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역설 - 10개의 키워드로 읽는 독일통일과 평화
이동기 지음 / 아카넷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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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 평화의 길, 통일의 길이 요원해 보인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라는 오명의 딱지를 언제 떼어낼 수 있을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통일보다는 현재 이대로가 더 좋다라는 의견이 우세하다는 설문조사를 접하면서 우리 내부적으로도 하나된 생각보다 점차 마음이 분열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 초중고 수업 시간에 최소한 1~2시간 이상은 통일을 주제로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어른들의 영향 때문인지 초등학교 학생들도 의외로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아마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지금보다도 더 퍅퍅하게 실물 경제가 진행될 것이고 경제적인 수준을 맞추기 위해 어느 정도 경제적 이익을 나눠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와 닿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통일 이야기는 우리의 숙원의 과제임에 틀림 없다. 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 민족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 해결해야 할 첫번째 숙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통일 정책은 초미의 관심사이며 심지어 당락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되어왔다. 냉전시기에는 반공 정책으로 내세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화해 무드가 펼쳐진 시대에는 햇볓 정책을 계승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최근에는 남북간 정상회담이 한창 무르익을 때에는 정상회담을 주도한 정당이 지방선거를 압승한 기염을 토해 내기도 했다. 이처럼 '통일'은 '정치'의 도구가 되어 왔고 정치인의 부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제가 되어왔다. 과연 진실로 통일을 바라는 정치인들이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통일을 때때마다 이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통일은 정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촘촘한 관계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통일의 모델로 독일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처럼 이념 대립으로 분단되어 있었던 곳이 독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이라는 공통된 정치적 이유로 분단된 사실과 분단된 당사국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강대국들의 유불리에 따라 민족이 둘로 갈라져야 했던 점은 붕어빵과 같이 닮아 있었다. 분단 된 후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적 수준의 차가 급격하게 벌어진 것도 공통점이다. 주민들이 서로 왕래가 단절되었고 군사적 대립도 팽팽했다는 점도 매우 흡사했다. 그런데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 통일 정책의 연계성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통일이라는 대전제 아래 시행 방법이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반드시 통일을 이뤄내겠다는 정치인들의 생각이 여야를 떠나 일맥상통했다는 점이다. 

 

독일이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통일을 이뤄낼 수 있었던 점은 서로 입장이 다른 정치인들의 간의 불신과 오해를 없애기 위한 소통의 자리를 부단히 가졌다는 점이며, 평화 정치를 위한 모험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결 정치는 불신과 오해를 증폭시킬 수 밖에 없다. 신의와 선의를 바탕으로 한 평화정치는 분단된 지역의 최고 지도자들끼리의 생각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만남의 자리를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갔으며 공간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도로도 개설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 쪽편을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변화되어야 할 파트너로 생각했으며 서로의 정치적 입장을 먼저 인정하며 대화의 자리로 나섰다는 점이다. 

 

"새로운 친구를 얻느라 오랜 친구를 잃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되, 서로 다른 성격과 지향의 친구 둘을 모두 가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소위 당시 서독의 동방정책의 철학이기도 하다. 성향이 다른 친구를 얻기 위해 내 것을 포기하는 행위도 서슴치 않았기에 친구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독일 통일을 가리켜 '의도치 않았던 결과' 였다고 지금까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며 될 수 있는 한 접근을 포기하지 않았다. 접근한고 해서 동질성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접근은 최소한의 관계 유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행위인 셈이다. 모험이자 실험이었고 새로운 친구를 얻기 위해 인내였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 진영에서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언젠가는 발현된다는 점이다. 구 동독 지역에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혁명이 시발은 1980년대 후반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 의 소모임"에서 움직임이 발견되었다.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를 시작으로 대중 운동이 전개되었고 우리에게도 친숙한 촛불집회가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저자 이동기 교수가 통일을 향한 첫 걸음으로 '국가연합'을 제시한 이유도 당시 동서독 통일의 방향이 흡수통일이 아니라 각국의 독자성을 인정하며 단위 국가의 통일을 넘어 유럽의 통일을 지향했기에 의도치 않게 통일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간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다양함을 통한 풍성함을 경험하고 공통의 공간을 만들어 가야함을 강조한다. 물론 위험이 따른 실험임에 틀림이 없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국가 연합 형식의 통일 방향은 다양성과 기민함이 필요하며 인내와 절제가 뒤따라야만 가능한 일이다. 

