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친구들 틈에 끼여
추어탕에 소주잔을 돌리고
이차 가서 맥주잔을 기울이다
거나해서 밤늦게 귀가하는 길
누가 또 장렬하게 산화하는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좌르르
빗금 긋듯 꽁무니를 빼는 별
뒷모습 짧아도 아름다운 생이다
흩어져야 빛나는 별똥별이여
너희들은 어디서 무슨 술 먹고
그 무슨 안주를 밤늦도록 씹다가
이제사 뿔뿔이 헤어지는 길이냐
너도 집에 가면 와이프한테
미주알고주알 잔소리 좀 듣겠다
서로 다른 꿈자리로 돌아누운 채
서먹서먹 가라앉는 섬이 되겠다
생은 가끔 외로울 때 빛난다
왁자지껄 술자리 슬그머니 떠
저 홀로 은하 건너 총총히
사라지며 빛나는 별똥별처럼.
임영조, 「별똥별」『시인의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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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시는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때마다 좋다.
어느 때는 참 따뜻했던 이 시가
오늘은 어쩐지 먹먹하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