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우리 시대의 시는,
- 다들 쓰는 것(홍상수의 ‘하하하’ 중 문소리 대사)이다가도,
- 아무나 쓰기는 힘든 것이고,
- 아름다움을 볼 줄 알아야만 쓸 수 있으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시정(詩精)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에 품어둔 그것을 펼쳐 낼 수만 있다면 시는 문득 써지기도 하고,
- 그런데 우리 시대에는 시가 없다고 하기도 하며,
- 사람들이 시 따위는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지만,
- 술과 낭만이 감도는 카페에서 낭송되면 왠지 멋스러운 것이라서 사람들은 그걸 원하고,
- 그 중 어떤 이는 시를 쓰려면 어찌 해야 하는 지 절규하고,
- 어떤 이는 살아오면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을 힘겨워 하고,
- 그래서 이 모든 미약하고 어렵고 아름답고 추한 우리들의 상징.
- 아무튼 모두들 눈물은 흘리더라.
내가 만일 극 중 미자의 어떤 유의미한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몹시 닮은 사람을 혈육으로 두고 있지 않았다면 가슴이 미어질 듯한 감동만을 안고 극장을 떠난 뒤에도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에 지극한 상찬만 올릴 수 있었을 터인데,
나는 기껏 ‘영원한 친구’도 되지 못하는, 시를 배운다는 엄마의 말에 ‘엄마 잘 어울리겠네, 툭 하면 이상한 말도 잘 하고 꽃도 좋아하니까’ 라는 응대를 하고서, 엄마가 쓴 ‘아녜스의 시’는 죽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을,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진, 그런 사람이 되어 있다는 걸 깨닫자, 눈물조차 내 억울함으로부터 나온 것만 고인다 생각하자, 참 쓸쓸하고 슬프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