 

"어떤 개혁과 변화도 체제 내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외부에서 필요한 것은 정치 선전과 이데올로기 압박이 아니라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 안전과 신뢰, 평등과 복리를 통해 유인하고 자극하고 내적 변화를 돕고 외적 교란을 줄이는 것 뿐이다" 

 

최근 국제 정세 속에 깨닫게 되는 점은 결코 외부의 힘을 이용하여 통일을 이뤄낼 수 없다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단지 통일을 지지하는 듯 하나 결국 속내는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남북한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며 정치인들에게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실현 가능한 통일 정책을 제안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모험에 뛰어 들 준비를 해야 한다. 국민이 모험에 뛰어 들 수 있도록 탁월한 정치가가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 통일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다. 다른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해서 차선책으로 미뤄 둘 문제가 아니다. 어려움을 감내하고서라도 늦기 전에 도전하고 이뤄내야 할 시급한 사항이다. 통일에 대한 새로운 제3의 길을 제안한 <비밀과 역설>이 닫혀진 우리의 생각을 새로운 길로 이끄는 방향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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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약국 - 감정이 일상을 지배하지 않게, 오늘의 기분을 돌보는 셀프 심리학
이현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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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뇌에서 건강한 물질이 분비되지 않기에 발현되는 병이다. 뇌가 건강하려면 우리가 잘아는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노르에피네프린, 엔도로핀 등 신경전달물질이 전달되어야 한다. 신경전달물질은 긍정적인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발생된다. 긍정적인 생각이 뇌에서 좋은 물질을 분비하게 한다. 생각이 변하면 뇌도 변한다. 그런데 우울증은 생각과 감정에 오류가 생긴 것이기에 환자 스스로 생각과 감정을 전환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약을 꾸준히 섭취하게 된다. 근데 저자는 외부에서 투입하는 약 말고도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마음약국>에서 제시하고 있다.

 

인지적 왜곡을 앓고 있는 우울증 환자는 오래 묵은 왜곡된 자신만의 생각을 좀처럼 수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단시간내에 씻어내기란 쉽지 않기에 오랜 시간 관심과 사랑, 주의가 필요하다.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가 많다. 많은 우울증 전문가들이 처방하는 비법에는 의외로 생활 속에서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주의 전환'을 의도적으로 반복시킨다. 우울증 환자가 지금 집착하고 있고 고민하는 것에서 주의를 다른 쪽으로 옮길 수 있도록 조언해 준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섭취하면서 울적한 마음을 달래는 법을 처방전으로 알려 주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경우에는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을 하고 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간격을 주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것도 치료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한다.

 

