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된 불평등 - 첨단 기술은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분석하고, 감시하고, 처벌하는가
버지니아 유뱅크스 지음, 김영선 옮김, 홍기빈 / 북트리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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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은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분석하고, 감시하고, 처벌하는가

12월이면 참 많은 감정이 교차합니다.
연말, 크리스마스, 한 해의 마지막, 송년, 밤, 눈, 사랑 ...

많은 단어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하죠.
계절의 마법일까요? 요정들의 심술일까요?
12월이면 따뜻한 기부의 소식들도 많이 들려옵니다.

장학금을 모아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불을 기부한 학생부터, 폐지를 주워 모은 돈을 선 듯 내주시는 분,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해주시는 분, 기념일이라서, 뜻있는 일에 쓰길 바라는 마음,

다양한 이유와 다양한 방법으로 12월이면 '사랑'을 전달합니다.

이렇게 날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해지는 계절
놀라운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자동화된 불평등"
제목부터 심상치 않죠.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불평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 역사를 보면 항상 '구빈원'에서부터 시작을 하죠.
현대적 의미의 복지는 영국과 미국의 구빈법, 구빈원에서부터 출발했다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빈곤 퇴치를 위한 인류가 만든 새로운 발명품으로 생각했던 것이
실상은 통제와 관리의 수단이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1631년 17세기, 2018년 21세기
둘 사이의 시간은 한 사람의 생과 비교하자면 엄청난 시간입니다.
우리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무려 4세기면 엄청난 변화
그야말로 비교도 불가능할 정도의 혁신이 사회를 바꿔 놨을 것 같은 시간이죠.

그동안 알마나 바뀌었을까요?
저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합니다.
아니 오히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감시와 처벌 통제가 더욱 정교해졌다고 말하죠.
빈곤의 문제만큼은 후퇴한 듯합니다.

 저자가 시스템과 첨단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경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는 우리나라의 보험 제도와 비교하면 많은 부분에서 불편하고 까다롭습니다. 또한 병원은 민영화되어 있어 수익이 우선이죠.
다들 미국의 병원비는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미국과 비교한다면 말 많고 탈많은 국민보험 제도가 얼마나 좋은 제도인지 그 차이를 알게 됩니다. 질병으로 인해서 한 가정이 파탄 나고, 여러 사람의 인생이 벗어날 수 없는 빈곤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위험, 아니 위협이자 현실인 국가이기에 첨단 기술과 시스템의 악영향을 깊이 파헤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동적격심사 시스템, 노숙인 통합등록 시스템, 알고리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4차 산업 혁명 시대라고 합니다.
기술의 혁신이 삶을 바꿔 놓고 있다고 하죠.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를 만들어가고 있기도 하죠.
기술의 혁신으로 사회 모습이 바뀌어 가면서 '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회사는 어떻게든 정보를 모으려고 하고, 소비자들은 내 정보가 수집되는 것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제품의 편의성을 소비하죠.

이렇게 바뀌어 가는 세상에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첨단 기술은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분석하고, 감시하고, 처벌하는가"

여기서 '가난한'이란 단어를 빼면
"첨단 기술은 어떻게 사람들을 분석하고, 감시하고, 처벌하는가"
라는 문장으로 바뀝니다. 단어 하나 빠졌을 뿐인데 다가오는 느낌이 무척 섬뜩합니다
첨단 기술은 분명 개인들이 그 혜택을 누리는 것 같은 착각을 줍니다.
자본주의의 세상에서 첨단 기술의 혜택은 '자본'이 누리고 있죠.
그리고 우리는 우리조차 알지 못하는 순간에 '인권'과 교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분명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라는 것도 모든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바람을 담고 있죠. 그런데 '좋은 의도'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여기에 이익과 편리라는 것이 들어가는 순간, 사람을 무언가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취급하는 그 순간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의도'라는 것이 어떤 통제력과 폭력성을 가지게 되는지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됩니다.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 우리입니다.
기술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대면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기술이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분명 컴퓨터처럼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 번 정해지면 바뀌지 못하는 물건이 아니죠. 우린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 영향을 주며 변하고 있습니다. 영향을 주고받는 것에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포함되죠.

그래요. 생각해 보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변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첨단 기술이라는 핑계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인간다움'을 포기했는지
그 변화의 방향을 주도했든, 휩쓸렸든 결국 우리들의 선택에 의한 결과라는 것은 변함없다는 사실.

