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시 하나가 통째로 죽음의 수용소가 되어 버리다!

 

서술자의 시선으로 전염병이 어떻게 한 도시를 집어 삼켰는지 기술하고 있다. 독자들도 읽어보면 알겠지만 작품을 이끌어가는 서술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의사 베르나르 리유(리외)다. 그는 의료인의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작품의 스토리상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죽어간다. 의료인의 책무를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과 동시에 도시 전체 방역의 책임까지도 담당한다. 한 아내의 남편이기도 한 리유는 페스트가 도시 전체에 번지자 감염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의료 행위에 나선다. 잠을 쪼개면서까지 환자들을 진단하고 격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리유의 가장 큰 고뇌는 페스트에 걸린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단지, 진단하여 가족들로부터 떼어 놓는 일, 가족들을 안전하게 격리하는 일까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자신의 병든 아내마저도 간호하지 못하고 멀리 요양원으로 보내야 했던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대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확진자가 계속 발생되어 온 국민이 사회적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안전세로 접어들고 있다. 베르나르 리유의 모습과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오버랩된다.

 

죽음 앞에 인간의 본심이 드러나다!

 

리유 외에 핵심인물을 중심으로 서술자는 스토리를 이어간다. 랑베르라는 신문기자의 의외의 변화된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랑베르는 도시가 봉쇄되자 조속히 애인이 있는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한다. 다양한 방법을 취한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기까지 한다. 드디어 탈출할 날이 도래했다. 그동안 친분이 있었던 주변 인물들에게 작별을 고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탈출을 포기하고 의료진을 돕는 봉사대원으로 남기로 결심한다. 그의 마음이 변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헌신적인 의사 리유의 모습을 보며 아마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나 싶다. 한 사람의 헌신적인 모습이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게다.

 

또 한 사람 타루라는 직업 미상의 젊은이가 있다. 호텔에 기숙하며 전염병이 도시를 감싸는 모습들을 수첩에 낱낱히 기록한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아났지만 아버지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 인물이다. 정의감에 불타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며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이상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전형적인 이상주의자다. 그런데 전염병이 그를 변화시켰다. 이상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료. 당장 죽어가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뜬구름 잡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봉사 현장에 뛰어 들어가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쉬운 것은 그가 전염병 기세가 수그러진 마지막 고비에 페스트에 걸려 죽음을 당한다.

 

그랑이라는 시청 공무원도 눈에 띄는 인물이다. 나이 많은 공무원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깨어진 가정 때문에 늘 아내를 그리워하며 퇴근 뒤에는 자신의 취미 생활인 글쓰는 일에 절대 시간을 양보하지 않는다. 글쓰는 일이 그의 유일한 낙이다.

 

파늘루 신부, 전염병 초창기에 신이 내린 징벌이라며 모두가 하나님 앞에 회개할 것을 촉구한다. 역사적으로 발병한 전염병의 모든 원인이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회개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 우리 모두에게 닥칠 것을 예고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파늘루 신부 본인 뿐만 아니라 신자들 모두 생각이 흐트러진다. 전염병에 만성이 되어버린 것일까? 미사 참석 인원이 날이갈수록 줄어들며 예전처럼 신부의 설교에 집중하지 못한다. 파늘루 신부도 의료진을 돕는 봉사대에 들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며 애쓴다. 애통스럽지만 그도 페스트에 감염되어 죽임에 직면한다.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하나님의 존재를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호통 판사의 아들이 고통 중에 죽었기 때문이다. 작디작은 어린애가 처절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하나님의 존재를 거부한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결말이 개운하지 않다. 페스트균이 완전히 박멸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멈추어진 현상이라는 점이다. 언제 또다시 발병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일시적으로 잠시 주춤할 수는 있어도 언제 기지개를 펼지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오래전 알베르 카뮈는 바이러스의 공격이 주기적으로 있을 것을 알고 있었을까? 바이러스의 전개 양상이 어쩜 이렇게 동일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구의 삶 문학동네 청소년 45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다섯살 때 시장에서 유괴되어 살아야했던 <허.구.> 본명은 이현수다. 또 한 명은 <지.상.만.> 미혼모의 자식이며 고아로 살다시피한다.  <허.구.>와 <지.상.만.>은 내면에 상처를 간직한 체 살아가는 불쌍한 영혼이다. 상처를 드러내지 못하고 꼭꼭 감춰야만 했다. 허세를 부려야했고, 현실을 부정해야 했다. 거짓을 이야기해야 했고 열등감을 다른 것으로 덮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 철저히 몰라야 했다. 진실이 드러나지 말아야했다. 그럴수록 그들의 상처는 더 곪아갔다. <허.구.>는 그 이름 그대로 가짜 인생을 살아가야 했다. 『허구의 삶』은 <허.구.>의 삶이기도 하지만 철저히 감춰야 했던 삶이기도 하다. <허.구.>처럼 <지.상.만.>도 외롭게 살아가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끌림이 있었다.

