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이번으로 4번째. 어떤 작가를 좋아하면 그 작가의 책을 (출판된 것은) 전부 섭렵해야 직성이 풀리는 독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다른 모든 것에서도 그러하듯이 게으르게 내 눈 안에 들고 끌려야만 선별해서 읽는 편이다. 그래서 다른 작가들의 책을 읽을 때는 이 작가의 경우처럼 책마다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 다른 애정도, 탐구와 조사의 깊이 차이, 중첩되는 내용들을 알아차릴 일이 거의 없었던 듯 하다. 

이런 서론을 푸는 이유는, 짐작하겠지만, <문화편력기>라는 제목에서 '편력'이라는 단어가 쓰일만큼 내용이 깊이를 드러내고 있지 않는 꼭지들이 많고, 신문이나 잡지의 칼럼에 그 때 그 때 마감에 맞추어 자신이 평생 통역가로써 살아온 경험과 개인적인 단상들을 갈무리 하여 내놓은 에세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때문.  

그녀의 최대 장기인 박학다식한 정보의 수용력이 짧은 글 속에서 전개되다보니 내용에 등장하는 역사의 일면만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녀로써는 충분히 지당하다고 여겨지는 타문화와 일본문화의 차이를 피력한 에피소드를 읽고 때때로 갸우뚱하기도 하게 된다는 점이 (팬으로써)조금은 안타깝다. 그러나, 이야기꾼으로써 재치와 입담으로 그 간극을 메워주는 글들이 다수 등장하고,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왜 쓰게 되었는지, '올가의 반어법'에 등장하는 여주인공과 흡사한 여인을 만나서 그 이야기를 소설에 반영했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이 일종의 후일담으로써 그녀의 단골 독자들에게 흥미를 더하는 모티브가 된다는 점이 이 책에서 얻을만한 보너스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된 언어구사'라는 글에서 우리에게는 이토록 완벽하게 느껴지는 마리에게 일본어, 즉 모국어에 대한 자격지심이 끝끝내 떨쳐지지 않았다는 점이 의외이면서 한편 자극이 되었다. 일본어를 할 줄 모르니 원문으로 읽어보지도 못하고 번역문으로만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만한 언어 구사의 달인은 없으리라 생각해왔는데, 이런 그도 항상 자신의 말에 부족한 자신감을 충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었겠지 싶으니, 새삼 내가 일상적으로 말하고 쓰는 언어의 형편없음이 부끄럽기도 하다. 

책 말미에는 부록으로 이케우치 오사무라는 일본인과 대담을 나눈 전문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대담의 기록 중에서 아래와 같은 이케우치 오사무의 말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장 균형있게 가지고서 이를 만인에게 알리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가들 중 하나가 요네하라 마리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당대에 몸을 두면서 역사를 어떻게 읽을까 하는 것은, 잘못 읽거나 너무 깊이 들어가거나 해서, 제대로 읽으려 마음먹어도 좀처럼 핵심을 파악하기 힘든 세계입니다. 쓰인 것만으로 판단하여 '그는 이런 사상을 갖고 있다'는 둥 말합니다만, 진짜는 이중삼중으로 꼬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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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2-1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반정도 읽었는데, 비추대상인 요네하라마리를 처음 읽는 분들이 저네요. 안그래도 좀 읽다가 데면데면해서 나만 그런가 싶어 리뷰를 보러 왔었는데 치니님의 이런 리뷰가. ㅎㅎ 이 언니 책은 뭐가 좋아요? (팬으로서) 1권만 소개해주세요. ㅎㅎ

치니 2010-02-16 19:34   좋아요 0 | URL
아핫, 그랬군요.
저는 <프라하의 소녀시대>도 좋았고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도 좋았는데, 제가 애견가라 <인간수컷....>쪽에 무조건적인 호감이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런 리뷰를 적기에 송구스러울만큼 멋진 작가이니, 꼭 더 읽어보셔요 ~ ^-^

웽스북스 2010-02-16 23:37   좋아요 0 | URL
요즘 별명이 중딩인데 프라하의 소녀시대가 낫겠군요 ㅎㅎ
첫만남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빌브라이슨도 같은 이유로 더 안잡고 있어요. ㅎㅎㅎ

치니 2010-02-17 12:15   좋아요 0 | URL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좋아할 거에요, 웬디양님의 눈이 보통 예리한 게 아닌데, 그 책의 미덕을 몰라 보실 리 없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