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사회 - 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홍성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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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리더 그룹들에게 수축사회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저자가 이 책을 쓴 동기다. 최근(2020.8.) 국가의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시민들의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방법으로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이야기다. 집이 부족하니 필요한 이들을 위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사람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돈' 과 관련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비싼 아파트를 소유한 이들은 집 값 떨어지는 것을 반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비싼 아파트를 몇 채씩 가지고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집 장만 위해 대출(빚)을 내어 어렵게 집을 장만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대출로 인한 이자 발생 비용보다 아파트 가격 상승이라는 이점이 있어 선택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니 민심이 움직일 수 밖에.


만약 우리나라가 과거처럼 수출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부동산 외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타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면 사람들의 반발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팽창사회'와 '수축사회'의 차이점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위기 때마다 간신히 극복했던 사례가 있다. 제1차 오일쇼크, IMF 국가부도사태 등 국가의 존재 자체가 흔들릴 때 운(?)좋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름아니라 세계적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고 국가의 성장동력인 생산인구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일명 '팽창사회'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저성장이 일어나는 수축사회에서는 위와 같이 일이 발생할 경우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2020년부터 정치, 경제, 교육, 부동산 등 모든 영역에서 수축사회의 특징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한다. 


저자가 '수축사회'라고 말하는 이유는 먼저,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 인구가 줄어들 경우 그 현상은 사회의 전반적인 영역에 나타난다. 출생률이 떨어지니 교육 서비스 분야는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서비스가 한층 강화될 것이고 학원들의 통폐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로 인해 소비가 위축될 것이다. 식당, 도소매업 등은 줄도산이 예고된다. 젊은층이 감당해야 하는 복지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 비상 사태로 번질 수 있다. 복지비는 늘어나야할텐데 저성장의 늪에 빠진 국가는 그것을 감당해낼 능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수축사회'를 들어서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야 자리가 늘어나는 법인데 세계적으로 일자리는 기하급수록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4차산업혁명으로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며 임금 인상으로 인해 기업에서 가능한 한 고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셋째, '수축사회' 전환되고 있다는 증거로 '파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파이'가 줄어든다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다. 개인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 개인주의가 강화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이가 줄어드는 수축 사회에서는 다양한 영역으로 역량을 분산시키면 전력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삼성 → IT, 바이오 산업에 올인하는 이유다. LG → IT, 화학에 집중, 개인도 한 가지 재능에 집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작사, 작곡, 편곡, 노래를 겸비한 싱어송라이터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다.


저자가 제시하는 수축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해법을 살펴보자.


파이가 정해진 이상 파이를 차지 하기 위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파이를 차지하고 난 뒤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파이를 차지한 기업은 반드시 사회 공헌을 늘려 기업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투명하게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미 어학 시장인 영어, 중국어, 일본어 능통자는 공급과잉이다. 반면 베트남어 능통자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래를 전망해야 한다는 말이다. 재벌 반열에 올라섰다가 하차한 기업(STX, 웅진)은 공급 과잉인 산업에 진출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더 이상 점포를 내지 않는다. 독점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덮어질 경우 반대 급부가 심하기에 절제(?)하는 경우다.


팽창사회에서는 리더의 모습과 수축사회에서의 리더는 다르다.

"부하직원들이 리더를 볼 때 인품, 태도, 능력 등 모든 면에서 격이 다르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순식간에 공개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조직원들은 리더에게 한두 단계 높은 품격을 요구한다. 격이 다른 리더가 수축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다.


따라서, 수축사회에서는 특정 계층이 부를 독식하면 나머지 계층이 빈곤해 지는 제로섬 사회가 이어진다. 국가적 차원에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 사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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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 - 고지마치중학교의 학교개혁 프로젝트
구도 유이치 지음, 정문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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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을 가로막는 것은 법률이나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부조리, 비효율적인 상황이 있는데도 아무 의심 없이 전례를 답습하는 교육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학교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의심부터 해야 한다. 구도 유이치 교장(고지마치 중학교)은 학교 부임 후 '학교의 당연함' 부터 찾아내기 시작했다. 학교가 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진학을 위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와 같은 시험, 경쟁을 유발하는 체육대회, 교복 규정, 학생 규정, 학부모는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들어오면 안된다라는 규정 등 변화된 현실과는 동떨어진 당연함을 교직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차근차근 개혁해 나갔다.