나에게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가 계셔서 우울증이 얼마나 큰 병인지 몸소 겪으면서 마음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좁은 아파트에서 자녀, 손주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차츰차츰 인지적 왜곡 뿐만 아니라 뇌에 신선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다보니 급속도록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유도 없이 신경질을 내거나 죽고 싶다는 이야기도 수시로 말씀하셨다. 아내와 자녀들이 이 모든 과정을 듣고 보아야했기에 말 못할 아픔은 더더욱 가중되었다. 병원에서는 우울증에서 치매로 전환될 수 있으니 병원에 입원하거나 요양원까지도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했다. 아들로써 할 수 있는 일은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법인데. 고민하던 중 한적한 곳 마당과 밭이 있는 시골집을 얻어 리모델링 한 뒤 어머니를 한 번 입주해 생활해 보도록 했다. 마을 이웃들이 있었고 탁 트인 자연경관은 밀집된 아파트 환경과는 달랐기에 뇌에 건강한 물질이 분비될 수 있는 최적의 자연환경이 되었다. 그 뿐인가. 싱싱한 채소를 심구고 캐서 드시면서 일의 보람과 생각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극단적인 생각, 기억 상실증, 감정의 극격한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 가기 시작했다. 물론 약물은 병원에서 처방한 대로 꾸준히 섭취하는 것은 병행했다. 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우울증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약물과 함께 '마음'의 변화를 줄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해 주고 뇌에서 좋은 물질이 분비될 수 있도록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말한 <마음약국>은 우리 모두에게는 내부적으로 마음 속에서 약국이 다 존재하고 있지만, 그것을 활용할 수 없기에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제 늦지 않았으니 내 안에 존재하고 있는 <마음약국>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생각과 마음, 감정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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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습관 -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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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그를 모를 사람 있을까. 그의 사상을 연구하는 다산학까지 생겼을 정도로 학문적 깊이로 보면 한국 역사 속에 거인 중의 거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정조대왕의 씽크탱크로 지금으로 말하면 대통령 측근 중의 핵심 인물로 주위로부터 시기를 한몸에 받기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정조대왕의 정책을 실행하는 일에 온 몸을 받쳐 충성했던 이가 바로 다산 정약용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그의 인생사는 부침이 컸다. 활짝 피어 개화를 만끽한 순간은 잠깐, 후에 그에게 다가온 고난의 길은 평생 죽을때까지 이어졌다. 기나긴 유배생활의 정약용은 그 전의 정약용과는 결이 달랐다. 정치의 한 복판에 있을 때에는 사색의 시간보다는 촌각을 다툴 정도로 바쁜 행보가 있었을 것이다. 반면 목숨이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했던 유배 생활에는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볼 수 밖에 없을 정도의 고요함과 정적이 흘러 넘쳤다. 돌아온 삶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을 때 다산 정약용은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유배지에서 가르친 제자들에게 , 그리고 자신 스스로에게 인생의 유언과도 같은 당부를 편지글로 남긴다.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성현의 가르침을 기억하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다산 정약용의 인생 후반에 남긴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당부의 말은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가 소위 말하는 잘 나갈 때 이런 말을 했다면 무게감이 반감되었을 터. 인생의 육십갑자를 한 바퀴돌아 온 환갑의 나이에 남긴 그의 묵중한 조언은 그의 '인생의 한 마디'에 해당된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제서야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풍요한 재물도 아니요, 교만을 드러내는 지식도 아니요, 허울 뿐인 관직도 아닌 바로 '기본'이 몸에 베인 '습관' 이 사람이 끝까지 쫓아야 할 '진리'라고 이야기한다. 

 

기본이 되는 습관이란 무엇인가? 평범한 일상 속에 드러나는 행동가짐을 말한다. 마음 속 깊은 생각이 드러나는 예의를 말한다. 그래서 다산은 폐족으로 장래 희망이 끊긴 자녀들에게 암울한 현실을 살아가지만 하루 하루 충실한 삶을 살 것을 부탁한다.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한 바탕되는 것은 바로 성현들의 말씀이었다. 공자와 맹자, 주자가 남긴 인간의 도리에 관한 주옥같은 글들을 읽으며 삶 속에서 실천하며 사는 것이 곧 사람이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자녀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밖에 없다독서는 사람에게 가장 깨끗하고 중요한 일뿐더러, 호사스러운 집안 자제는 그 맛을 알 수 없고 , 시골의 자제들은 그 오묘한 이치를 알 수 없다. 반드시 어려서부터 듣고 본 바가 있고, 너희들처럼 중간에 재난을 겪어본 젊은이들이 진정한 독서를 할 수 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복숭아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날 정도로 독서에 매진했다. 그가 남긴 사색의 기록물들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질과 양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이는 이미 환갑을 지나 반백을 훌쩍 넘겼지만 기본 습관을 단단히 갖추기 위해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다. 다산이야말로 어른 중의 어른이다. 당시 그가 남긴 사상은 시대정신을 앞서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계급을 막론하고 서로 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신분제가 견고했던 조선 시대에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생각이었다. 재물에 관한 그의 생각도 시대를 훌쩍 뛰어넘는 가치관이었다.

