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가족 재미가득 이야기판 1
이향안 지음, 김현영 그림 / 판퍼블리싱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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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하얗게 홉뜬 눈으로 노려본다" 

 

중독 가족 얘기다. 엄마는 쇼핑 중독, 아빠는 검색 중독, 나는 게임 중독. 중독에 빠진 가족은 서로 눈을 맞추지 않는다. 각자 모니터 화면에 초집중한다. 대화가 없다. 식사 시간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가정의 모습이 중독 가족처럼 살아가고 있지 않나?

 

눈을 맞추고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가족이 되기 위해 나름 고민을 많이 했었다. 거실에 TV를 없애기도 했다. 여름이면 텐트를 차에 싣고 캠핑장으로 나가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면서 차 안에서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자녀가 커 가면서 부모 자녀 간 대화가 좀처럼 발전하지 못했다. 서로 관심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속상하지만 그냥 그렇게 지냈다. 모두 바쁘다는 이유로 어색함을 외면해 왔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핑계일 뿐이다. 중독 가족처럼 모두 각자 디바이스를 가지고 온통 신경을 거기에만 쏟고 있으니 가족이지만 대화 없는 밋밋한 가족으로 살아갈 뿐이다. 

 

중독에 빠진 사람의 특징은 시야가 좁다. 넓게 보지 않는다. 탁 트인 사고방식이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알고 있으나 삶의 지혜가 부족하다. 사람과의 관계도 서툴다. 자신밖에 모른다. 게임 중독, 쇼핑 중독, 유튜브 중독에 빠진 증상이다. 가족도 그렇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각자 중독에 빠져 있으면 가족은 안중에도 없다. 

 

아이들은 부모 행동을 따라 한다. 어린 자녀일수록 더욱 그렇다. 얘들 보고는 책을 읽으라고 해 놓고 부모가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어불성설이다. 부모가 먼저 행동으로 본을 보여야 한다. 핸드폰을 멀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화를 시도하고 가족 간 공통 관심사를 찾아가야 한다. 가족이 화목하고 서로 간 관계가 촘촘할 때 자녀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 부모의 역할이다. 

 

『중독 가족』을 읽는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건 우리 가족 얘긴데..." 

 

중독 가족이 되지 않기 위해 가족 규칙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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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에 히어로는 무리지만
구로노 신이치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이미향 옮김 / 한빛에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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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한 학급을 이룬다. 소규모 학교라면 그 학급이 6년 내내 같은 집단으로 구성된다. 한 개 학급이 전부라서 그렇다. 1학년 때 학급이 6학년 졸업 할 때까지 그대로 간다.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분명 있다. 서로서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게 되는 장점도 있지만 만약 관계가 틀어질 경우 보고 싶지 않아도 함께 지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서열 관계가 존재한다. 우열을 나누는 기준은 공부 잘하고 못하는 것도 있지만 대게 얼마큼 잘 사느냐도 아이들 사이에서는 큰 관심사다. 옷 입고 오는 것만 보더라도 아이들은 대번에 알아차린다. 요즘은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느냐만 보더라도 아이들 사이에서 무리가 갈린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다. 교사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아이들 관계가 부의 기준으로 나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만큼은 모두가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아이들 관계에서도 어른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기준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자체가 참 부정적이다. 마치 학교에는 폭력이 늘 존재하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학교폭력'이라는 말 대신에 차라리 '학생갈등'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폭력은 당연히 없어야 하는 것이 맞다. 폭력은 나이와 상관없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초등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폭력'이라는 개념과 결이 다르다. 언어폭력도 학교폭력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기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학교폭력이 안 일어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학생들 간 갈등은 어른이 교사가 개입해서 풀 수도 있지만 가능한아이들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면 어떨까 싶다. 민주시민을 기르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학생들 간에 일어난 갈등을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도록 접근 금지시키고 분리시킨다면 과연 민주시민을 기를 수 있을까 염려가 된다.

 

왕따, 따돌림이라는 용어로 학생 간 갈등을 모두 대입시킨다면 피해자의 회복은 물론이거니와 가해자의 자발적 사과도 진행될 수 없다. 초등학교 안에서만큼은 학교폭력이라는 용어 자체를 바꿔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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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의 임진왜란 - 성장소설로 다시 태어난 쇄미록
황혜영 지음, 장선환 그림 / 아울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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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과 정유재란과 같은 전쟁통에 삶을 낱낱이 기록한 책이 있다. 피란 중에 보고 듣고 경험한 바를 적은 기록이며 관료가 아닌 일반 선비가 기록한 책이라 남다른 시선으로 전쟁의 실상을 바라볼 수 있다. 미화되거나 정치적인 관점이 담겨 있지 않은 날 것 그대로 전쟁의 참상을 기록했다. 선비 오희문의 일기 『쇄미록』이다. 쇄미의 뜻은 초라하고 보잘것없다는 뜻이다. 

 

전쟁 중에 적군과 싸우는 군인들도 힘들고 어렵지만 더욱 힘든 쪽은 일반 백성이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해전을 거듭하며 왜군과 싸운 전쟁 기록이라고 한다면 오희문의 쇄미록은 일반 백성들이 살기 위해 피란 가고 피란지에서 먹고살기 위해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삶의 기록이다. 오희문의 쇄미록은 이순신의 난중일기, 유성룡의 징비록과 함께 제3대 임진왜란 기록물로 평가받고 있다. 

