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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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첫 인상은 아련함 이였어요...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나에게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쳤던
감정을 끄집어 내는 감독님의 영화들을 일부러 찾아 보기도 했죠.
책은 소설과 다르게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컨텐츠 입니다.
요즘 정신없이 살아가느랴 바쁜 세상.

SNS세계속에서 진짜 세상을 외면하고 사는 삶이 제 이야기 같기도 하네요.
익숙함만 찾아 다니다 보니
어느덧 낯선 것은 두려움이 되어 있는 삶을 발견 해요...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것 같습니다.

이와이 ̊지는 개인에게 있어선 대단한 모험이기도 한 이야기를
따스하게 이끌어 갈 것 같습니다.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감동도 다를 것 같구요.
소설을 읽으며 눈물 흘릴 수 있다면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와이 슌지의 소설 <립반윙클의 신부>를 읽고 싶은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아련함으로 남아 있는 감독 이와이 ̊지...
중학생 때로 기억한다. 시험이 끝난 후 큰 TV로 다같이 봤던 영화 <러브레터>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러브레터>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러브레터>


 

내 기억속에 이와이 슌지와 <러브레터>는 순백의 눈밭에 "오갱끼 데스까~" 라는 메아리다.

그래서 아련함이란 단어가 가슴깊이 파고 들었는지도 모른다.

<러브레터>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짧다면 ̧은... 길다면 긴...
사회에서 성인이라 인정 받는 나이, 청년이란 말보단 아저씨란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나이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듣다 눈물 흘리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10년이란 시간... 마치 꿈을 꾼것 같은 지나간 시간들...
그래서 '립반윙클'일까?

이와의 슌지도, 나도 10년이란 꿈결같은 시간을 넘어 <립반윙클의 신부>로 만났다.

SNS에서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폐쇄적인 삶을 살던 주인공이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진짜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풍광과 비일상처럼 느껴지는 일상의 장면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와이 ̊지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현실의 문제들을 독특한 사건과 배경을 통해 그려냈다. 여기에 다양한 동화적 모티프가 더해져 잔혹하고 아름다운 ‘현대의 페어리테일’이 탄생했다. 때로는 아련한 감성을 자극하고 때로는 신랄함으로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감독의 작품세계를 집대성한 ‘새로운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서평단모집] 이와이 ̊지 <립반윙클의 신부>|작성자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의 책 소개에는 "SNS에서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폐쇄적인 삶을 살던 주인공이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진짜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SNS에서만 속마음을 털어 놓는...

내 이야기 같아서 끌렸다.
어쩌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대면하기 보다는 전화가, 전화보다는 문자가 더 편한 시대,
대화 보다는 SNS속에 사진과 글에 집착하게 되어버린 시대,


좋아요와 공감으로 때론 댓글 속에서 현실의 위로와 행복을 찾아보려 애쓰는 시대.
언제든, 어디서든 연결되어 있기에 되려 외로워져 버린 시대...

이와이 슌지는 그런 우리들의 삶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저 흘러가는 일상의 순간인 것 처럼 흘려보낸다.

사진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미나가와 나나미" 일곱개의 바다란 뜻을 지닌 이름.

나나미를 흔든 1년간의 시간,
일곱개의 바다 속을 헤매이다, 살아갈 희망을 발견한다.

SNS에서 시작된 이야기...
이야기의 초반은 오래된 아련함을 담은 이와의 ̊지의 옛 감성이 묻어 난다.

잔잔함 속에 '아차'하는 순간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너울파도 처럼 '나나미'에 빠져 든다.

클램본과 나나가와 미나미, SNS라는 바다에 떠다니는 이름...
한 쪽은 이보다 더 어두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어두움을...
다른 쪽은 태양보다 더 눈부신 밝음을...

