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도록 잠은 오지 않고, 아침에는 늦잠을 자고, 낮에는 조는 생활의 반복.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휴가를 냈다.
“밥도 안 먹고 잠만 자야지.” 결심하면서도
‘설마 동물이 그럴 수 있겠어?’ 하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거의 결심대로 되었다. (난 정체가 뭐냐?)
오후 2시쯤 일어나 거실로 기어 나와
소파에 누워서 TV보다 잠들기를 반복하고 보니 4시.
비가 추적추적 온다. (휴가 내기 정말 잘했다.)
밥도 좋지만 이 날씨에는 예의상 라면을 먹어준다.
고춧가루를 잔뜩 넣어서.
상을 물리고 다시 소파에 기어 올라가
응, 조금 있다 일어나서 옷장 정리해야지, 해야지, 해...야......
....지.
정신을 차리니 9시가 다 되어간다.
집에 있으면서도 ‘거침없이 하이킥’ 을 놓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윤호야 미안해!)
그러나 늘 그렇듯 반성은 하지 않기로 하고 다시 잠 모드.
10시 반이 되어 돌아온 동거녀에게 배고픔을 호소하였더니
뚝딱 김치전을 부쳐준다.
나는 늘 그렇듯 그녀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근데 너 다시 잠이 오겠니?”
라는 동거녀의 걱정이 무색하게,
12시 10분에 해주는 ‘CSI’ 를 보다가 졸아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는 새것처럼 빛나고
머리가 맑다.
자, 나는 기지개를 켜고
산책을 시작하는 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