 

소설 속 이야기의 반전은 뒷 부분에서 시작된다. 부잣집 도령 같았던 <허.구.>가 친자식이 아니라 입양 아닌 유괴된 사실을 그의 장례식에 찾아온 친동생 '이용수'로 부터 듣게 된다. 독자들의 반응이 어떨것인가가 느껴진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허.구.>의 진짜 삶에 등장인물인 <허.구.>도 놀랬겠지만 <지.상.만.>은 까무러칠 정도로 뒤통수를 맞는다. <허.구.>의 어린 시절 사진 한 장 속에 <지.상.만.>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친모끼리 이웃이었기 때문이다. <허.구.>의 장례식으로 인해 모든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거짓이 드러나게 된 셈이다. 하지만, 그 뒤 <지.상.만.>의 삶의 변화가 예고 된다. 결혼 생활에서 신뢰에 금이 갈 때 <지.상.만.>은 이제서야 자신의 진짜 삶을 찾기 위해 눈물을 흘린다. 오직 의지할 대상은 자신 밖에 없었기에 몸뚱이 하나만으로 살아왔고 자수성가를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살아왔던 <지.상.만.>은 가족에게 용서를 구한다.

 

<허.구.>가 왜 여행자의 삶을 갈구했는지 이야기의 끝부분에서 실마리가 풀린다. 자신의 진짜 삶을 찾기 위해 여행이라는 방법을 이용했다. 학창 시절에는 글을 지으면서 여행을 간접적으로 동경했고, 성인이 되자 날개 돋힌 듯 해외 이곳저곳을 방랑자처럼 돌아다녔다. 암에 걸리고서야 죽음을 고국에서 맞이하고자 한국으로 돌아온다. 자신을 버린 친부모를 용서하고 유괴한 양부모를 용서하기 위해 자신의 유골을 반반씩 뿌려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친밀한 이방인 』(정한아, 문학동네, 2017)에서 주인공도 가짜 삶을 뒤늦게 후회한다.

 

"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폐허가 된 길목에서"

 

『허구의 삶』(이금이, 문학동네, 2019)에서 주인공들은 이렇게 고백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한없이 괴로워하며 외롭게 허구의 삶을 살았던 현수를 애도하는 눈물이었다. 깊고 찬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어린 상만을 위한 눈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여기 살아 있음을 기뻐하는 눈물이었다. 살아 있어 아직 많은 것이 가능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페스트 - 단숨에 이해하는 다이제스트, 책 읽어드립니다 책 읽어드립니다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국민 대상 한달간 무료 전자책이 교보문고eBook을 통해 제공되어 『페스트』전자책을 보게 되었다. '단숨에 이해하는 다이제스트'라는 책 부제처럼 원작을 축소하여 읽기 쉽게 정리 요약한 책이다. 최근 몇 달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포의 도가니 속에 빠진 적이 있다. 물론 현재 진행형이지만 지금까지 듣도 보지도 못한 바이러스의 공격 앞에 전 세계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했던 기간들이 『페스트』속 이야기와 오버랩이 된다.

