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왜 읽지?

일년이면 대략 70~80 권의 책을 읽는다. 아예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많은 양일수도 있지만 정말 많이 읽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리 많지도 않다. 무엇보다 스스로 만족할만큼 읽지 않고 있어서 항상 더 많이 읽을 것을 다짐하곤 한다. 읽는 책의 종류도 잡다하고 구태여 가리지 않는다. 손에 잡히는대로 읽는 편이다. 최근에는 주로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다.


이런 나에게 책을 왜 읽는지 물어 보면 둘 중에 하나다. 지식을 넓히는 것이 첫 번째고, 재미를 위해서가 두 번째다.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읽는 책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재미'라고 한다면 결국 내가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표는 '재미'이다. 나에게 재미있는 책은 좋은 책이고 재미없는 책은 나쁜 책이다.


내가 구태여 책에 대한 감상 앞에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으면서 내 독서 행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봤기 때문이다.


앤드루 포터 Andrew Porter 1972 ~ . 미국 소설가. 영문학 전공. 예술학 석사. 현재 트리니티 대학 문예창작과 조교수.


우연히 읽은 소설

전혀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아마도 읽을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했을 책이다. 출근을 하면서 읽고 있던 책을 두고 집을 나섰고, 손에 책이 들려 있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알라딘도서관에서 눈에 띄는대로 책을 골랐다. 책을 고를 때는 양자론이나 상대성이론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목을 보고 예상한 바와는 달리 소설책이었다. 게다가 어지간해서는 잘 읽으려고 하지 않는 단편 모음집. 별로 끌리지 않았으나 이왕 빌린 것,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첫 번째 소설인 <구멍>은 12년 전 3.65m 구멍에 빠져 죽은 친구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써 놓았다. 두 번째는 <코요테>, 어머니와 점점 멀어져 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아술>은 자녀가 없는 부부의 집에 하숙하는 교환학생인 고등학생에 대한 감정... 책을 읽으면서 슬슬 당황하기 시작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그런데 뭐? 이게 도대체 어떤 얘기지? 어쩌라는 거야?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앨범을 펼쳐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듯한 1인칭 시점으로 쓴 소설이다. 단편 소설 열 개가 실려 있다.


오래된 사진첩을 펼치고..

열 편의 소설은 모두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어떤 순간의 기억과 감정을 1인칭의 화자가 '담담한' 필치로 써내려가고 있다. 마치 앨범의 한 부분을 펼쳐 놓고 '맞아. 이 때 이랬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열 명 있는 것 같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별난 경험, 혹은 나의 감정을 격동시키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그 경험들은 한 사람의 인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오랫동안 기억속에 각인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경험한 것,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친구들과 얘기할 때 아무리 내가 열심히 얘기해도 상대방의 반응이 시큰둥할 때가 있다. 은근 부아가 치밀 수도 있지만 대체로 얘기하는 사람의 전달하는 기술이 떨어질 수도 있고, 상대방은 아예 관심도 없고 흥미도 못 느끼는 얘기를 할 때 그렇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으면서 내가 책을 읽는 방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았다.


너무 담담하다

나에게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딱 그런 느낌이다. 소설 열 개의 소재는 하나하나가 굉장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읽는 동안은 전혀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냥 일상생활에서 벌어진 별거 아닌 일처럼 담담하게 느껴진다.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담담하게 써낸다'는 건 어떻게 들으면 굉장히 고급스럽고 감성적인 것 같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사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친구의 죽음, 서른 살 차이가 나는 연인, 강간사건이 담담한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작가인 앤드루 포터의 글쓰는 솜씨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얘기를 재미있게 쓸 줄 모르는 작가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책을 잘못 읽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일년 내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앞에 있는 두 편을 읽고 책에 대한 서평을 좀 찾아 봤는데 대부분 호평 일색이다. 어떤 SNS 친구는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았다고 한다. 이쯤 되니 나의 독해력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고민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재미없게 읽었던 책이 몇 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어차피 읽는 건 나니까..

