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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교사의 삶으로 다가오다 - 교사에게 그림책이 필요한 순간
김준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0년 4월
평점 :
"삶에 지쳐 힘들때면 그림책을 펼쳐보자. 그림책은 삶에 지친 우리의 마음에 위로와 위안을 건네줄 것이다"
저자는 10년 남짓 교직 경력을 가진 중등 교사다. 원래 내성적이라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퍼스널 스페이스)를 두며 살아가는 것이 편안한 타입의 교사다. 학교 회식은 커녕 워크숍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다. 그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좀 특이한(?) 교사다. 그렇다보니 주변에서 염려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학교도 사회라 동료 교사 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관계를 꺼리는 성격이라 꽤 힘든 학교 생활을 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부적응 교사가 아니라 남다른 교사였던 것 같다. 토론에 심취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전국 단위 토론 대회에 학생들이 입상한 것으로 봐서 놀라운 진념의 교사라는 것이 눈에 띈다. 교실 수업, 학생 생활 교육을 위해 가슴 앓이를 한 것으로 봐서 학생 친화적인 교사임에 틀림이 없다. 그가 교사다운 교사가 되기 위해 몸부림 친 자국들이 고스란히 『그림책, 교사의 삶으로 다가오다 』에 담겨 있다.
저자는 그림책을 통해 교사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그림책을 통해 교사의 본질을 회복하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교사가 되고 싶어한다. 그림책은 저자 김준호 선생님의 그 자체다. 그림책을 묵상하며 지나온 교사의 삶을 성찰하고 그림책을 사유하며 앞으로 살아갈 교사의 삶을 기대한다. 그림책이 어린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우습게 여기던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림책은 모두의 책이라고. 그림책은 삶의 변화를 꾀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 I want to be < I want to live for "
얼마나 높은 위치에 서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승진을 꿈꾸다보면 자칫 놓치는 것이 있다. 관계의 상실이다. 경쟁은 피라미드 구조에서 발생한다. 윗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보니 누군가와 경쟁이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쟁 또는 승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선의의 경쟁, 자기 노력의 결실이 승진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면 조직을 이롭게 하거나 타인을 섬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을 뒤로 한 체 오직 경쟁 구도로만 몰고 간다면 타인과의 관계에 갈등이 생기게 된다. 가정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다른 모든 것이 승진을 위한 도구로 전락당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삶의 목표가 꼭 무언가가 되기 위한 것이 되거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승진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교사는 교육을 향한 분명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저자가 말하듯이 학생들을 사랑하고 학생들의 삶의 변화시키고자 하는 거룩한 가치를 자신의 목표로 삼는다면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학생을 위해, 더 나은 학교를 위해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다"
산업화 시대에는 속도가 성장을 좌우했다. 정보화 사회를 넘어 인공지능이 압도하는 시대는 어떨까? 인간의 지식이나 기술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능가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협력이다. 함께 상생하며 살아가는 방법이어야 한다. 탁월한 리더 한 사람의 결정에 의해 좌우되는 조직은 20세기에는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21세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 지성이 똘똘한 한 사람의 지성보다 모든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의사결정에 앞서 모두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구하자. 혼자 하는 것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함께 협력할 때 학교라는 곳이 거센 파도의 물결을 넘어갈 수 있다.
"학생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기 이전에 (교사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자식들을 나무라는 가정이 많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모들은 잔소리를 넘어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마구 퍼붓는다. 왜 그렇게 밖에 못하느냐고 말이다. 자신의 자녀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큰 것은 어쩔 수 없으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부모의 태도는 자녀들이 삐뚫어진 길로 가게끔 하는 동기가 된다. 자녀의 완벽함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부모가 완벽한 존재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녀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폭력과 다를 바가 없다.
저자의 삶의 성찰은 그림책 한 장면에서 비롯되었다. 어느날 펼친 그림책 한 장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평소에는 지나친 그림인데 삶에 지쳐 힘들 때 눈에 들어온 그림책 한 장이 위로를 주고 다시 일어서게 만든다. 저자의 삶에 소중한 자국을 남긴 그림책을 여러분도 나이에 상관없이 만나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