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오월, 그곳에 푸른 동물원 아롬고학년문고
최종욱 지음, 정다희 그림 / 아롬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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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나라 군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죽여요?"

소설 속 초등학생인 광훈이가 아빠에게 물어본 내용이다.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40년이 되는 해다. 신군부의 권력을 향한 집념이 마치 고려시대 무신정권을 보는 듯 하다. 희생양으로 광주를 선택한 결과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는 무수한 시민들이 죽어나갔다. 무고한 청년들과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군인들에 의해 죽음을 당해야만 했다.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아이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 주어야할지 난감한 일이 일어났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그들의 희생의 결과로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 권리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기에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다시 상기해 본다.

광주 시내 계엄군과 시민군 간의 대립이 있었던 그날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광주 시내에 있는 동물원을 지켜냈던 한 사육사와 그의 아들을 모티브로 삼고 소설은 시작된다. 초등학교 학생의 시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바라본 책이다. 사육사를 아버지로 둔 초등학생 광훈이가 본 광주 시내 한 복판에서 벌어진 살육의 장면은 꿈에서라도 다시 떠올리기 싫은 무서운 광경이었다. 아내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 슬픔으로 살아가는 광훈이의 아빠도 광훈이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시민군에 가담하고 싶어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두 떠나고 난 동물원에 광훈이와 아빠만 남는다. 사람만큼 동물의 생명도 소중하기에 최소한의 유지를 목적으로 먹이를 주고, 사육장을 간단히 청소하며 하루 속히 군인들이 물러가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동물원을 관리하는 일은 두 사람이 감당하기에 벅차다. 어느 날에 갑자기 공수부대 지대장 최열 중위가 찾아온다. 동물원을 수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광훈이와 아빠는 두려움 속에 최 중위를 만났지만 동물원을 매개로 점차 서로를 알아가는 관계로 발전한다. 동물원의 먹이가 떨어지자 최 중위에게 심부름을 시키기도 한다. 저자는 최 중위를 폭악한 군인이 아닌, 우리 곁에 늘 있을법한 평범한 군인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명령에 할 수 없이 복종해야 하는 군인의 고뇌를 담아낸다. 시민군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어 허공을 향해 총탄을 날려 보내는 것으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해야 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반면, 동물원에 찾아온 시민군에 가담한 청년의 정의를 추구하는 모습도 그려낸다. 그는 수의학과 대학생으로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동물원에 잠시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 백곰 '화이트'를 진단한다. 간암에 걸려 살 가능성이 없음을 함께 아파하며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진통 처방을 남기고 떠난다. 결국 그는 전남도청에서 시민군의 한 사람으로 끝가지 저항하다 계엄군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같은 나이 대의 한 사람은 군 복무를 수행 중인 공수부대 중위로, 또 한 사람은 광주를 지켜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시민군에 가담한 한 청년으로 각자 사건의 한 복판에서 시대의 아픔을 살아낸다.혼란스러울만할텐데도 광주 시내는 서로를 돕고 질서를 유지하며 시민군을 응원한다. 아직까지 시민들을 향해 최종적으로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역사 속에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하는 장면이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하여 초등학생에게도 읽힐 만한 책들이 나온 것에 의미가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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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 독서법 - 기적을 부르는 완벽한 고전 독서 교육
임성훈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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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고전을 읽으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죽기 전에 그래도 고전 몇 권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한 번 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꼭 읽어볼 고전이라고 추천한다면 귀가 쏠깃해진다. 그만큼 고전은 흡입력이 대단하다. 시대가 바뀌더라도 고전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은 조금 식었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명문대생이 꼭 읽어봐야 할 고전 100선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까지 난 적이 있다. IT 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빌 게이츠, 스티븐 잡스로 대표되는 창조적인 사람들 덕택에 고전은 불티나게 인기나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고전에 대해 이렇다할 반기를 들 사람은 지구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단지 독자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뿐이지 고전 속에는 심오한 진리가 숨겨져 있을 것으로 모두 다 짐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고전이라도 읽는 이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무슨 소용 있을까?

 

고전 읽기 독서법에 대해 실전 연습을 두루 마친 저자가 독자들에게 고전을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친절한 책을 내 놓았다. 고전은 누구나 읽을 수 있으나 아무나 읽을 수 없다. 섣불리 도전했다가는 책값만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책의 두께도 만만치 않을뿐더라 번역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용 자체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은 초보자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 수도 있을 것이다.

