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는 보기보다 암시에 잘 걸려드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러한 교리에도 그다지 물들지 않았다. 그저 사교 활동을 즐겼다. 그녀로서는 난생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 P147

"죽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
유니스는 협박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무척 황홀한 경험이었다. 이전에는 이런 일을 마음껏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흔들어대자 노먼은 몸을 움츠리더니 벌벌 떨었다. - P154

"그래요. 그나저나 조지, 잡화점의 스미스 부인이 위층에 있어요. 미스 파치먼이 데리고 왔어요."
"스미스 씨네 차를 길에서 본 것 같았는데. 거참 짜증 나는군."
"여보, 그 여자를 집에 들이기 싫어요. - P159

"이런 불편한 말을 하게 되어 유감이오, 미스 파치먼.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짧게 하겠소. 아내와 나는 당신 사생활에 간섭할 생각이 없고, 당신도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친구를 사귈 수 있소. 하지만 스미스 부인을 이 집에 들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명심하시오." - P161

"오, 불쌍한 미스 파치먼! 다른 사람의 교우 관계에 간섭하는건 엄청나게 봉건적인 짓이라고요.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갈데도 없다고 걱정했잖아요. 이제 친구가 한 명 생겼는데 집에 데려오면 안 된다니요. 정말 너무해요." - P169

사랑에 빠진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는 만큼, 세상은 사랑에 빠진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멜린다는 자신의 사랑에 고무되어 사랑과 행복을 하사하려 했지만, 그 대상이 유니스 파치먼이었다는 사실은 비극이었다. - P170

"어디서 저런 끔찍한 여자를 데려왔어요?" 나중에 오드리는 재클린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 그 여자 정말 섬뜩하던데요. 사람 같지가 않아요." - P175

유니스가 없는 상황을 겪고 나니 재클린은 그녀에게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유니스가 떠나 버린다면 영원히 이런 꼴이 되리라는 건 자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가정부를 조지와 오드리, 피터가 바라보던 방식대로 바라보았다. 상스럽고 천박하다. 자기 내키는 대로 드나들고 커버데일 가족을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어 손에 쥐고 흔드는 여자가 아닌가. - P180

물론 그녀는 매일 오랫동안 조나단과 통화했다. 조지는 엄청난 전화 요금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멜린다는 조나단에게 임신에 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 P182

이 사실 역시 조앤에게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공유된 비밀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 P185

조지는 유니스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 그녀가 자신의 명령에 따르도록 확실한 선을 그을 작정이었다. 그는 나약한 인간이나 겁쟁이가 아니어서, 불쾌한 일은 무시하고 마치 존재하지도 않는것처럼 행동하라는 금언에는 절대 동조하지 않았다. - P194

마침내 재클린도 조지의 관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눈 때문에 유니스와 함께 집에 갇혀 있으니, 당혹감을 넘어서 불길한 느낌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 P196

재클린은 자신이 유니스를 보면 움츠러드는 것보다, 그녀가 자신을 훨씬 더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커버데일 회사의 서류 사건은 유니스를 껍질 속에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 P197

"미스 파치먼, 혹시 실독증이에요?" 멜린다는 조용히 물었다.
유니스는 무슨 눈병 이름인가 보다 하고 애매하게 생각했다.
"뭐라고요?" 그녀는 희망이 고개를 드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미안해요. 그러니까 글을 모르는 거죠? 읽거나 쓸 줄 모르지 않느냐고요." - P211

"방금 네가 한 말을 다른 사람에게 하면, 너희 아빠한테 네가 남자랑 놀아나더니 애나 뱄다고 말할 거야." - P213

유니스는 커버데일 집안 사람들이 친구들에게 자신의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깔깔거리며 지내리라고 짐작했다. 그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 P219

유니스는 숨 쉬는 돌이었다. 지금까지 항상 그랬던 것처럼. - P247

"조앤이 당신에게 라디오를 빌려가지 않았나요?"
"난 라디오가 없는데요." 그녀는 이렇게 미래와 자유를 약속하는 선물을 걷어차고 말았다. 유니스는 조앤의 상태를 묻거나, 그녀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는 말도 하지 않고 가게를 빠져 나왔다. - P274

