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 천재 작곡가의 뮤직 로드, 잘츠부르크에서 빈까지 클래식 클라우드 7
김성현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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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사이 계절을 모차르트와 함께 보냈습니다.
한껏 추웠다 종종 포근해졌던 날이 모차르트를 닮은 것 같아요.

추웠다 포근해지길 반복하면서 우리가 겨울에 적응하여 강력한 추위도 버텨내듯이
모차르트 역시 생의 따뜻함과 추위를 견뎌내며 천재 작곡가로 불멸의 생을 살아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는 인물 보다
그가 남긴 작품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기의 저자인 김성현님의 글 때문일까요.
책을 읽는 도중 영화 "아마데우스"도 찾아봤어요.
책을 읽는 내내 모차르트의 음악을 틀어 놓았고요.

그래서일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모차르트의 선율과 영화 아마데우스 속의 웃음소리가
문득 들려옵니다.

아름다운 선율과 극명히 대조되는 그 강렬한 웃음소리가 깊게 새겨졌나 봐요.

영화를 보면서는 살리에르에 집중하게 됐고,
여행을 따라다니면서는 레오폴드에 집중했어요.
레오폴트가 없었더라면 모차르트도 없었을 거라는 가정법.
역사에서는 의미가 없지만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차르트 하면 천재 작곡가라는 이미지가 강렬하기 때문이죠.
이제 막 뛰어다닐 아이가 연주를 하고 작곡을 하다니요.
그것도 수준급이라니 어디 상상이나 가나요.
어쩌면 서번트 증후군을 아닐까 의심스러운 상황이기까지 하니까요.

재능은 타고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여행기에서 중요한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드의 이야기도 많은 부분을 들려주지요.

저에게는 참 낯선 이름이지만 바이올린 연주자라면 친숙한 이름일 수 있겠어요.
바이올린 연주 교본을 쓴 인물이자 모차르트의 아버지로 말이죠.
지금도 바이올린에서는 레오폴드 모차르트 콩쿠르가 있다고 하니까 엄청난 사람이죠.
음알못에게는 노벨상과 비교하면 이해가 조금은 쉬울까요?

우리에겐 모차르트가 더욱 유명한 이유는
그의 삶과 그가 남긴 626곡이라는 엄청난 음악들 때문입니다.

베토벤과 비발디 하면 딱 떠오르는 선율이 있습니다.
이름만으로도 머릿속에 맴도는 바로 그 음악이오.
반면 모차르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딱하고 떠오르는 게 없어서 당혹스러웠습니다.
뭐가 있을까 싶어 찾아봤지요. 그냥 아무 음원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음악들을 마구잡이로 들어 봤어요. 재생 순위 상위권에 있는 많은 노래들을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소나타, 협주곡, 레퀴엠 등이 광고, 영화, 드라마, 가요의 인트로, 게임 등 많은 곳에서 들어봤던 노래였어요. 너무나 많아 딱하고 떠오르는 선율이 없던 거예요. 또 어떤 곡들은 모차르트라는 이름보다 연주자나 가수의 이름이 생각나지요.

평소 클래식과 친하지 않은 저에게 이번 독서여행은 놀라운 경험의 연속입니다.
알고 나니 더 알고 싶어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조금 아는 것이 더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깊이 알고 싶어 찾아보게 되고, 또 찾으면 더 알고 싶고, 그 끝없는 흔적들을 전 부다 알고 싶은 마음이 찾아왔어요. 모차르트의 1번부터 626번까지의 모든 노래들을 들어 보고 싶은 마음.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은 모차르트를 어떻게 느꼈을까 알고 싶은 마음.  아마 저자도 이런 마음이 있어서 책을 쓰게 되었겠죠.

이제 와서 그의 삶을 행복과 불행으로 양분할 순 없을 겁니다.
삶의 길이 때문에 불행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우리들처럼 때론 행복하고 보통은 그저 그렇고 가끔은 화로 가득한 날을 보냈겠지요.
그럼에도 끝없는 작곡 덕분에 후대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듣고 행복해합니다.
그가 끝까지 읊조렸던 레퀴엠조차 감동을 주니까요.

 

불멸의 모차르트

올 겨울은 그의 음악이 포근하게 감싸 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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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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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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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썼다 지우길 여러 차례
도무지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기시미 이치로님의 책을 읽을 때면 항상 그래요.
책은 정말 쉽게 읽힙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두 시간 이내에 읽어 내기도 하죠.