 

고전은 시대적 배경을 알지 않고서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오랜 세월 풍파를 거쳐 고전이라는 반열에 오른 책들이라 고전이 이루는 시간적 배경은 천년은 기본이다. 기원전 서사의 줄거리를 훑지 않고서는 읽기 조차 버겁다. 곁에 똑똑한 괴외 선생이라도 있지 않으면 몇 장 펴보지 못하고 읽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 괜히 시간 낭비만 하는 셈이 될 것이다. 용기 백배하여 시작한 도전이 작심삽일 되어 평생 고전을 더 이상 찾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고전을 접하는 초보자들에게 이런 방법을 권하고 싶다. 저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책에서 입문서로 소개해 놓은 고전의 면면을 보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벽이 있다. 바로 '역사'다. 고전은 역사가 반드시 뒤따른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대의 큰 전쟁사를 배경으로 한다.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겪고 난 그리스의 정치군사적 상황과 사회상을 이해하지 않고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의 유명세만 믿고 덤볐다가는 큰 코 다친다. <오디세이아> 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와 토로이 간의 10년 전쟁사를 모르고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이야기다. 고전 자체도 버거운데 그 고전을 이해하기 위해 고전의 바탕을 이루는 역사까지 접해야 한다니! 그래서 고전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거다.

 

한 권의 고전을 섭렵하기 위해서는 별개로 최소한 4~5권의 배경이 되는 책을 읽거나 알고 있어야 한다. 배경 지식이 탄탄하지 않으면 고전 읽기는 고행이 될 수 밖에 없다. <논어> 도 마찬가지다. 태평성대 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제후들의 전쟁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의 담소록이기는 하지만 첨예한 제후국들 간의 줄다리기식 권력 다툼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논어>의 참 맛을 느낄 수 없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고전 읽기의 입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안내서를 내 놓았지만, 결코 고전 읽기는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책이 아님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싶다.  고전 입문에 앞서 '역사'의 깊이를 다진 뒤 나선다면 좀 더 머리 아프지 않고 고전의 책장을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생텍쥐페리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과 조종사의 경력, 최후의 정찰 비행 후 행방불명 되었다는 그의 일대기를 알고 <어린왕자>를 읽는다면 소설 속 인물과 배경을 남다르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너무 겁부터 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고전, 읽어보라고 할 수는 없어 나의 경험담을 잠깐 이야기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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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즈만이 희망이다 - 디스토피아 시대, 우리에게 던지는 어떤 위로
신영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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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당신의 이웃입니까? " 

 

이 땅의 퓨즈는 감염병이 창궐할 때 가장 먼저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다.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 장기간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사회 밑바닥에 있는 약자들,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닭장처럼 비좁은 곳에 근무하는 콜센터 직원들. 이들이 감전이라는 전기 사고를 막는 '퓨즈'라고 저자 신영전 의사는 말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민영화, 의료영리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촛불로 탄생한 현 정부가 일반인들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쏠린 것을 틈타 야금 야금 추진하고 있는 의료계의 악법인 규제샌드박스법, 데이터3법, 규제프리존에 대해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 완전한 의료보장을 주장하는 공중보건학을 전공한 전문가로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사실 의료인이 아니면 당장 내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일이라면 사실 모를 수 밖에 없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공중보건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데에 있다. 

 

선진국에 비해 공공병원의 침상 확보률이 극히 낮은 우리나라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픈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는 나라가 과연 국가인가' 라고 공약했던 진보 정권의 두 대통령마저 높은 의료정책의 장벽 앞에 시도해 보지도 못하고 공약을 폐기해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을 보면 탐욕스러운 자본의 위력과 고삐 풀린 과학의 힘 앞에 대통령이 아닌 그 이상의 권한을 가진 이도 감히 감당해 낼 수 없다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이실직고하고 있다. 

 

오늘날 영리 의료 산업은 매일 새로운 질병을 양산해 내고 있다. 의료 산업은 병을 만들기 위해 몸을 다시 구성하고 있다. 개인의 신체 정보마저 기업에게 넘겨주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선거 공약은 위선임에 분명하다. '100만원 개혁' 처럼 어떠한 질병 앞에서도 환자의 진료비는 100만원을 넘지 않겠다던 지난 대선의 공약은 정책의 첫 삽을 펴보기도 전에 속절없이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 의료적 재난 때문에 가난의 수렁으로 떨어지는 가정들이 한 해만 하더라도 셀 수 없을 정도다. 국가가 나서서 의료비를 보장해주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긴 질병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주는 나라가 진정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무상급식, 무상교육도 보편화 되었듯이 이제는 '무상의료'에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정치권을 흔들어야 할 때다. 