 

이제 『페스트』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를 넘어 미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알제리 오랑시에 갑자기 느닥없이 쥐들이 떼 죽음을 당하면서 한가로운 휴양도시에 하루 아침에 흉흉한 소문이 퍼져 간다. 시 당국은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아무런 일이 없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지만 시민들은 쥐 뿐만 아니라 몇 몇 사람들이 이름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는 모습을 보고 서서히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오랑시에 보건 의사인 주인공 베르나르 리외는 소신껏 자신의 사명을 감당한다. 병 치료 중인 아내가 있었음에도 환자를 돌보는 일을 우선으로 여기며 밤낮 구분없이 사설 격리 시설까지 만들어가면서 거대한 전염병을 온 몸으로 막아낸다. 치료하는 수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막아낸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백신도 없다. 치료약은 더더욱 없다. 그저 다가올 죽음을 지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뿐이다. 환자의 가족들을 위로하며 격리시키는 것이 그의 유일한 의료 행위였다. 무신론자인 리외는 죽음 앞에 아무런 죄 없는 어린 아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신이 존재하는가? 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환자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전염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로써의 자존심을 지키며 때로는 불안에 떨고 이들을 상담까지 하며 오랑시를 지켜내고자 한다.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이 창궐한 이유를 하나님의 형벌로 생각하며 죄를 회개할 것을 외치는 파늘루 신부는 하나님의 응답 없음을 알고 기도의 장소에서 벗어나 직접 온 몸으로 부딪쳐 자원봉사의 길로 돌아선다. 파늘루 신부가 마음을 바꾼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 진다. 전염병을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음을 분명 그도 알고 있다. 하지만 죽어가는 환자들을 위해 자원 봉사하는 헌신적인 이들의 모습을 보며 종교인인 본인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강하게 그를 이끈 것 같다.

 

다양한 인물들이 전염병 앞에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인간의 본성을 여과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특징이다. 신문기자인 랑베르는 오랑시를 벗어나고자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기도 하고 갖은 방법을 써 보고자 했으나 그 또한 마음을 고쳐 먹는다. 죽음의 위기 앞에 두려움을 떨다가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고서 생각을 바꾸게 된다. 죽음이 결코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끝끝내 죽어간 이들을 보며 안쓰러워하고 미안해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다시 평온을 되찾게 된 오랑시 사람들은 결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한다.

 

페스트가 잠시 사라진 듯 싶으나 언제 또다시 들이닥칠지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겪는 우리도 이와 같다. 잠잠해 질 수는 있지만 완전 퇴치는 어렵다는 사실을. 그리고 앞으로 그 이상의 전염병을 맞이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염두해 둔다. 인간의 힘이 이렇게 보잘 것 없음을 오랑시 시민들이 느꼈던 것처럼 우리도 마찬가지다. 다이제스트판으로 읽게 되었지만 감동은 원본 못지 않다. 기회가 되면 원본 그대로 읽어봐야겠다. 전자책 읽기는 처음인 듯 싶다. 나름 책 읽을 환경이 만만치 않을 경우에는 짬짬히 화면을 띄워 읽을 수 있어 나름 만족도가 높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서 행복해 - 내가 나 자신의 대장이야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그림, 고영아 옮김 / 책담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사람을 향해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하곤 했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치감치 알아차린거다. 저자는 고양이도 사람처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작품 속에서 인격화시켰다. 물론 고양이는 본성적으로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는 동물이긴 하다. 주인공 어린 고양이 'Y자가 들어가는 키티'의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인간에게도 꼭 필요한 요소들을 말해 주고 있다. 『고양이라서 행복해』를 읽다보면 고양이의 특성을 자신도 모르게 알게 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덤'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싶다.


모든 생명체는 똑같지 않고, 어느 한쪽만 옳은 것이 아니라 반대쪽도 옳다!


생명을 경시하는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페미니즘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양이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무리들이 서로를 죽이기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듯 싶다. 엠마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요양원으로 이송된 뒤 집고양이에서 길고양이로 전락한 '키티'가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브루노, 플레키는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쥐구멍을 찾아내 쥐를 손쉽게 잡아내는 법, 사람에게 친근감있게 보이는 법, 공중제비와 같이 특이한 재주를 보이는 법 등을 아낌없이 가르쳐 준 이들이 키티와 같은 고양이들이었다. 인간 세상은 어떤가? 사돈이 땅 사면 배 아파한다는 말처럼 자고로 예로부터 시기와 질투가 팽배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적으로 서로 갈등을 만들면서 살아갔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라고 하면 어떨까?