하지만 다 읽고 나서 생각을 정리하려 하면 내용들이 뒤죽박죽 섞여 버립니다.
처음 읽었던 그의 책 <미움받을 용기>도 그랬지요.

이번 책 <마흔에게>는 나이를 들어가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용기'입니다.
어쩌면 마음의 지침서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이라서 그럴까요?
저는 나이에서 앞자리의 숫자가 바뀔 때마다 나이 듦을 느꼈습니다.

10대에서 20대가 되는 순간 가장 많은 변화 중 하나는 군 입대였죠.
20대에서 30대가 될 때에는 직장과 결혼 때문에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짐을 느꼈죠.
나이 먹음을 떠나 늙어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어요.
아마 40대 50대가 되면 더 실감하게 될 것 같아요.

기시미 이치로의 <마흔에게>는 걱정하지 말고 새롭게 시작하라 용기를 줍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에 따라 주변 환경이 변화는 것도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죠.
시간이란 흐름 속에서 '나'라는 중심만 잃지 않는다면 나이든다는 것은
숫자에 불과할 뿐이죠.

책 속에서 지금 여기 현재를 살아가라는 말이 가장 먼저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과거의 아쉬움과 미래의 걱정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카르페디엠' 영화와 책 덕분에 라틴어 격언으로 많이 알려진 말이죠.
현재를 즐겨라. 또는 지금에 충실하라.
앞뒤로 붙은 말이 더 있었다고 하는 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설핏 기억나는 대로 붙이자면 기시미 이치로의 말과 일치했던 것 같아요.

 

 

과거는 인정하며 미래의 걱정은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기시미 이치로의 책들은
결국 이 문장을 여러 말로 풀이해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용기'라는 것은 결국에는 지금을 살아갈 용기지요.
미움받을 용기, 행복해지는 용기, 나를 위해 살아가는 용기
그 모든 용기가 '지금, 이 순간'입니다.

머리로는 익히 알고 있다 생각하며 넘어가기 십상인 말의 뜻을
다양한 삶과 말로 보여주기에 생활 속에서 '나'를 돌아보며 어느 부분에서 용기를 가져야 할지
어떤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마흔에게>가 가진 매력입니다.

<마흔에게>에서 제가 느낀 현재를 살아가는 용기란
진짜 어른이 되는 것과, 관계를 만들어 가거나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늦은 때란 없다는 것이죠.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 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꿈을 꾸겠다 말해요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책을 읽어가며 '걱정말아요 그대'가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마치 노랫말을 글로 다시 엮어 낸 듯한 기분이 들었지요.

제 감상은 한 문장으로 마무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새로운 꿈을 꾸어요.

 



밑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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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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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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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갈 수록 니체의 철학이 떠올랐다.
아모르파티와 초인

살아가면서 겪는 관계에 대한 어려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

책을 소개하자면
현재를 살아가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여다 보고 인정하는 것.
자신을 찾는 방법을 담백하게 담은 레시피같은 느낌을 받았다.

담백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평소에도 담백한 맛을 좋아하기에 '담백'하다는 것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본연의 맛을 은은하고 오래 즐길 수 있게 조리된 것.
짜고, 달고, 매운 것이 아닌 고기는 고기대로, 채소는 채소대로, 과일은 과일대로
있는 그대로의 맛을 느끼며 삼키고 나면 입안에 텁텁함이 남지 않는 것.
그런 것이 담백한 맛 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삶에서 담백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책 속의 많은 이야기들이 결국에는 '나'라는 '주체'를 찾는 방법같았다.
그러니 담백하다는 것은 '나답게'살아가는 것. 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어 버렸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나 답게 담백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가 참 어렵기에 자꾸만 방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참 많을 것 같기도 하다.

