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드를 만지작거렸고, 무게를 가늠해 보려는 듯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나는 이것들을 통해 에릭이나 케인을 상대로 의지력의 싸움을 벌일 수도 있었다. 카드에는 그런 힘이 개재되어 있었고,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힘들조차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다. 카드는 오베론의 명을 받은 그 광기의 예술가 드워킨 바리멘의 손에 의해 그런 식으로 디자인되었던 것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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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여러 책과 편지들로 구성된 놀라운 모음집이다. 무려 1500년에걸쳐 40명이 넘는 저자가 세 가지 언어로 기록한 책이다.
저자 중 일부는 왕이었고, 일부는 시인이었으며, 한 명은 의사요 또 다른 한 명은 세관원이었다. 신약성경의 일부는 교육을 받지 못한 어부들이 쓴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성에도 성경은 변함없이 한 가지 중심 주제를 갖고 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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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고 행동하고 있는 인물과 논쟁을 벌일 생각은 없었다. - P121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 발 밑에는 일종의 바위 표면 같은 것이 있었고, 바다 속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가 바다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데어드리는 걱정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 P122

"이곳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앰버에서 추방당한 자들이여?"
그녀는 물었다. 혀짤배기에 가까운, 부드럽고 물이 흐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데어드리가 대답했다.
"우리는 진정한 도시의 옥좌에 앉아 있는 왕자의 폭위(暴威)에서 도망쳐 왔습니다 에릭의!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희들은 그의 몰락을 원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가 이곳에서 사랑받고 있다면 저희에겐 희망이 없습니다. 적의 손에 스스로를 맡긴 꼴이 되기 때문에. 하지만 저는 그가 여기서는 사랑받고 있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러 이곳에 온 것입니다. 상냥한 모이어님" - P130

"패턴을 걸음으로써," 데어드리는 말을 이었다. "저희는 코윈이 앰버의 왕자로서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그러기 위해 앰버로 갈 수는 없고, 그것이 복제되어 있는 장소는 제가 아는 한 이곳뿐입니다. 물론 티어 노그 Tir-na Nog th는 예외입니다만, 몰론 이 시기에 그곳으로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 P132

그러자 그는 발로 문을 열어 젖혔고, 우리는 그 안을 들여다 볼수 있었다. 무도장 크기의 방에 ‘패턴‘이 있었다. 바닥은 검었고 유리처럼 매끄러웠다. 그리고 그 바닥에 패턴이 있었다.
그것은 차가운 불길처럼 희미하게 반짝이며, 흔들렸고, 방 전체에 비현실적인 느낌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것은 빛의 힘으로 그린 정교한 그물세공이었고, 중심 부근의 몇몇 직선을 제외하면 주로 곡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종이 위에 연필을(혹은 볼펜을) 그어가며 들락거리는 미로를, 엄청나게 정교하게 만든 다음 실물 크기로 확대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 P139

자동차 사고 때문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시대 때부터 완전한 기억 없이 살아왔던 것이다. 플로라는 최근의 사고 탓에 내 기억이 돌아왔다는 결론을 내렸음이 틀림없다. - P146

나는 앰버의 왕자였다. 사실이었던 것이다. 열다섯 명의 형제가 있었고, 그 중 여섯 명은 죽었다. 여자형제는 여덟 명이었고, 그 중 두 명이 죽었다. 혹은 네 명이 죽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많은 시간을 그림자를 방랑하며 보내거나, 우리들 자신의 우주 속에서 지냈다. - P146

앰버는 예전에 존재했거나 장래에 존재할 모든 도시를 통틀어서 가장 위대한 도시이다. 앰버는 언제나 존재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장소의 모든 도시들,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도시는 앰버의 어떤 국면(局面)이 떨어뜨린 그림자의 한 반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P147

"왕관을 쓴머리에 안식이란 없다 어쩌고 하는 얘기는 사실이야. 우리가 이런 바보 같은 지위를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얻으려 하는지 모르겠군. 하지만 내가 너를 이미 두 번이나 이겼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겠지. 두번째 경우에는 네가 그림자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었다는 사실도 말야." - P155