현명하다는 것은?


사람들은 현명하다는 말을 '꾀를 내어 남보다 더 우위에 서는 것'으로 곡해하는 듯 싶다. 고양이들은 다르다. 고양이들에게 현명함은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도 이해하고 올바르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엠마 할머니의 그동안 살아온 삶의 지혜를 보면 '현명함'이란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었다. 엠마 할머니까지 갈 것 없다. 고양이들이 외치는 소리에 반만이라도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어떨까?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도 이해하고'. 곁에 있는 이들의 작은 움직임을 캐치하고 이해하려는 언행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사회를 이뤄가는 비결이 아닐까?


결함이 하나도 없이 완전한 건 지루하지 않겠니? 적어도 흠이 하나 정도는...


완벽을 추구하는 사회. 외모도 깔끔을 넘어 조각처럼 보여야 하고 스펙도 그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가 되어야 하고.... 우리 사회는 완벽주의를 넘어 무결점 인간을 바란다. 엠마 할머니가 이야기해 주는 말이 위로가 된다. "적어도 흠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키티가 다리를 절고 있는 브루노를 유독히 관심을 가진 이유는 결함이 있었기 때문일거다. 완벽한 고양이였다면 자격지심에 가까이 갈 수도 없었겠다. 이웃 나라 전쟁으로 인해 피란해 온 고양이들에게도 키티가 먼저 다가간 이유도 '결함'이 그들에게 보였기 때문이었을게다.


"우리가 가진 무언가를 그들에게 내주어야해"


연대란 가진 것 가운데 무언가를 내주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계층간 격한 대립과 양극화 현상은 연대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만든다. 연대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느낀다면 우리 사회는 변화가 분명 나타날 것이다.  


저자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구성할 때 독자들의 무릎을 치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책 속에 가미시켰다. 고양이들의 태초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성경 속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로 끌어냈다. 또 고양이들이 전 세계로 흩어졌던 사건을 '애굽의 10가지 재앙 중 메뚜기떼의 기습 사건'으로 재구성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인 '피리부는 사나이'를 각색하여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참고로 반려묘를 키우려는 이들은 고양이의 본능을 자세히 설명해 놓은 부분을 참고해 두면 좋을 듯 싶다.


"우리 고양이에게 아름다움은 무엇보다도 기분 좋게 부른 배와 포근한 방석이다"

"고양이들은 식사를 끝내면 앞발을 들어 입과 얼굴을 깨끗하게 닦는다"

"제대로 된 고양이라면 앞발로 흙을 파서 만든 작은 구덩이에 볼일을 본 다음 뒷발을 써서 구덩이를 흙으로 덮는다"