담백하게 살아가기 위한 레시피라서
누구나 여러 페이지에 멈춰서서 잠시 생각을 해보고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이든 관계든 잠시만 거리를 두고 시간을 두고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
그 순간 감정을 폭발하지 말고 '왜?'라는 질문을 한 번쯤 해보는 것.
아니다 싶을 때는 아닌 이유를 맞다 싶을 때는 알맞음의 이유를 찾아보는 것.
그렇게 '나'를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면 담백하게 사는 레시피를 자연 스럽게 터득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잠깐이라도 좋으니 아는 것을 '실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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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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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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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김신회님의 글을 만난 건 보노보노 덕분입니다.
우연히 들렸던 서점에서 반가운 캐릭터가 표지로 있는 책을 발견했었죠.
자연스럽게 집었더니 에세이집이었습니다. 표지에 서툰 어른을 위한 에세이라는 말에 책을 펼쳐 보았죠.
보노보노가 전달해주는 이야기가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뜻대로 안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
특히 관계와 태도에 대해서 스스로를 돌아보았죠.
뭐 책을 읽고 나자마자는 단점들을 고쳐보자 마음먹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되었지만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기억에서 잊힐 때쯤 김신회님의 새로운 에세이 소식을 들었어요.
평소 에세이와 친하지 않기에 부러 찾지 않으면 잘 모르는 소식인데 정말 우연이었죠.
그렇게 신청해서 받은 책은 왈칵 눈물 쏟게 만들었습니다.

요즘 티 내진 않았지만 힘들었거든요.
이런저런 일들에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는 순간들로 가득 채워진 일상에
가만히 곁에 앉아 토닥여주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막연한 괜찮다, 잘 될 거다가 아닌 일상의 경험들이
저마다의 불행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과 위안, 그리고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습니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
높이 떠 흐르는 구름
살랑 사랑 불어오는 바람
따사롭게 내리는 햇살

온몸으로 가을을 느끼며 한껏 쏟아내고 나니 참으로 개운합니다.


마음에 콕

p.20
상대방을 존중하는 일은 그에게 무언가를 제안, 조언,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주는 것이라 믿는다.

p.21
세상에서 가장 나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은 나다.
그 마음은 내가 나한테 품는 것만으로 족하다. 그러니 이제는 누가 나에게 간섭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저 이 말을 떠올린다.
'나는 당신이 아니랍니다.'

p.47
완벽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사람을 소진시키는 것, 또 하나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해지고 매일같이 노력하지만 상상하는 완벽함에 도달할 수 없어 점점 지쳐간다. 그러는 사이에 결정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행동하려는 의지는 퇴색된다. 수많은 생각과 걱정, 불안을 넘어 결국'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수도 안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완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p.194
"너가 잘하는 거 해. 잘할 거 같은 거 말고 잘하는 거 해. 잘하는 게 있는 것도 어려운 거다? 잘하는 거 잘 되는 것도 어려운 거고."

p.262
자꾸만 삶에 대해 미련이 는다. 딱히 가진 것도 없으면서 잃을게 많은 사람처럼 벌벌 떨게 된다. 그렇다고 모르는 게 아니다. 나중에 더 긴 시간이 지나면, 그때는 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웅크리고만 있었는지를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을, 하지만 그 생각을 하면서도 움직이는 게 두렵기만 한 걸 어쩜 좋을까. 이럴 때마다 내가 철들었다는 걸 느끼고, 그런 내가 별로라는 생각을 한다.

p.289
나는 노력을 하든 안 하든 계속 나일 것이고 그런 내가 또 나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라 해도 내 옆에 나는 남는다. 그걸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놓인다. 이 사실을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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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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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LY STORY

 

 

우리 대부분은 할 이야기가 단 하나밖에 없다.
우리 삶에서 오직 한 가지 일만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로 바꾸어 놓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최종적으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이건 내 이야기다.

 

 

줄리언 반스라는 이름 때문에 달달하거나 치명적이거나 스릴 넘치는 사랑은 아닐 거라 짐작은 했다.
기록이 아닌 기억인 이유가 있었다. 이것은 단 하나의 이야기 당신 또는 나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기억'이란 이름에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그 순간 모든 것이 환상으로 남기도 한다.

책은 3부로 나뉘어 사랑을 기억한다.
'사랑'...
다른 말로 바꿔봐도 담을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해 결국 '사랑'이란 말로 쓰고 기억하는 것.

첫 번째 1인칭으로 쓰여긴 기록은
책 속 열아홉의 '나'로 끌고 들어간다 
아주 깊숙이...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너무나 많이 남은 나이, 경험하지 않은 것들이 경험한 것보다 많은 그때 한 남자에게 '사랑'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늘 그렇듯 우연히...
남들처럼 시작된 사랑이 남들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결코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랑의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열아홉, 스물, 스물하나의 생을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기억으로 각인되었다.

아무것도 없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던 때를 지나 '삶'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때가 2인칭 시점으로 쓰인 2부의 이야기다.

그것도 사랑일까?라는 질문을 끝없이 던지며 무엇이든 하리라 다짐했던 시기
그가 사랑했던 그녀 역시 '사랑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녀가 술에 빠지게 된 것 역시 '사랑'이라 해야 할까...