음악이든 미술작품이든 문학이든 예술작품을 볼 때 전문가의 눈이 아닌 내 눈으로 보고 싶고 나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싶다. 대체로 일치하는 편이지만 심하게 다를 때는 아무래도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이런 나의 불안감이 가장 컸던 소설이다. 그리고 나에게 문학에 대한 감성이 부족하고 말초적인 재미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봤다. 하지만 어차피 판단은 내가 하는 것. 수많은 호평 속에 그렇지 않은 의견 하나쯤 있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지루하고 재미없다. 단편소절집이면 한 편씩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몰입이 되지 않는다. 담담한 필치 속에 감성을 건드리는 것도 모르겠고 공감도 되지 않는다. 그냥 사건의 한 순간을 재미없게 담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서평을 읽던 도중에 이 책이 원래 출판되었다가 절판되고 소설가 김영하가 소설을 읽어 주는 팟캐스트에서 낭동한 후 재출간되어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전형적인 미디어셀러 아닌가? 사실은 재미없는 소설인데 '김영하'가 읽어 줬기 때문에 뜬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아니면 명작의 재발견이었는데 내가 몰랐던 걸까?


★★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나처럼 책 속에 면면히 흐르는 섬세한 감정을 잡아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지루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사실 그런 섬세한 감정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없는 책을 많은 사람들의 호평에 압도되어 재미있다고 착각하고 싶지는 않다. 소설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
만프레트 마이 지음,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로마 이후 복잡해 지는 유럽


역사는 어릴 때부터 흥미있게 봐왔다. 주로 관심을 가진 건 중국역사, 로마역사, 고대사 그리고 한국사 정도였다. 깊이 파고 들었다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으니, 대강 흐름만 아는 정도이다. 좀더 세부적으로 알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지만 너무 볼 것이 많다. 읽을 때는 재미있어도 머리에 남지도 않는다. 대충 로마의 역사를 보고 나면 이제 슬슬 유럽의 역사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가 않다. 중국이나 로마처럼 그냥 한 개 국가와 부수적인 다른 나라들의 관계만 알고 있으면 되는 역사에 반해 유럽으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머리가 복잡해 진다. 보통 그 기점을 프랑크 왕국과 샤를 대제로 잡는데 그 이후는 단편적인 지식만 조금 알고 있을 뿐이다.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를 집어든 이유는 별 거 없다. 로마 이후 유럽의 역사에 대해 흐름을 파악할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만프레트 마이 Manfred Mai. 1949 ~ . 독일의 교사. 청소년 작가.


짧게 연대별, 사건 위주로 훑어보는 유럽 역사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은 그리스 시대로부터 유럽연합이 형성되는 최근까지 유럽의 역사를 시대적으로 다룬다. 처음 다섯 개의 장에서 유럽의 지역적 정의, 그리스 역사, 로마역사, 그리스도교의 탄생, 프랑크 왕국의 탄생을 설명한다. 각기 하나의 장인데 5~6 페이지이다. 그리스도 6 페이지, 로마도 6 페이지. 짧다. 짧아도 너무 짧다. 처음 나의 의도가 아무리 훑어보기였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다. 더군다나 각 시대를 연결하면서 설명한 것도 아니라서 시간을 차례대로 서술해 나간 것을 제외하면 앞뒤 연관성이 별로 없다. 흐름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펴낸 '청소년을 위해' 쉽게 설명했다고 하는 암호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도 이 책과 비슷한 이유로 암호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읽었는데 다른 암호 관련 책에 비해 오히려 더 어려웠다. 짧은 책이라고 해서 쉬운게 아니다. 오히려 두꺼운 책이 읽는데 힘들기는 해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면 더 쉬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 실제 역사 관련 내용은 240 페이지밖에 안된다. 그러니까 유럽 3,000년 역사를 1 페이지당 10년씩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도되면 거의 주요사건의 명칭만 알려주고 넘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머릿속에 남는 것은 전혀 없다.