핀란드에서는 교사와 아이들 모두 입버릇처럼 '왜?' 라는 말을 한다. 유독 동아시아에서는 유교권 문화 탓인지 '왜?'라는 말을 반항이나 버릇 없음 취급한다. 학생이나 교사나 불합리한 상황이 학교에 존재한다면 개선할 수 있도록 학교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복종에 길들어진 학교 문화에서 쉽게 왜? 라는 말문이 쉽게 터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교장은 의도적으로 왜?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모두가 꺼려한다면  X맨을 정해 놓더라도 시도해 보자. 왜? 이것을 해야 되죠?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적절한가?


구도 유이치 교장은 어떤 문제 상황 앞에 이런 질문을 던진다.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적절합니까? ' 고지마치 중학교의 학교 목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사회에 나가서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 하는 것이다. 학생의 자율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집단 내에서 교류하기, 도구의 상호 이용을 지향한다. 만약 학생이 학교에 오지 않고 학교 밖에서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고 싶다고 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권장한다. 학교가 학생이 학교 오지 않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한 결과 학교 밖 학생들이 결국 학교로 돌아오더라는 것이다. 고지마치 중학교는 인권을 존중하고 생명을 중시한다. 서로 다른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 집단에서 갈등 생성은 당연한 귀결이다.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중요한 것이지 갈등을 없애거나 못 본척 하는 것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말한다. 어떤 학교 행사든 학교의 목적에 위배된다면 그 수단은 다시 재고하도록 요청한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루는 목적이 진학을 위한 것이라면 학교의 최종 목적인 자율적인 사회인 육성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다른 방법으로 학력을 점검하도록 요청한다.


"개인에게 자기 희생을 강요한 나머지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조직은 본질적으로 강해질 수 없다"


교사들에게도 자발성을 요구해야 한다. 교장이라는 이름 하에 지시는 결국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서로의 합의 하에 학교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 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권한 위임은 신뢰의 표시다. 동질성을 중시한 나머지 이질적인 사람을 따돌리거나 교육 또는 지도를 통해 상대를 바꾸어 놓으려는 리더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교사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창조해 갈 수 있도록 여유를 드려야 한다. 온전히 수업과 생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근무 조건을 개선시켜야 한다. 교사가 학교 내에서 움직이는 데 시간을 불필요하게 소모한다면 공간 혁신을 통해서라도 최대한 피로를 덜 느끼게 조정해 주어야 한다. 교장의 몫이다. 교사마다 개성이 다양하다. 획일적으로 통일시키려 든다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시대가 변했다. 교사마다 다양한 개성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변화를 가로막는 것은 법률이나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교사가 움직이지 않는들 어떻게 학교가 변화될 수 있겠는가?

서로가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다. 서로 달라야 좋은 시대다. 의견 차이도 당연하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지 갈등도 필요도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역이 운영하는 학교 = 학교, 학부모, 지역 주민이 책임과 리스크를 동시에 짊어지는 학교"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는 청문회가 아니다. 간혹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시는 학부모 위원들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따지고 들거나 학교에 이런저런 주문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학교와 학부모 간 관계를 보면 학부모가 '소비자', 학교가 '서비스 사업자' 로 변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학부모의 불만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대응하다보면 학생의 자율, 학교의 자율을 뺏기는 결과가 나타난다. 학부모가 '손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주체가 되지 못한 결과다. 학부모들에게도 오너십을 부여하고, 같은 목적을 공유하며, 합의를 이뤄내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말보다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고지마치 중학교는 불가능한 현실을 변화시켰다. 학교, 학부모, 지역 주민이 오너십을 가지고 책임과 리스크를 동시에 짊어지고 학교를 변화시키고 있다.


"학교 문화가 세상의 상식을 벗어나 있으면 안 된다"


예전에는 학교가 사회의 최상 문화를 선도했다. 교사가 지역 주민들보다 앞선 시대 감각을 가지고 선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반대가 됐다. 세상의 상식 수준에 못치는 경우가 종종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 구도 유이치 교장은 고지마치 중학교 교직원 규칙을 개정하는 가운데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고 한다. 학교에 걸려오는 전화 조차 친절하게 받지 못하는 학교가 어떻게 세상을 선도할 수 있냐면 전화받는 태도부터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 내에서 통상 직원들 간에 부르는 '선생님' 이라는 호칭도 과연 옳은가를 생각해 보도록 했다. 고지마치 중학교에서는 그냥 '씨'라고 부른다고 한다. 학생들 앞에서 스스로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물론 이 예는 특수한 예다. 학교 사회에서 거부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제한적 조건 속에서 창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임무가 교사에게 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학생의 성장과 변화를 위해 제한적 조건 속에서도 창조적으로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



