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립자 Mr. Know 세계문학 29
미셸 우엘벡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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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시대를 읽는 탁월한 시각이 있다고들 하는지, 오웰이 무덤에서 탄식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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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10-01-24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핑에서 이 40자평을 보고 대체 어떤 책인데 오웰이 탄식할까 하고 들어봐보니 예상밖에 이 책이네요. 제가 엄청 감동하며 읽은 책 중 하나거든요. 전 계속 난놈이네, 이 작가, 이러믄서 읽었는데 ㅋㅋ. 하지만 좋아했던 책에 대해서도 이 날카로운 비판 앞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군요(저는 '시대'보다는 주로 '사랑'에 방점을 찍으며 읽은터라..). 음... 다시 읽어봐야 할려나..^^

치니 2010-01-24 17:03   좋아요 0 | URL
^-^ 맞아요, 저도 사실 난 놈이네 라는 생각을 몇 번 했어요. 논란의 중심에 설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극으로 치닫는 이 시대에 대한 비판이 좀 코믹하기까지 했달까요, 거슬리기도 하고, 뒤로 갈수록 뭔가 힘에 부치고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랑'에 방점을 찍으며 읽어본다면 역시,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음, 저도 다시 읽어봐야 할려나. 헤.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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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멘토가 될 사람들,펑펑 울었는데 리뷰는 도저히 못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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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9-12-16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올해 두번 째로 마주치네요.
살까말까 망설였는데....

치니 2009-12-16 22:11   좋아요 0 | URL
감히 말씀드리는 건데, 읽고 적어도 후회는 안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chaire 2009-12-18 18:21   좋아요 0 | URL
음. 그럼 치니 님 믿고 장바구니에 넣어야겠군요.
마침 배송비 줄이기 위해 넣을 책으로 뭘 고를까 고민 중이었거든요.
(만화책은 안 되는 터라..)

치니 2009-12-19 12:20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그렇게 서러울(?)정도로 울었던 건, 사랑을 믿지 않으면 얼마나슬픈가...그걸 생각하니 너무 겁이 나서 그런 거 같아요.

... 2009-12-16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치니님 40자평을 보니 담아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치니 2009-12-16 22:11   좋아요 0 | URL
네, 브론테님도 좋아하실 거 같아요.

비로그인 2009-12-16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약이 오르던데요. 부러워서...^^;

치니 2009-12-16 22:12   좋아요 0 | URL
하하 네,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 염장질 책이죠.

네꼬 2009-12-1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흐 무셔라. ㅠㅠ

치니 2009-12-17 13:00   좋아요 0 | URL
네꼬님 우리 아기 네꼬님, 무서워도 피하지 말고 함 잡숴(?) 보세요.

또치 2009-12-17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나도 무섭지만, 보고 싶다...

치니 2009-12-17 13:02   좋아요 0 | URL
또치님도 아직 안 보셨어요? 허허 이 사람들, 혹시 일부러 죽 피해온 거?
^-^ 너무 무서워 마셔요.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랍니다.

rainer 2009-12-1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anksTo.. ^^

치니 2009-12-17 13:02   좋아요 0 | URL
앗, 오랜만이세요. ^-^ 잘, 지내시는 거죠?

2009-12-20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1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09-12-2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혼자 D라는 이니셜에 움찔했습니다. 올 해가 가기 전에 읽어봐야 겠어요.

치니 2009-12-23 12:09   좋아요 0 | URL
아, 굿바이님 성함에 D가 들어가는군요. ^-^
읽어보신 소감이 벌써 궁금합니다.

토니 2009-12-26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읽었을 땐 가슴이 먹먹했고 두번째 읽었을 때 소리내어 펑펑 울었습니다. 당분간 다른 책을 읽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치니 2009-12-27 12:45   좋아요 0 | URL
ㅠㅠ
토니님, 내년에 좋은 일 듬뿍(예쁜 사랑도 ^-^) 있으시길.

2009-12-29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9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치 2010-01-0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어엉 치니님, 나 이거 새해 첫 책으로 읽었는데...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서 흑흑 느껴 울다가 결국은 대성통곡...
한 세상을 이렇게 살다갈 수도 있구나, 이 사람들은 하느님도 어쩔 수 없이 천국 문 앞에서 받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천천히, 두번째로 또 읽어볼 생각입니다. 알려주셔서 감사, 꾸벅.

치니 2010-01-02 20:43   좋아요 0 | URL
우어어엉, 또치님도 그랬군요.
중반까지는 공감과 부러움 정도로만 감정을 잘 눌렀는데 마지막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는 걸 막기 힘들더라고요.
이런 책을 읽으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주 작은 실수도 하고 싶지 않아져요. 그리고 말씀대로, 한 세상을 이렇게 살다 가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에 자괴감 퍽퍽.
저도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에요.
 
