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의 시선 (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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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참 어렵다. 아니 타인과 진솔한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진심보다는 가식적인 관계로 지내기 일쑤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과도 같다. 관계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특징은 시선을 피한다는 점에 있다. 눈을 맞추지 못한다. 불편해한다. 눈빛이 말해 준다. 나조차도 그렇다. 관계가 껄끄러운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눈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본능이다. 반면 편안한 사람과의 만남은 전혀 다르다.

청소년기에 죄책감은 마음에 바윗덩어리를 얹어 놓은 것과 같다. 시선을 떨군다. 가족과도 마찬가지다. 땅에 둔 시선이 얼굴까지 올라오기까지 숱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율의 시선이 그렇다. 찬구의 운동화만 바라본다. 발에 시선이 꽂혀 있다. 의학적 치료도 효과가 없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원한다. 가족이 아니어도 좋다. 자신의 입장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가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긴 말이 필요하지 않다. 마음이 통해야 한다. 의미 없이 주고받는 많은 말보다 가끔이지만 마음으로 와닿는 몇 마디가 위로가 된다.

가족과의 갑작스러운 이별, 경제적 어려움, 부모의 이혼 등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인다. 아니 말을 잊고 관계의 단절을 선포한다.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상처와 아픔이 없는 사람이 없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아픔을 감싸는 것이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선생님들을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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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떻게 베스트셀러를 만들었을까 - 책 읽는 나라 프랑스가 보여 준 발상의 전환
쓰지 유미 지음, 김단비 옮김 / 유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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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획기적인 독서 장려 정책을 소개한다. 책의 부제가 말해준다. 

 

'책 읽는 프랑스가 보여준 발상의 전환'

 

독서가 점점 미디어에 밀리는 모양새다. 위기다.  프랑스나 우리나 비슷한 모양이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독서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많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적용하고 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랑스가 책 읽는 나라로 소문나고 있다. 프랑스의 독서 장려 정책의 비법은 무엇일까?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인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봇물 터지듯 판매되었고 도서관마다 예약 대출이 줄을 이었다. 문학상 수상의 효과다. 프랑스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이 공쿠르상인가 보다. 발상의 전환으로 고등학생들이 심사위원이 되어 '고등학생 공쿠르상'을 수상한다고 한다. 매년마다 지역별로 후보작품들을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10여 권을 읽고 토의와 토론을 통해 최종 심사에 올려 보낼 작품들을 뽑는다.  최종 심사는 전국 단위에서 추천된 고등학생 심사위원이 비슷한 방법으로 최종 작품을 뽑는다. 언론계나 출판계의 입김이 전혀 개입할 수 없다. 권위 있는 어른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놀라운 사실은 고등학생들이 뽑은 '고등학생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은 서점마다 판매율이 10배 이상 오른다고 한다. 이게 책 읽는 프랑스의 모습이다. 권위 있는 어른들이 추천하는 책 보다 고등학생들이 읽고 토의하고 뽑는 책을 시민들이 즐겨 찾고 읽는다고 한다.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낸 결과다. 

 

고등학생 공쿠르상 덕분에 고등학생들의 자발적인 독서가 늘어났다고 한다. 두꺼운 책도 즐겁게 읽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생 공쿠르상 후보작들을 다수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는 습관은 책 읽는 프랑스가 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출판사들이 진행되는 각종 문학상들이 있다. 대부분 심사위원의 면면은 기존의 소설가, 문학가, 비평가와 같은 전문가 집단이다. 권위 있는 문학상에 걸맞게 심사위원을 위촉했을 것이다. 다만 발상의 전환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프랑스 고등학생 공쿠르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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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 2024 창비그림책상 수상작
포푸라기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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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창비 그림책상 심사위원들이 생각하는 그림책 읽기도 다른 장르의 책 읽기와 맥을 같이 한다. 되풀이해 읽을수록 조금씩 다르게 읽히는 것은 좋은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그림책은 줄글보다 그림이 우세하며 문자보다 기호가 작품을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림책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구상한 기호와 그림책의 배경이기도 한 이미지를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읽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지루할 틈이 없다는 점이다. 언제든지 그림책을 펴더라도 부담감이 작용하지 않는 점이 그림책이 주는 묘한 매력이기도 하다.

『새처럼』 우리 아이들이 자랐으면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지구 한 편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생명이 하나의 물건처럼 취급당하고 있다. 이제는 죽음의 소식이 전해지더라도 남 이야기처럼 들린다. 전쟁이 가져다준 결과다. 점점 무뎌지고 있고 다른 이의 삶은 중요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새처럼』 평화의 소식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가득했으면 한다. 우리의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면 한다. 안전하게 평화롭게 자라는 학교가 되고 지역사회가 대립과 싸움이 아닌 화해와 조정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성숙된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

어른들이 먼저 평화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먼저 평화의 자세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어른과 교사가 그런 삶을 살지 않는데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평화의 삶을 가르칠 수 있을까?