 

"세간의 의식이나 재화는 모두 부질없다. 옷은 해지게 마련이고, 음식은 썩기 마련이다. 재물을 자손에게 전해도 언젠가는 흩어지고 만다. 재물을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는 베푸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재물을 나눠 이익을 나누는 삶이 인간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리임을 강조했다. 그의 사상을 태산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실천적인 지성인이었으며 깊이 있는 지성을 백성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이다. 

 

사람은 마지막이 아름다워야 한다. 젊었을 때 나는 이런 이런 일을 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구차한 자랑에 불과하며 현재 자신의 초라함을 드러내는 부끄러움의 소치일 뿐이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은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정리하기 위해 어떤 삶아야 할 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인생의 책이 될 것 같다. 한 문장 한 문장 허투루 넘길 수 없을 만큼 다산의 깊이 있는 사상이 녹아져 있어 묵상한 것 만큼 깨달음도 크리라 본다. 눈으로 휙 읽고 말 수 있는 책이 아니지만 틈틈히 반복해서 읽어 내려가다보면 삶의 지혜 뿐만 아니라 행동의 변화도 있으리라 기대된다. 

 

다산학의 핵심은 일상의 삶 속에서 변화되는 행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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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자녀, 싸가지 코칭 - 부모 독립 만세 프로젝트
이병준 지음 / 피톤치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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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싸가지' 라는 말이 있어 혹시 놀라는 독자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인터넷 사전을 살펴보았다.

 

싸가지 : 싹수의 방언(싹수 - 앞으로 성공하거나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

 

사전적 의미를 보면 분명 '싸가지'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싸가지 코칭' 이란 긍정적인 미래를 위해 훈련시키는 과정이다. 그런데 '왕이 된 자녀'를 '싸가지 코칭' 한다?  무슨 말일까? 부모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한다면 '자녀'가 아닐까 싶다. 요즘 자녀가 한 명이거나 두 명 정도가 대부분인 가정에서 이들은 책 제목처럼 그야말로 왕 대접 받으며 살고 있다. 자녀의 존재가 소중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중한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바램은 세상 부모라면 모두 소망이 아닐까. 부모의 소망처럼 건실하게 자라는 자녀도 있지만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 심지어 자녀 문제로 골머리를 쌓는 부모가 많다는 점이다. 저자는 <왕이 된 자녀 싸가지 코칭>에서 자녀 문제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모들을 상담한 실제 사례를 실었다. 저자가 바라본 올바른 자녀 교육법도 논리 정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학교 현장이나 교육청, 지역 사회에 강연자로 초청되어 다양한 학부모를 만나고 있다.  저자의 자녀 교육론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과는 전혀 다르다. 저자가 말하는 대로 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학부모들이 쥐구멍을 찾는 심정으로 저자가 코칭하는 방법을 실천해 본다.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싸가지 코칭이 뭐길래 자녀의 행동이 수정되고 부모-자녀간 관계가 회복되었다고 이야기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말하는 현재의 자녀 교육법의 잘못된 방향을 '아동 중심 교육'으로 본다. 흔히들 1990년대를 기점으로 그 이후에 태어난 자녀들과 그 이전의 자녀들이 확연히 다르다고 분석한다. 1990년대 이전 자녀들은 소위 '결핍'을 알고 자란 세대다. 그의 부모들이 풍족하지 않았기에 물질적으로 넉넉히 해 달라고 하는대로 해 줄 수 없었고 형제 자매들 속에서 혼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한다. 성장하는 가운데 육체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균형잡힌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세대였다. 하지만 1990년 이후 자녀들은 '과잉'의 세대다. 헬리콥터 맘, 드론 맘과 같이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자녀를 위해서라면 간, 쓸개까지 빼어줄 정도로 부모의 지나친 사랑을 받고 자란 세대다. 부족한 것을 모르고 자랐으니 당연히 힘듦이나 어려움을 경험할 기회가 비교적 적었으며 스스로 생각하거나 판단해서 할 기회도 어지간해서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팽배해서 자기 밖에 모르는 상황에 다다랐고 급기야 부모 마저도 무시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왕이 된 자녀, 종이 된 부모다!