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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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이번으로 4번째. 어떤 작가를 좋아하면 그 작가의 책을 (출판된 것은) 전부 섭렵해야 직성이 풀리는 독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다른 모든 것에서도 그러하듯이 게으르게 내 눈 안에 들고 끌려야만 선별해서 읽는 편이다. 그래서 다른 작가들의 책을 읽을 때는 이 작가의 경우처럼 책마다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 다른 애정도, 탐구와 조사의 깊이 차이, 중첩되는 내용들을 알아차릴 일이 거의 없었던 듯 하다. 

이런 서론을 푸는 이유는, 짐작하겠지만, <문화편력기>라는 제목에서 '편력'이라는 단어가 쓰일만큼 내용이 깊이를 드러내고 있지 않는 꼭지들이 많고, 신문이나 잡지의 칼럼에 그 때 그 때 마감에 맞추어 자신이 평생 통역가로써 살아온 경험과 개인적인 단상들을 갈무리 하여 내놓은 에세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때문.  

그녀의 최대 장기인 박학다식한 정보의 수용력이 짧은 글 속에서 전개되다보니 내용에 등장하는 역사의 일면만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녀로써는 충분히 지당하다고 여겨지는 타문화와 일본문화의 차이를 피력한 에피소드를 읽고 때때로 갸우뚱하기도 하게 된다는 점이 (팬으로써)조금은 안타깝다. 그러나, 이야기꾼으로써 재치와 입담으로 그 간극을 메워주는 글들이 다수 등장하고,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왜 쓰게 되었는지, '올가의 반어법'에 등장하는 여주인공과 흡사한 여인을 만나서 그 이야기를 소설에 반영했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이 일종의 후일담으로써 그녀의 단골 독자들에게 흥미를 더하는 모티브가 된다는 점이 이 책에서 얻을만한 보너스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된 언어구사'라는 글에서 우리에게는 이토록 완벽하게 느껴지는 마리에게 일본어, 즉 모국어에 대한 자격지심이 끝끝내 떨쳐지지 않았다는 점이 의외이면서 한편 자극이 되었다. 일본어를 할 줄 모르니 원문으로 읽어보지도 못하고 번역문으로만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만한 언어 구사의 달인은 없으리라 생각해왔는데, 이런 그도 항상 자신의 말에 부족한 자신감을 충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었겠지 싶으니, 새삼 내가 일상적으로 말하고 쓰는 언어의 형편없음이 부끄럽기도 하다. 

책 말미에는 부록으로 이케우치 오사무라는 일본인과 대담을 나눈 전문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대담의 기록 중에서 아래와 같은 이케우치 오사무의 말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장 균형있게 가지고서 이를 만인에게 알리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가들 중 하나가 요네하라 마리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당대에 몸을 두면서 역사를 어떻게 읽을까 하는 것은, 잘못 읽거나 너무 깊이 들어가거나 해서, 제대로 읽으려 마음먹어도 좀처럼 핵심을 파악하기 힘든 세계입니다. 쓰인 것만으로 판단하여 '그는 이런 사상을 갖고 있다'는 둥 말합니다만, 진짜는 이중삼중으로 꼬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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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2-1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반정도 읽었는데, 비추대상인 요네하라마리를 처음 읽는 분들이 저네요. 안그래도 좀 읽다가 데면데면해서 나만 그런가 싶어 리뷰를 보러 왔었는데 치니님의 이런 리뷰가. ㅎㅎ 이 언니 책은 뭐가 좋아요? (팬으로서) 1권만 소개해주세요. ㅎㅎ

치니 2010-02-16 19:34   좋아요 0 | URL
아핫, 그랬군요.
저는 <프라하의 소녀시대>도 좋았고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도 좋았는데, 제가 애견가라 <인간수컷....>쪽에 무조건적인 호감이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런 리뷰를 적기에 송구스러울만큼 멋진 작가이니, 꼭 더 읽어보셔요 ~ ^-^

웽스북스 2010-02-16 23:37   좋아요 0 | URL
요즘 별명이 중딩인데 프라하의 소녀시대가 낫겠군요 ㅎㅎ
첫만남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빌브라이슨도 같은 이유로 더 안잡고 있어요. ㅎㅎㅎ