카롤루스 대제. Karolus Magnus. 742 ~ 814. 프랑크 왕국 카롤루스 왕조의 2대 왕. 프랑스어로는 샤를마뉴라고 하며 샤를마뉴로 많이 알려져 있다. 로마 이후 유럽역사 초기에 가장 중요한 인물.


심하게 요약한 책은 읽는게 아니다


책을 고를 때 범하는 흔한 실수를 또 저질렀다. 이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역사를 잘아는 사람은 굳이 읽을 필요가 없을테고, 전혀 모르는 사람은 읽어도 구체적이지 않은 단어의 나열을 읽을 뿐이다. 결국 추천하기 애매한 책이다. 마지막에 나온 국가별 색인도 딱히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얇은 책이 민망해서 추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책에 대해서 많이 얘기할 것도 없다.


★★


다 읽고 나서 저자 소개를 보니 책을 100권 이상 쓴 사람이다. 그럴법한 사람이 쓴 그럴 법한 책이다. 청소년이든 일반인이든 이 책을 읽으면 역사에 대한 흥미가 오히려 떨어질 것 같다. 딱히 추천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 여행자의 사랑 판타 빌리지
리처드 매드슨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영원한 상상의 소재.. 시간여행..

나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특히 타임머신을 통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여행을 하는 순간 발생하는 논리의 불합치성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에 그 모순을 해결하는 방식을 살펴 보면서 즐거워 하는 편이다. 시간여행 덕분에 물리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양자론이나 상대성이론도 보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시간여행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상상하는 것은 항상 즐겁다.

얼마전에 리처드 매드슨의 '더 박스'를 읽었다.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었고 굉장히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아이디어가 보이는 단편이 있었고 책 자체의 제목에 '시간여행'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어차피 함께 산 책이니 읽는 김에 같이 읽자고 생각을 했다. ​

서론이 너무 길다..

일단 첫장부터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다. 아무래도 반전이나 미스터리를 많이 쓴 작가이다 보니 독자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는데 말미에 가서야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있다. 주인공인 리처드 콜리어는 뇌종양 판정을 받고 무작정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리처드 콜리어가 과거로 갈 생각을 갖도록 만드는 엘리스 매케나를 알게 된다. ​무려 75년 전의 여배우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 것이다. 이후 리처드 콜리어는 엘리스 매케나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보게 되고 결국은 과거로 가게 된다. 그런데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서 과거로 넘어간 곳이 150페이지 부분이다. 그리고 첫키스는 300페이지가 넘어가서 하게 된다. 여주인공을 만나는 데까지 너무 시간이 걸린다.

느린 전개.. 잡다한 설명.. ​과도한 생각의 나열.. 고전풍의 대사..

너무나 느려서 본격적인 소설은 300페이지가 넘어가고 시작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주위 상황에 대한 설명도 너무 잡다하다. 거의 쓸모없는 주위 상황까지 상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지루함이 더 하다. ​게다가 주인공이 화자인(정확하게 말하면 주인공이 녹음하거나 기록한 내용의 기록물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이 소설은 너무나 잡다한 모든 생각들을 다 자세히 적어 놓는다. 더욱 갑갑한 것은 리처드와 엘리스의 대화는 너무나 고전풍이고 신파적이어서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갑갑하고 답답함을 느끼면서 읽었다.

​딱 한 순간.. 리처드가 납치된 장면은 긴박감이 넘친다..

​그렇게 지루하던 소설은 리처드가 납치된 순간 상당히 긴박감이 넘치게 진행이 된다. 어떻게 보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참고참고 둘이 만나는 장면을 기다려 왔는데 만나서 키스 한 번 하고 나서 납치되어 헤어지게 된다면 정말 열이 받아서 책을 집어 던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지만, 결국 리처드는 이해할 수 없는 실수로 인해 미래로 되돌아가게 된다.

준비과정이 너무나 지루하고 시간여행의 방법이 어처구니없다.