방 안에서 무엇이 커버데일 가족의 죽음을 재현했는지는 유니스의 이해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유니스는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에게 천벌을 내리기 전에 위층으로 올라가 다시 짐을 싸야 한다고 생각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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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빙에 사는 사람이라면 갓난아기나 노망든 노인을 제외하고 너나없이 파치먼-스미스 연합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중이었지만, 커버데일 가족은 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 P133

유니스는 놀라움에 얼어붙었다. 공갈 행위의 어떤 잠재적 희생자도 이런 식으로 행동한 적은 없었다. 조앤에 대한 존경심이 한없이 솟아올랐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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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필드 홀은 책 천지였다. 유니스에게 이곳은 예전에 샘슨 부인의 연체된 소설책을 반납하러 딱 한 번 가 봤던 투팅 공립 도서관만큼 책이 많아 보였다. 그녀에게 책은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작고 평평한 상자와 다를 바 없었다. - P85

재클린은 이전에도 쪽지를 몇 장 남긴 적이 있었고, 순종적인 미스 파치먼이 쪽지로 남긴 지시만큼은 왜 한 번도 따른 적이 없는지 의아해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안 좋은 시력 탓이었다. - P88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인간의 흥미로운 특성은, 비록 살인이나 협박은 주저하지 않았어도, 물건을 훔치거나 주인의 허락 없이 무언가를 빌린 적이 평생 동안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 P95

열정 때문이든 고통 때문이든, 이익이나 불운 때문이든, 서로 맺어지는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진부한 말로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지. - P101

조앤 스미스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은 유니스에게 있어서 마치 점이라도 친 것처럼 보였다. 감탄하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그때부터 조앤 스미스를 의존하고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믿게 되는 마음이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 P102

그녀는 로필드 홀의 내부 모습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오랫동안 궁금해했다. 가끔 우편물에 김을 쏘여 열어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유니스를 만나게 되었고, 처음으로 나누었던 대화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 P105

그녀는 거의 무성적인 존재여서 정상적인 쪽으로든 비정상적인 쪽으로든 성욕을 갖고 있지 않았다. - P110

그녀는 올해의 고백으로 꼽힐 발언을 쏟아내었다. 모두 잘 풀려나갔다. 신도들은 그녀가 쏟아내는 도를 넘는 폭로에 충격을받아 할 말을 잃었지만, 그녀는 지하철에 무임승차한 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태연하게 용서를 구했고 끝내 받아내었다. - P117

조앤은 우편물을 뜯어보기도 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 중 누가 죄인인지 알아내는 게 자신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편지 봉투에 김을 쏘여서 연 다음 다시 붙였다. - P119

조지 커버데일은 오래전부터 스미스 부부 중 누군가가 자신의 우편물을 뜯어보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 P120

유니스의 으스스한 모습을 보고 조지는 격식을 갖춰 거만한 투로 말했다. "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목록에 있는 물건을 주문해 주겠소?"
.
.
.
유니스는 목록을 바라보았다. 그 목록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전화번호 뿐이었다. - P124

유니스는 조앤에게, 다른 사람을 앞에 두고 자신이 별다른 재능을 갖지 못한 분야에서 절묘한 기량을 발휘했을 때 느끼는 기분, 즉 따스한 느낌과 빼기고 싶지만 동시에 겸손해지는 마음, 그리고 속을 터놓고 싶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 P128

조앤은 유니스가 세상 물정을 몰라 금방 구워삶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P130

조앤과 유니스는 이제 서로 이름을 불렀다.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황무지에 샘슨 부인과 애니콜의 후계자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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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이 정말 원했던 사람은 가정부가 아니었다. 그녀는 집안일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사람 대신 모든 일에 순종적인 하녀를 원했다. 그리고 유니스는 순종하면서 지내는 생활과 고된 일에 익숙했다. 그녀는 딱 커버데일 가족이 원하는 사람이었다. - P57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미스 파치먼?"
유니스는 차갑고 뻣뻣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조지는 태양이 집 안을 비추고 있는데도 그녀에게서 한기를 느꼈다. 미소 짓지도, 아이에게 몸을 굽히지도, 아이를 싸고 있는 포대기를 만지려 들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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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종교적인 확신에서 악을 행할 때보다 더 완벽하고 즐겁게 행하는 때는 없다. - P17

