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네르스트 제국을 무너뜨린 저널리즘의 여왕이자 가장 강직한 언론인이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는 여자. 생각해봐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 아니겠어요? 만일 당신이 이 신문을 젊게 만들지 못하면 그 어떤 누구도 할 수 없어요. <SMP가 고용한 건 단지 에리카 베리에르가 아니에요. 그 이름이 지닌 아우라 전체를 고용한 겁니다. - P242
미카엘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치밀한 탐사기자라면 충분히 편집증세를 일으킬 만한 정황이었다. 지금 자신이 은밀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누구인지는 몰라도 감시자가 너무도 서투르다는 사실, 이것이 미카엘이 내린 결론이었다. - P243
드라간은 세포가 불가피하게 필요한 기관이며, 온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목적이라면 가벼운 대인 사찰도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문제는 있었다. 이처럼 국민을 사찰하는 임무를 띤 기관은 엄격한 공공의 감시 아래 있어야 했다. - P251
안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예비수사 보고서를 덮었다.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살라첸코와 군나르 비에르크가 같은 날 죽었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 찜찜한 정황이었다. 하나는 미치광이 정의의 사도에게 살해당했고, 다른 하나는 자기 손으로 목을 매달았다. - P260
리스베트는 이따금 깊은 우울에 빠져들었고, 자신의 상황과 미래를 해결하는 일에는 아무런 흥미도 보이지 않았다. 변호사가 자신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변호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듯, 아니면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안니카로선 아무것도 모르는 채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P264
둘만 있을 때 그녀는 리스베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도발적일 만큼 싸늘한 태도로 경찰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지. "그들은 내가 말하는 걸 왜곡해서 나한테 불리하게 써먹을 거니까요" "하지만 자기 입장을 설명하지 않으면 당신은 유죄선고를 받게 돼요" "어쩌겠어요, 받아들이는 수밖에. 난 이 엿같은 이야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어요. 저들이 내게 유죄판결을 내리겠다면, 그건 더이상 내문제가 아니죠." - P264
"극도로 교활한 여자예요." 페테르가 비웃듯이 말했다. "사람들이 자기에게 어떤 행동을 기대할까를 생각해서 그대로 행동하죠." 안데르스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페테르가 한 말은 리스베트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가 느끼기에 다른 건 몰라도 교활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오히려 그녀는고집스럽게 주위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 했고 아무런 감정도 보여주지 않았다. - P273
미카엘은 살라첸코 클럽이 알려지지 않은 소수의 인물들로 이루어진 조직일 거라고 추측했다. 문제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낼 방도가 없다는 거였다. - P281
미카엘에겐 고립된 리스베트로 인해 또다른 고민이 있었다. 그녀는 컴퓨터 전문가이며 해커였다. 그는 알고 있지만 안니카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 비밀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겠다고 리스베트와 약속했고 실제로도 그 약속을 지켜왔다. 그런데 지금, 미카엘은 그녀의 이 특별한 능력이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리스베트와 접촉해야 했다. - P283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지. 기자로서 자네의 임무는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거야. 관청의 높은 인간이 말했다고 해서 그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게 아니란 얘기야.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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