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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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나의 영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늑대 여인에게 키스를 하면 그 여인이 늑대로 변해 키스한 남자를 해친다는 기괴한 영화 이야기.
자기가 늑대 여인이며 그래서 괴롭다는 이레나. 그 이레나의 망상에 연민을 느낀 한 남자.
늑대 여인이라 믿는 여인과의 결혼 그리고 예정된 비극... 
몰리나의 이야기는 재밌었다.  <거미 부인의 키스>는 아직 낮설었지만 책 속 영화인 -늑대 여인의 키스-에는 금새 빠져들고 말았다.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 받는다. 몰리나와 발렌틴. 누가 이야기 하는지, 누가 듣는건지 자꾸 헷갈렸지만 엿듣는 기분으로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긴다. 캄캄한 곳에서 들리는 두 사람의 대화. 나도 눈을 감는다. 보이질 않으니 어두운 곳으로 따라갈 수 밖에... 나는 전지적 독자시점을 버렸다. 그리고 몰리나의 이야기를 듣는다. 


-늑대여인의 키스-이야기가 끝날때 쯤 상황 파악이 되었고 다시 <거미여인의 키스>를 읽는다..

대화를 하는 그 곳은 감방이었고,  발렌틴과 몰리나는 남자였다.(여자 이름이잖아~) 
영화이야기를 하는 몰리나는 스스로를 여자라 생각하는 동성애자이며, 발렌틴은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는 정치범이라는 사실은 이 책을 읽은지 한참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아동 성추행범 게이와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는 젊은 좌파 운동가는 세상 한 켠 가장 깊숙한 그 곳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곳 그 깊은 곳이 아니었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둘만의 대화. 둘밖에 없으니 서로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보다 실체가 더 간절한 곳이니까...
함께 있으나 다른 세상에서 왔으니 각자의 경험도, 마음 속 생각도 소통의 도구로서 도움이 되질 않는다. 둘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 그러니까 곧 영화가 이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유일한 소통의 도구이다.

몰리나가 들려주는 여러 영화이야기를 들으며 사회주의자 발렌틴은 몰리나와는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해석하고 그 때문에 다툰다. 몰리나는 그의 사회 비판적 사고에 동의할 수 없다.
발렌틴이 몰리나의 성정체성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두 남자는 다툰다./ 그녀는 그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해준다./ 남자는 남자를 이해 못한다./그녀의이야기는 계속된다. 

몰리나가 교도소장과 대화를 한다.

몰리나가 프락치였다. 나는 소장과 몰리나의 대화를 읽으며 다시 독자가 되어 냉정하게 책을 읽는다.
소장:몰리나. 뭐, 알아낸 거 없어?
피고:아직은요. 하지만 곧 이야기할 것 같아요. 
소장:그래 몰리나만 믿어. 가석방 돼서 엄마 보러 가야지.
피고: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본문 발췌 아님)

다시 발렌틴과 몰리나의 공간이다.그리고 영화이야기. 또 다시 영화 이야기 엿듣는 멍청한 독자 하나.


책 속 이야기들의 풍성함에 즐거움은 의외로 컸다. 몰리나가 들려주는 영화이야기들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작가 마누엘 푸익은 원래 시나리오 작가였다고 한다. 어쩐지 천명관이 생각나더라... <고래>를 읽을 때도 이야기의 풍성함에 감탄했었지~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이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어두운 감옥의 구속상태의 수인들이지만, 영화이야기를 통해 공감각적 인식의 경계 허물어지고 사상과 성에 대한 인간 보편적 탐구의 무한한 팽창이 이루어진다.

3류 소설 같은 싸구려 시나리오라 할지라도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거미여인의 거미줄이었다. 발렌틴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거미부인에게 키스를 해주고 싶었다.

몰리나가 가석방 된다.
이제 몰리나의 이야기는 끝난다. 나도 냉정한 독자로 돌아온다. 세상으로 나온 몰리나와 그를 추적하는 하나의 시선. 무한한 세상을(이야기) 만들어 내던 몰리나가 이제 이야기에 갇힌다. 
몰리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몰리나를 이야기한다. 

난 끝까지 작가의 거미줄 안에서 놀아난 건가? 나는 텍스트를 벗어나기도 빠져들기도 했다. 소설이 끝날 때 쯤 마누엘 푸익이 날 놓아준 것일까? 마누엘 푸익은 이제 내 거미줄 안에 있다. 내 거미줄은 그다지 견고하지 않고 난 거미줄로 이 작품을 잡으려 해보지만 표면적인 스토리 외에는 분명한 게 하나도 없어 결국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다시 마누엘 푸익의 거미줄에 잡혀보고 싶다. 그의 다른 거미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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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부족 5월의 책 - 거미여인의 키스
    from 바느질하는 오후 2010-06-03 02:32 
    책부족 독후감 호호야님 :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377 쟁님 : http://blog.daum.net/zanygenie/52 동우님: http://blog.daum.net/hun0207/13291033 굿바이님: http://blog.aladdin.co.kr/good..
 
 
동우 2010-06-02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우와, 하나로 합시다. 향편님이나 차좋아님이나)

나 역시 독서에 있어서 선입견의 개입을 지극히 꺼리는 편입니다.
특히 소설에 있어서 제1은 재미가 아니겠습니까? 스포일러는 적극 사양해야지요.

그렇지만 이와 같은 좀 변칙적인 소설인 경우, 해설을 먼저 읽는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
권해 드립니다.

해설 모두에 수잔 손탁의 언급으로부터 화악 다가 오는 어떤 느낌.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이라는 이분법적이며 지극히 모호한 어떤 경계..
그 느낌이 소설을 재미있게 하였음을 고백합니다. 하하

향편님의 순정한 거미줄걸리기에 내 다소 교활한 거미줄걸리기는 좀 쑥스럽지만, 향편님이 정말 반갑고, 환영 환영합니다.
책부족의 좋은 친구, 기쁜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차좋아 2010-06-03 01:05   좋아요 0 | URL
그쵸 제 1은 재미죠? 동우님 한 마디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ㅎㅎ
특히 소설은요^^
안그래도 해설을 먼저 읽고 읽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설에 따라 기분에 따라 융통성 있게 읽어야겠어요. ㅎㅎ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그 경게가 모호했기에 더 설득력 있었던 것 같아요. 분명한 가름선이 있었다면 만인에게 사랑받는 소설이 될 수 없었을 거에요.

