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늑대가 살아요 괜찮아, 괜찮아 12
발레리 퐁텐 지음, 나탈리 디옹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두레아이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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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으로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전 사회적 관심사가 되어지고 있다. 가해자가 양부모라는 점에서 <우리 집에 늑대가 살아요> 에 등장하는 '늑대' 가 오버랩된다.


한 부모 가정으로 엄마와 딸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집에 '늑대' 가 들어온다. 아기돼지 삼형제에 등장하는 폭력적인 늑대와 비슷하다. 엄마를 대하는 늑대와 딸을 대하는 늑대는 정반대였다. 엄마 앞에서는 고양이처럼, 딸 앞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야수처럼.


"엄마와 늑대의 신혼은 레몬처럼 시큼했어요"


신혼이 지나자 늑대의 폭력은 딸에서 엄마로 확대되어진다. 엄마의 얼굴에서는 점차 웃음이 사라지고, 딸의 팔뚝에 멍 자국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동학대!

무더운 여름에도 짧은 소매 옷을 입을 수가 없다!


가정폭력, 아동학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만 정든 집을 달랑 짐 가방 몇 개만 챙기고 떠난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에 피해를 입은 이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곳으로. 그곳에서 딸은 모처럼 오래간에 단잠을 잔다.


폭력은 절제가 되지 않는다. 아동학대도 폭력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다. 가정폭력 앞에 용기있게 대처하는 모녀의 반전을 통해 독자들은 폭력은 참는 것이 아니라 밝혀내야 하는 진실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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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지 말고 써라 - 왜, 책을 읽으라고는 하면서 쓰라고는 하지 않을까
백작가(이승용) 지음 / 치읓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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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쓰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돈을 벌기 위해, 유명해 지기 위해, 버킷 리스트 때문에, 자랑하고 싶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을 쓰게 된 동기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매일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다름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라고 말한다.

 

사람을 살리는 글? 어떻게 글이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위에 열거된 내용처럼 자기 자신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 책을 내서 돈과 인기와 명예를 얻기 위한 글쓰기는 결코 사람을 살리는 힘이 없거니와 글을 쓰는 사람 자신도 결국 글쓰기를 포기하게 된다고 단언한다. 글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글을 쓰고 있는 사람 자신이 솔직하게,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담아낸 글이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 부끄러운 생각, 숨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자랑하고 싶은 삶도 괜히 오해받을까봐 섣불리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타인의 시선'으로 압축된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려고 하기 때문에,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게다.

 

누구든지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단지 용기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하는 것 뿐이다. 작가란, 책을 낸 사람이 작가가 아니라 글을 쓰려고 마음 먹은 사람이 모두 작가란다. 왜?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할 수 있기에 모두 작가인셈이다.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 나의 삶을 그대로 표현한 글이 다른 사람에게 읽혀졌을 때 글의 힘이 나타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자신의 삶을 글로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 매일 글쓰기를 통해 글쓰는 힘을 키워가면 된다. 어려울 것이 없다. 누가 읽든 상관없다.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도전이 되고 기쁨이 될 수 있다. 내 삶을 정직하게 표현한다면.

 

사실, 여러 권 책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나와 다른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글쓰는 재주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단지 부러워하기만 했지 글 쓰려는 시도는 주저한 게 사실이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생각을 쓰려고 했지 내 삶을 표현하는 것을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책 이야기보다 자신과 동일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이 또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글쓰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출판의 기법, 베스트셀러 작가가되는 방법, 효율적인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그저 저자가 매일 글을 쓰게 된 이유, 글을 쓰면서 사람을 살리게 된 경험, 수렁에서 일어선 저자 자신의 삶, 글을 썼을 때 본인이 느꼈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물론 하루아침에 쓴 글이 아닐 것이다. 매일 1시간 씩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면서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에 가능했었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외치고 있다.

제발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하라고.

그리고 매일 글을 써 보라고.

사람을 살리는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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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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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의 계간지다. 작년 하반기 창간호에 이어 통권 두 번째 잡지인셈이다. 차경희 편집위원의 인사말에 이어 펼쳐지는 고풍스러운 책 공방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색색의 가죽과 실, 오래된 책들, 나무와 금속으로 된 도구들을 찍은 사진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현란한 기계들로 대체되는 시대에 한 땀 한 땀 수놓듯 전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공방의 모습에 마음이 편해진다. 

