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있지 않다
사람이 사랑 속에서
사랑하는 것이다
목 좁은 꽃병에
간신히 끼여 들어온 꽃대궁이
바닥의 퀘퀘한 냄새 속에 시들어가고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새벽 하늘에 돌아가지 못한 별 하나 떠 있읍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가장 고요해지는 때를 기다려
우리들 가장 가까운 곳까지 내려온 별인지도 모르지요.
오손도손 사랑하고 가슴 아파도 하는 얘기에 귀기울이다
모두들 소리도 발자국도 없이 돌아갈 때에
너무도 가까이 내려와 오래오래 혼자 눈물짓다가
돌아가는 시간이 길어진 별인지도 모르지요.
남들보다 늦게까지 한 사람을 사랑하던 마음인지도 모르지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란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눕는
우리들의 지병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