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자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이다.세자는 네 명의 여인을 죽였다.세자는 또다시 살인을 할 것이다. - P98
"우리는 과거를 경고의 의미로 기억해야 해." - P103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세자를 위한 모략이나 내 죽음이 아니었다. 그보다 고요한 무언가였다. 아버지의 멸시, - P109
모든 사람이 수군덕거리는 그 왕자는 대체 누구일까?살인자일까? 아니면 누명을 쓴 결백한 청년일까? - P114
"그날 밤 저하께서 궁으로 돌아오셨을 때 의복은 더럽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핏자국이나 긁힌 흠집 하나 보지 못했어. 내 말을 믿어주기 바란다. 저하께서는 결백해, 현 의녀." - P126
항량 자신은 아내와 자식을 두지 않는 까닭을 달리 말했다."이제 와서 새로 자식을 얻어 적아(籍兒)에게 소홀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적아는 셋째 형이 목숨을 던져 나를 구해 주며 맡긴 조카일 뿐만 아니라, 우리 하상 항 씨 가문의 하나 남은 핏줄이다. 저 아이를 훌륭히 길러 가문을 다시 일으키는 게 홀로 살・아남은 나의 크나큰 소임이다." - P170
항량이 사람을 쓰는 법이 그러하고, 대의가 우뚝해 모여드는 사람이 많으니 그 세력은 날로 커졌다. 그러나 죽은 은통에게서 배운 것인지 산악같이 버티고 앉아 세상을 관망만 할 뿐 가볍게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 P192
당신이 계시는 골짜기 위에는 언제나 밝고 환한 구름 같은 기운이 어려 있어 그것만 따라가면 언제나당신을 찾을 수가 있어요. - P198
어머니처럼 자신을 스치는 세상을 외면한 채, 가만히 앉아 인생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목소리를 내어 생각을 전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 P41
"한양 전체에 괘서가 붙었어요."슬비의 말에, 퍼뜩 괘서 앞에 몰려든 사람들과 포도군사들이 떠올라 눈썹을 추켜세웠다."세자저하께서 혜민서 여인들을 죽였다고요." - P53
정수 의녀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확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을 각오를 하고 진실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 P58
유계는 또한 깊이 있는 사유나 치밀한 논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에게 어둡고 진지한 상념은 섬세하고 간드러진 감상만큼이나 맞지 않았다. - P89
"좋소, 여러분. 이제 그만 여기서 모두 헤어집시다! 더는 이포악한 진나라를 위해 땀 흘릴 까닭도 없거니와, 간다 해도 돌아올 기약 없는 게 이 길이오. 차라리 우리 모두 진작 달아나 각기 살길을 찾는 게 더 낫겠소이다."유계가 장검을 짚어 건들거리는 몸을 바로잡으며 장정들에게 그렇게 소리쳤다. - P90
궁에 들어가는 이들 앞에는 피로 얼룩진 길이 놓여 있다. 피바람이 불것이야. 너희가 피를 흘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우리에게 의술을 가르쳐준 스승들은 그렇게 속삭였었다. - P13
"궁에서는 공적인 발언을 할 때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내밀한 말은 속삭여야 하는 법. 궁에서는 모든 이가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명심하거라. 모두가 누군가의 첩자 노릇을 하고 있어." - 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