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상에서 지혜롭게 산다는 것 - 불확실한 상황 속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힘
채정호 지음 / 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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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떠나 지혜만큼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지혜를 찾고자 애쓰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점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쓰이느냐 문제를 대처하는 것에 쓰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저자도 책의 서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요즘 사람들은 통찰의 식견을 얻기보다 당장 쓸 수 있는 현찰을 더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보다 돈 많이 버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자본주의 중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진풍경이다.

 

사람마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문제가 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단지, 문제를 직면했을 때 반응하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지혜 있는 사람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지혜 없는 사람은 왜 나만 겪는 문제라며 따지고 들거나 불평과 불만을 한껏 자아낸다. 거기다가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숱한 사람들을 만나고 상담해 왔다. 두 부류의 사람으로 구분한다. 지혜 있는 사람과 지혜 없는 사람. 지혜만이 아픔과 상처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회복케 하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비책임을 오랜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지혜를 얻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각 종교에서도 지혜를 얻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경전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돌아보는 명상을 통해 스스로 깨달아지는 경지에 오르는 법을 추천한다. 기독교에서는 지혜 자체가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 지식의 근본 즉 지혜라고 이야기하며 하나님을 삶 속에서 묵상하라고 말한다.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지식을 측정하는 도구들은 많더라도 지혜를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도구는 아직 계발되지 않았다. 다만 여러 학자들이 심리학적 기법을 통해 좀 더 지혜로와질 수 있는 삶의 방법들을 연구한 결과들은 논문을 통해 발표된 적이 있다. 저자는 오랜 임상 실험과 개인적인 노력으로 지혜로와 질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다. 인간 관계 속에서 늘상 일어날 수 있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고 있다.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사례들은 결국 우리 일상의 삶과 일맥상통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러기에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이 되고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이렇게 대처해야지 준비할 마음과 지혜를 얻게 해 준다. 2021년 신축년 새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한 해에 독자들 모두 일상의 삶 속에서 좀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꼭 한 번 읽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내 자신에게도 적용하고픈 몇 가지 잠언과도 같은 저자의 충고가 있다. 내 성향을 내가 알기에 가슴이 뜨끔할 정도였다. 특히 올해에는 개인적으로 근무지와 역할이 바뀌어지기에 더더욱 내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필요성이 간절하던 때에 시의적절한 책을 읽게 된 것은 감사 중에 감사한 일이다.

 

'과하지욕跨下之辱' 수모를 겪으면서도 뒷날의 큰 일을 위해 당장의 분함을 참는다!

 

인생의 큰 맥락을 보라는 저자의 충고대로 당장 화날 일이 있더라도, 자존심이 뭉개지더라도, 경우 없는 사람을 만났더라도, 나에게 덤벼드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수모를 겪을지언정 나중을 위해 참을 인자를 새기며 새로운 환경을 준비해 가야겠다는 생각이든다. 사람마다 주관적 세계가 있고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지혜라고 한다. 어쩜 내 생각과 다르게 이야기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맞을 수 있다고 공감해 주는 태도가 지혜로운 태도라는 것이다. 상급자가 될 수록 꼰대 소리를 듣는 이유는 '내 생각을 맞고 상대방은 틀렸다'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역지사지,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다면 굳히 화낼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나뿐인 사람' 은 나쁜사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재밌는 표현이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경구다. 나뿐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항상 주변에 분쟁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종교개혁가 장 칼뱅이 주창한 교리에 이런 것이 있다. "인간은 완전히 무능력한 존재라는 사실을 믿는 것'. 겸손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 삶에서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긍정의 원리는 무작정 좋게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란다. 긍정의 사전적 의미는 일어난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한 사람이 곧 지혜로운 사람이다.

 

조선 세종 때 정승을 지낸 황희의 일화는 변화무쌍한 시대에 지혜로운 리더십 형태를 보여준다. 일명 관용의 리더십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인정해 주는 리더십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듯이 다른 사람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주는 리더십이다.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주는 리더십이다. 지혜는 옳고 그른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다. 황희 정승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정승의 자리에 쓰임을 받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불확실한 것을 끌어안는 용기도 지혜의 한 단면이다. 가게에 가야만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대 아마존은 인터넷 상거래를 최초로 도입했다. 200년 역사의 듀퐁은 화약 업종에서 나일론, 바이오업종으로 전환했다가 최근에는 종자 산업으로 탈바꿈했다. 불확실한 시대에 영원하고 안전한 것은 없다. 고층 빌딩에서 낙하산으로 샌드위치를 투척하는 기법으로 장사를 시작해서 유명해진 '제플슈츠'는 모두가 불확실하다고 이야기할 때 그 불확실함으로 영업을 시작한 사례를 보여 준다.

 

애초부터 그리고 언제라도 완전히 지혜로운 사람은 없었고 나타날 수 없다. 완전한 지혜는 절대자의 영역이다. 다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노력하면 지혜로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습관처럼 사용하는 말 한 마디도 훈련하면 지혜로와 질 수 있고, 감정 조절도 충분히 절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세상에서 지혜롭게 산다는 것>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지혜로와 지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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