 

책을 제본하는 예술제본가를 '를리외르'라고 부르나보다.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제본소 '렉또베르쏘'의 고 백순덕 선생과 그 제자 조효은 현 대표의 일화, 그리고 프랑스 유학을 떠나 '를리외르' 자격증을 취득하고 돌아온 백순덕 선생의 조카 이효진. 이들을 통해 척박한 예술제본 공방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참고로 '렉또베르쏘'의 뜻은 '책의 앞장과 뒷장'이며 라틴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책의 기원은 파피루스에서 시작되었고 성서의 bible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두루마리 형태의 파피루스는 낱장을 묶어 끝을 꿰매는 코덱스로 바뀌면서 휴대와 보존이 용이해졌다. 오래된 책이라도 겉표지는 낡았을지언정 속지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코덱스의 힘이다. 인터뷰어인 문지혁 작가는 책의 본질을 인터뷰하는 과정을 속해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내용이 아니라 물성이 책의 본질이다" (42쪽)

 

의외의 정의다. 책의 본질이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둘러싼 표지,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 그 자체에 있다니.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해 수업에 대한 본질도 약간 달리 해석되고 있다. 보통 수업하면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그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물리적 시간을 떠올렸다면 비대면 원격 수업이 이루어진 코로나19 감염증 시기에는 수업의 본질이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과 수업 후 피드백에 있음을 경험한다. 컴퓨터 화면 상에 비춰지는 콘텐츠와 얼굴보다는 학생들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그 시간이 더 의미 있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는 그 시간이 오히려 '수업' 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제본 공방에서의책은 책이라는 크기와 무게를 지닌 물리적 형식이 곧 책임을 말해준다.

 

"페이지마다 빼곡히 적혀 있는 글자가 아니라, 앞장에서 뒷장으로 넘어갈 때 우리가 필연적으로 한순간 경험하는 어둠과 공백과 멈춤만이 진짜 책이다" (42쪽)

 

새로운 책을 모조리 샅샅히 다 읽지 않아도 그 책이 내 책인 것처럼 책은 내용보다는 책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생각에 책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에픽#02-멋진 신세계>라는 책의 내용 구성도 남다르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도 새롭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가 놓칠 수 있는 사회적 소외자, 홈리스(노숙인)를 만나 구술한 이야기, 병원이 병원이 되게끔 변방에서 애쓰는 병원 노동자의 소박한 이야기, 몇 년전부터 우연찮게 읽게 된 추리 소설의 작가 정명섭의 진정한 덕후의 삶이 무엇인지 자신의 삶을 공개한 이야기는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기에 꼼꼼히 활자를 따라 읽어가게 되었다.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넘어가는 두 번째 파트에서는 에세이를 소개하되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챙겨볼만한 책들을먼저 읽은 이들의 설명을 곁들여 놓아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며 결국 관련 책들을 찾아 읽도록 강하게 유혹하고 있다. 나 사진 조차도 며칠 전부터 읽다가 만 김현경 작가의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지성사의 책이 소개된 지면을 보고 중도해 읽기를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득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마지막 부분 세 번째 파트에는 단편집들을 담아 놓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말하지 않은 책'의 이야기였다. 부패한 수도원장의 비뚤어진 욕망으로 경건한 독서를 금기시하고 성서를 번역하고 묵상하는 가련한 마르타 수녀를 재물삼아 자신의 자리를 오랫동안 보존하려는 음융한 계략을 고발하는 이야기는 결국 책이란 누군가 책에게 말을 걸때에만 비로소 책은 대답한다는 명제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위대한 책을 읽는 순간, 책과 독자와 화자와 등장인물과 저자의 운명이 모두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174쪽)

 

독서를 통해 독자뿐만 아니라 책의 운명도 바뀐다는 것을 수도원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말하지 않는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뷰와 논픽션,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물들, 픽션까지 한 권의 책에서 다양한 종류의 글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에픽>의 장점이자 특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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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의 시대 - 세대론과 색깔론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성장기
김시우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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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생이 온다!