교사의 가치는 외부적으로 주어진 직업적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로써 가진 생각과 마인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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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나 - 자본주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마루야마 슌이치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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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변형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극심한 경쟁으로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돈과 나 』의 부제 '자본주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자본주의 논리에 매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 이 말했듯이 자본주의는 일종의 '쇼' 일수 있음을 말한다. 공감이 상품이 되는 시대에 사람들이 감정이나 기분을 사고팔고 있으니 합리적이지 않는 인간의 욕망이 곧 자본주의를 움직인다고 분석한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과거 30년 전의 자본주의와 양상이 판이하게 다르다라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디지털 혁명이 기존의 자본주의를 완전히 변형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혹시 GAFA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과 같은 인터넷 기업이 회사라는 곳이 필요 없는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과연 누가 회사 없이 거래가 있을 것이며 자본이 움직일 것으로 판단했겠는가? 이제는 일과 노동의 정의마저 흔들고 조직의 존재 방식에도 힘을 발휘하여 사회의 방향성까지 바꾸어가고 있다.


디지털 혁명에서는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현장이 별로 없다.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일자리를 얻은 사람도 새로운 테크놀로지에서는 낮은 기술로 낮은 임금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했던 과정 속에서 자본의 증식이 이루어졌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디지털 혁명에서는 사람보다 테코놀로지를 더 우대하는 것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법률로 정하려고 하는가보다.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흐르게 될까?


자본주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평온함' 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미친 듯이 경쟁하는 대열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가 불안한 상태에서 길을 잃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속도로 살아갈 수 없을까?


현대 자본주의는 다양한 역전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목적과 수단이 바뀌거나 선의를 갖고 있던 집단이 갑자가 역주행을 해버리는 무서운 경우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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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스페이스 | 미래 도시 채석장 시리즈
렘 콜하스.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임경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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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도시 공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게 될 것인가? "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와 문화이론가 프레드릭 제임슨은 미래의 도시는 정크스페이스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다. 그들은 '정크스페이스'로 미래 도시를 정의한다. 정크스페이스란, 지구에 남겨둔 인류의 찌꺼기다라고 말한다. 정크스페이스는 우주 전체에 퍼져 창궐하는 바이러스로 돌변할 것으로 걱정이 담긴 목소리를 남기고 있다. 정크스페이스는 한동안 잠복해 있어 처음에는 알아볼 수 없다. 바이러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크스페이스'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할까?


쇼핑몰을 예로 든다. 쇼핑몰만큼이나 새롭고 미국적이며 후기자본주의적인 것은 드물다. 쇼핑몰 그 자체 혹은 그것의 공간 문제는 어떤가? 쇼핑몰에는 건물의 구획화, 복도, 매트릭스와 같은 공간의 심리학이 존재한다. 현대인에게 쇼핑은 하나의 공연이다. 돈과는 상관없는 공연이다. 중요한 것은 적당한 공간이다. 그 공간을 정크스페이스로 말한다.


정크스페이스의 가장 큰 특징은 더 이상 건물의 구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건축가의 임무는 건축 속에 역사와 공간의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기념비적인 구조물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건축가가 참조해야 할 단 하나의 키워드는 '쇼핑' 이다.


모든 건축과 도시계획은 쇼핑을 담아낼 수 있는 비밀봉지다. 정크스페이스는 모든 도시 공간을 점령한다. 모든 공간에 쇼핑의 영혼이 깃든다. 모든 길은 쇼핑으로 통하고 최종 목적지는 금전적 거래다. 이제 쇼핑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우리는 원근법을 상실한 공간 속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쇼핑을 하고 우리의 욕망을 알기 위해 쇼핑한다. 우리는 정치를 쇼핑하고 종교를 쇼핑하고 이데올로기를 쇼핑한다.


우주에 버린 인간의 쓰레기가 '스페이스정크'라면 지구에 남겨둔 인류의 찌꺼기는 정크스페이스다!


건축가 유현준씨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에서 아름다운 건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진정 훌륭한 건축 디자인은 어느 한 땅에서는 훌륭하게 작동을 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때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그런 건물이 그 대지가 가진 에너지를 잘 이용한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는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값비싼 브랜드 아파트 주위에는 그렇지 않은 건축물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주민들이 궐기하고 있다. 자기네 부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역 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라는 건축물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자고로 건축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야 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촉진시켜야 하는 게 훌륭한 건축이라고 유현준 건축가는 이야기한다.