위에서 쓴 것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과정이 너무 길어서 참고 읽으려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과거로 가는 방법이 (물론 다른 어떤 방법이라고 해도 개연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좀 뜬금없다. 과거로 가는 것을 강력히 믿고 일종의 자기 최면에 의해서 과거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처드의 기록을 출판한 형 로버트는 리처드의 과거여행에 관한 기록을 죽기전 리처드의 환상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치부하고 소설의 말미에서도 과거로의 여행이 실제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환상인지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내려 주지 않는다. (이 부분은 조금 마음에 든다.) 또한 과거에 머무르고 싶어하던 리처드가 현재로 되돌아 오는 것도 우연히 주머니 속에 있었던 1971년의 동전 하나 때문인데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

왠지 준비만 잔뜩하고 본격적인 얘기는 하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뜨뜻미지근한 느낌이 든다. 특히 과거로 가기 전에 알게 되었던 엘리스의 변화과정을 묘사하였으면 조금더 흥미진진했을텐데 그 부분이 완전히 생략이 되어 있어서 아쉽다. 시간여행이 가진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된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은 분명히 실망할 것 같다.

대체적으로 기분좋게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하철도의 밤 - 양장본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최고의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

엄마는 기계인간에 의해서 사냥당해서 박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철이는 엄마의 복수를 하고 우연히 만난 메텔을 따라 기계몸을 공짜로 준다고 하는 별로 여행을 한다. 수많은 별을 지나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 철이는 기계인간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메텔과 이별을 한다. 어릴 때 봤던 은하철도999는 도대체 뭐가 뭔지도 모르고 봤고 나중에 나이가 조금 든 후에 그 속에 들어 있는 숨겨진 내용들을 다시 보게 되고 하록선장과 천년여왕과의 연관성을 알게 되면서 더더욱 관심이 많이 갔던 애니메이션이다. 정말 재미있게 보고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에서 열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은하철도999에 모티브를 제공한 동화책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상당히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다.

<내 어린 시절 최고의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인 은하철도999, 그 원작이 이 책 '은하철도의 밤'이다>​

거의 백년전에 쓴 동화책..

은하철도의 밤의 작가는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이다. 무려 백년도 전에 태어나서 일본의 격동기를 살았던 사람이다. ​책 말미에 적혀 있는 해설을 보니 아마도 당시에 주류였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며 우주의 실상을 포함하는 글을 썼다는 해설은 신경쓰지 말고 그냥 책 자체로 보면, 당시에는 아무래도 최첨단의 과학기술이었을 것 같은 철도를 가지고 동화를 썼고 철도를 타고 우주를 여행한다는 생각을 해 보니 어쩌면 초창기 일본의 SF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좀 해 본다. 왠지 은하철도999와 오버랩이 되는 이 동화는 1970년대나 1960년대의 책일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1920년대에 한국이나 일본이나 리얼리즘이 득세를 하던 시대에 쓴 환상동화같은 작품이다. 확실히 비주류였던 것 같기는 하다.

 

<이 사람이 미야자와 겐지. ​주류문단과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꿈을 꾸는 한 소년..

주인공인 조반니는 아버지는 어디론가 없어져 버리고 어머니는 병석에 누워 있는 가난한 집 아이이다. 그리고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데 아버지 친구의 아들인 캄파넬라가 유일한 친구이다. 일본 사람이 지은 동화이지만 이름이 이런걸 보니 배경은 이탈리아같은 유럽인 것 같다. 아무래도 작가는 유럽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조반니는 병석에 있는 어머니께 드릴 우유가 배달이 되지 않아서 우유를 받으러 목장에 갔다가 우유를 받지 못하고 주변 언덕에서 기다리던 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은하를 여행하는 철도를 타게 되고 그 안에는 캄파넬라가 있어서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그 철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책의 말미에 나타나지만 결국 이 은하여행은 꿈속의 이야기이다. 결국 이 동화의 내용은 언덕에서 잠들었던 조반니가 꾼 꿈이다.