 

『열두 살의 임진왜란』은 오희문의 쇄미록을 좀 더 읽기 쉽게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쓴 책이다. 열두 살 소녀가 어떻게 전쟁 중에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가족들을 잃고 마지막 남은 오빠를 극적으로 만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기록한 쇄미록과 같은 일기는 훗날 역사적 사건을 뒤돌아 보는데 훌륭한 참고자료가 된다.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국정 문서에도 기록되어 있지만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근거자료가 된다. 한 가지 사건을 바라보고 평가하는데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된 자료가 있다면 폭넓게 해석할 수 있고 왜곡된 평가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읽어내야 한다. 남들이 떠먹여 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물론 오래된 기록들은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열두 살의 임진왜란』이 좋은 예다. 쇄미록의 원전은 어른들이라도 읽기가 쉽지 않다. 누군가 오늘날의 언어로 해석해 놓지 않으면 단지 역사적 유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언어로 해석해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쇄미록은 그 기록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받았다.

 

박물관 안에만 고이 모셔 두면 보물의 진가를 알 수 없다. 읽혀야 한다. 전쟁의 실상을 극복한 우리 선조들의 삶을 읽을 수 있도록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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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해록 - 조선 선비 최부와 떠나는 뜻밖의 중국 여행 처음 만나는 고전
강창훈 지음, 허현경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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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남긴 메모들이 모여 기록이 되었고 역사로 남았다. 심지어 세계 3대 중국 여행기로 평가받고 있다. 바다에 표류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장장 150일 동안 떠돌며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메모한 자료들이 세계적 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더구나 당시 생활상을 엿보고 연구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기록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본다. 

 

우여곡절 끝에 명나라 남쪽 지역에서 북경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온 최부는 조선인 최초의 명나라 남부를 방문한 사람이 되었다. 공식적인 사신단을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명나라에 있다가 돌아온 최부는 당시 임금이었던 성종에게 보고서를 올려야 했다. 어찌 보면 결과보고서 형식을 취한 공식적인 문서라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임금에게 보고드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던 것이 필담으로 나눈 메모지였다.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 메모는 그렇지 않다.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표해록이 오늘날까지 전해 오게 된 이유다. 왕께 공식적으로 보고 드린 공식문서였기에 가능했다

 

표해록을 기록한 최부는 남다른 기록 정신이 있었다. 명나라의 여러 도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보고 느낀 것들을 중국 역사와 함께 병행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평소에 꾸준히 독서를 해 결과다. 중국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닌 역사적 가치로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인보다 더 중국 역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관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소 습관이 위기 때 나타나는 법이다. 독서는 글의 수준을 높인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독서만큼 정직한 결과가 없다. 

 

최부가 함께 한 일행 모두를 무사하게 인솔해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최부의 독서 리더십에서 비롯되었다. 왜구로 오인받고 첩자로 몰렸을 때 그의 상황 판단은 예리했다. 명나라 관료들에게 조선에서 표류되어 온 일행들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했다. 최부가 필담으로 나눈 메모에서 그의 수준 높은 지성을 엿보았을 것이다. 

 

자고로 리더는 책과 함께해야 한다. 책을 눈에서 떼지 말아야 한다. 위기 때 리더십이 작동된다. 평소에 책을 통해 습득한 감각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리더의 언어는 수준이 있어야 한다. 어휘력도 남달라야 한다. 긴 말 대신 짧은 어휘가 설득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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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고전맛집 1
배봉기 지음, 이부록 그림 / 사계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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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가 시대를 흔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열하일기에 쓰인 박지원의 생각이 시대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글은 기존 사람들이 쓰는 글과 남달랐다. 아니 당시 권력자들의 사고방식과 결을 달리했다. 대부분의 주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했다. 기득권을 지키고 낡은 관습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래된 글들을 답습하고 베껴 쓰는 데에 치중했다. 서민들의 바람과 요구를 읽지 못했다. 자기만족에만 급급했다. 반면 일개 무명에 불과했던 박지원은 그가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글로 표현했다. 그게 열하일기다.

 

글에는 정신과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 글쓴이의 글쓰기 태도는 곧 그의 삶의 지향점이다. 칼보다 붓이 힘이 세다고 하지 않나.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청나라를 직접 다녀온 뒤 쓴 그의 일기에는 앞으로 조선이라는 나라의 국정 방향을 서술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국정 책임자를 후회적으로 비판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열하일기 속에 담겨 있는 양반전과 호질의 이야기만 보더라도 그의 비판정신이 얼마나 적나라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겉으로는 권력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일반 백성들이다. 총칼이 무력적으로 세다고 볼 수 있겠지만 진작 강력한 힘은 글에서 시작된다. 정신이 물질보다 강하다. 올바른 사고방식으로 무장된 비판 정신은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 사면초가에 빠졌더라도 정신이 차리면 살아남는 것처럼 사람의 정신을 모으게 하는 글의 힘은 시대를 변화시키고 오랫동안 이어간다. 연암 박지원의 글이 그러했다. 오죽했으면 정조 임금마저도 문체반정이라는 포고령을 통해 박지원이 쓴 글이 유포되지 않도록 단단히 일렀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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