저자는 기술이라는 달콤함에 취해 그동안 잃어버렸던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고,
기술을 이용해서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고 책을 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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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음 Touch
양세은(Zipcy)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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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연애, 첫키스 단어만 들어도 셀레는 당신에게
안정제가 되어줄 포근한 그림들


 


 

닿다.
1.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에 맞붙어 사이에 빈틈이 없게 되다. 2. 어떤 곳에 이르다.

닿음.

살과 살이 맞닿는다.
단순히 물리적인 '접촉, 스침'에 불과할지라도.
그 찰나의 순간 우리는 심장이 단전까지 떨어지기도,
구름 위로 두둥실 떠다니기도 피가 역류하기도, 미온수를 유영하기도 한다.
이렇듯 만감이 교차되는 신비로운 찰나를 그림에 담아내려 한다.
- 프롤로그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종종 화면으로만 접하던 그림과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엮였습니다.

닿음에 관한 이야기,
사랑의 순간 그 찰나의 감정을 포착하여 그림에 담아냈어요.

Zipc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양세은님의 작품 닿음.

그 이야기를 종종 열어 볼 때마다
머릿속 깊이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
심장이 쿵쾅이던 그 순간의 감정들이 떠올랐지요.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는 처음의 그 순간
눈 빛이, 손끝이, 호흡이 맞닿았던 찰나의 순간
무수히 많은 생각이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 생각도 안 났던 것 같기도 한.
많은 것이 오갔던 묘했던 그 장면들이 나에게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어요.

진행 중인 사랑이 있다면
함께 보며 순간들의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아쉬움에 떠오르는 지난 사랑의 기억을 붙잡습니다.

처음이란 말로 다 담아 내지 못하는
긴장과 설렘의 순간들부터
익숙한 듯 익숙해지지 않는 '사랑'이란 이름의 추억과
헤어짐이란 이름의 아픔까지

짧았던 시간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 같았던 닿음.
천천히 끓어올라 사랑의 온기가 오랫동안 머물던 닿음.
익숙해질 만큼 많은 경험이 무색하게 매일 설렘으로 심장을 뛰게 했던 닿음.

그대라는 사람과 함께여서 다행이었던
남아있는 그 기억들이 닿음이란 책과 만나
새롭게 가슴을 울립니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처음의 그 순간들부터
무뎌지고 무뎌졌다 생각했던 익숙함이 전해주는 안도의 닿음까지

추워지는 이 계절, 마주한 순간 따뜻해지는 1도의 닿음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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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윈터 에디션)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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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리뷰

 

어린 시절 아침과 저녁시간 TV 앞에 앉게 만들었던 만화입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멀어진 만화이기도 하죠.

책을 보면서 참 신기하단 느낌을 받았어요.
어린아이를 사로잡았던 만화가 성인이 되어서 다시 보게 되니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죠.

저자는 보노보노를 다시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낀 것 같아요.
일상에서 발견한 보노보노의 이야기 중 저자에게 위로와 깨달음을 줬던 많은 부분들이
제 삶에도 있었습니다.

지나난 페이지와 다가올 페이지 그 사이에서 머물고 있는...
어른이 되지 못했는데 아이에서 머물러 있을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노보노는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보노보노를 쓴 작가의 인생 내공은 대단합니다.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것들에 보노보노의 입을 빌려
짧고 쉽게 결론을 내기도 하고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도 하지요.

그걸 잡아내어 삶의 페이지 속에 녹여낸 이 책의 저자 김신회님도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긴 겨울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귤과 군고구마를 까먹으며 봤던 많은 만화책들
그 책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배우게 됩니다.

1년이 지나 다시 읽은 공감과 위로의 말들.
지난 시간 참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책에 남긴 흔적이 알려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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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 삶, 사랑, 죽음, 그 물음 앞에 서다
경요 지음, 문희정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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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 그리고 존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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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 페이지에서 죽음을 생각해봅니다.
'죽음'이란 미지의 세계 단어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죽음...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아니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죽음을 선택했다!
삶의 순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의미하는 '자살'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많은 이들이 여러 어려움의 끝에 삶을 포기하는 것.
아니 '죽음'을 선택했죠. 