 

2018~2019년 <90년생이 온다>가 100쇄를 넘길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아마 2021년에는 80년생이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담긴 책 <추월의 시대>가 대를 잇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철승 교수는 <불평등의 세대>에서 60년생의 386세대를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붙들려는 세대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우리 나이로 50대에서 60대 초반에 있는 분들이다. 민주화를 일궈낸 세대라 자신의 공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들의 사상 기저에 있는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쫓아가야 하는 다시말하면 추격해야 하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기에 그들이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도록 돗자리를 깔아드려야 할 책임이 지금의 80년생에게 있다고 <추월의 시대> 저자들은 당돌하게 이야기한다.

 

사실, 저자들은 현재 우리 나이로 보면 30대다. 전후2세대, N세대, 88만원 세대, 밀레니얼 세대로 불린다. 6명의 공저자들은 프롤로그에서 '열등감 이후의 한국 사회, 어디로 갈 것인가?' 라는 화두를 던지며 책 제목처럼 이제는 대한민국이 추격의 시대를 지나 추월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으니 자긍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80년생인 그들이 가진 자신감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단지 객기 또는 허세일까? 그들의 논리를 찬찬히 읽어 가다보면 산업화 세대 또는 민주화 세대라고 하는 현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최상위층에 군림하고 있는 이들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현상들을 분명하게 잡아내고 있다. 타성에 젖어 있는 기성 세대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첫째, 제2차세계대전 이후 편성된 국제 질서가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다시 재편되고 있으며 결국 역동성이 있고 선진국에 막 진입한 대한민국에게는 5천년 역사에 최고의 기회라고 공저자들 즉 30대들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예로 든 여러 사례 중 몇 가지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이나 일본의 오프쇼어링과 달리 한국은 국내 협력업체를 모조리 끌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협력사를 관리하며 노사 관리 방식을 현지에서그대로 정착시키고 있기에 동남아시아든 동유럽이든 경쟁력을 가지고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재벌 대기업의 부정적인 면 대신 해외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성공할 수 있었던 사례로 제조에 필요한 부품사를 직접 거느리는 수직계열화가 중단없는 사업을 펼치기에 유리했다는 점으로 사례를 들고 있다. 

 

한국이 어느 순간부터 또 다른 특색을 지닌 하나의 선진국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대처에서 비대면 경제를 가능케 했던 물류 시스템과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일자리를 위협받게 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도래한 시점에서도 이미 예전부터 한국의 대규모 공장은 자동화 설비로 돌아가고 있었기에 다른 국가들이 우왕좌왕할 때 이미 준비가 남달랐던 점을 예로 든다. 

 

둘째, 동질성에 입각한 강력한 공동체 의식을 한국의 역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고 최근 코로나19 한복판에서 외신기자들이 놀랄 정도로 단결력이 강한 공동체임이 확인되었고 그것이 앞으로 미래 사회를 추월해 나갈 동력임을 자신있게 주장한다.

 

사실 80년생은 '내 노력으로 이 사회에서 상승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이라고 하는 우파 세대도 아니고, '정치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것이 의미 있다고 믿는 사람들' 이라고 하는 좌파 세대로 아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역동성에 몸을 맡기고 기민함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촉을 가진 세대라고 본다. 따라서, 때로는 페달을 멈춰서라도 자전거를 세울 줄 알며 교육수준과 판단 능력이 이전 세대보다 높아 언제 어디에서든지 유익을 선택할 수 있는 독특한 세대임을 저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80년생을 포함하여 90년생까지 한국의 청년 세대는 다수파가 친미, 친시장경제, 복지정책을 지향한다는 설문조사를 책에서 근거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보수 담론과 진보 담론의 갈등 구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다시말하면 '중도파' 이며 저자들이 말하는 '80을 위한 정치' 세대다. 책임있는 포퓰리즘을 말하며 정치권을 항해 피드백을 요구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예전의 선거에서는 지역간 대립이 뚜렷해다면 앞으로는 세대 간의 대립이 드러날 것이며 그 중에서 키를 쥐고 있는 세대가 바로 80년생임을 정치인들이 인식하지 않는다면 실패를 자인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엄중하게 선언하고 있다.

 

셋째, 우리가 이제는 약소국이 아니라 강대국이며 이미 추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예로 지정학적 위치에서 우리 스스로가 강대국에 끼여 있어 약소국으로 느끼는 것이지 이미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국을 가리켜 선진국이며 그중에서도 앞서가는 나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규모 10위 안팎, 군사력 기준으로도 10위 안팎, 어느 누구에게도 위협을 주지 않는 나라라는 독특한 성격으로 무기든 기술이든 다른 경쟁국보다도 유리한 고지를 이미 점령하고 있음도 이야기하고 있다. 

