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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미자 씨 ㅣ 낮은산 작은숲 12
유은실 지음, 장경혜 그림 / 낮은산 / 2010년 6월
평점 :
아침 내내 마음이 분주했다. 할 일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데,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빨리 적어두고 싶어서 남 모르게 내 마음만 동분서주했다. 속으로 '아이 참! 나 알라딘 리뷰 쓸 거거덩! 일 그만 시켜랏!'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하면서.
책이 안 읽힌다는 둥, 트위터나 아이폰 때문인 거 같다는 둥, 엊그제 한 말 다, 기분 좋게 취소하련다(사실 정말로 그런 것들 때문에 책을 안 읽는다면 나 완전 한심한가, 자괴감에 빠질 뻔 했다).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내 탓이 아니라 책 탓이 더 크다는 걸 알았다. 책이 무진장 재미있으면 그 어떤 다른 기기도 독서의 나라에 침범할 수 없다는 걸 잊고 있었다.
작가는 책의 맨 뒤 작가의 말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다가 '은실이'라고 불리자 그 때서야 통 말을 걸어주지 않아 답답하던 미자씨가 입을 열더라고 했다. 나 역시 그런가보다. 책을 읽는다는 그 재미난 행위에 대해서 뭔가 무게를 잡고 있었던가보다. 세상에 재미난 책이 널렸는데도, 그걸 다 읽으려면 까마득한데도, '아 요즘은 왤케 재미있는 책이 없는거야 ~'라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나 했던 거다.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이 책이 재확인 시켜주는 또 한 가지. 어른이 어린이책을 본다고 해서 감동이 덜 할 리 없다는 것. 아니 잘 만든 어린이책은 가끔 어른의 그것보다 더한 감동을 준다는 것.
6월에 두 명의 미자씨가, 스크린과 활자로 각각, 나를 울렸다. 통 울음 같은 거 나오지 않게 생긴 덥고 습하고 지치는 여름에. 고마운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