친구로 맞아주셔서 친구라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멜라니아 2010-06-03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푸익의 거미줄에 걸려 들었다는 상상이 좋습니다 향편님

그리고 두 분 남자분들 정말 의외입니다
몰리나를 여성으로 느낄 수 있었다니요.
그래서 저도 상상해 보건대 레즈비언의 남자 역할을 하는 주인공을
남자들이 읽었을 땐 어떨까요?
저로서는 몰리나의 여성적인 발언이 여성스럽다고는 해도 여성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몰리나가 이야기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마저 잘 듣게 되질 않던데요
제 독후감에서도 밝혔지만
갑자기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 교도소장과 이야기를 할 때부터는
이 소설 뭔가 있구나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영영 몰리나의 진실을 의심하면서 그것은 성 정체성에 대한 것부터
이 사람이 정말 발렌틴을 도울까 하는 문제까지 모두 의심 덩어리였습니다
그런 여자를 ?? 두 남자가 매우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을 보니
이거 어떻게 된 거지? 눈이 크게 뜨입니다.

여자가 좋아하는 여자를 남자가 별로 좋아하지 않구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를 여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게 또 작용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차좋아 2010-06-03 12:38   좋아요 0 | URL
몰리나에게 여성성을 느낀 것보다 우선하는건 그녀?가 여자일거라고 착각을 하고 읽었다는데 있어요. 처음 만난 몰리나라는 인물을 여자로 오인하게끔 푸익이 계획했다고도 생각이 드네요. 내가 알던 동성 친구가 어느 순간 커밍아웃을 한다해도 그는 나와 목욕탕을 함께 다니던 동성친구일 뿐이겠지만, 하리수 같이 처음부터 여자로 접근했다면 좀 다른 느김이 들거란 생각입니다.

보리수라는 트랜스 젠더가 있는데요.(전 직장동료의 고교 동창)
오랫만에 동창회에 와서 성전환 수술했다고 축하해 달라고 했다는군요. 본래 여성스럽기는 했지만 짧은 머리의 밋밋한 가슴의 동성 친구였던 친구가 여자가 되서 남고 동창모임에 왔는데 아무도 그녀를 여자로 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가슴 만져볼래하면서 친구들이 웃으며 한번식 만져도 보게 해줬대요. 친구들은 그녀의 선택을 이해는 못했지만, 이해와는 상관 없이 친구니까. 축하해줬다하고요. 물론 이쁘게 하고 왔지만 아무도 여자로 느끼지 못했다고합니다. 그 이야기를 해준 전 직장 동료에게 제가 '가슴 만지니 어때?''이뻐?' 라는 호기심 충만한 질문을 했었는데 그 동료 말로는 아무렇지 않았다고 했었어요. 참고로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보리수의 가슴을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가명이지만 실제하는 이름을 언급히도 될런가 모르겠네요.ㅎ
하리수 이후에 보리수 은하수 뭐 이런 이름의 트랜스 젠더들이가 클럽마다 있었다고하니 별 상관 없겠죠?^^

제가 몰리나에게 보리수와 같은 성적 판타지를 꿈 꾼건 아니에요.제가 몰리나에게 느낀 여성성이란 타자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몰리나가 아닌 몰리나의 입장에서 느낀거죠.
뚱뚱하고 못생기고 설혹 여러 장애로 성적 매력이 없다해도 (박하사탕의 문소리가 생각나네요) 스스로 여자라 생각하는 그 마음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못생긴 여자도 이쁜거 좋아하고 사랑받길 원하지만 세상 남자들은 얼마나 잔인 합니까?
몰리나도 몸은 남자지만, 마음이 그러니까 그 마음이 이 작품에선 이해가 되서 몰리나의 마음을 순전히 받아준거에요. 내가 발렌틴이었더라도 그 상황 그 지경에 빠진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도 했고요. (물론 저도 일반적으론 잔인합니다.)

아마 발렌틴과 관계를 갖지 않았다면 몰리나는 출옥후에 발렌틴을 위해 헌신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책 읽을 때는 몰리나의 마음을 얻기위해 관계를 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발렌틴의 의도도 녹아있다고 생각했었어요.

어...엄청 길어졌네요~ 리뷰보다 더 재밌는데요?ㅎㅎ

굿바이 2010-06-0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 남자들만 잔인하겠어요? 인간이 다 그런거지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저는 제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은 빨리 포기하자, 뭐 이렇거든요. 그런데, 갖을 수 없는 것들, 혹은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는 것도 욕망하고 또 그것을 실현하려고 애쓰는 분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몰리나의 욕망도 그런 의미에서 받아들인 것 같아요.

한가지 궁금한 거, 여자가 남자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과정 같은 것이 있는지, 그런게 있다면 그게 뭔지 궁금해졌어요. 이 나이에 이런 걸 물어봐서 좀 한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진짜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여성적인 것이 뭔지 이런 것도 좀 궁금하구요. 제 주위에 있는 남성분들은 속내를 안들어내는 것인지, 아니면 다들 특이한 분들인지 잘 말을 안해줘요^^

차좋아 2010-06-03 21:16   좋아요 0 | URL
금기를 쫓는게 아니라 욕망하는 것이 금기된 거니까... 몰리나는 포기할 수 없었던 거 같아요.
다행이에요 제가 욕망하는 것들이 별스럽지 않아서요.(돈.돈ㅋㅋㅋ)

너무 어려운 물음이라 맥주 한 잔 하면서ㅋㅋㅋㅋ 절 가르쳐 주세용~~ 제 나이 아시잖아요~~ㅎㅎ

토깽이민정 2010-06-03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기된 것이라 욕망한다'
발렌틴도 그랬잖아. 네가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그걸 원하는 거라고.

그냥 몰리나라는 캐릭터 자체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었는데, 나는,
둘이 신파극을 찍는건 짜증났어. 나는 신파는 싫어~~!

발렌틴이 몰리나를 그냥 '쿨'하게 여자로 봐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
음... 보리수라는 트레스젠더를 예전 친구처럼 받아들여주는 정도로? ㅎㅎ
그분들, 그래도 지독한 편견들은 없어서 참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

아무튼,
친구야 여기서 글로 만나니까 너무 반가워~~
대환영이야~!

차좋아 2010-06-03 22:48   좋아요 0 | URL
몰리나는 여자로 태어났는데 세상 사람들이 다 남자라고 하니까 남자인걸지도 몰라. 몰리나는 자기가 여자란 걸 누구보다 잘 알겠지 자기니까. 몰리나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넌 남자야 정신차려 몰리나!" 하고 말한다면 몰리나는 미치는거지~(어떻게 설명할 방법도 없고~~)
여자의 정신과 마음을 갖고 태어난 몰리나에게 사회가 남자의 옷을 입히고(물론 근거는 고추) "씩씩하게 자라라 몰리나!" 했을 때 몰리나는 혼란이 왔을거야. 성장하며 자기가 여자란 걸 분명히 알게된 몰리나는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누가 뭐라해도 난 여자야~'하고 용기를 내 자신을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거고, 그렇게 생각함으로 어느정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치유했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 자기 최면도 한계가 있고 결국 타인의 시선을 신경쓸 수 밖에 없지 않겠어? 그러면 세상 사람들에게 "나는 여자야!"하고 커밍아웃을 하는 길 밖에... 내가 여잔데 나 말고는 아무도 내가 여자인걸 모른다?! 그런데 나는 세상에서 여자이고 싶다. 그럼 자기증명을 해야한다는 거야 구차하지만 스스로......화장을 하고 삐딱구두를 신고 뭐그러다 수술하고 주민번호 바꾸고.
부단한 노력을 해 일부 사람들에게라도 "그래 넌 여자야 몰리나~"이라는 배려의 말을 듣게 되더라도 상처는 여전하겠지. 이해가 아니라 배려니까. 결국 이해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고. 세상에서 숨게 되는거라 생각해.