"우리 고양이는 마시는 물을 빼고는 물이라면 원래 질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 햇빛출판사 / 199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감옥의 계절은 사계절이 아니라고 합니다. 겨울과 여름만 있다고 합니다. 한기를 온 몸으로 버텨야 하는 겨울, 함께 있는 동료가 증오스러운 여름. 두 계절만이 수인들에게 있다고 합니다. 1970년대의 감옥은 지금의 현대식 감옥과 시설면에서 큰 차이가 있겠죠? 무기수로 복역 중인 필자는 1년보다도 더 긴 하루를 노동과 사색으로 보낸 듯 합니다. 계수씨에게, 형수님에게, 할머니할아버지가 된 어머님과 아버님께 간간히 보낼 수 있는 서신 규정에 따라 엽서를 보냈습니다. 엽서라해봐야 면적이 얼마나 하겠습니까마는 아마 깨알같은 글씨로 마음을 전달하지 않았을까싶습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쫌 특별합니다. '통혁당 사건 무기수 신영복 편지'라는 부제가 씌여진 필자의 초판본입니다. 1988년 9월 1일에 인쇄된 책이지요. 종이가 누렇게 빛바랜 책입니다. 30년도 지난 책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폐지 버리는 곳에서 건진 노획물품입니다. 누군가 이사가거나 집안 대청소 때 내다 버린  '폐지'였던 것을 고이 주워왔습니다. 때마침 도서관에서 최근에 나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었더터라 책의 가치를 단박에 알고 얼른 주웠습니다. 마치 도둑질하는 모양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냉큼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책의 가치를 모르는 아내는 또 주워 가지고 왔냐며 또 한 소리합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다음에는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작년에 주워왔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초판본으로 읽으니 왠지 느낌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초판본이 인터넷 상에서 현재 30,000원 내외에서 거래되는 듯 싶습니다. 처음 인쇄되어 시중에 나왔을때는 3,500원인데 말입니다. 보통 다른 책 같으면 중고 책값은 없는데 보통 귀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 책 자랑하다가 책 읽고 난 뒤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네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감옥 안에서 자신을 다스려갔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보내오시는 화선지에 먹을 갈아 붓글씨를 쓰면서, 때때마다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보내면 받을 수 있는 책을 읽으며 여분의 시간을 사색과 함께 보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감옥 안에서 정해진 일과 시간을 준수하면서 보내겠지요.

 

일단 감옥 안에 들어오면 그가 무슨 일을 했고 지위가 어땠으며 재산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나 무기수일 경우에는. 필자는 당시 보낸 엽서글에 의하면 20년 가까이 복역 중이었습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돌아오는 공간인 1.86평 감옥이 세상의 전부였을테고 몸을 부대끼며 지내고 있는 동료 수인들이 가족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잊고 있는 것은 아무리 담장을 높이더라도 사람들은 결국 서로가 서로의 일부가 되어 함께 햇빛을 나누며,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54)

 

필자는 '함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돕는다'는 표현을 할 때, 비 올때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감옥에 오랫동안 생활하고 있는 이들은 냉정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꾸민 표정, 걸친 의상은 물론, 지위, 재산, 학벌, 경력 등 소위 알몸이 아닌 모든 겉치레에 대하여" 외식을 구별하는 냉정한 시선을 습득하고 있다고 합니다. 긴 복역 중 엿새간의 외박을 허락받은 필자가 바깥 공기를 쇠고 들어오면서 외히려 힘에 부쳤던 느낌을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으려 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이해받으려 하는 마음의 가난에 연유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81)

 

필자의 가족들에게는 엿새간의 귀휴가 얼마나 소중했을까요? 하지만 필자는 감옥으로 다시 돌아온 뒤 조급했던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감옥 안에서는 노동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사회(?)에 있을 때 일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았던 필자는 노동에서 큰 삶의 공부를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대의 젊은이들은 노동을 '소비'라고 생각하며 하챦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어르신들은 노동을 '생산'으로 생각하며 긴 호흡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세대 간 노동에 관한 인식의 차이입니다.

 

독서에 대한 남다른 필자의 생각을 엿보게 하는 글귀가 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잔업으로 피곤도 하고 시간도 없어 볼 책이 많이 밀려 있습니만 저로서는 책 속에는 없는, 이를테면 세상의 뼈대를 접해보는 경험을 하는 느낌입니다"(102)

 

책 안에만 갇힌 사고가 아닌 세상과 연결된 사고를 뻗쳐 가려는 필자의 노력이 보입니다. 끝으로 '관계'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옮겨 봅니다.

 

"관계를 맺음이 없이 길들이는 것이나 불평등한 관계 밑에서 길들여지는 모든 것은 본질에 있어서 억압입니다" (133)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라는 기관에는 다양한 직종의 분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고 있습니다. 갈등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하겠죠? 갈등을 풀어나가는 해법은 다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라고 생각 듭니다. 누군가가 조금 더 희생하지 않는다면 '관계'는 '억압'으로 변질되고 맙니다. 서로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모순된 행동입니다. 학생을 위해 존재하고, 학생의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라는 공동체가 희생과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 형식된 관계로 맺어간다면, 추구하는 원대한 교육 방향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