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을 좋아해요. 시작한지 석 달 인데 제가 제일 못해요. 남들 한 번에 할걸 저는 열 번은 해야 할 수 있거든요."
"와~ 멋진 취미네요. 여자 분이 하기 어려운 운동 같은데. 옆에 분은 취미가 뭐에요"
그렇게 내 차례가 돌아왔고 나는 솔직하게 차 마시기요, 라고 대답을 했다. 창피했다. 나도 취미가 클라이밍이었으면 좋았을 걸... 아니면 그 앞 전에 나온 낚시도 좋고.
"아! 다도(茶道). 멋지다~ 남자분이 다도하는 거 처음봐요."
멋지긴 뭐가 멋져.. 항상 이런 식이다. 난 차 마시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꼭 다도란다.
하지만 당연한 반응이다. 나도 잘 안다.
너무 사소한 취미라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어떤 차를 드시는데요?, 허브 티도 드세요?, 저는 보이차를 먹느데 보이차 드셔 보셨어요?, 천만원짜리 보이차도 먹어봤어요? 등등의 질문들에 뭐라 대답을 해줘야할지 참 난감하지만 진지한 질문이므로 성실하게 대답을 했다.
아무 차나 다 마셔요(^^), 허브 티도 좋아해요(^^), 보이차도 마셔요(^^), 천만원짜리도 (보이차) 먹어봤어요(^^;;)
이어지는 보이차에 대한 이야기, 급기야 논쟁으로 번진다.
"보이차 30년 된거랑 1년 된거랑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내가 중국에서 살다왔는데 보이차 진짜 하나도 없어요."
이 이야기를 듣던 어느 아저씨가 발끈하고 나선다.
"평범한 사람은 모르는 영역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우리가 그걸 굳이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 총각이 (총각이란다^^) 좋아하는 취미라면 그냥 존중하면 될 일이지 그걸 의미없는 거라고 말하면 안되지요."
이런,,,,, 사소한 취미에서 갑자기 급 고상한 취미로 바뀌어 버렸다. 차라리 보이차 가짜 많으니 먹지마라 아저씨가 덜 힘들다. 그냥 '아~ 네.'하면 됐었는데 나를 변호해 주시는 분 때문에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미각의 소유자가 되어버렸다.
클라이밍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