소설과는 상관 없는 오늘 종일 생각한 몰리나에 대한 정리된 입장이야.

으하하 반가워 민정. 와인먹자니까 가버렸어~~응?ㅋㅋㅋ

2010-06-04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 반갑습니다. 이름만 보고 당연 '여자'이실 꺼라고 생각을 하고 왔더니 '남자셨네요 @.@ 엄하게 놀라고 갑니다.

분명 몰리나의 이름은 여자였어요. 이 여자스러운 이름을 저는 받아들고서도 저는 자꾸만 무한반복처럼, '근데 쟤는 남자라고. 남자.'라는 기싸움을 했어요. (세돌 안 된 울 딸하고도 자기가 여잔지 남자지 말싸움하는 것도 질려가는 판국에)

동우님이나 향편님이나 공감하는 바를 보고 나니,
아무래도 작가는 남자 안에 있는 여성적 감수성을 잘 끄집어 낸 것이 아닐까 싶네요. 전 사살 남자의 그런 감정을 보면 좀 어찌할바 몰라서 망설이고 있거든요. 글 즐기는 분들이다보니 그런 감정 곡선과 작가의 것이 맞아 들어간 듯 해져요. 푸익과 두분 회원님이 설마 짜고 고스톱을 칠 일은 없으리라 보지마는요.

차좋아 2010-06-06 14:44   좋아요 0 | URL
향자 향단 향숙 이 때문에 종종 받는 오해지요 ㅎㅎ

우선은 재미있게 읽은 소설임은 분명하고요. 이후 전개된 이야기들과 이후 생각들은 소설과는 다른 영역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거미여인의 키스>를 읽고난 이후의 것들 입니다만, 책ㅇ르 읽을 당시에는 그리 깊은 생각이나 이해는 없었어요. 책 이야기 나눔의 영향이겠지요. 그래서 더 즐겁고요.
그러니까 책이 재밌어야 한다는 ~~~ㅋㅋ

여자 분들이 공유하는 부담스런 몰리나 정서도 제겐 의외의 결과입니다.
그런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재밌겠네요^^
 
<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우울의 심리학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심리 치유 보고서
수 앳킨슨 지음, 김상문 옮김 / 소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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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

그래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잠이 많아지고(혹은 적어지고) 청소도 못하고 밥도 못먹고 운동은커녕 우유 사러 가게에 나가지도 못하고 폭식을 하고(혹은 못 먹고) 뚱뚱해지고(혹은 마르고) 직장에서 성과도 못 내고- 그리고 다시 이 모양 이 꼴의 자신이 싫어지고 다른 사람들도 나를 싫어할 거라 생각하고 이 세상에 혼자밖에 없다 생각하고 죽으면 좋을 것 같고.
그래서 또 우울하고.
악순환이다.

주위 사람들은 도와주고 싶지만 이해할 수 없으므로 도와줄 수 없다.
우울한 환자(!! 우울은 감기같은 병이다, 그러나 좀더 지독한 병이다)에게는 수백만의 시간과 수백만 번의 포옹과 수백만 번의 위로가 필요하다.
그런데 배우자도 친구도 선생님도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으므로 수백만의 시간과 수백만 번의 포옹과 수백만 번의 위로를 제공할 수 없다. 이해하기는커녕 왜 그 모양으로 사냐고 비난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때론 그 비난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세상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악순환의 고리는 우울한 환자 자신이 끊을 수밖에 없다.
주위 사람들이 이해하고 도와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니가 우울을 알아??!!(우울한 사람들의 한마음 같은 목소리)

덧붙임. 내가 부모로서 이 책에 밑줄친 부분 세 곳.

의도적이지 않게 부모가 자녀에게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만약 네가 옆집에 사는 톰처럼 좋은 아이라면...”, “우리는 네가 이러이러한 아이일 때만 사랑하겠다”, “모든 수업에서 A를 맞아야만 너를 인정하고 사랑하겠다”라는 조건부적인 사랑을 제공할 때 자녀들은 자기 가치에 의심을 품게 된다.(낮은 자존감은 우울을 부른다.)

아이들은 사소한 일을 아주 중요한 사건으로 오해할 수 있다. “아빠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책을 읽어주시겠다고 전화가 오니까 다른 방으로 가버렸어.” 전화벨 소리만도 못하다고 느끼게 된다면, 그 아이는 스스로 전혀 가치가 없다고 믿을 수도 있다.(아동기의 경험은 인생을 좌우한다.)

“울지 마!” 다섯 살 된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엄마를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는 그의 진짜 감정을 숨긴다. 그리고 상처받은 그 아이는 어딘가로 도피한다. 그 아이가 나중에 불량배가 된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그 아이에게 소리 내어 울게 해주는 게 좋은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감정이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에 이를 표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억눌린 감정은 어느 순간 폭발하는데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부모를 황당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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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2010-05-2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우울할 때는 누군가 와서 위로해 줘도 소용이 없었고
원인을 생각해도 스스로 나오기 전까지 그 굴레는 앞 뒤가 다 막힌 곳 같더라구요
숨이 막혀서 우울에 관한 변명, 우울에 대해서 위로하는 글들이 보이면
그걸 다른 사람들이 읽고, 저를 아주 더 많이 이해해 준다면
우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보았답니다

그런데 우울한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적재적소에 잘 도와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표정 밝아졌던 사람이 다시 또 반복을 하니까 말이에요

완전 정떨어져 버리는거에요. 먼저 지쳐서 상대하기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죠. 우울증을 남이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내가 우울할 때 남의 도움을 바라지도 말자

우울이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큰 병에 걸렸다 하면
그 큰 병으로 갈 곳이 죽음 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면
선택을 자기 스스로 해라. 그랬더니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에 대한
반응이요, 저 스스로 만든 운명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쪽으로 가 버리더군요.

이처럼, 우울증 환자의 밖에 있는 사람은 냉정하게 생각하니
우울증, 스스로 이겨나가야 하는 게 맞아요
스스로 돕지 않으면 주위 사람도 돕지 못한다는 게 제 생각.

