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1842년, 그러니까 여기 나이로 제가 막 열아홉 살이 되었던 때 겪은 일입니다. 벌써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시군요. 그래도 잠시 의심을 접고 들어주시겠습니까? - P11
외지로부터 먹이가 될 살아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집안으로 불러들이고, 죽인 다음에는 시체를 깨끗하게 처리해야 했지요. 그건 밤에만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뱀파이어들끼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조력자가 필요했어요. 그들의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 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는 누군가가요. 바로 저 말입니다. - P44
죄를 저지른 것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죄를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정상적인 완력과 마음껏 쓸 수 있는 돈,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힘을 모두 얻게 되자 세상은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 P49
비밀이 벗겨지기 전까지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동조자들을 뱀파이어로 만들어 이지역의 주도권을 잡아야만 했습니다. 그다음에 나라를 뒤엎고 이상적인 뱀파이어 국가를 만든다는 계획이었겠지요. - P56
집안의 뱀파이어 중 존재론적 고통에 시달렸던 건 큰 형님뿐이었습니다. 큰형님은 다른 사람을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 P60
시아버지는 천둥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마당의 뱀파이어들에게 외쳤습니다. "당장 멈추어라! 절대로 고기는 안 된다! 피 이외엔 어떤 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 짐승이 되려고 하느냐!" - P72
4월 22일은 윤정과 지호의 스무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파티까지는 아니더라도 근처 이탈리아 식당에서 온 가족이 저녁 외식을 할 정도는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지호는 21일에 술에 취한 채 술집 계단을 올라가다가 발을 삐끗해 뒤로 넘어졌고, 지금 엉덩이뼈가 부러지고 왼쪽 정강이뼈에 금이 간 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식당 예약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 P103
20년 전 윤정은 자신이 시베리아 동토층에 묻혀 있던 고대 외계 우주선의 잔해에 대한 진지한 학술 서적을 번역할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 P105
추억충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이전 숙주의 기억을 다음 숙주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 정보가 다음 세대와 숙주에게 전달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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