종교의 역사에서 사람들은 너무나 자주 생명의 하나님 이름으로 사람들을 죽였으며, 평화의 하나님 이름으로 전쟁을 벌였으며, 사랑의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했으며, 자비의 하나님 이름으로 잔학행위를 저질렀다. - P17

히브리서에 따르면, 아브라함의 유일신론이 세상에 등장한 것은 제국주의에 대한 배격이었으며, 또한 무력을 사용해서 누구는 주인이 되고 누구는 노예로 만드는 것에 대한 배격이었다. - P19

우리의 과제는 세상에 복이 되는 일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종교를 이용하는것은 의로움이 아니라 우상숭배다. - P19

이처럼 평범하고 정신병자가 아닌 사람들을 냉혹한 살인자들로 둔갑시켜, 어린 학생들, 원조기관의 활동가들, 저널리스트들과 기도하는 사람들을 학살하는 이 치명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용어가 필요하다.
그 이름을 붙이자면, 이타주의적인 악(altruistic evil)이다. 즉 높은 이상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거룩한 대의를 위해 자행하는 악이다. - P26

종교와 폭력의 관계에 대해…그 대답은 세 가지 주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종교는 폭력의 주요 원천이라는 주장이다.
둘째로, 종교는 폭력의 원천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세 번째로, 그들의 종교는 폭력적이지만, 우리의 종교는 폭력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 P28

세속주의자들이 잊고 있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의미를 찾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현대세계의 가장 위대한 제도들이라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과학기술이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삶의 의미를 제공하는 일이다. - P31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최대한의 선택과 최소한의 의미가 주어진 상태이다. - P32

오늘날과 같은 포스트모던 세계에서 자유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급진적이며 정치화한 종교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종교가 바로 우리 시대에 이타주의적인 악의 얼굴이다. - P33

신학 작업을새로 하지 않는다면, 이제까지 21세기를 특징지었던 테러에 계속 직면하게 된다. 테러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 P40

우리는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으로서, 더욱 불편한 질문들을 물어야만 한다. 아브라함의 하나님은 자신의 제자들이 자신을 위해 살인하기를 원하시는가? - P41

이 책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종교와 폭력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지만, 그 연관성은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 P44

아브라함의 세 종교 각각은 애당초 나머지 두 종교가 사라질 것이라고생각했다. - P45

우리는 오랜 진화 역사를 통해 연마되고 정련된 두 가지 본능을 갖게 되었다.
하나는 다윈이 말한 "애국심, 충성심, 순종, 용기, 공감"으로서 우리를 이타주의로 기울게 만드는 본능이다.
또 다른 본능은 공격, 두려움, 분노, 호전성에 대한 기본적 반작용이며, 기꺼이 싸우고 타인들에게 상해를 입힐 능력으로서, 부족한 자원을 놓고 우리와 다투는 경쟁 집단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 P54

우리가 타인들에게 선하게 행동할 때 그 원천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와공통된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 P55

우리를 현재의 모습처럼, 선과 악의 희한한 혼합물로서 도덕적 높이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야만적 구덩이 속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세속주의나 종교적 믿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집단성이다. - P56

초기 종교는 도덕적 공동체를 창조함으로써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신뢰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 P60

우리가 선하기도하고 악하기도 한 것은 우리가 인간이며, 사회적 동물로서 집단 안에서 살고 생존하며 번창하기 때문이다. 집단 안에서 우리는 이타주의를 실천한다. 집단들 사이에서 우리는 공격적이기도 하다. - P66

그들이 무엇인가 고난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오늘날 서양과 이슬람세계의 타락한 세속 정권의 공허감, 무의미, 물질주의, 그리고 나르시시즘이다. - P70

"정치적 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윤리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죽은 자에 대한 숭배, 극단적이며 절대적인 존경의 표현이다." 거룩한 전사들은 이타주의자들이며, 그들이 자행하는 것은 이타주의적인 악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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