차좋아 2010-05-30 20:12   좋아요 0 | URL
우울의 원인은 멀리 있지 않더라구요. 내 안의 문제지요. 문제가 내 안의 것이니 책임도 내가 져야 하고요. 맞는 말 입니다. 가만보면 저도, 사람들도 원인을 바깥으로 돌리는 것 같아요. 누구 누구 때문에, 돈이 없어서, 세상이 이러 저러해서... 다 핑계지요. 외부의 문제들은 우울을 합리화 시키는 고마운 도구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제 우울상태의 자가처방은 '무료(한 상태)'입니다.
심심하게 조용히 혼자 있는거지요. 그러기 전에 이미 사고는 충분히 저질러서 접시에 물 받고 싶은 심정일 때. 그 때 가서야 혼자 들어 않곤해요.
우울이 날 약하게 만들면 마음이 헤퍼져서 바보가 되더라고요.
바보 짓 하다가 멜라니아 님 말대로 친구들이 지치거든요.

그 혼자의 시간이 참 아파요.
아플 때 뒤를 돌아보게 되면, 왜 아픈지경에 이르렀는지가 보이는데 아쉬운 순간들이 그제야 보이고 그제야 미안해지고 그래서 더 아프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내가 우울할 때 남의 도움을 바라지도 말자.
정말 그런거 같아요.



 

책 부족민 속사정 알아보기 질문지

1. (진부하지만) 무엇에 마음에 끌려 책 읽는 부족에 가입하겠다는 어려운 결심을 선뜻 하셨는지?

얼마 전 잠시 귀국한 민정이를 웬디양님과 같이 만난 자리에서,
민정이랑 웬디양님이 세계문학 읽기 모임을 함께 한다길래 "재밌겠다~" 하고 부러워하니 선뜻 "같이하자!"라고 말해줘서 냉큼 "그래!"라고 대답했지요^^
그래요. 선뜻~ 그 선뜻 내미는 마음의 손이 따듯해서 꼭 잡을 수 밖에 없었어요.
'이 친구들 모임에 불청객이 끼어들어 다른 식구들이 싫어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끌리면 하면되지. 고민하지 말자~'하고 스스로 격려도 하면서요.
한 달에 한 권. 평소에 읽을 일 없는 세계문학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될 수 있으리란 기대도 했습니다.  
 
2. 책모임을 소개 받은 사람과는 어떻게 알고 지내시는 분인가요?

네이버 서평단 북꼼에서 만났습니다. 책부족의 웬디양님, 민정이, 굿바이님 모두요.
제가 책 읽는 것만큼 차 마시길 좋아하거든요. 책읽기를 통해 만났지만 좋은 사람들과 차도 함께 마시고픈 마음에 차 번개를 가끔 치곤 했는데 그 때 제가 다려주는 차를 기꺼이 마셔주고 맛있다고 해준 분들이에요. 가끔 만나서 차 마시고, 책 얘기하고 그런게 벌써 햇수로 4년이네요.

정확히 말해서 책, 차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요. 책 읽기, 차 마시기를 좋아합니다.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책 읽고 생각 나누기, 차 마시고 놀기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차도 책도 사람과의 소통을 의한 도구로써 좋아하는 셈이네요.

굿바이님, 웬디양님, 서민정. 세 분 다 저와 이야기하는 걸 즐거워하시고 제가 내리는 차를 맛있게 마셔주는 사람들이라 제가 좋아해요.
 
3. 닉네임의 뜻이 궁금해요. 얽힌 사연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처음 네이버 서평단에 가입할 때는 스스로 의미부여를 해서 이름을 짓는 게 뻘쭘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아이디로 사용했었어요.  그 때는 '왜 닉네임를 안 만들어요?', '실명을 고집(?)하는 이유가 뭐에요?' 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실명이 오히려 관심을 끌었던 것 같아요.

향편-그래서 만든 닉네임이 향편인데, 향기의 조각이라는 뜻이에요. 찻자리에서, 차는 아니지만 차같이 향을 더한다고, 차처럼 우려마실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꽃송이들을 향기의 조각, 香片이라 부르거든요.(국화나 장미 등등)
이 말은 제가 엄태형 시절에 차번개에서 국화차를 우려주면서 한 말인데 이 말을 기억하고 있던 그 날의 친구가 제게 '향편을 네 아이디로 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해줘서 지금까지 향편을 닉네임으로 쓰고 있어요. 실명으로 온라임 모임을 하다보니 오히려 관심을 받게돼서 부담스럽던 차에 잘됐다 싶었죠^^

그러니까 제 닉네임은 블리가(그 친구) 지어준 셈입니다.
이건 좀 민망한 해석인데, 그 친구가 향편을 닉네임으로 쓰라고 하면서 말해 준 뜻풀이가 하나 있어요.
'그리스도의 향기와 편지'라고 <고린도 전서>에 있는 표현인데 저보고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라면서 의미를 부여해 주더라고요. 거창하죠? 그래서 부끄러워서 바로 못 바꾸고 꿈지럭거리니 그 친구가 섭섭해하던 기억도 있습니다.(블리야 나는 그렇게 못 될 것 같아 정말이다.ㅜㅜ)

제 이름이 태형인데 한자로 클 泰 향기 馨 입니다.
지금 이름처럼 쓰고있는 닉네임은 향기 香 조각 片 
태형 (큰 향기), 향편향(조각 향기) ....방귀가 떠오르네요. 뿡뿡이로 닉네임을 바꿀까요?
 
차좋아- 이건 알라딘에서만 사용하는 닉네임인데, 생각하고 지은 닉네임은 아닙니다. 
chajoa79 제 메일 에서 따온 거에요. 제가 영타는 더 못 쳐서 메일 주소를 우리 말로 적은 것뿐이거든요. 이곳에서 일상을 나눌 거라 생각을 안 했었어요. 지금은 알라딘에서 노는 게 좋아요^^

차좋아도 좋아해요. 사실이잖아요^^ 거창하지도 않고 ㅎㅎ 
향편은 익숙해서 이름 같고
엄태형은~~ (누구?...) 

4. 가장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는? 

가장이라는 전제가 있어서 고민을 조금 했습니다. 어렵지만 그래도 꼽아보자면 (작가 먼저)

박완서님을 좋아합니다. 20대를 박완서의 책들과 함께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세상물정도 더 알게 된 거 같고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도 커진 거 같아요. 박완서의 책은 거의 다 읽었지 싶어요. 한때는 박완서 책 다 읽었다고 말하고 다닌 적도 있었는데 할머니 여기저기 써 놓은 글들이 너무 많아 자신할 수가 없네요^^ ㅎㅎ 이번에 또 냈다지요? 박완서 컬렉션은 이제 포기할랍니다~ㅎㅎ

외국작가로는 조지 오웰을 좋아합니다. 
스스로의 감정에 취하지 않는 담담한 표현과 무심한 듯하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이 넘친는 그의 시선에서 따듯함을 많이 느낍니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 좋았던 책은 다시 읽은 <호밀밭의 파수꾼>이었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처음 읽었을 때 저도 홀필드랑 비슷한 마음이었지 싶어요. 그래서 홀필드가 바라보는 세상만큼 홀필드도 싫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세상도 홀필드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10년 전 저를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또 그 때의 제가 안쓰럽기도 했구요. 다시 보리라 생각하고 밑줄 긋고 메모한 건 아니었는데 기억도 못 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만남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책이 많이 있습니다만,
정말이지 우열을 가릴 수가 없어서...
그래도 좋아하는 책을 생각나는대로 나열하자면,
레미제라블, 토지, 모모, 야만인을 기다리며, 데미안, ... 많죠~^^
그래서 지금 읽고 있는 책 혹은 최근에 읽은 책을 좋아해요. 생생하잖아요.
  
