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변모에 대한 역설이 있다. 우리의 상상력은 세계가 돌아가는 방법에 대한 기존의 지식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에 가장 위대한 변모가 어떻게 다가올지 우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친숙한 것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사건과 만날 때, 현실의 지도가 변화하고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도록 떠밀린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기적 같은 발명품들이 쏟아진 끝에 지금 내가 비행기에서 무선 인터넷에 접속된 디지털 태블릿으로 플라톤을 읽을 수 있으리라고는 절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역설은 문명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상상력에도 적용된다.

불행한 집착이 중독적으로 반복되는 이유는 실망감 자체가 마약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대한 사랑이라도 오직 "일시적"으로만 존재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절망해야 하는가, 기뻐해야 하는가? 시간에는 탄성이 있어서 사랑의 깊이와 정도에 따라 수축하고 확장하지만 결국 그 양은 한정되어 있다. 책처럼, 삶처럼, 우주 자체처럼 유한하다. 그러므로 사랑의 승리는 용기와 성실함에 있다. 그 용기와 성실함으로 우리는 초월적인 일시성이 우리를 결합시켜주는 사랑의 순간을 살아가며, 똑같은 용기와 성실함으로 그 사랑을 떠나보낸다.

혁명가가 된다는 것은 곧 상상력을 펼친다는 뜻이다. 친숙한 것의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질서를 머릿속에 그리며, 새로운 질서 안에서 얻게 될 것이 잃어버릴 것이 주는 잘못된 위안을 뒤덮고도 남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면이 갈가리 분열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서로 다투고 있는 조각들의 총합이다. 우리는 조각나 있지만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모든 진실은 음악과 수학으로 구성된다"는 풀러의 명제를 입증하는 영원한 증거이다.

우리는 자신의 본성에 내재한 사소한 약점, 자아상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할 때 가장 냉혹해진다. 남을 탓하는 일은 나를 탓하는 일보다 언제나 쉽기 때문이다.

글쓰기에서 대화는 여러 겹으로 두껍게 포개져 있어야 한다. 예술 수준에 이른 글은 처음 정독할 때 일반적이고 평이하게 이해되어야 한다. 두 번째 정독에서는 준엄한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 세 번째 정독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글의 깊이와 현실성이 담보된 연후에야 우리는 글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누릴 수 있다.

개혁가들은 자신의 논리에서 이 세계가 완전히 악인들과 배고픈 이들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정신의 음식에 굶주린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정신의 욕구 또한 몸의 욕구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 또한 개혁가들은 사회의 사슬이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고리와 고리가 연결된 사슬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한 남자를 그 동료들 위로 들어올릴 수 없다. 우리는 인류 전체를 들어올려야 한다. 뉴턴, 셰익스피어, 밀턴은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에게 직접 이득을 주지 않았지만 그들 덕분에 인류 전체가 고양되었다. 그들은 출판사를 찾기 어려웠을지도 모르지만 몇 세기가 지난 후 출판사가 그들을 찾았고 독자들도 그들을 찾았다. 인류 전체가 들어올려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육체 관계가 친밀함을 확인하는 시험장이라는 잘못된 개념 탓에 우리는 연애의 구성 요소를 오랫동안 오해해왔다. 친밀함을 재는 척도는 피부와 피부의 마찰 지수가 될 수 없다. 이는 두 사람이 다른 모든 것과 다른 모든 사람을 물리치고 두 사람만의 세계에 거주할 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사랑과 신뢰, 기쁨과 평온의 정도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2-12-29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님, 이거 무슨 책인가요?

치니 2022-12-29 09:11   좋아요 0 | URL
앗 제가 북플처럼 밑줄만 긋다가 ㅋㅋ (피씨에서 처음 밑줄그어봄) 정작 책은 소개를 안했군요. 다락방 님은 ‘진리의 발견‘ 이미 읽으셨죠? 84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라 전 지금 한 6개월 째 찔끔찔끔 읽고 있어요.

다락방 2022-12-29 09:14   좋아요 0 | URL
저 사놓기만 하고 아직 안읽었어요! ㅋㅋ

치니 2022-12-29 09:16   좋아요 0 | URL
두껍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저런 주옥같은 글귀가 불쑥불쑥 나타나서 흥미진진해요. 재밌어요!
 



가장 가치 있는 관계는 흔히 우리가 이미 만들어놓은 어떤 관계의 틀에도 깔끔하게 들어맞지 않기 마련이다. 우리는 흔히 인생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하는 관계의 원형을 규정해놓는다. 친구, 연인, 부모, 형제, 스승, 뮤즈 등이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의 틀에 맞출 수 없는 사람, 각기 다른 시기에 각기 다른 정도로 여러 개의 범주를 차지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럴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확장시켜 그만의 자리에 맞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자기 확장의 성장통이 따르며 이를 감수하지 못할 때 우리는 돌처럼 굳어지고 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는 더 이상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연주회가 끝날 때까지 손가락들은 계속 움직일 것이며, 거기 있는 누구도 무엇 하나 알아채지 못할 테지만, 말하자면 그는 연결점을 상실한 것이었다. 우선 그들과의 연결점을. 조는 이들,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저녁 식사를 벌써부터 기대하는 이들, 아니면 다음날, 이곳에 있었다는 말을 하기위해 거기 와 있는 이들………… 이 청중들의 수를 헤아려 본 다음, 그는 연주장에 와 있는 사람들 가운데 음악이 가슴까지 파고 들어간 이들이 얼마나 적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열의 없이 음악에 순응하는 이들, 꿈꾸고 계산하면서 음악을 듣는 동안 불편을 느끼지 않는 이들보다 그는 차라리 음악이 들리면 내빼는 이들을 선호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