그녀의 이야기는 알 순 없지만 그는 분명 '사랑'이라 기억한다.

3인칭 시점으로 기록된 3부에 '사랑'을 다시 고뇌하게 만든다.
평범한 일상이란 규칙을 만들고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생활을 하며 살아가면서 끝없이 생각하는 단 한 사람. 단 하나의 '사랑', 중간쯤에 잠시 착각했던 시기도 있었다는 고백,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역시 '사랑'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녀의 생에 마지막 순간 찾아가지만 역시나 '사랑'이라는 물음을 남긴 체 돌아온다. 아니 어쩌면 그제서야 떠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의 그 '사랑'으로부터.
'사랑'이라 믿었던 생으로부터...



'사랑'이란 단어에 무엇을 떠올릴까?
보통은 드라마 속의 그런 사랑들, 어쩌면 어린 시절 달달했고,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찬란했던 그런 기억들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사랑이란 결코 달콤하지 않다, 씁쓸한 맛도 담고 있다는 책들은 참 많이 읽어봤던 것 같다. 하지만 줄리언 반스의 소설은 '기억'으로 간직한 '사랑' 속에 생의 착잡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명확할 것 같은 '사랑'에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아직 생의 내공이 부족한 서른이기에 일흔이 넘어간 저자의 연륜이 담긴 사랑의 기억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강렬했던 처음을 떠올려 본다. 불과 10년 남짓의 시간이 흘렀지만 생생할 것 같은 그 순간들의 기억 속에 빠진 것들이 너무나 많다. 불과 10년... 줄리언 반스의 열아홉 살 보다 더 생생한 기록이 온라인 세상에 저장되어 있는데도 명확하지 않는다. 그때 '사랑'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얼굴은 사진으로 인해 명확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어쩌면 상상으로 만들어 버린 허구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했던 그 순간, 웃음과 놀라움, 호기심, 모든 것이 서툴렀던 흐릿한 기억...

어쩌면 '사랑'이란 그 모든 것의 흐릿한 기억임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작가의 손을 벗어난 책은 결국 독자의 몫이라 하지만 한 남자의 생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처음'과 '사랑'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p.75
어쨌든 절대 잊지 마세요, 폴 도련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p.85
인생에서 뭔가를 풀면 다시 그것을 풀 수 있고, 해결책은 두 번째도 똑같다는 추가의 믿음. 어떤 높은 수준의 성숙과 지혜에 이르렀다는 자신감을 준다.

p.100
나에게는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없었다. 사실 사랑이 무엇인지, 거기에 어떤 것들이 포함될 수 도 있는지 검토해보지 않았다. 그냥 나비키스에서부터 절대주의에 이르기까지 첫사랑의 모든 측면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p.136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 오랜 세월에 걸쳐 그래도 이 정도는 발견했다. 첫사랑은 그 뒤에 오는 사랑들보다 윗자리에 있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존재로 늘 뒤의 사랑들에 영향을 미친다.

p.141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 오는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현실성에 근접한 것이고, 사랑을‘이해하는 것‘은 심장이 식었을 때 오는 것이다. 무아지경에 빠진 애인은 사랑을‘이해하고‘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경험하고 싶어 하고, 그 강렬함. 사물의 초점이 또렷이 잡히는 느낌, 삶이 가속화하는 느낌,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는 이기주의, 욕정에 찬 자만심, 즐거운 호언, 차분한 진지함, 뜨거운 갈망, 확실성, 단순성, 복잡성, 진실, 진실, 사랑의 진실을 느끼고 싶어한다.

p.289
그는 가끔 자신에게 인생에 관한 질문을 전져보았다.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 가운데 어느 게 더 진실할까? 그는, 결국, 이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p.304
몇 번의 검열에서도 살아남은 그의 공책의 한 기록.
"사랑에서는 모든 것이 진실인 동시에 거짓이다. 사랑은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한 가지 주제다."

p.358
나는 불사신이라고 느끼는데 남들은 소심한 상태, 아직 안정되지 않은 모험성 덕분에 죽어라 나아가는 것. 그래. 그 못든 것을 너무도 잘 기억했다. 그것은 열아홉 살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일부는 사고가 나고 일부는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다. 페르스타펜은 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신경 생리가 그를 온전히 분별력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놓기까지 아직 육 년이 더 남아 있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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