5. 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작가요. 전작주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눈여겨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에게 영향을 준 작품이나 좋아하는 작가에게 영향을 준 다른 작가의 책을 읽곤 합니다. 독서 스타일이나, 때론 인간적인 면에서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해준 책도 꼭 읽는 편이고요. 그러니까 그냥 가까운 데서 찾아요^^

6.  내 인생의 최고, 최악의 책 3 편을 각각 열거하면?

최고의 책은 그 때 그 때 다른데 오늘은,

엔도 슈샤쿠의 <침묵>
이 책 세 번 정도 읽었네요. 웬디양님 따라 하는 거 같지만, (따라 하는 거 맞아요^^;) 그래도 꿋꿋하게 추천합니다. 매번 기치지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읽었다는 점이 웬디양님과 다른 점이랄까요~
저는 기치지로가 좋고, 지금 기치지로처럼 살고 있고, 앞으로도 기치지로처럼 살 것 같습니다..
기치지로는 삭개오 같아요. 교회학교 중등부 시절 성경 스터디 모임에서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성경 속 인물을 물어보길래 삭개오라고 했었던 적도 있어요. 성경 인물 중에  나랑 비슷한 인물이라 연민의 마음도 생기도, 항상 후회하며 살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용기내 고백하고... 그런 사람이 좋아요.  

미하엘 엔데의 <모모>
최고의 책입니다. 이것도 한 세 번 읽었지요. 동화책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되는, 왠만한 철학책보다 더 철학적인 모든 이들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합니다.(자매품-끝없는 이야기)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 오웰의 모든 책들이 다 소중하지만 최근에 다시 읽은 <카탈로니아 찬가>가 생각나네요.
이 책이 르포 형식이라 지루한 면이 있어서 제가 쉽게 추천하는 책은 아니지만, 정말 웃긴 장면이 많아요. 오웰이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도 남의 일인 양 담담히 이야기하는 장면과 실제 긴박했을 상황을 같이 생각해 보면 한 편의 블랙 코메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흥분하지 않는 절제된 묘사에서 오히려 역사적 상황을 정확히 볼 수 있고 긴장감 없는 전장의 일상을 바라보며 진실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조지 오웰 최고의 작품입니다. 

최악의 책은 이건 정해져 있어요. 내 인생 최악의 책 부동의 1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무책임한 상상력의 절정이라고 짧게 평하겠습니다.
내 인생 최악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최근에 서평단 책으로 읽은 <딱 한번 인생> 이라는 책의 일방적인 시선도 좀 불편했고요, 또 하나는 .....앞으로 나올 <이명박 평전>

 

7. 현재 읽고 있는 책, 143페이지 다섯 번째 문장은?

복음과 상황 4월호

-수도자는 홀로 몸과 자세를 다스리며 수련을 하지만, 제자는 둘씩 짝지어 팀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월간지 <복음과 상황> 4월호의 -제자도 ,맨손 맨발의 여정- 이라는 주제의 짧은 말씀이네요. 황영익이라는 분의 기고글인데 아직 안 읽었고 별로 읽을 생각도 없습니다.
월간지<복음과 상황> 구독자는 아닙니다. 한 달 전<복음과 상황>에서 하는 문학 아카데미에 친구 따라 갔다가 처음 온 저를 눈여겨 본 복상 관계자 분이 구독하길 바라는 마음에 준(것 같은) 샘플 책입니다.
고민 중이에요 구독할까 말까...... 얼굴 트면 구독해야 할 텐데, 문학 아카데미는 또 가고 싶고 그럼 또 한 권 꽁자로 줄테고.... <씨알의 소리>, <뉴스 앤 조이>도 이렇게해서 구독하게 됐거든요. (젠장... 얼굴을 트면 안 돼) 요즘 시절에 의미있는 간행물들은 왜 이렇게 가난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저 문장,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음....

8.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우리말 5가지와 각기 이유는?

답게, 같이(두 개만 할게요)

답게- 향편다워~ 엄태형답다. 이런 말 좋아해요. 아쉽게도 그런 말을 듣는 상황은 바보스러운 행동을 했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어쩌겠어요.ㅎㅎ
좀 멋있는 모습을(가령 예수) 상정해 놓고 그 모습을 닮아가려고 노력하기보단 내 생긴 대로의 모습으로 살려고 하고 내 생김새 안에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누굴 닮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다고 내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향편다워~'라고 말할 때 그 친구의 얼굴에 미소만 있다면 좀 바보스러워 보여도 괜찮아요.

같이- 혼자 있는 모든 상황을 싫어하는 건 아니구요. 문득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이나 쓸쓸함이 느껴질 때 두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이건 누가 옆에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책 읽기도 같이 하는 걸 좋아해요. 물론 책은 혼자 읽는 것이지만, 정신적 유대감 이랄까? 내가 책을 읽고 어떤 감정를 느끼고 상황을 떠올리고 있을 때 누군가 함께 읽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즐겁기도 하고 안정감을 느낍니다.
혼자라는 감정을 싫어해서 우리집 가훈도 [같이 놀자]라고 지었어요. 처음엔 그냥 [같이]였었는데 목적이 없으니 좀 심심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게 뭘까 생각해보니 노는거더라고요.ㅎㅎ
그래서 우리집 가훈은 [같이 놀자}

9. 누군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선뜻 추천하는 시집 한 권, 소설 한 권, 동화 한 권, 인문서적 한 권, 예술서적 한 권은? 

시집은 이해인 수녀님의 <내 혼에 불을 놓아> 제일 좋아하는 시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살아 있는 날은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깍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소설은 미하엘 엔데의 <모모>
모모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제 아내가 모모 같은 사람이에요. 참 저는 모모의 친구인 기기 같은 사람이고요. 모모가 있어서, 모모가 기기의 말을 들어주었으니 기기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잖아요. 제 말에 귀기울여주고 제일 즐거워해준 사람이 제 아내거든요. 생김새도 모모랑 비슷해요.ㅋㅋ 모모가 없으면 기기도 없는 거에요. 세상의 모든 기기는 모모 같은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ㅎㅎㅎ

동화는 <노란 양동이>
소유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져주는 아주 감동적인 동화책입니다. 안 읽어 보신 분에게는 강력 추천!