<은하철도의 밤을 모티브로 해서 그린 일본 유명 일러스트 작가인 카가야의 작품. 은하철도999와 카가야의 작품 때문에 '은하철도의 밤'에 과도한 기대감과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철도는 뭐지..?​

그냥 여행에 관한 동화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던 중에 두 남매와 그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가 열차에 타고 조반니와 캄파넬라와 얘기를 나누면서 얘기는 이상하게 흘러 나간다. 가정교사는 빙산에 부딪힌 후 구조받지 못해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남매에게 우리는 하늘나라로 가고 있다고 설명을 해 준다. ​결국 이 열차는 죽은 사람들이 저승으로 가는 열차가 되고 말아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조반니나 캄파넬라도 죽어 버린 건가? 하지만 마지막에 가면 조반니는 잠에서 깨어 다시 우유를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 와중에 캄파넬라가 물에 빠져 45분동안 나오질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캄파넬라 역시 죽었다는 얘기다. 결국 조반니는 꿈속에서 저승으로 향하는 영혼들과 함께 철도를 타고 여행을 했다는 뜻이다. 그걸 알게 되면서 조금은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그냥 일반 애들이 읽는 동화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재미는..? 추천은..?

사실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는 내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종류의 책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상당히 독​특하기는 하다. 그리고 처음에 적은 것처럼 미야자와 겐지가 일본사람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가라고 해설에 써 있고 은하철도999의 모티브가 된 것도 알겠지만 이 책이 정말 그렇게 사랑을 받을만한 책인가 하는 점은 의문은 있다. 왜냐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제대로 흘러가질 않고 대단한 재미가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냥 꿈속의 이야기라서 전개가 몽환적으로 펼쳐진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러기에는 스토리 자체가 뚝뚝 끊어진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왠지 동화가 중간에 끊어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처음에 펼쳐 놓은 내용이 수습이 되지 않은채로 뜬금없이 끝나버린다. 그래서 읽다가 그냥 은하철도999로 인해서 유명해진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라도 번역이 이상해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쉽게 말해서 재미없는 책이다. 대단한 철학적인 성찰도 없고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상상력도 대단하지 않다. ​그렇다고 묘사가 아름답지도 않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도 없다. 인물들의 감정의 변화도 전혀 개연성이 없는데다가 갑자기 인류의 행복을 운운하는 주인공의 대사는 뜬금없기까지 하다. 그냥 쉬는 날 한두시간동안 편하게 읽어버릴 생각으로 집어든 책이라 나로서는 뭐 크게 억울해 할 것은 없다. 100여쪽밖에 안되는데다가 중간중간 그림도 많아서 한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은하철도999의 팬이라서 한 번 살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겠지만 (내가 기대한 것처럼..) 어린 왕자같은 느낌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평을 보면 워낙 호평이 많아서 도대체 내가 완전히 책을 잘못 읽은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는 나는 그냥 그저 그랬다. 굳이 말하자면 비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는 책도 많다... 자기 계발서도 많다...

나는 원래 자기계발서 종류의 책은 사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결국은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몇가지의 에피소드 및 우화로 이루어진 일반화되지 않은 내용을 진리인 것처럼 얘기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경영서적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은 '사회에 적응한' 사람의 성공에 대해 얘기하지만 어떤 책은 '사회가치를 무시했던' 사람에 대해 얘기한다...  무엇이 정답일까? 결국은 유행이고 상황에 따라 다 다른 것이다... 즉, 내 생각에는 성공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얼마전부터 여기저기서 떠들어 대고 있는 '블루 오션'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책을 읽지는 않아서 긴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결국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독과점적인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것 같은데... 솔직히 몇년 후 무슨 분야가 블루오션이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다른 사람이 성공한 사례를 모아 성공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게 독자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식이나 마찬가지다... 주식가격이 떨어지고 올라가는 것을 후에 분석가들이 분석하는 건 쉽다... 하지만 어떤 분석가고 주가를 예측할 수는 없다...

즉, 내 개념으로는 자기계발서, 경영서적은 사실상 거의 사기에 가까운 책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사실 내가 읽을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했지만

1.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2. 때마침 내 친구의 책상위에 놓여 있었으며...