포기가 아닌 선택.
어쩌면 생의 권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만약에 말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질병이라는 것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 어떨까요?
도무지 건강해질 길은 안 보이고, 몸은 점점 더 약해지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 시도 때도 찾아온다면.
너무나 고통스러운데 아무런 표현도 할 수 없다면.
죽고 싶은 마음에도 죽음을 선택할 수 없다면 어떤 삶일까요?

책은 타이완에서 살아온 저자의 경험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질병에 의해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는 과정을 전부 담았습니다.
최후의 최후 마지막 남은 선택지가 '죽음'이라면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할까요?
아니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생명을 유지해야 할까요?

'죽음'이란 이름에 오히려 '삶'을 생각해봅니다.
100세 시대 우린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그 삶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에게도 2017년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습니다.
존엄사법이라 하기도 하고 약칭으로는 연명의료 결정법이라는 이름의 법이 있습니다.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입니다.
2017년 8월 시행되었죠. 정확하게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랜 시간 병상에 있다가 법이 통과되어 연명의료 장치를 제거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른 사람이 있습니다.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가족의 동의로
의사결정권이 있다면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삶에서 의미가 사라진다면 그것이 과연 삶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가장 두려운 것은 '의미'일 것입니다.
우린 항상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고 선택을 하죠.

오늘은 2018년 마지막 달의 첫날입니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봤죠.

죽지 못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목숨을 겨우 부지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육신만 살아있다면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에게 '죽음'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었지만 스스로 답을 내리진 못했습니다.
생각과 질문이 거듭되면 될수록 너무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시간이 더 흘러 나이가 지금의 곱이 된다면 조금은 알 수 있을까요?

불꽃처럼 타올라 눈꽃처럼 사라지는 삶.
행복한 죽음을 생각해 보며 마무리해야겠어요.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 난잡한 글이 되었지만 남겨 둡니다.
언젠가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에, 건강한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게 되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요.

*이 글은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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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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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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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의 책을 좋아합니다.
'카모메 식당',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일하지 않습니다',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등

그녀의 책은 일기 같기도 하고, 모노드라마 같기도 해요.
평범하게 흘려보내는 일상 속에서 작은 부분을 포착해내어
평범한 일상이 행복한 날이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죠.

그녀의 이야기로 만든 드라마나 영화들도 그래요.
일본풍이라는 특유의 분위기가 옅게 깔려 있으면서도
작은 디테일 속에 편안함과 안정감에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죠.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는 무레 요코와 길냥이 시마짱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찾아온 줄무늬고양이 시마짱. 작은 눈과 무뚝뚝함이 마치 아저씨 같아서 시마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시마짱과의 이야기 속에서 무레 요코 그녀가 살아오며 만난 동물들과의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잔잔하게 펼쳐지는 일상 속에 때론 당황스럽고, 가끔은 속상한 일들도 있어요.
어쩌다가 슬픔 가득한 순간도 있고요. 이야기는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는데
그 속은 휘몰아치는 태풍 같은 감정들이 마구 떠올랐다 가라앉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어요.
어린 날부터 지끔까지 제 곁에 있던 동물들이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 남겨진 사진으로 인해 기억하고 있는 순간들...

지금 저는 동물을 키우지 못해요.
나름 튼튼하다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동물 털에서 오는 알러지가 있는 탓이죠.
참!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하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성장하는 중간에 동물들과 함께 했던 때가 있어요.
아주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 댁이 놀이공원이자 동물원이었습니다.
어쩌다? 자주? 찾은 그곳에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강아지와 엄마 개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닭과 어미닭을 졸졸 따라다니는 병아리
쉼 없이 턱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씹고 있는 흑염소
기억에는 없지만 소달구지와 토끼집도 있었다니
아기에게는 새로운 것이 마구 널려 있는 신세계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병아리와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다고 해요.
맨날 껴안고 다니고 작은 몸으로 제 몸만 한 강아지를 끌고 다니기도 했데요.

제가 기억하는 것들에서는 병아리를 키운 것이 최초이자 마지막 기억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느 날 하굣길에 나타난 병아리 할머니.
작은 상자에 가득하던 노란 병아리에 마음을 빼앗겨
상자 앞에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던 어느 날 아빠 몰래 덜컥 일을 저질렀지요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 먹는다고 용돈을 타내어 병아리를 샀어요.
한 마리만 있으면 외로울까 봐 두 마리를 사서 집으로 갔죠.
작은 검정 비닐봉지 속에 병아리 두 마리와 얼마간에 먹을 모이를 담고서요.

