자의 어떤 유의미한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몹시 닮은 사람을 혈육으로 두고 있지 않았다면 가슴이 미어질 듯한 감동만을 안고 극장을 떠난 뒤에도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에 지극한 상찬만 올릴 수 있었을 터인데,
나는 기껏 ‘영원한 친구’도 되지 못하는, 시를 배운다는 엄마의 말에 ‘엄마 잘 어울리겠네, 툭 하면 이상한 말도 잘 하고 꽃도 좋아하니까’ 라는 응대를 하고서, 엄마가 쓴 ‘아녜스의 시’는 죽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을,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진, 그런 사람이 되어 있다는 걸 깨닫자, 눈물조차 내 억울함으로부터 나온 것만 고인다 생각하자, 참 쓸쓸하고 슬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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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0-06-0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지!!!!울음터뜨리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치니양의 문학적 소양은 어머님으로부터???

우리엄마는 영화보고 나오시면서
실제로도 양미자같은 사람들이 있다고,,,본인이 아시는 분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시면서,,,암튼
마지막 문장 멋지다,,,,쓸쓸하고 슬픈 문장인데 말이지,,,"눈물조차 내 억울함으로부터 나온 것만 고인다 생각하자"

암튼 그래도 <시> 좋았지????
꾸준히 입소문 타고 있는 듯~~~

치니 2010-06-09 15:40   좋아요 0 | URL
문학적 소양, 이라고까지야 말할 수 없지만, 확실히 문학적 분위기는 어머니가 많이 조장하셨죠. 제 이름으로 라디오나 잡지에 사연을 보내서 상도 많이 타셨구, 저에게 편지도 자주 보내시죠(꽃을 말려 붙이거나 시를 쓰기도 한 편지!). 그래서 아마도...다른 사람보다는 미자에 대해 덜 객관적이랄까, 아니 더 복잡한 심경으로 봤어요.

암튼 좋았어요, 정말.
아무 영화나 막 보고 다니면 안되겠구나, 막 그런 생각도 들구.

로드무비 2010-06-0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는 내내 미자보다 그 형사에게 더 눈길이 가더구만요.
제가 남자였으면 바로 그런 스타일.^^

치니 2010-06-09 16:02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로드무비님이 나른한 오후에 웃음 한 방 주시네요.
남자였으면 그 형사 스타일이라고요? 이야 ~ Y담 한번 걸죽하게 하시나분데요? 은근 디게 궁금하네욥!

로드무비 2010-06-09 17:03   좋아요 0 | URL
뚱한 얼굴로, 나름대로 애쓴다는 거죠.
Y담은 싫어합니다.=3=3=3

치니 2010-06-09 17:15   좋아요 0 | URL
아, 오해해서 죄송. ㅎㅎ 근데 싫어한다고 하시니 강한 부정은 긍정, 뭐 이런게 떠오르기도 하고. 헤헤 객쩍은 농담입니다.

음, 형사가 울고있는 미자에게 시가 안 써져서 우냐고 묻는 장면을 떠올리면 로드무비님 주장이 맞는 거 같기도 하고요. :)

비로그인 2010-06-1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흙탕과 연꽃을 한 번에 보았다.


-저 영화를 부부동반으로 보신 저희 부모님 말씀.

치니 2010-06-11 09:12   좋아요 0 | URL
으음, 명언입니다. 두고두고 생각하게 되는 영화에요.
 
하하하 - hahaha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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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공히 문소리는 최고의 배우임을 입증, 김상경은 역시 홍상수랑 놀아야 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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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5-1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꼭 보고 싶은데 이 것, 저 것 일이 많아서요.
보고 싶은 굴뚝 같은 마음을 다시 되새깁니다^^

치니 2010-05-10 11:36   좋아요 0 | URL
네, 영화는 늘 1순위가 되지 못하죠? 꼭 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자꾸 2순위로 미루고. ^-^ 근데 그런 게 영화의 좋은 점 같기도 해요. :)

굿바이 2010-05-1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기도 연기이지만, 문소리양이 점점 예뻐져서 너무 좋습니다!!!그럴 이유가 있거든요ㅋㅋㅋ
저도 살살~ 웃으며, 하하하를 보러갈까 합니다.

치니 2010-05-10 13:24   좋아요 0 | URL
아앗 궁금하네요, 그럴 이유가 뭘까요?
굿바이님 보고나서 소감도 올려주세요 ~

2010-05-16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6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7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2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3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3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3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3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눈물이 나려는 걸 꾹꾹 참고 보다가 '김을 먹어보겠습니다. 김이 맛있습니다'에서 웃어버려서 똥꼬에 털 났네요. 빨리 무한도전 길, 노홍철, 정형돈 살 얼마나 뺐는지, 누가 삭발했는지 봐야 되는데, 아이 씨. ㅠ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4bTMD7HQm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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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0-05-0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뿜었어요(굳이 김을 먹은 이유는 뭘까요). 파업돌ㅎㅎㅎ
저두 무한도전 보고싶어서 눈이 빠질 거 같아요.

아참. (요 옆 태그에 김창완이 눈에 확 띄어서^^) 어제 영화 구르믈 봤는데 김창완이 선조로 나오더라구요. 깜딱 놀랬어요. 찌질하고 멋있었어요.ㅋㅋㅋ

치니 2010-05-03 13:31   좋아요 0 | URL
ㅎㅎㅎ 건조기후님도 보셨군요.
아 그리워라 무한도전. ㅠㅠ
암튼 무한도전 없애거나 태오 피디 갈기만 해봐 걍. 가만 있지 않겠어욧!

김창완씨 연기도 요새 완전 물이 오르셨더라고요. 대체 못하는게 무엇인지, 하늘은 한 사람 앞에 하나씩만 재능을 주는 게 아닌가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