치니 2010-02-17 12:15   좋아요 0 | URL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좋아할 거에요, 웬디양님의 눈이 보통 예리한 게 아닌데, 그 책의 미덕을 몰라 보실 리 없을 듯. :)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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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번 이 서재에도 언급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나니 다시 한번 내가 애견인이 된 역사를 정리하고 싶어진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8-9년전. 아이는 당시 만7세. 우리는 영국의 조그만 마을에서 전화 모뎀으로 겨우겨우 페이지가 넘어가는 화면을 힘겹게 들여다보며 개 사진들을 구경했다. 아이는 외동이지만 동생을 낳아달라는 둥 떼를 쓰거나 자기 또래보다 나이가 어린 애들을 유난히 귀여워 하는 식의 외로움을 타지는 않았는데도, 유독 개만은 키우고 싶어했다(아니, 갖고 싶어했겠지). 우리는 그 곳이 영국이고, 그 집도 우리 집이 아니고 1년 후면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아이는 기숙사에 들어가니 개를 키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체념했지만, 언제고 심심하면 개 사진들을 보고 또 보면서 어떤 종류가 좋을 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짓을 취미생활처럼 오랫동안 했다. 

그로부터 약 3년 후, 아이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또 다시 개를 언급했다. 아이는 별로 탐탁해하지 않는 제 아비를 설득하고 오랫동안 찜 해두었던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을 찾아 여기저기 농장들을 써치 하면서 몇개월을 보내다, 어느날 대구로 가서 지금 키우는 '두리'를 데리고 왔다. 한 밤 중에 버스 짐 칸에서 4-5시간을 꼼짝도 못하고 낯설은 어둠 속에 두렵고 힘들었을, 겨우 3개월 된 아가 두리를 집 안 욕조에 내려놓고 아이는 궁금해 할 나에게 핸드폰으로 이런 사진을 보내주었다. 



이 때부터였을까. 이 눈빛, 오무린 발, 축 늘어진 귀, 언제나 어디서나 내 목소리 내 모습만 느껴지면 미칠 듯이 달려오는 간절함, 아무리 밀쳐내도 어떻게든 우리가 자는 침대 위에 비비적 거리고 들어와 곁에 누워버리는 친밀함과 뻔뻔함, 간식을 줄 때 유난히 얌전해져서 앉아 소리를 하지 않아도 앉아서 기다리기도 하지만 그토록 먹고싶은 간식을 눈 앞에서 보여주다가 이내 걷어버려도 원망 하나 하지 않고 또 애교를 부리는 천진함, 그 큰 덩치로 치와와처럼 작은 개가 짖어도 무서워서 도망가던 소심함, 그리고 인내심.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주인에 대한 사랑. 이 모든 것들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준 때가, 그러니까 정말로 인간 수컷이 주는 위로보다 이 작은 생명이 내 곁에 있기만 한 걸로도 더 큰 위로를 받는다는 걸 깨달은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마리 여사가 그렇게 이른 나이에 죽지 않았다면 인간 수컷도 꽤 좋은 면이 있다는 걸 알 기회가 있었을까. 글쎄, 조금 어려웠을 거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마리여사의 고양이 사랑과 개 사랑을 보면, 이미 작가는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인간과 누리는 사랑보다 훨씬 크고 깊은 사랑을 흠뻑 취하고 간 것 같으니까, 나이가 들수록 더욱 더 아쉬울 일이 없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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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9-12-0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핑에 뜬 제목만 보고 (치니님이 쓴 '반하지 않을 수 없는'이라니!) 헐레벌떡 왔어요. 아아아 보람 있어 보람 있어. 두리에 대한 치니님의 오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글 잘 읽었어요. 글은 찜하고, 저 사진 때문에라도 추천 다섯 번.

치니 2009-12-07 21:10   좋아요 0 | URL
참 우습다는 걸 알지만, 두리를 데리고 다닐 때 누군가 멋있다 귀엽다 잘 생겼다 라고 칭찬을 하면 마음이 풍선처럼 두둥 하고 부풀고 기분이 너무 좋아요. 사진 때문에 추천 해주셨다는 네꼬님이 너무 고맙고. 히히.

hanicare 2009-12-08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수컷만 별로겠습니까?
인간 암컷도 별로입니다.
어느 작가가 그랬다는데
알면 알수록 인간보다 개가 좋아진다고요^^
마리여사 책 두 권 접했는데 이 책도 대기석에 앉혀야겠네요.

치니 2009-12-09 02:10   좋아요 0 | URL
네네, 인간이란 아무래도 그렇다는데 동의합니다. ^-^;;
알면 알수록...씁쓸하지만 그래요.
요즘 뜸하셨던 하니케어님의 포스팅도 기대합니다. :)
 
나는 100살,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 100년간의 삶을 통해 얻은 지혜의 메시지
엠마뉘엘 수녀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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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누군가와 나누던 대화에서 '좋은 책이란, 결국 대상이 되는 독자층이 따로 없는, 즉 어떤 사람도 어떤 상황에서도 좋아할 만한 책이겠죠'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책 읽기를 오랫동안 사랑해 온 나로써는 소위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의 정의가 결국 저 말처럼 되어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기에. 