 

저자는 부모-자녀와의 관계는 권위와 순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녀가 인격적으로 귀한 존재인 것은 사실이나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마저 가정에서 교육시키지 않고 무조건 자녀를 부모보다 우위에 둔 자녀 양육은 마치 다육이에게 매일 아침마다 물을 주는 격과 같다고 비유한다. 친절하게 매일 꾸준히 다육이에게 물을 주는 행위는 결국 다육이를 죽이는 행위이다. 자녀에게 지나친 관심과 사랑을 주는 부모의 행위는 자녀를 죽이는 행위라고 말한다. 기본기를 익힐 기회를 박탈당한 자녀는 신체적으로는 성인이 될 수 있겠지만 정신 연령이나 사고 능력은 영유아기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인권이나 사랑은 원하는 대로 다 해 주는 것이 아니다. 나 밖에 모르는 인권, 나 밖에 모르는 권리 주장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1990년생들이 성인이 되어 직장에 진출하는 시기다. 가정에서 호호불며 공부만 했던 이들이 과연 남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싶다. 올바른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기본 습관과 사람으로써 살아가는 기본적인 예의는 부모로부터 배워야 한다. 부모의 자녀 교육관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부터라도 자녀가 '결핍'을 느끼도록 부모의 사랑을 절제할 필요가 있다. 사 달라고 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 부모의 권위에 순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권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자녀에게 부모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기준도 없이 자녀를 억압하는 '권위적'인 행위는 피하되, 성장하는 자녀를 올바르게 이끄는 부모의 '권위'는 없어서는 안 된다. 권위적인 모습이 나쁜 것이지 권위는 이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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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불렸다
정인근.홍승희 지음 / 봄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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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가득한 두 모녀가 인도 다람살라로 10일 여행을 다녀오면서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여행 날짜별로 엄마가 쓴 일기, 딸이 쓴 일기를 순서대로 엮어냈다. 평범한 책이다. 여행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책과 다른 점은 책의 주인공인 두 모녀 모두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고 상처가 깊어 곪아가던 중에 인도로 여행을 다녀와서 '자신'을 찾아가는 법을 알아간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여자로 살기란 결코 녹록치 않다. 누구의 엄마로 살아야 하고 누구의 아내로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힘든 삶을 살아내야 한다. 가족들이 엄마의 수고를 알고 감사해 하고 알아준다면 모를까 으레 당연한 것으로 엄마의 노동을 생각한다면 상처는 켜켜히 쌓여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갈 것이다. 주인공 정인근씨도 마찬가지다. 아픔과 상처로 얼룩진 삶을 살아오면서 그 누구에게도 위로를 받지 못한 체 살아 왔다. 감사한 것은 성에 차지는 않지만 엄마를 여자로 보며 알아주는 딸이 있기에 다시 일어날 힘을 얻는다. 

 

엄마와 딸의 여행. 특별한 것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것 같다. 엄마에게는 아들보다 딸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여행 중에도 서로 말다툼과 생각의 다름으로 속상해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일상의 삶으로 돌아온다. 일상의 소소한 삶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모녀의 아주 흔한(?) 여행기를 살짝 들여다 보시길 바란다. 

 

인도의 북쪽 지역 다람살라에는 수 많은 외국인들이 명상을 위해, 한적한 분위기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간다고 한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핍박받은 티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다람살라는 자연과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 주는 곳이라고 한다. 바쁜 일상에 쫓겨 살아가는 이들에게 쉼을 갖고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최적의 장소로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곳이기도 하다. 책의 주인공들이 한국에서 다람살라까지 이동한 경로를 보면 저렴한 경비를 위해 경유하는 항공기를 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방콕, 방콕에서 델리, 델리에서 다람살라로. 모녀가 쓴 일기를 보면 다람살라에서도 한국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어느 곳에 가든 없는 곳이 없다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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