모두 진실이면서 거짓이란 이름의 파도...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스물 둘의 '나나미'
남녀간의 '선'이라는 것의 두려움,
진짜 '사랑'을 모른채 지나온 시간
SNS라는 바다에 용감한 나를 만들어 준비 없이 낚싯대를 던진다.

@클램본
맞선 사이트에서 남자친구를 발견했다.
어쩐지 너무나도 쉽게 손에 넣었다.
인터넷 쇼핑을 하듯이 간단히 한 번의 클릭으로.
정말 이런 식으로 남자를 만나도 되는 걸까?
그 남자도 나를 손쉽게 손에 넣은 여자라고 생각할까?

연애를 생각했는데 결혼을 하게 되버렸다.

SNS에서 나는 '나'일까?
현실에서라면 시도 하지도 못했을 일을 SNS에선 너무나 쉽게 해버린다.
나와는 다른 사람인 척 하면서... 
현실의 나와 마주하는 순간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앙을 마주한다.

진짜 이야기는 태풍이 불어 오면서 시작 된다.
어디서 시작 되었는지 알 수 없는 혼란 스러움과 너무 거대해서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

그렇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SNS라는 드넓은 바다에서 낚아 올린 물고기는 진짜 육식계 남성이었다.
데쓰야는 남녀 사이에 존재하는 선을 간단히,
아주 쉽게 뛰어넘어 왔다.
그것도 매우 난폭하고 뻔뻔하게.

오랫동안 품어온 의문이 풀리며 처녀를 잃었고 나나미는 여자가 되었다.

SNS속 거짓이 현실속 진실이 되었다.
내 의지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가기 시작 했다.
마치 파도에 휩쓸려 조난 당한 배처럼...

결국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고,
거짓을 위한 거짓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시간은 속절없이 혼돈 속으로 끌고 들어가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 버렸다.

"행복"이란 의문은 그대로 남겨 두고...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SNS에서 만난 또 하나의 바다 '아무로'
현실과 SNS사이, 둘을 갈라 놓을 태풍일까, 삶을 다시 살게하는 태풍일까...

<립반윙클의 신부>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행복할 줄 알았던 결혼 생활.
얼마 안가 마지한 파국.
그 모든 혼란 속에 '아무로'란 태풍이 있다는 것을 '나나미'는 끝까지 모른다.

태풍은 어디서 부터 불어 온걸까?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뭐였을까?
이 반지에 무슨 기대를 했던 걸까?
결국 아무것도 없었잖아?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아무로'란 태풍... '가짜 가족'

'가짜 가족'...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을까? 진실을 마주하는게 너무나 두려워서...
현실속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서 필요했을까?

SNS속이든 현실이든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나를 생각하게 된다.
난 어떻게 비춰질까?  주변 사람들의 겉 모습만으로 그들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의해 비춰지는 '나'를 생각하는 것...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나나미'에게 가족이란 바다는... 아픔이였을 뿐일까?
기억이란 사람 마다 다르다. '가짜'라는 거짓 역시 현실에선 진실이 된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립반윙클과 캄파넬라...
두 바다의 만남이 삶을 더 어지럽게 한다.

방향 없이 흘러가는 삶은 언제까지 지속 될까?

나나미는 가정부 의상을 입은 그대로
마법에 걸린 것처럼 깊고 깊은 잠에 빠졌다.

잠에서 깨어나면 '립반윙클'처럼 세상이 변한다.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만 시간이 흘러 버린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은 지나간 어제가 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삶'이란 무엇일까?

고민해봐도 답을 찾을 수 없다.
바다에 몸을 맡겨, 물결 따라 흘러 간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마시로'는 마지막 바다였을까?
SNS속 '립반윙클'은 현실의 '마시로'가 되어 다가온다.
'마시로'와 '나나미'의 바다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심해다.