일단 집안까지 몰래 집에만 들어가면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나 봐요.
숨겼어야 했는데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대답도 않고 병아리가 잠들어 있는 비닐봉지 속만 들여다봤다고 해요. 나중에 끝까지 키우겠다고, 맨날 밥도 주고 물도 주고, 병아리 똥도 잘 치우고 신문지도 매일 갈겠다는 약속을 하고 키우기 시작했죠.

작고 연약한 아기 병아리라서 걱정도 많이 했었나 봐요.
늦게까지 라면상자로 만든 병아리 집 곁에 있다가 잠들고
눈을 뜨면 병아리 밥과 물부터 챙겼죠.

제가 데려온 병아리 두 마리, 동생이 사온 병아리 한 마리
따로 이름을 짓지 않아 병아리 1호 2호 3호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어요.
정성스럽게 키우던 병아리가 훌쩍 자라 이젠 닭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몸짓이 되니
더 이상 작은 아파트에선 키울 수 없게 되었죠.
그래서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맡겼어요.

작은 병아리가 큰 닭이 되었는데도
애정을 쏟아서 그런지 마냥 귀여워했데요.
어쩌다 가던 할아버지 댁을 병아리 1호, 2호, 3호 덕분에 한 달에 세 번 이상 갔어요.
할아버지는 손주가 자주 온다고 무척 좋아하셨죠.
큰 닭장에 다른 닭들과 잘 지내고 있는 1호 2호 3호부터 찾고.
어른들도 잡기 힘들다는 닭을 후다닥 뛰어가서 끌어 않곤 했데요.

그러던 어느 여름 날
사랑을 듬뿍 준 병아리 1호 2호 3호와 이별하게 되었어요.
저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말이죠.

복날이라고 할아버지 댁에 모여서 삼계탕을 먹었던 날이었어요.
오랜만에 온 가족이 다 모였기에 닭도 많이 잡았죠.
그때까지만 해도 기르던 닭을 잡아먹는다는 것은 저에게 없던 개념이었거든요.
진한 육수에 뽀얀 살,
정말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닭장을 향했는데.
병아리 1호 2호 3호가 없는 거였어요.

놀란 마음에 물어보니
어른들이 뱃속에 있는 걸 찾는다고 놀렸죠.
할아버지께선 손주가 키우던걸 먹어서 그런지 더욱 맛난다고 하신 그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아요.

그날의 충격 때문일까요. 지금은 삼계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그날 이후 닭을 안 먹었다고 해요.
시간이 흘러 닭 요리를 먹게 되었지만
지금도 삼계탕은 부러 찾아 먹진 않는 것 같아요.

무레 요코의 글 덕분일까요.
아픈 충격만 남았을 것 같은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게 되고
그 속에서 정성 들였던 일들이 어렴풋이 떠올라요.
집안에서 병아리들과 빙글빙글 돌았던 기억도 나네요.

밤에는 가슴에 품고 잠들기도 했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잘 잤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매일 새롭게 신문지를 바꿔 주다 어느 정도 성장해서는 고운 모래를 찾아 깔아주던 기억
동그랗고 작은 몸에 전해지던 따스한 온기.

어린 날 잠시 함께 했던 그 순간들이
행복한 일상들이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중에서야 병아리 1호 2호 3호도 일반 닭들 보다 오래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시골에선 늙어 죽는 닭보다는 잡아서 식량으로 쓰는 게 일반적인 가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삼계탕이
애정을 쏟았던 그 닭이었다는 충격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무레 요코는 시마짱의 죽음을 짐작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준비를 한 것이죠.
어떻 모양으로든 사랑을 준 생명과 이별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준비 없이 맞닥뜨린 이별은 너무나 큰 아픔으로 남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람 곁에 같이 생활하는 반려동물들은
대게 사람보다 먼저 생을 마감합니다.
병들어 죽기도 하지만 수명이 다하여 숨을 거두는 경우가 많겠지요.

동물과 함께하고 헤어짐을 겪으면서
인간은 죽음과 이별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이 다른 생명에게서 찾는 행복의 비결도 있지요.

무레 요코의 책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그 이야기 속에는 만남부터 이별까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아요.
낯선 길고양이와 함께 했던 시간. 그 짧았지만 각자의 삶을 살았던 관계처럼.

우리의 삶에서 만남과 헤어짐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미리 준비하면 괜찮을 거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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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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