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때는 설레더니 정작 마주하면 뭐가 좋은지 모르겠는게 명절이 아닌가 싶다.
여자들 명절날의 고충은 말하면 입만 아픈 공공연한 괴로움이니(막상 격지도 못했지만..)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나도 고충이있다.
32세, 남자, 아들, 아빠, 사위, 로써의 각각의 고충들....
32세- 친척이라는 이름이 타인들의 시선은 매우 부담스럽다. 32세에 이루어야 할 적정의 상태를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조카, 사위, 아들, 사촌을 바라보는 애정가득한 타인의 시선. 피할 수 없다. 33세에도 그대로 일듯 하다. 동년배의 사촌조카를 아들로 둔 삼촌의 시선은 더욱 애정이 묻어있다. 똘레랑스인가?
남자- 여자에 비할 바 아니나 남자도 피곤하다. 하지만 역시나 비할 바 못되는 사소한 피곤일 듯해서 패쓰~ (여자들 고생이 많아요)
아들- 아버지 산소 관리는 장자의 의무이다. 당연한 의무이니 고충이라 푸념꺼리가 못 되지만 이게 은근 큰 부담이다. 당연히 내 할일이니 해도 생색 안 나고 안 하면 난리나는 의무. 올핸 꾸무적 대다고 결국 못하고 말았다. 추석 전 날 할꺼야..., 엄마는 날 이라도 안 좋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서 미리 하고 오라고 그렇게 얘기했었는데 결국 장마 수준의 비가 쏟아진다. 오늘 찍 소리 못하고 엄마 심부름 중이다.
작은 아버지도 한 소리 하시겠지... 에이~ (명절이 되면 본인이 내 아빤 줄 안다. 하지만 나도 삼촌이 생전 아빠만큼 어렵다.)
아빠- 위에 열거한 몇몇의 고충은 놀아달라고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꼬맹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주 죽겠다. 5살, 6살 놀기위해 태어났다. 아빠 놀아 아빠 놀아~~ 쉬지않고 놀아달라고 한다. 나도 어려서 방학 때 마다 외갓집에 맡겨졌었는데.... 세월이 지나야 알게 되는 진실이 종종 있다.
사위- 돈만 많으면 위풍당당 입성할 수 있을 곳 중 하나가 처갓집이다. 꼴랑 십만원 봉투에 넣어 처갓집 가면 기죽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장인 장모는 사위가 벙어리인 줄 알거다.
다행인 건 손자 손녀에 혼을 빼앗기셔서 내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으신다는거다. 내일 저녁부터 산이 다야와는 주말까지 빠이빠이 예정이다.
지금은 엄마 심부름 중이다. 심부름하는 동선에 좋아하는 카페가 있어 잠시 들어왔다. 잠시 들어 온 김에 맥주도 한 잔 하고있다. 런던 프라이스. 아주 기가 막힌다. 외삼촌네서 받아온 소갈비 짝을 들고 손님 없는 카페에서 이러고 있다. 집에 가면 바로 엄마 모시고 이마트도 가야한다. 엄마랑 마트 장보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최소 2시간.
추석 연휴의 첫 날 사소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숨어있기 ㅎㅎㅎ
내일은 친척들이 때로 오는 날이다.
최근에 교회 안 다녀! 라고 씨알도 안 먹히는 반항을 해서 친지들과의 만남이 더 부담스럽다. 다들믿음이 장난이 아닌 분들인데 엄마가 고발을 안하길 바랄뿐이다.
질 싸움은 하는게 아닌법인데 교회 안다니겠다는 선언은 너무나 무모했다. 모친이 절에 놀러가는것도 쿨하게 봐주시길래 통할 줄 알았는데 ... 기대가 너무 컷나 보다. 내일 가족 예배 드릴 때 모범을 보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