 

저자는 신종 감염병의 유행의 원인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나 박쥐, 비위생적인 사람들에게 돌릴 것 아니라 욕감의 정치를 따르는 과학, 무분별한 삼림 파괴, 현격한 빈부 격차를 만든 정치 권력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감염병의 대유행은 인간이 만들어 낸 빠름의 욕망때문이다. 공장식 가축사육, 속도전을 방불케하는 대규모 국경 이동, 생태 파괴는 코로나19에 이어 코로나n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의 탐욕이 깊은 동굴 속에 잠자고 있던 바이러스의 벌집을 건드린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재난처럼 다가올 대규모 감염병 유행 앞에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저자는 의료만큼은 거대한 자본의 논리에 역행하여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이웃' 인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퓨즈'와 같은 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공공성을 강화하고, 갑자기 찾아온 질병 앞에 의료적 가난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완전한 의료보장'을 국가가 감당해 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가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보장제도에는 당연히 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정부 예산이 지금 보다 더 많이 투여해야 한다. 국미의 절대적 동의와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가지고 검증 없는 규제 완화는 섣부른 정책이다. 

 

과학적 기반에 의해 실험적 검증을 거친 획기적인 치료법은 언론의 지지를 받으며 기정사실화 된다. 대표적인 것이 발진티푸스균의 발견, 결핵, 콜레라 균을 발견한 과학자들에게 대다수 사람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철저한 위생으로 균을 막을 수 있고, 에방 접종을 통해 항체를 형성하면 치사율을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예방법에 가려져 당시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역사는 지적한다. 치명적인 균들로 사망률이 높았던 이들은 다름 아니라, 궁핍과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질병이 단지 균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영양, 주거 상태, 정치적, 사회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을 회피했다. 이것을 주장한 페텐코퍼 학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병은 외부 효과를 가진다. 개인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상의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돌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등한 것이 이득이다" 

 

인간의 존엄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도 달성해야 하는 당위성을 공공의료에서 찾을 수 있다. 장하준 교수는 복지는 공동구매라고 한다. 북유럽의 국가들이 높은 의료비를 지불하더라도 의료 공공성을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어는 누구라도 높은 의료비로 빈곤의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부자들은 민간 보험회사를 통해 자구책을 만들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료비 지출이 과다할 경우 생계가 막막해 질 수 있다. 

 

지금의 펜데믹이 백신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수 많은 돌연변이가 실시간 나타나고 있고, 수십 년 전 죽지 않고 잠들어 있든 숨어 있든 잠자코 있던 바이러스들이 또 다시 활동을 재개할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퓨즈만이 희망이다' 라고 외치는 저자의 외침 속에는 우리 모두가 서로의 이웃이 되어야 이 문제를 대응할 수 있음을 의사의 소견으로, 오랫동안 공공의학을 전공한 전문가의 입장에서 독자들에게 진실을 알려 주고 있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라는 말처럼 저자는 참여정부에서 문재인 정부까지 각 정부에서 실시한 의료 정책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정면 비판하고 있다. 잊혀졌던 보건 정책들을 다시 소환하며, 관심 밖으로 밀어냈던 공공의료를 수면 위로 다시 올려 놓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기에 시의적절한 책이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야 할 영역이기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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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도 궁금해하는 헬리코박터, 위염, 위암 열전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위내시경 이야기
김효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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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다. 위암 검사를 위해 위내시경을 한다. 아직까지 수면 내시경은 하지 않았다. 입으로 내시경이 들어갈 때면 긴장된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 내시경이 목구멍을 넘어 가슴쪽으로 내려가는 느낌. 그 순간만 지나면 평온이 찾아온다. 내시경이 위에 도착해서 이쪽저쪽을 촬영하는 순간이다. 매번 진단 결과를 보면 위염끼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사의 소견을 듣는다. 