3. 내용이 워낙에 짧았기 때문에 집어들게 되었다...

요새 책이 비싸지기는 했다... 이 정도 분량에 9,000원이라... 책이라는 것이 워낙 분량으로 따지기 힘든 바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큰 활자체와 여백을 가지고 200쪽도 안되는 책이 9,000원인 것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으로 가보자... 일단 한 성공한 사장과 그 운전기사의 얘기를 적고 있다... 사장이 운전기사에게 성공에 관한 교훈을 주고 그 기사가 사장의 교훈을 따름으로써 성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내용이다... 거기에 몇가지 사례를 적어 놓았다... 그 교훈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미래의 큰 열매를 위하여 현재의 작은 열매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 내가 싫어하는 책의 전형을 밟고 있다...

1. 하나의 명제를 가지고 몇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줌으로써 마치 그것이 만고의 진리인양 독자를 현혹한다... 정말 현재의 작은 열매를 먹지않고 참는 것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는가?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경험을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가?

2. 개인의 성공은 오로지 그 사람의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지배자의 논리를 펴고 있다...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을 이룬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책이 그런 것까지 다룰 수는 없겠지만 이 책대로라면 힘들게 살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은 모두들 자기의 잘못이라는 것 아닌가? 이게 바로 부자들의 논리다... 너는 노력하지 않아서 불행하고 나는 노력해서 행복하니까 네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지금부터 노력해 보라는 것이다...

3. 책 여백이 참 넓기도 하다... 그리고 종이는 두껍고... 글씨는 크기도 하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이른 이유는 간단하다... 숱한 자기계발서 중에 읽기 쉽고 선물하기 좋게 예쁘게 편집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금언이라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대단한 내용이 들어 있지도 않고 읽으면서 새로운 내용을 깨닫게 되는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좋지 않은 점은 바로 누군지도 모르는 두 인물(사장과 운전기사)을 내세워 마치 저자의 말이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모은 우화책인 셈인데 마치 실존인물처럼 다루고 있다... (실존인물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책에서는 그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실용서에서 가상인물이라는 것은 독약과 같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글쓴이의 의도대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 영어공부의 획기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영어공부 OOO OOOO'를 쓴 모 저자는 그 책의 여자 주인공을 실존인물인것처럼 쓰면서 자신의 이론의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 책의 이론이 의심되면서 그 여자 주인공이 정말 실존 인물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고...(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당시의 중론은 아마도 실존 인물이 아닐 것이라는 것으로 네티즌들의 의견이 모아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여자가 실존인물이면서 그 내용대로 그 여자가 정말 공부를 했다면 그 책은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도 있지만  그 여자가 실존인물이 아니라면 그 책은 사기라는 것이 성립한다...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책의 내용대로 따라하다가 효과를 못 보고 그 여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라는 요구를 했다고 얼핏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의 공부방법이 전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너무 독선적이라 문제이긴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진리를 찾고 싶으면 지금 당장 아무 교회든 절이든 성당이든 찾아가서 믿어라... 그 외에 진리는 없다... 이런 책은 한 권만 읽으면 정말 인생에 있어서 성공할 것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그냥 한 순간의 유행일 뿐이다... 처세술 책이나 경영서적 중에는 스테디 셀러를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있으면 알려 주면 한 번 읽어 보도록 하겠다... 대신 출판된지 10년 이상 된 책으로 추천해 주면 고맙게 생각하겠다...

이 책 자체가 먹어서는 안되는 마시멜로가 이날까 생각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르미안 2006-06-2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셀러의 폐해에 대해 잘 꼬집어주셨네요.
뭐 나름대로 좋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에겐 좀 잔인한 말처럼 들리겠지만요.
처세술이라는 것이 사기에 가깝다는 말에는 정말 동감합니다.
좋은글 잘 읽고 추천 한방 누르고 갑니다.
참, 갑자기 글을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세상을 어둡게 보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이 생각나네요.. 하하.. 아무튼 님 덕분에 쓸데없는 곳에 돈 쓰지 않게 되었네요. 감사...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