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etr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러니까 우리 시대의 시는,
- 다들 쓰는 것(홍상수의 ‘하하하’ 중 문소리 대사)이다가도,
- 아무나 쓰기는 힘든 것이고,
- 아름다움을 볼 줄 알아야만 쓸 수 있으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시정(詩精)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에 품어둔 그것을 펼쳐 낼 수만 있다면 시는 문득 써지기도 하고,
- 그런데 우리 시대에는 시가 없다고 하기도 하며,
- 사람들이 시 따위는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지만,
- 술과 낭만이 감도는 카페에서 낭송되면 왠지 멋스러운 것이라서 사람들은 그걸 원하고,
- 그 중 어떤 이는 시를 쓰려면 어찌 해야 하는 지 절규하고,
- 어떤 이는 살아오면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을 힘겨워 하고,
- 그래서 이 모든 미약하고 어렵고 아름답고 추한 우리들의 상징.
- 아무튼 모두들 눈물은 흘리더라.   


내가 만일 극 중 미자의 어떤 유의미한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몹시 닮은 사람을 혈육으로 두고 있지 않았다면 가슴이 미어질 듯한 감동만을 안고 극장을 떠난 뒤에도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에 지극한 상찬만 올릴 수 있었을 터인데,
나는 기껏 ‘영원한 친구’도 되지 못하는, 시를 배운다는 엄마의 말에 ‘엄마 잘 어울리겠네, 툭 하면 이상한 말도 잘 하고 꽃도 좋아하니까’ 라는 응대를 하고서, 엄마가 쓴 ‘아녜스의 시’는 죽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을,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진, 그런 사람이 되어 있다는 걸 깨닫자, 눈물조차 내 억울함으로부터 나온 것만 고인다 생각하자, 참 쓸쓸하고 슬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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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0-06-0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지!!!!울음터뜨리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치니양의 문학적 소양은 어머님으로부터???

우리엄마는 영화보고 나오시면서
실제로도 양미자같은 사람들이 있다고,,,본인이 아시는 분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시면서,,,암튼
마지막 문장 멋지다,,,,쓸쓸하고 슬픈 문장인데 말이지,,,"눈물조차 내 억울함으로부터 나온 것만 고인다 생각하자"

암튼 그래도 <시> 좋았지????
꾸준히 입소문 타고 있는 듯~~~

치니 2010-06-09 15:40   좋아요 0 | URL
문학적 소양, 이라고까지야 말할 수 없지만, 확실히 문학적 분위기는 어머니가 많이 조장하셨죠. 제 이름으로 라디오나 잡지에 사연을 보내서 상도 많이 타셨구, 저에게 편지도 자주 보내시죠(꽃을 말려 붙이거나 시를 쓰기도 한 편지!). 그래서 아마도...다른 사람보다는 미자에 대해 덜 객관적이랄까, 아니 더 복잡한 심경으로 봤어요.

암튼 좋았어요, 정말.
아무 영화나 막 보고 다니면 안되겠구나, 막 그런 생각도 들구.

로드무비 2010-06-0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는 내내 미자보다 그 형사에게 더 눈길이 가더구만요.
제가 남자였으면 바로 그런 스타일.^^

치니 2010-06-09 16:02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로드무비님이 나른한 오후에 웃음 한 방 주시네요.
남자였으면 그 형사 스타일이라고요? 이야 ~ Y담 한번 걸죽하게 하시나분데요? 은근 디게 궁금하네욥!

로드무비 2010-06-09 17:03   좋아요 0 | URL
뚱한 얼굴로, 나름대로 애쓴다는 거죠.
Y담은 싫어합니다.=3=3=3

치니 2010-06-09 17:15   좋아요 0 | URL
아, 오해해서 죄송. ㅎㅎ 근데 싫어한다고 하시니 강한 부정은 긍정, 뭐 이런게 떠오르기도 하고. 헤헤 객쩍은 농담입니다.

음, 형사가 울고있는 미자에게 시가 안 써져서 우냐고 묻는 장면을 떠올리면 로드무비님 주장이 맞는 거 같기도 하고요. :)

비로그인 2010-06-1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흙탕과 연꽃을 한 번에 보았다.


-저 영화를 부부동반으로 보신 저희 부모님 말씀.

치니 2010-06-11 09:12   좋아요 0 | URL
으음, 명언입니다. 두고두고 생각하게 되는 영화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