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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처음 김신회님의 글을 만난 건 보노보노 덕분입니다.
우연히 들렸던 서점에서 반가운 캐릭터가 표지로 있는 책을 발견했었죠.
자연스럽게 집었더니 에세이집이었습니다. 표지에 서툰 어른을 위한 에세이라는 말에 책을 펼쳐 보았죠.
보노보노가 전달해주는 이야기가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뜻대로 안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
특히 관계와 태도에 대해서 스스로를 돌아보았죠.
뭐 책을 읽고 나자마자는 단점들을 고쳐보자 마음먹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되었지만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기억에서 잊힐 때쯤 김신회님의 새로운 에세이 소식을 들었어요.
평소 에세이와 친하지 않기에 부러 찾지 않으면 잘 모르는 소식인데 정말 우연이었죠.
그렇게 신청해서 받은 책은 왈칵 눈물 쏟게 만들었습니다.
요즘 티 내진 않았지만 힘들었거든요.
이런저런 일들에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는 순간들로 가득 채워진 일상에
가만히 곁에 앉아 토닥여주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막연한 괜찮다, 잘 될 거다가 아닌 일상의 경험들이
저마다의 불행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과 위안, 그리고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습니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
높이 떠 흐르는 구름
살랑 사랑 불어오는 바람
따사롭게 내리는 햇살
온몸으로 가을을 느끼며 한껏 쏟아내고 나니 참으로 개운합니다.
p.20
상대방을 존중하는 일은 그에게 무언가를 제안, 조언,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주는 것이라 믿는다.
p.21
세상에서 가장 나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은 나다.
그 마음은 내가 나한테 품는 것만으로 족하다. 그러니 이제는 누가 나에게 간섭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저 이 말을 떠올린다.
'나는 당신이 아니랍니다.'
p.47
완벽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사람을 소진시키는 것, 또 하나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해지고 매일같이 노력하지만 상상하는 완벽함에 도달할 수 없어 점점 지쳐간다. 그러는 사이에 결정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행동하려는 의지는 퇴색된다. 수많은 생각과 걱정, 불안을 넘어 결국'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수도 안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완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p.194
"너가 잘하는 거 해. 잘할 거 같은 거 말고 잘하는 거 해. 잘하는 게 있는 것도 어려운 거다? 잘하는 거 잘 되는 것도 어려운 거고."
p.262
자꾸만 삶에 대해 미련이 는다. 딱히 가진 것도 없으면서 잃을게 많은 사람처럼 벌벌 떨게 된다. 그렇다고 모르는 게 아니다. 나중에 더 긴 시간이 지나면, 그때는 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웅크리고만 있었는지를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을, 하지만 그 생각을 하면서도 움직이는 게 두렵기만 한 걸 어쩜 좋을까. 이럴 때마다 내가 철들었다는 걸 느끼고, 그런 내가 별로라는 생각을 한다.
p.289
나는 노력을 하든 안 하든 계속 나일 것이고 그런 내가 또 나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라 해도 내 옆에 나는 남는다. 그걸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놓인다. 이 사실을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