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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평점 :
시 쓰는 배우, 시 콘서트로 라디오를 여는 연기자, 남 모르게 섬김을 실천하는 탤런트로 알려진 정애리님의 시와 그림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의 삶을 공개한 포토 시집이다.
난소암 판정과 치료 과정 속에서 깊이를 더해 가는 삶을 배우고 있으며 매일, 시를 쓰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고해 받치는 삶의 메아리다. 촬영 스케줄으로 오고 가는 차 안에서 붉게 물든 석양의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함을 고백할 수 있는 저자의 삶은 한 편의 시 그 자체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담쟁이를 보며 시를 읊을 수 있다면 그 삶이 곧 축복된 삶이 아닐까하는 저자의 고백에 공감한다.
귀촌해온 저자의 오빠가 일하다 벗어 놓은 빨간 장갑을 널어 놓은 것도 놓치지 않고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 둔다. 가족애가 듬뿍 담긴 시에 어울리게 사진을 배치하고, 평범하게 바라보았던 자연 풍경도 그날 그날 느낌이 닿는대로 사진을 찍고 생각을 정리하며 살아가는 저자의 삶이 코로나19로 인해 갑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작년에는 유난히도 휴대폰을 손에 붙들고 살아갔다. 저자의 말마따나 고개를 살짝 올려다보면 하늘을 볼 수 있는데 왜 그토록 고개를 푹 박고 작은 창, 휴대폰에 달린 화면에 쫓기며 살았는지 후회가 막심하다. 확진자 수 증가로 수업이 비대면 원격 수업으로 바뀌고, 밀집도 완화에 따라 3분의 1 유지, 3분의 2 유지가 토요일, 일요일 TV를 통해 공개되면 그때부터 학교 관계자들의 휴대폰은 불이 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시급히 공개한다고 주말을 이용해 발표를 했지만, 나머지 뒷수습은 학교 현장 관계자들이다. 학생들에게, 학부모들에게, 교직원들에게 관련 사실을 카톡으로 전송하고, 답하고. 급식과 통학버스, 수업과 비상연락망, 긴급돌봄 같은 필수적인 부분들은 오로지 학교의 몫. 이런 일들이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수시로 이뤄지다보니 주말에는 휴대폰이 불나도록 글을 쓰고, 답했던 것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도 저자의 시선에는 심상으로 다가오나보다. 나무에 새겨진 옹이를 보며 견디는 힘을 묵상하고 내성을 기를 것을 스스로 다짐하는 저자. 가치지기 한 소나무의 처량한 모습을 보며 행여나 자신에게도 남아 있는 욕심, 고집 등을 가지쳐 버리겠다고 벼리는 저자의 결심이 이 책을 모두 독자들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분주한 일상의 삶에서 잠시 호흡을 멈추고 이 책을 펼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