인문서적은 리영희의 <대화>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나 읽을 때뿐인 것 같아요.
리영희 선생의 이야기에 놀랐고 몰랐던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책을 덮고 막상 기억해야 하는 것은 특정할 일화들이 아닌 삶에 대한 자세인 것 같아요.

예술서적은 .......예술??? 하나 추천해 주세요~

10. 술은 어느 정도 드시나요?

소주 한 병, 맥주는 배부를 때까지 ㅋ (한 잔 할까요?)

11. 김치는 어떤 걸 좋아하세요?

배추김치요. 뭐든 익숙한 걸 좋아해요. 사실 김치라면 다 좋아해요. 남는 김치 있으신 분~~ 

12. 당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푸념하는 거~ 한참 하소연 하다보면 어느 순간 창피해져서 본래의 스트레스 이유는 별게 아닌것이 되버리죠 하지만 창피함이 또 다른 스트레스로 ㅠㅠ
그래서 또 푸념하고..다시 챙피해져서 또 말하고...(어린왕자에서 레 듯한 장면)
그러고 살아요...

13. 자기가 살고 있는 곳(도시)의 특징을 다섯 문장으로 정리해주세요.
 
서울이라는 도시는 한국만큼이나 거대한 느낌이라... 노원구로 할게요.

나고 자란 동네입니다.
몇 번의 이사를 했지만 항상 노원구였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상계동은 서울의 경계여서 그런지 물가가 싸요.
5분거리에 수락산이 있어서 산책하기 좋구요.
무엇보다 익숙해서 좋아요^^(

14. 자기 직전 한 시간 동안 대체로 뭐하는지 간단하게 묘사해 주세요.

대체로 차를 마시는데, 묘사를 하자면.....

테팔 주전자 쉴 틈 없이 몸부림치는 자정 즈음의 시간
옛노래 멜론에서 흘러나오고
'오늘은 일찍 자야지' 하면서도 손은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차를 다린다.

밤새 계량기 열심히 돌아가는 우리집입니다 ㅋㅋ(계량~기는 잘도 도네 돌아가네~) 

15. 연예인 또는 공인 중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의 매력은 뭔가요?

김갑수요. 요즘 신데렐라 언니를 보고 있는데 김갑수가 죽어서 극에서 빠질 때 '귀신으로라도 계속 나왔으면'하고 바라기도 할 정도로 매력있는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정말 다음회에 영혼으로 등장하더라구요. 죽은 이후로 회상 신 으로 매회 등장)
중견 남자 배우를 보면서 감동하기는 김갑수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김갑수 닮았어요.(아버지가 닮은 연예인 배철수, 김C, 김갑수, 이외수...) 
 
16. 자주하는 혼잣말이 있나요?

가끔 하는 거 같은데 자주 하는 말은 없어요.  (이런 저런 생각하다 혼자 웃기는 자주 합니다.) 

17.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이야기를 아직 시도하지 않은 경우) 그 사람이 마음에 안 들었다면  대개 그 이유는 뭘까요? 

척하는 사람을 잘 알아봐요. 어리바리해도 사람 잘 봐요(작지만 예리한 눈--*)

18.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과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밤새 쌓인 노페물을 밀어내면서, '일찍 잘 걸'하고 후회를 합니다(피곤해~) 

19. 당신이 선호하는 책을 읽는 자세(어떤 자리, 어떤 분위기, 어떤 의자 등등)

서서 읽기 좋아해요. 지하철에서 서서 읽는 게 습관이 돼서 집에서도 앉아 읽다가 집중 안 되면 잠깐씩 서서 읽어요.  

20. 만약 책을 써서 출판을 한다면 어떤 책을 쓰고 싶은가요?

소설입니다. 간혹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날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행동으로 나가기도 하는데, 소설을 쓴다는 공상만으로 만족해버려요 ㅋㅋㅋ (소설~ 택도 없는거 잘 아니깐 택클환영ㅋㅋ) 

야~~ 길다. 제게 던져진 숙제 웬디양님이 먼저하고 또 엄청 길고 재밌게 써서 부담 좀 가지고 썼습니다.

오늘 밤에 지리산에 차 만들러 갑니다. 주말을 지리산에서 보내겠네요. 
읽어주신 분들께 미리 인사드리고 갑니다^^ 
긴 글 지루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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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부족민 속사정 알아보기 질문지
    from 바느질하는 오후 2010-05-14 22:32 
    책 부족민 속사정 알아보기 질문지.hwp 책 부족민 속사정 알아보기 질문지 1. (진부하지만) 무엇에 마음에 끌려 책 읽는 부족에 가입하겠다는 어려운 결심을 선뜻 하셨는지? 2. 책모임을 소개 받은 사람과는 어..
 
 
멜라니아 2010-05-1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쩜들 이렇게 숙제를 꼼꼼하게 잘 해 주시는지
저는 마치 숙제 검사 하는 담임 교사처럼 흐믓한 얼굴로 읽었습니다
엄태형이라고 하셔서 엄정화 동생을 왜 부르지, 왜 그 이름이 나오지 했어요
두 어 번 더 읽고서야 형편을 알아봤어요. 향편님! ㅎㅎㅎ

17번 대답은 거꾸로 알아들으면 되는 답이죠?
착하지 않은 사람을 딱 알아본다. 그런 사람은 마음에 안 들어한다.
만나기 겁나요 ^^
저는 착하지 않거든요. 진짜.

글 지루하지 않습니다
차 끓이는 향편님과 아직 읽어 보지 못한 소설 모모같은 아내를 두신 향편님의 작은 행복을
상상하다 보니 차 한 잔 앞에 놓은 듯 고요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 아는 행복이 이런 거네요.

언젠가의 오프라인 모임을 기대합니다

글은 옮겨가 제 방에도 두겠습니다( 주소복사)

차좋아 2010-05-16 18:58   좋아요 0 | URL
17번 대답은 있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입니다.
'~척'하는 사람이요. 잘난 척, 멋있는 척, 이쁜 척 말입니다.ㅎㅎ
물론 착한 척도 포함입니다.
안 착한 사람 싫어하지 않아요. 안 착한걸 어쩌겠어요. ㅋㅋ
그리고 멜라니아님은 분명 착하실거잖아요.^^






블리 2010-05-1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쯤은 지리산에 있으려나?
좀 서러운 날이었는데 이 글 보면서 쿡쿡 웃는다~ㅋㅋ
글이 참 향편다워.(이 말 좋아하는지 몰랐네.)
향편에 얽힌 얘기 보다가 내 또 다른 닉, 향단이가 떠올랐다. ㅎㅎ
곧 생일이지 그쯤 보자, 책도 돌려주고 [호미]얘기도 해야지~

차좋아 2010-05-16 19:06   좋아요 0 | URL
그때쯤엔 지리산에 있었어 ㅋㅋ
아직 내 핸드폰엔 향단으로 저장되어있다.ㅋㅋ
생일은 무슨... 이걸로 족하다. 호미 애기는 꼭 하자~ 자크엘륄은 아직이냐?
박자 놓쳐서 읽기 싫으면 다른걸로 빌려줄게^^
너가 '향편다워'라고 말 많이 해준거는 기억하냐?(누군데 기억 못하겠냐~)모르는게 좋았는데 좀 창피하구나~~^^

웽스북스 2010-05-15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편님 다워요 ^-^ 하려고 했는데, 블리언니한테 뺏겨버렸네요.
저 침묵 세번째 읽을 때, 기치지로한테 미안해졌어요.
뭐든, 이렇게 항상 늦어요 제가.