평화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 것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의 욕심과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내 것부터 챙기려 할 때 평화는 말뿐인 구호로 전락당한다. 평화는 구호가 아닌 삶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모든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들이 새처럼 자유롭게 평화롭게 살았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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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 (무선) 생각하는 숲 6
트리나 폴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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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오시는 선생님들 명단이 발표되었다. 우리 학교에 오시는 분들 개인 연락처를 소속 학교 교감님들에게 요청했다. 다음 주에 있을 교육과정 디자인하기(새 학기 준비를 위한 교직원 협의)를 준비하기 위해 원하는 학년, 업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이다. 기존에 계시는 선생님들에게는 이미 개인 의사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서로 조율하고 조정하기 위해 사전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어 일일이 전화를 드렸고 혹시 시간이 되어 학교로 오실 수 있는 분들은 방문 요청을 드렸고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분들은 최대한 전화로 선생님들의 의사를 여쭈어보았다.

물론 나는 이분들과 함께 근무하지 않는다. 새로운 교감님과 함께 근무할 분들이지만 기존에 있는 교감으로 최대한 내가 할 역할을 해야 될 것 같아 완성된 초안을 만든다는 심정으로 오전부터 오후까지 만남과 대화를 가졌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씀해 주셨고 양보할 것들은 과감히 내려놓아 주셨다.

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사람이 모여 하는 일들이라 자신에게 맞지 않는 학년과 일들이 주어질 수 있다. 때로는 속상함을 말씀해 주시기도 하지만 다 이해가 된다. 사람마다 생각과 특성이 다양하기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요구할 수 있다. 교감이 해야 할 역할은 선생님들의 의견을 꾹 참고 경청하는 일이다. 무슨 말씀이든 들어 드리는 일이다. 그리고 나중에 학교의 여러 가지 상황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한다. 웬만하면 모두 인격적인 분들이라 수용해 주신다. 우리 선생님들이 최고다.

퇴근 뒤 저녁 시간에 짬을 내어 서재에 꽂혀 있는 『꽃들에게 희망을』을 펼쳐보면 나는 과연 '학교에게 희망을'을 안겨드리는 교감인지, '선생님들에게 희망'으로 다가가는 교감인지 생각하게 된다. 뭔지 모르고 남들이 모두 꼭대기로 올라가니까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정상을 향해 가는 애벌레들의 여정을 보며 혹시나 나도 나만의 개인적 욕심을 이루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기보다 정상만을 보고 향해가고 있지 않는지 돌아본다.

이제는 주변을 돌아볼 때다. 선생님과 교직원들에게 품을 내어 드려야 할 위치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조심조심 내려가야 할 때다. 목에 힘줄 나이가 아니다. 다음 주면 나도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직원을 만나며 인사를 드려야 한다. 그쪽 학교에 가서 학년 조정, 업무 분장을 위한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들지만 참 재미있다. 보람이 있다. 사람을 더 잘 알아가게 된다. 교감이니까 많은 교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참 좋다. 교감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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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을 가요 사계절 그림책
김혜진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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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학교는 새로 오고 새로 가는 선생님 명단이 발표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초조하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올해 학교 근무 연수 만기로 새로운 부임지로 옮기게 되었다. 나를 대신하여 교감 역할을 해 주실 분을 맞이하게 된다. 교감을 처음으로 하시게 되시는 선생님이시다. 4년 전 나도 그랬듯이 아마도 어리둥절하실게다.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 형식으로 잔뜩 설명을 듣더라도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을 거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험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곁에서 지켜보는 것과 직접 해 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교감의 역할도 그렇다. 오랫동안 학교에 근무하면서 많은 교감 선생님들을 만나고 직접 곁에서 하는 일을 도와드렸지만 막상 내가 그 역할을 하게 되었을 경우 하나부터 열까지 생소하고 두렵고 떨렸던 기억이 났다. 아마 우리 학교로 오시는 신규 교감 선생님도 그럴 실 거다.

그렇다 할지라도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교감의 역할이 익숙해지고 덜 두려워진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은 늘 새롭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가고 빈 공간이 생기면 새롭게 사람을 뽑고 채용하고 배치하고. 반복되는 일이지만 사람은 늘 어렵고 두렵다.

나도 이제 며칠 뒤면 새롭게 발령받은 곳으로 간다. 5년 차 교감이다. 소위 말해서 경험치가 충분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느슨해짐이다. 대충 하려는 본성이 작동된다. 편해지려고 하고 일을 미루려는 생각이다. 그런 본능을 거부하고 저항해야 한다.

그러던 찰나에 그림책 『심부름을 가요』를 만났다. 아주 간결한 그림책이다. 심부름을 가는 아이가 중간중간 심부름 받았던 내용을 까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내용이다. 결국은 심부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돌아온다.

맞다. 한 눈 팔 수 있다. 주변을 기웃거리다 보면 심부름을 가는 목적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심부름을 다녀오는 그 자체에 있다.

심부름

교감 5년 차, 내게 다가온 키워드는 '심부름'이다.

심부름 가듯이 교직원들을 잘 섬겨야겠다.

한 눈 팔 수 있더라도 심부름해야겠다는 그 정신은 잃지 말아야겠다.

"심부름,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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