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스페이스 | 미래 도시 채석장 시리즈
렘 콜하스.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임경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21세기 도시 공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게 될 것인가? "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와 문화이론가 프레드릭 제임슨은 미래의 도시는 정크스페이스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다. 그들은 '정크스페이스'로 미래 도시를 정의한다. 정크스페이스란, 지구에 남겨둔 인류의 찌꺼기다라고 말한다. 정크스페이스는 우주 전체에 퍼져 창궐하는 바이러스로 돌변할 것으로 걱정이 담긴 목소리를 남기고 있다. 정크스페이스는 한동안 잠복해 있어 처음에는 알아볼 수 없다. 바이러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크스페이스'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할까?


쇼핑몰을 예로 든다. 쇼핑몰만큼이나 새롭고 미국적이며 후기자본주의적인 것은 드물다. 쇼핑몰 그 자체 혹은 그것의 공간 문제는 어떤가? 쇼핑몰에는 건물의 구획화, 복도, 매트릭스와 같은 공간의 심리학이 존재한다. 현대인에게 쇼핑은 하나의 공연이다. 돈과는 상관없는 공연이다. 중요한 것은 적당한 공간이다. 그 공간을 정크스페이스로 말한다.


정크스페이스의 가장 큰 특징은 더 이상 건물의 구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건축가의 임무는 건축 속에 역사와 공간의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기념비적인 구조물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건축가가 참조해야 할 단 하나의 키워드는 '쇼핑' 이다.


모든 건축과 도시계획은 쇼핑을 담아낼 수 있는 비밀봉지다. 정크스페이스는 모든 도시 공간을 점령한다. 모든 공간에 쇼핑의 영혼이 깃든다. 모든 길은 쇼핑으로 통하고 최종 목적지는 금전적 거래다. 이제 쇼핑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우리는 원근법을 상실한 공간 속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쇼핑을 하고 우리의 욕망을 알기 위해 쇼핑한다. 우리는 정치를 쇼핑하고 종교를 쇼핑하고 이데올로기를 쇼핑한다.


우주에 버린 인간의 쓰레기가 '스페이스정크'라면 지구에 남겨둔 인류의 찌꺼기는 정크스페이스다!


건축가 유현준씨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에서 아름다운 건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진정 훌륭한 건축 디자인은 어느 한 땅에서는 훌륭하게 작동을 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때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그런 건물이 그 대지가 가진 에너지를 잘 이용한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는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값비싼 브랜드 아파트 주위에는 그렇지 않은 건축물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주민들이 궐기하고 있다. 자기네 부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역 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라는 건축물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자고로 건축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야 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촉진시켜야 하는 게 훌륭한 건축이라고 유현준 건축가는 이야기한다.


21세기의 도시가 '정크스페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도시로 사람이 몰리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도시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좀 더 인간적으로, 사람 냄새가 풍기는 방법으로 건축을 제안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