차좋아 2010-05-16 19:10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도 답다라는 말 나한테 해준적 좀 있는데 기억해요?(누군데 기억하겠냐~ㅋㅋ)
기치지로 좀 좋지요?
멋지지 않고 비겁하지만, 용기내서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그런 용기도 대단한 거 같아요.ㅎㅎ

지리산에서 차 만들어 왔어요.^^ 한 잔 합시다!

후애(厚愛) 2010-05-15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네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자세히 적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박완서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전에 책을 거의 다 구매했는데 이곳 대학교에 기부를 했습니다.
혼혈인 대학생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책들을 기부했더니 혼혈인 학생들한테 인기가 많다고 들었어요. 그 소리 듣고 어찌나 기쁘던지요.
나중에 한국에서 살게 되면 박완서 작가님의 책들을 다시 구매하려고 합니다.^^
<소주 한 병, 맥주는 배부를 때까지 ㅋ (한 잔 할까요?)> 이 글에서 갑자기 한 잔 하고 싶어졌습니다. ㅋㅋㅋ

박완서 작가님 책 중에서 안 읽어보신 책을 제가 여름에 나가서 선물로 드리면 안 될까요? 책 이름을 알려 주세요. 아니면 다른 책으로 하셔도 됩니다.^^


차좋아 2010-05-16 19:17   좋아요 0 | URL
아 박완서 님 좋아하시는구나~
선물 안주셔도 되는데~~^^
하지만 후애님 선물 받고도 싶으니까 염치불구 "감사합니다^^"
박완서 책은 정말 다있는거 같아요. 요즘 나오는 작품집은 거의 재탕인 경우가 많아서 새로 낸 단편 하나만 찾아 읽고 책은 안사거든요.
출판사가 박완서 책이 잘팔리니 할머니꼬드겨서(분명 출판사가 꼬셨을꺼야!) 새로 단편 하나만 쓰면 예전 단편잡에 추가해 제목바꿔 새 책인양 내더라고요.

한국 오시면 책 선물 주세요. 박완서 책은 말고요~ 엔도 슈샤쿠의 <깊은 강>
이요^^ㅎㅎ

후애(厚愛) 2010-05-22 05:38   좋아요 0 | URL
엔도 슈샤쿠의 <깊은 강> 보관함에 담아두었습니다.
나가서 보내 드릴께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L.SHIN 2010-05-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책 부족민'이라니, 근사한 모임이잖아요. 부럽습니다. '나도 껴 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므로....ㅜ_ㅡ (쌓인 책을 보고 있자니...세계문학..
아아..지금 제 입장에선 어림도 없는..쿨럭)

2. 차 모임....왕 부러워요.. 저는 오로지 커피만 좋아하지만, 그래도 향 나는 차를 마시는
그 우아한 모임이 부러워요.^^ (녹차만 빼곤..다 마실 수 있을 것 같은데..ㅎㅎ)

3. 전, '차좋아'란 이름이 제일 마음에 드는데요? 친근하고 솔직해서.(웃음)

6. 베르나르의 <나무>.. 전 재밌게 봤는데. 그런 기발한 창의력을 좋아하거든요.
한국 소설들은 너무 진지하고 우울하고 꽉 막혀 있어요. 창의력이 부족합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편리한 제품들이 다 과거의 그 '무책임한 상상력
의 절정'에서 태어난 것입니다만.
에디슨도 그 당시에는 '미친 놈'이었으니까요.

10. 맥주는 배부를 때 까지...ㅋㅋ (전 화장실이 자주 부를 때쯤 더 이상 먹기가 싫어..;)

14. 왠지, 늘 상상하게 되어요. 차님은 벚꽃이 흩날리는 곳에 앉아 우아하고 고상하게
차를 마시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꼭 옛날 옷을 입고 펄럭이면서 마셔야 해요. 사진은 제가 찍어줄게요! ㅎㅎㅎ

차좋아 2010-05-16 19:32   좋아요 0 | URL
1. 우리 모임 근사하죠? 헤헤
사실 저는 신입중에 신입인지라 모임 책 한 번도 안읽었어요^^

2. 차 모임 하나 만들까요? 저는 언제 든지 콜!
녹차 말고 다른차 마시면 되죠 뭐~ㅎ 근데 녹차도 정말 좋아요^^

3. 저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엘신님이 좋다니 저도 차좋아가 좋아지려 합니다. 정말 생각해보니 좋은것 같아요.ㅋㅋ

6.엘신님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좋아하시는군요. 제 주위에도 좋아하는 친구 많아요. 절대 대머리라서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10.맥주도 한 잔 하시죠! ㅋㅋ 차랑 맥주가 비슷한게 화장실에 자주가야한다는 것입니다.

14.뭘요~ 우아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차가 별게 아니라는걸 꼭 입증하기 위해서 제가 우아하지 않다는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꼭 차를 같이 마시고 싶습니다ㅋㅋ

L.SHIN 2010-05-16 21:21   좋아요 0 | URL
네! 꼭 함께 차 마셔요, 배터지도록 - ^^

굿바이 2010-05-2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서 읽는 책, 그렇구나...몰랐어요, 저는 항상 어디 기대서 보는 것 같은데.
박완서씨도 그렇고, 이해인수녀님도 그렇고, 향편님이 좋아하는 분들, 참 맑은 분들이잖아요. 향편님 차맛이랑 비슷하다 싶어요.

차좋아 2010-05-21 16:00   좋아요 0 | URL
서서 찻집을 차려 볼까요? ㅋㅋ
제가 맑지 못하니까 맑은 분들을 좋아하는거같아요. 박완서님, 이해인수녀님, 굿바이님.ㅎㅎ

saint236 2010-05-29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토 슈샤쿠의 침묵 많은 의미를 던집니다. 전 기치지로의 입장보다는 로드리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예수의 가르침이 사랑이라면 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 과연 배교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질문입니다. 깊은강도 예수의 일생도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차좋아 2010-05-29 12:02   좋아요 0 | URL
예. 예수의 일생도 꼭 읽어보리라 마음 먹고 있습니다. 차차 읽으려고요. 로드리고의 고뇌에 대해서 저도 고민을 했던것 같기도 해요. (했나? 가물 가물^^)
로드리고가 결국에 배교행위를 하긴 했지만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분명한 배교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침묵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한국영화 최고의 10경>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한국영화 최고의 10경 - 영화평론가 김소영이 발견한
김소영 지음 / 현실문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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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화가 이래!