오늘, 그런 책을 만났다. 한 줄 읽기 시작하면 마음에 빛이 돌기 시작하고 두 줄 읽으면 빠져들고 세 줄 읽으면 고민하고 그러다 손에서 놓지 못하고 결국 작가 김연수씨와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을.(참고로, 김연수씨가 이 책에 대해 블로그에 쓴 제목은, 과장을 금기시 할 만한 작가가 올릴만한 제목 같지 않을 정도: 나의 소원은 이 분처럼 오래 살고, 또 솔직하게 사는 것,나의 소원은 이 분처럼 오래 살고, 또 농담하며 사는 것

나에게는 종교가 없다. 그렇다고 무신론자인가 자문하자면 쉽사리 예스나 노우를 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이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 지를 잘 알고 있는데, 그런 인간이 이 정도나마 생을 꾸려가고 있다면 인간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겠나 하는 단순한 논리로 신이 어딘가에 있기는 있지 않을까 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사람들은 무신론자보다 경멸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아무리 선한 의도로 강요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 생각에는 어떤 신도 그걸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들의 무지에 분개한다. 그런 사람들의 수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면 나도 종교인이 되었을 지도 모르니, 강요하는 종교인들이 역설적으로 비종교인을 양성하는 셈이다.  

우선, 예의 김연수 작가가 소원까지 빌게 만드는 분(유명작가가 좋아하는 책이란 이유만으로 나 같은 독자들은 그 책에 훅 끌리는 게 사실)이고, 제목이 멋지기에(국내출판사에서 임의로 지은 제목이 아니고 불어로 된 원제를 직역한 것, 이걸 직역하지 않고 다르게 지었다면 꽤 억울했을 것 같다)  이미 관심을 두었던 책이지만, 위에 적은 평소의 생각 때문에 첫 장을 펼치기 전까지는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면 금세 지루해지리라, 회개하고 반성하고 인내하라며 설교하는 책은 질색인데, 라는 심정도 가지고 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의혹은 처음부터 바로 씻겨졌다. 이런 글귀가 곧 나타나니 말이다. 

   
 

고통은 끔찍합니다. 나는 고통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 번도 고통을 가치 있는 것으로, 하느님이 주신 선물 같은 것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혹은, 이런 말도. 

   
 

 타인의 행복을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해서는 안 됩니다. (중략) 탄탄하고 오래 지속되는 참된 사랑은 자기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랑입니다.

 
   

'서로 사랑하기만 하면 만사가 괜찮다'거나 '행복은 지속가능한 것'이라고 누군가 말할 때, 우리들 중 누가 그 말을 쉽게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의 100세 소녀(소녀라는 호칭은 내멋대로 붙인다, 아이 같은 마음을 지닌 수녀님을 표현하고 싶어서)가 그것을 말하면, 신기하게 믿긴다. 아니 믿고 싶어진다. 그리고, 행동까지도, 감히,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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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2009-12-05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니와는 다르게 어휘력이 부족해서 좋은 책, 별로인 책 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되요. 이 책 정말 "좋죠"? (ㅋ) 몇년 전에 읽은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가 자꾸 떠오르네요. 기회가 되심 정미경의 "내 아들의 연인"이라는 단편도 꼭 한번 읽어 보시길 바래요. 섬세하고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닌 책이예요. (강추)

치니 2009-12-05 18:05   좋아요 0 | URL
헬렌 니어링의 말씀하신 책, 저도 참 좋게(ㅋ) 읽었어요.
정미경의 "내 아들의 연인"은 아마도 읽은 거 같은데....단편집을 읽어본 적 있거든요.그런데 아흑, 생각이 잘 안나네요. 나중에 기회 되면 다시 읽어볼게요. :)

토니 2009-12-3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은 일반적으로 배타적 우월주의 성향이 있죠. (저도 기독교인이지만 이점이 좀 못마땅하고요) 이 책이 맘에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신앙의 잣대로 상대를 정죄하지 않고, 교회나 성당 밖에서 몸소 실천하는 사랑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암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니 2009-12-30 13:55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교회인(기독교인이라는 말과 비교하기 위해 요즘 이런 신생어가 나왔더군요)들이 기독교인을 자처하며 원래 예수가 행하고자 했던 세상에서의 가르침을 곡해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책들을 그분들이 가장 열심히 읽었으면 하는데, 실제로는 진정한 기독교인들만 읽으시더라구요, 토니님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