 

선진국이라면 모두가 공통점으로 염려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법을 80년생의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는 것이 여타 다른 분석과 차별성을 가지는 이 책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80년생을 대표로 하는 저자들은 역사관에 대해서도 식민사관, 종속사관을 넘어 냉철하게 역사 의식을 탐구하고 있으며 공정에 대한 정의도 실력에 의한 선발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다고 여기는 실력 조차도 엄밀히 따져 보면 신분론에 근거한 공정함임을 주장하고 있다. 즉 자신이 이미 이뤄낸 자원이나 대학 학벌, 스펙만으로 모든 노력이 결정되어야한다면 그것은 좁은 의미의 공정함이라고 말이다. 

 

추월의 시대를 선도해야 할 시점에서 80년생이 뿜어낸 혁신적인 생각에 귀를 기울여 보시라. 코로나19 팬데믹이 쉽게 종식되기 어렵고 백신이 개발되었으나 또 다른 바이러스를 대비해야 하는 시대에 기존의 방법과 생각만으로는 험난한 장벽을 뛰어넘어가기가 벅찬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의 유연함과 참신성이 여전히 살아있고 이 시대를 향한 책임감이 누적되어 가고 있는 세대인 80년생의 생각들을 정책으로 과감히 받아들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추월의 시대> 곁에 두고 짬짬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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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한민국을 논하다
조재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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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어제와 오늘 하루 차이로 해가 바뀌었을 뿐인데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새로운 해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리라. 매년마다 독서량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숫자를 붙여간다. 2021-001, 2021-002... 처럼. 어제까지 2020-240. 2020년 한 해 240권을 읽었다는 뜻이다. 번호를 꼬박꼬박 붙여가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몇 년 전까지는 한 해 독서 목표는 100여권이었다. 그러다가 속도가 붙다보니 100권을 쉽게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좀 무리가 되지만 200권을 기웃거려 본다. 2021년 첫 번째 책을 다 읽었다. 물론 나는 무작위로 책을 읽는 유형이다. 요즘에는 코로나로 인해 공공도서관을 쉽게 가지 못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에 가면 말그대로 순식간에 후닥닥 4~5권을 서가에서 뽑아온다. 출판사에서 종종 보내오는 책들을 이유식 받아먹듯 닥치는 대로 읽어간다. 내 취향인 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나름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그럼, 이제 2021년 처음으로 읽은 책을 소개해 볼까한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논하다>는 한국경제신문 기자 조재길님이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들 중에서 약간 우려시되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정치 성향을 떠나서 정부에서 추진하는 경제 정책들의 장단점을 따져보는 일은 무척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실 우리 생활 속에서 정치가 아닌 것이 없고 경제가 아닌 것이 없다. 작은 것을 결정하는 일도 정치며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들 모두 경제다. 다만, 이 책에서는 거시적인 경제 정책들을 다루고 있기에 나처럼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이로써는 경제 정책들이 낯설고 생소하다. 용어 자체도 처음 들어보는 것이 많다. 그러나 대한민국 전체로 보았을 때 이득이 되는 것과 손해가 되는 것은 결국 우리 개인 생활과 직결되고 앞으로의 삶에도 관련성이 많기에 전문가의 해석들을 듣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논하다>에서 크게 현 정부에서 추진되는 정책 중에서 크게 4가지 영역에서 우려되는 부분들을 논하고 있다. 기업과 고용면, 경기와 정책면, 에너지와 환경면, 국제와 무역면이다. 각각의 면면에서 공통점으로 제기되는 부분은,

 

첫째, 정권을 잡은 정부가 다음 선거를 겨냥한 체 사람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을 국가의 미래보다 우선으로 둔다는 점이다.

 

둘째, 정권은 5년 단위로 바뀌는데 비하여 경제 분야는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인데 이것을 간과한 체 정치적인 논리로 단기간 안에 결정을 지으려는 우를 범한다는 점이다. 