상영하는 영화는 모조리 봐치워야 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내 마음에 드는 영화는 재미있거나 쉽거나 둘 중 하나여야 했다. 재미없거나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거나 하면 무슨 영화가 이래! 툴툴대곤 했다.

그러다가 “씨네21”이라는 얄팍한 잡지가 혜성처럼 나타나 어리석은 씨네 키드야, 너를 진정한 영화의 세계로 데려다 주마, 하고 유혹했다. 그리고 내가 재미없다고 한 영화들에 별들을 너덧 개씩 팍팍 매겼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영화들에 이러저러한 심오한 뜻이 있다고 깨우침을 주었다. 나는 아하 그렇구나, 그런 뜻이 숨어 있었구나 깨달아가면서 영화의 참뜻을 알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뿌듯했다.

그런데 씨네21(속 수많은 영화평론들)이 나를 내리깔아보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다른 의견들은 엉터리다 외치면서... 그러면 내 생각과 내 감정도 엉터리란 거야? (실은 내 분석이 그 평론가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씨네21이란 혜성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시 재미없거나 난해한 영화들에게 무슨 영화가 이래! 툴툴대기 시작했다. 

 
우스운 기억이다.

“한국영화 최고의 10경”은 내가 한창 타고 다녔던 혜성과 비슷하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혜성이다. 분량도 용어도 영화 두세 편을 복합 분석한 것도 주장하는 힘도 월등히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10경 중 상당수가 씨네21에 실렸던 글이니 이렇게 느껴도 되겠지?) 

영화를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봐야 해? 그래도 이 책, 재미는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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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부족민 속사정 알아보기 질문지
    from 바느질하는 오후 2010-05-14 22:31 
    책 부족민 속사정 알아보기 질문지.hwp 책 부족민 속사정 알아보기 질문지 1. (진부하지만) 무엇에 마음에 끌려 책 읽는 부족에 가입하겠다는 어려운 결심을 선뜻 하셨는지? 2. 책모임을 소개 받은 사람과는 어..
 
 
웽스북스 2010-05-1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때도 있었군요. ㅎㅎ

차좋아 2010-05-11 18:23   좋아요 0 | URL
놀랍죠?ㅎㅎ

후애(厚愛) 2010-05-12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리뷰가 재밌습니다. ㅋㅋ

차좋아 2010-05-13 12:0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내 하는 말을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라는걸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ㅎㅎ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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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를 펼쳐보고 입가에 미소가 씨익~ '만화책이다!'
그렇게 반갑게 펼쳤고 만화책이니 당연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고 읽다보니 사마천의 史記를 바탕으로 한 지라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비교해 가면서 <김태권의 한나라 이아기>1권을 읽었다.

이 책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책을 읽은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리뷰를 쓰지 못한 이유는, 아니 쓰다가 포기한 이유는 리뷰라기보다는 독설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이렇게 나가는구나~ 에휴......)
은근슬쩍 던져 놓고  그때 무슨 비평을 했는지 말 안 하기도 뭐하니 간략하게 복기하자면,
 
만화는 실망스럽다.  아무리 김태권의 이야기라지만 그래도 만화책이라는 형식을 선택했으면 그림의 완성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투른 석고상 데생 같은 인물들은 생기가 없고, 그나마 인물 외의 주변 그림은 전혀 볼 게 없다.(여백의 미인가?)   
또 , 여불위가 진시왕의 생부가 아니라고? 오~ 충분히 독창적이긴 한데 고작 근거가 '누구누구가 그러더라~' 란 말인가? 여불위가 진시왕의 생부인지 아닌지는 저가가 이야기한 대로 역사서에 따라 내용이 다르게 기록되어 있다. 저자가 근거로 삼은 진시황제본기에서는 아니라고 하고 있고 이 책의 베이스로 삼고 있는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여불위를 생부라 하고 있다. 진시황제본기는 진시황제의 입장에서 기록된 정사이니 진시황이 죽인 여불위를 생부라 하지 않는 게 당연할 것이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여불위가 진시황의 생부가 아니라고 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저자는 거의 전적인 내용을 사마천의 사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이야기의 성격이 전혀 다른 진시황제본기의 기록을 끌어다 역사를 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손을 댔으면 책임감 있게 형식에 맞는 근거를 제시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분서의 해석에서도 저자는 진시황본기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진시황제를 재 조명하고 바른 평가를 하고자 하는 저자의 욕구가 이야기의 구성은 대중적인 사마천의 사기를, 결론은 진시황제본기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학습만화가 아닌 개인적 평가와 해석이 담겨진 역사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만화책의 특성상 개인 의견과 역사적 기록의 차이를 분명히 기술할 공간과 바른 이야기 흐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분명한 차이들을 부연하기 어렵다.

사실 나도 조심스러운 게 나는 사기(열전)와  사기를 바탕으로 쓴 고우영의 십팔사략을 읽었을 뿐이라 다 안다고 할 수가 없다. 도대체 누가 진시황제본기를 볼 수 있겠는가?
다만 사기를 읽은 사람 입장에서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가 이렇게 읽힐 수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작품에 초를 치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아직 1권만 읽은 것뿐이니 섣부른 평이 조심스럽기도 했다. 뭐 내가 평한 게 별 영향이 있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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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5-10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보다보면 쫌 귀엽지 않나요? ㅋㅋㅋ
저는 이 책 챙겨만 놓고 아직 못읽었는데, 김태권의 십자군전쟁은 꽤 재밌게 읽었지요. ㅎ

차좋아 2010-05-11 09:02   좋아요 0 | URL
보다보면이라는 단서는 웬디양님도 처음에는 별로였다는 고백?ㅋㅋㅋ
사실 그림이야 개인적인 취향이니 그림 가지고 좋네마네 하는 건 좀 그렇기도 해요~(뭐야 소신 없이...)
나만 몰랐나? 꽤 유명한 사람인가 보지요?
먼저 쓴 리뷰 안 올리기 정말 잘한거 같아요.ㅎㅎ

웽스북스 2010-05-11 11:12   좋아요 0 | URL
뭐 김태권 만화를 그림 때문에 보지는 않으니까. ㅋㅋㅋㅋ
십자군 전쟁에 부시 패러디한 당나귀가 있는데 완전 웃겨요. ㅋㅋㅋ

뭐, 암튼간에요.
멜라니아님 블로그 가보시면 숙제 있으니,
하시옵소서.

차좋아 2010-05-11 13:21   좋아요 0 | URL
숙제 확인했습니다. 어려운데요^^

후애(厚愛) 2010-05-11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만화책이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만화책이였군요. ㅎㅎㅎ

차좋아 2010-05-11 09:05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깜작 놀랐어요. 만화책 많이 좋아하는건 아닌데 그래도 막 신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