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려운 시절이었다. 회사를 바꾸었을 뿐인데 두 회사 분위기가 얼마나 다른지, 마치 직업을 바꾼 것 같았다. 늘 긴장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랬기 때문에 번번이 실수를 했다. 일도 사람 관계도 다 어려웠다. 살면서 그렇게 자신감이 추락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버티겠다고 마음 먹었고, 헤엄치는 마음으로 띄엄띄엄 책을 읽고 엉망으로 끄적였다(수영을 못한다..). 다락님을 만난 건 그때였다. 독후감 써봤자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다락님처럼 인기 많은 사람이, 게다가 미녀가(그땐 진짜 안젤리나 졸리처럼 생긴 줄 알았..) 내가 징징대며 써내려간 메모에 댓글을 달았다니, 좀 문화 충격이었다. 여기는 막 그러는 덴가 봐. 게다가... 마음을 담아서 썼어!
나는 맥락을 따지지 않은 호의, 남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어떤 힘을 갖는지 다락님한테 배웠다. 물론 여기에는 적절한 간섭과 현명한 거리두기가 포함된다. 다락님 덕분에 나도 나만의 개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을 가지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술과 고기를 좋아하는 것, 특정 책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나와 다락님은 취향이 별로 겹치지 않는다. 다락님의 서재를 찾는 그 많은 친구들 중에 나 같은 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녀의 글들을 이토록 좋아하는 것은, 다락님이 사람에도 문학에도 세상에도 그런 호의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솔직하게 쓰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확실히 그렇다.
그래서 다락님이 책을 준비한다면서 '흔한 블로거 글 모음'이 될까 봐 걱정하고 '서평 잘 쓰는' 다른 사람과 비교될까 봐 걱정할 때 나는 그딴 소리는 집어치우고 맥주나 마시라고 했다. 그리고 책을 만드는 쪽에서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독보적인 매력이 있는 필자라고 말해 주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댓글과 거기 대한 댓글들, 그 행간에 숨어 있는 온기를 보라고 했다. 다락님이 좋은 필자인 것은, 그런 교류를 통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 생각을 수정하고 또 고집하면서 늘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말을 한 다음, 내가 생각해도 말을 참 잘한 것 같아서 술 먹다 까먹을까 봐 핸드폰에 메모해두었다!)
다만 나는 다락방이 아니라 네꼬인 관계로 우리의 다락님을 이제부터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아직은 마뜩찮다. 이 옹졸한 네꼬의 질투까지도 마음 넓은 다락님은 이해해주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