21세기의 도시가 '정크스페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도시로 사람이 몰리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도시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좀 더 인간적으로, 사람 냄새가 풍기는 방법으로 건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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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교사의 삶으로 다가오다 - 교사에게 그림책이 필요한 순간
김준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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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쳐 힘들때면 그림책을 펼쳐보자. 그림책은 삶에 지친 우리의 마음에 위로와 위안을 건네줄 것이다"


저자는 10년 남짓 교직 경력을 가진 중등 교사다. 원래 내성적이라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퍼스널 스페이스)를 두며 살아가는 것이 편안한 타입의 교사다. 학교 회식은 커녕 워크숍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다. 그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좀 특이한(?) 교사다. 그렇다보니 주변에서 염려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학교도 사회라 동료 교사 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관계를 꺼리는 성격이라 꽤 힘든 학교 생활을 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부적응 교사가 아니라 남다른 교사였던 것 같다. 토론에 심취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전국 단위 토론 대회에 학생들이 입상한 것으로 봐서 놀라운 진념의 교사라는 것이 눈에 띈다. 교실 수업, 학생 생활 교육을 위해 가슴 앓이를 한 것으로 봐서 학생 친화적인 교사임에 틀림이 없다. 그가 교사다운 교사가 되기 위해 몸부림 친 자국들이 고스란히 『그림책, 교사의 삶으로 다가오다 』에 담겨 있다.


저자는 그림책을 통해 교사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그림책을 통해 교사의 본질을 회복하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교사가 되고 싶어한다. 그림책은 저자 김준호 선생님의 그 자체다. 그림책을 묵상하며 지나온 교사의 삶을 성찰하고 그림책을 사유하며 앞으로 살아갈 교사의 삶을 기대한다. 그림책이 어린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우습게 여기던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림책은 모두의 책이라고. 그림책은 삶의 변화를 꾀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 I want to be < I want to live for " 

얼마나 높은 위치에 서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승진을 꿈꾸다보면 자칫 놓치는 것이 있다. 관계의 상실이다. 경쟁은 피라미드 구조에서 발생한다. 윗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보니 누군가와 경쟁이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쟁 또는 승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선의의 경쟁, 자기 노력의 결실이 승진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면 조직을 이롭게 하거나 타인을 섬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을 뒤로 한 체 오직 경쟁 구도로만 몰고 간다면 타인과의 관계에 갈등이 생기게 된다. 가정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다른 모든 것이 승진을 위한 도구로 전락당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삶의 목표가 꼭 무언가가 되기 위한 것이 되거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승진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교사는 교육을 향한 분명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저자가 말하듯이 학생들을 사랑하고 학생들의 삶의 변화시키고자 하는 거룩한 가치를 자신의 목표로 삼는다면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학생을 위해, 더 나은 학교를 위해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다"


산업화 시대에는 속도가 성장을 좌우했다. 정보화 사회를 넘어 인공지능이 압도하는 시대는 어떨까? 인간의 지식이나 기술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능가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협력이다. 함께 상생하며 살아가는 방법이어야 한다. 탁월한 리더 한 사람의 결정에 의해 좌우되는 조직은 20세기에는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21세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 지성이 똘똘한 한 사람의 지성보다 모든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의사결정에 앞서 모두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구하자. 혼자 하는 것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함께 협력할 때 학교라는 곳이 거센 파도의 물결을 넘어갈 수 있다.


"학생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기 이전에 (교사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자식들을 나무라는 가정이 많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모들은 잔소리를 넘어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마구 퍼붓는다. 왜 그렇게 밖에 못하느냐고 말이다. 자신의 자녀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큰 것은 어쩔 수 없으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부모의 태도는 자녀들이 삐뚫어진 길로 가게끔 하는 동기가 된다. 자녀의 완벽함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부모가 완벽한 존재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녀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폭력과 다를 바가 없다.


저자의 삶의 성찰은 그림책 한 장면에서 비롯되었다. 어느날 펼친 그림책 한 장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평소에는 지나친 그림인데 삶에 지쳐 힘들 때 눈에 들어온 그림책 한 장이 위로를 주고 다시 일어서게 만든다. 저자의 삶에 소중한 자국을 남긴 그림책을 여러분도 나이에 상관없이 만나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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