 

셋째, 국민의 세금을 마치 자신의 쌈짓돈처럼 사용한다는 점이며 경제 정책을 펼치다보면 누구든 실수가 있는 법인데 그 실수조차도 덮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넷째, 한 나라의 경제는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관계여서 감정보다 이성이 앞서야 하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고도의 전략을 수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땜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밝히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중 크게 우려시 되는 부분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흑자를 내던 공기업들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한 해 수천억에서 수조 원의 이익을 내던 공기업들이 탈원전 등 대통령 공약에 보조를 맞추려다 줄줄이 적자를 돌아선 게 대표적 예다.(22쪽)

수천억 적자 내도 신규 채용을 늘릴수록,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사회적 가치와 같은 모호한 비계량 항목으로 기업을 평가한 다는 점이다.(25쪽) 

저자의 쓴 소리는 이렇다. 공기업은 사회단체가 아니다!

 

집권당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전략산업기금, 전략산업기금이란 전력 산업의 기반 조성 및 지속적 발전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매달 국민, 기업이 납부하는 전기 요금에서 3.7퍼센트씩 떼어 별도로 적립하는 돈이다.(46쪽) 그런데 그 돈들을 민생을 챙기기보다 한전공대를 설립하는데  1조 가량 활용하겠다는 방안이 검토중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손꼽히는 베네수엘라의 정치 경제상황은 우리에게 시사바가 크다고 한다. 반미 좌파 포퓰리즘의 대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적통을 이어받은 마두로 대통령은 무상 교육 및 복지 확대, 주요 산업 국유화 등 전형적인 좌파 정책을 강화하면서 GDP가 반토막나고 결국 한 해 수백만 명이 생존을 위해 고국을 등진다고 한다. 정치의 실패가 경제를 얼마나 극단적으로 망쳐 놓을 수 있는지 예를 들고 있다. 

 

한국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게 첫 번째 원인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기업이 적다는 것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공무원과 공기업 일자리를 늘리고 있지만, 이들을 먹여 살려야 할 국민 부담만 늘릴 뿐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검찰의 경북 월성 1호기 핵발전소 조기 폐쇄 결정에 탈원전이란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었다는 조사로 기사가 나간 적이 있다.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탈원전하는 과정이 성급한 결정이었느냐 아니면 재생 에너지 구축을 위한 필요한 결정이었느냐다.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급기야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저자는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 독자들에게 환기시키고 있다. 앞으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에너지 안보가 전체적으로 불안해 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전 정권의 자원 개발 실패에 대한 적폐 수사 차원에서 에너지 공기업들의 해외 우량 자산을 닥치는 대로 팔고 있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탈원전을 대체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LNG는 전량 수입해 오는데 단가가 높은 편이며 저수지와 임야를 깍아 태양광을 설치하지만 오히려 환경이 망가지고 있는 점은 눈감아 버린다는 점을 비판한다. 집권당에서는 조금이라도 손해볼 수 있는 집단이 생기면 표가 떨어질 수 있기에 전기료든 통신료든 바우처 개념으로 모두에게 골고루 복지 확대로 접근하면서 생기는 저소득층 및 빈곤층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8년에만 축구장 3,300개 규모인 2.443만 제곱미터의 숲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임야 태양광 발전소가 차지했다.(172쪽)

 

재생 에너지의 그늘을 다룬 부분에서 내가 살고 있는 강릉시 강원테크로파크 수소탱크 폭발사건을 다루고 있다. 수소 경제 활성화로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던 정부의 정책의 일환으로 수소충천소를 대거 설치하던 계획에 먹구름이 끼게 되었다. 그리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저장하는 ESS 화재 문제도 다루고 있다. 에너지를 별도로 담아두는 설비인 ESS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경제는 갈수록 태산이다. 전문가는 2020년보다 2021년이 더더욱 큰 어려움이 도래한다고 본다. 국제 경제의 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있으며 이제는 경제는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탄식이 도처에서 들려오고 있다고 한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논하다>는 작심하고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잘하고 있는 점은 칭찬하고 응원해야겠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은 어떤 성향의 정부든 냉정하게 비판하여 정책의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일이 국민의 몫인 것 같다. 나와 같이 경제 분야에 문외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러한 책들을 읽고 알아가는 일이며 물론 반대 시각에서 쓴 책도 읽어보며 균형잡힌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아뭏든 새해 벽두부터 의도치 않게 무거운 책을 읽게 되어 생각은 깊었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점은 소기의 성과를 얻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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