겉은 잔잔 하지만 속은 거대한 힘을 담고 있는 심해.
파랗다 못해 검푸른 빛을 뿜어 내는 심해.
물결 위에서 느끼는 '행복'은 착각 일까.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나 따위를 위해서, 그 점원이 부지런히 봉투에 물건을 담아 준다고. 이런 쓰레기 같은 나를 위해서. 그 모습을 보면 가슴이 꽉조여 오면서 괴로워져서 울고 싶어져. 나에게는 행복의 한계가 있어. 더 이상은 무리다 싶은 한계가 그 누구보다 더 빨리 찾아와. 그 한계가 개미보다 작아. 이 세상은 사실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모든 사람들이 잘 대해 주거든. 택배 아저씨는 내가 부탁한 곳까지 무거운 짐을 날라 주지. 비 오는 날에는 모르는 사람이 우산을 준 적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쉽게 행복해지면 나는 부서져 버려. 그래서 차라리 돈을 내고 사는 게 편해. 돈은 분명히 그런 걸 위해 존재할 거야. 사람들의 진심이나 친절함 등이 너무 또렷이 보이면 사람들은 너무 고맘고 또 고마워서 다들 부서지고 말걸? 그래서 모두 돈으로 대신하며 그런 걸 보지 않은 척하는 거야. 나나미,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부서져 버릴 것 같아"

'마시로'는 '행복'을 바랬을 뿐...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마시로 씨가 죽었다.

사태를 겨우 받아들인 순간, 온몸이 부서질 정도의 충격이 나나미를 덮쳤다.

함께 있던 두개의 바다가 하나가 되었다.
빈 곳의 물을 채우 듯 바다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휩쓴다.

잠에서 깨어나니 또 다시 바뀌어 버린 세상.
내가 있는 이 바다는 어떤 빛을 가진 세상일까.
정신 자릴 듯 싶으면 덥쳐오는 바다가... 파도가... 너무 두렵다.

'마시로'라는 바다는 흔적이 되어 '나나미'라는 바다에 힘을 실어 준다.
더 빠르게, 더 생생하게 흐를 수 있는 힘을...

'마시로'라는 바다는 '아무로'라는 바다에 충격을 준다.
바다 속 깊은 물마져 하늘 높이 끌어 올리는 거대한 태풍이라는 충격을...

마치 기적과도 같은 나날을 보냈다.
확실히 꿈과 같은, 기적과 같은 나날이었다.

 
<립반윙클의 신부>에는 내가 살아온 세계와 너무나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SNS를 통해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
역할 대행으로 처음 만난 낯선 사람과 가족이 되기도 하는 사람,
AV 여배우, SNS중독, 오타쿠, 은둔형외톨이,
이혼가정의 아이와 부모, 주체가 사라진 대 가족, 계약직 교사, 호텔 청소부, 오해와 진심, 가짜와 진짜, 가상과 현실...
 

 

사회에서 홀로된 사람들,
어쩌면 패배자란 말로 가둬 버린 사람들,
세상속에서 겨우 살아가는 다양한 종류의 소수들의 이야기,
일곱가지 바다를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은
세상은 거대한 바다라는 사실은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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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6-10-08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보이는 SNS 블로그등으로 소통하는세계는 넓어졌지만 실제 개인의세계는 그대로인게아닌가싶어요 보이는모습하지만 진짜자식이얼마나있을까요 셀카나사진을올리는게 당연해진 하지만 그만큼의진심은없어진세상
모니터안에서만 존재하는자신에게는 의미없다고생각되네요 결국겁쟁이이죠 밖에 나갈용기가없는 거짓으로자신을 치장하고거짓을연기하는 광대

파란북이 2016-10-08 14:20   좋아요 0 | URL
페르소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감춰버리는 가면... 용기가 없는 겁쟁이 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부터 경쟁만 하다보니 사람을 만나는 방법, 친구를 만드는 방법, 세상에 살아가는 방법들을 배우지 못한체 나이만 먹어 어른처럼 보이기 때문같기도 하네요. 책 한권을 통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