 

현직 소화기내과 의사인 저자는 위염과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다행은 딱딱한 학문적 문장 대신 만화로 표현하여 누구든지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다양한 소화기내과 관련 병원균이나 의학용어는 생소하다. 하나하나 이해하며 읽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위가 손상될 수 있으나 주적인 헬리코박터균만 잘 조절하면 누구든지 위 건강에 관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1994년 1종 발암인자로 규정되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사람의 2.9%에서 위암이 발생한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 위험이 크다. 현재 위암의 75%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기여한다. 위암 외에 궤양, 소화불량, 위염, 빈혈, 림프종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위 내시경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진단하기 위함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멸에 사용되는 약제는 다양하다. 주로 항생제를 복용하나 내성이 생겨 다른 방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양성인 환자의 구강 내에도 균이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흔히 궤양이라함은 점막층이 결손된 것이다. 흡연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의한 독성을 증가시킨다. 흡연은 궤양의 발생과 합병증, 재발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결정성 위염은 육안으로 볼 때 닭살 모양의 결절이 보인다. 용종은 점막의 병적인 돌출물이다. 이 용종의 원인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과 관련되어 있다. 

 

의학의 발달로 다양하게 위암을 치료할 수 있다. 의사들도 궁금해 하는 위 건강과 치료에 관한 저자의 지식을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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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이 미래다 - 지역의 시민을 키우는 풀뿌리 지역교육
추창훈 지음 / 에듀니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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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교육공동체를 넘어 마을학교공동체, 지역교육공동체, 풀뿌리 지역교육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추창훈 교감(저자)은 말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대한민국 교육에서 혁신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으로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쳤다. 다시 말하면 제주도에 사는 학생들이나 서울에 있는 학생들이나 배우는 교과 내용이 같았다. 도시에 살고 있는 학생이나 촌락에서 지내는 학생이나 배우는 내용이 같았다는 말이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면서 발생한 문제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 책의 책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로컬’(마을)에 인재들이 남아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을의 인재들을 인서울로 보내면 다시 돌아올 것을 기대했다. 아주 순진한 생각이다. 마을을 떠난 청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은 연어가 아니다. 마을의 청년들이 마을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마을 소멸화다. 추창훈 교감(저자)로컬이 미래다에서 마을의 미래가 현실감 있는 마을교육과정안착 여부에 달려 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는 전라북도 완주 지역에서 로컬 에듀를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었고 실제로 눈에 띄는 결과물을 보이고 있다. 마을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돌봄과 지속적인 방과후 프로그램을 안착시키고 있다. 일회적인 마을 선생님 프로그램이 아닌 수업과 연계된 마을 선생님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마을이 학교를 품을 수 있도록 플랜을 세우고 있다. 단기간에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긴 호흡으로 끈질기게 끌고 나가야 실현 시킬 수 있는 로컬 교육이다.

 

로컬의 미래를 위해 마을 수준의 교육과정을 강조한다. ‘마을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과 대비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은 국민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이다. 반면 마을 교육과정은 시민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을의 문제를 교과서로 끌고 와야 한다고 말이다. 교육과정에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교과에 담겨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마을의 문제를 가지고 함께 토론하고 해결점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교실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의 삶과 동떨어진 교과 내용은 지식에 불과하다. 을 교육과정은 곧 민주시민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민은 문제를 발견하고 내 일처럼 여겨 해결점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렇기에 마을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은 민주시민으로 학생들을 키우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학교에 마을 교육과정이 정착하기 어려운 구조가 있었다. 학교는 교육과정과 수업만으로도 벅차다. 만약 예산 집행과 보고서 제출까지 맡기면 마을 교육과정은 또 하나의 업무로 변질된다. 공모사업과 프로그램 운영이 장기화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만이 아니라 마을 선생님도 성장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의 변화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프로그램을 수업과 연계해야 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 논의하고, 결정하여, 어울려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가 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마을에 기여하고, 마을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의 삶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만들고, 내용적인 자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삶은 마을과 지역에 뿌리 내리고 있다. 마을과 지역에 유리되면 안 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을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나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교에서의 학습은 마을에 별 도움이 안 되었다. 학생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인 마을과 지역을 교육과정과 수업에 담지 않고 학습하는 것은 공허하다. 수업도 마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마을을 고려해야 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이유도 결국 학생의 삶을 알고, 학생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더 나아가 마을 속의 시민으로 키워 풀뿌리 지역교육을 실현시키기 위함이다. 추창훈 교감(저자)의 실험을 넘어 실천 가능한 모험을 이 책에서 꼭 만나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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