‘그림자‘ 가 있고, 실체가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만물의 근원이다. 실체는 오로지 앰버뿐이다. 앰버는 진정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진정한 도시이며, 삼라만상을 내포하고 있다. 그림자에 관해서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모든 가능성이 진정한 도시의 그림자로서 어디엔가 존재하는 것이다. 앰버는 그 존재 자체로 인해 모든 방향을 향해 그런 그림자들을 투사하고 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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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브라의 등대로군." 랜덤은 해안에서 몇 마일이나 떨어진 파도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잿빛 탑을 가리키며 말했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어."
"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대꾸했다. "정말 기묘한 기분이군. 여기로 돌아온다는 건."
이때 나는 우리들이 더 이상 영어가 아니라 타리 Thari라는 언어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03

랜덤이 입을 열었다.
"뭔가 걸리는 데가 있어."
"무슨 뜻이지?"
"일이 너무 쉽게 풀렸다는 뜻이야. 지금까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는 거의 제지를 받는 일도 없이 아든의 숲을 통과했어. 물론 줄리언이 거기서 우리를 처리하려고 한 건 사실이지만-모르겠어……… 이렇게 멀리까지, 이렇게까지 빨리 올 수 있었다니,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그렇게 하도록 놓아 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드는군."
"그 생각이라면 내게도 떠올랐어."
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게 암시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우린 함정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 P106

나는 그녀를 묶은 밧줄을 칼로 잘라내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여어, 동생, 앰버를 향한 행진에 합류하지 않겠어?"
"싫어요." 그녀는 말했다. "목숨을 구해 줘서 고맙지만, 그걸 잃고 싶지는 않으니까. 왜 앰버로 가려는 건지, 나한테 설명해 보시죠."
"왕좌를 획득하기 위해서지." 랜덤이 말했다. 이건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리고 우리가 그 당사자야." - P110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지 이뿐이야. 난 도무지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모르겠어. 어느 정도 추측은 할 수 있었지만, 도대체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앰버란 무엇인지, 또 왜 이 덤불 속에 웅크리고 앉아서 그의 군대의 눈을 피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뜻이야. 그 점에 관해 덧붙이자면, 사실은 내가 누구인지조차도 나는 모르고 있어." - P113

"레브마는 유령 도시야." 그는 설명했다. "그건 바다 속에 있는 앰버의 반영이야. 그 안에는 앰버의 모든 것이 복제되어 있어. 거울에 비친 것처럼. 르웰라의 일족이 그곳에 살고 있고, 앰버와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 과거에 내가 저질렀던 조그마한 과오때문에 그들은 나를 증오하고 있어. 그래서 난 거기까지는 형과 함께 갈 수가 없어. 하지만 형이 잘 설명하고 본심을 넌지시 비춰본다면, 그들은 형이 레브마의 ‘패턴‘을 걷는 것을 허락하리라고생각해. 그 ‘패턴‘은 앰버에 있는 것의 역(逆)이지만, 같은 효과를 끼치리라고 생각해. 즉, 우리 아버지의 아들에게 그림자들 사이를 걸을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준단 뜻이야."
"그 능력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되어 준단 말이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줄 거야."
"그렇다면 해보겠어."
나는 말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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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사내와 같은 수의 개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적의 반수를 쓰러뜨렸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그리고 남은 자들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을 때, 나는 나 자신도 깜짝 놀랐을 정도의 방법으로 또 한 명을 죽였다.
갑자기, 아무런 생각 없이 잔뜩 속을 채워넣은 거대한 소파를 집어들어 내던졌던 것이다. 소파는 방을 가로질러 구 미터쯤 날아갔고, 그것에 부딪힌 사내의 등골을 부러뜨렸다. - P67

내 기억 상태에 관해 그에게 털어놓는 것은 두려웠다. 또 그를 믿는 것도 두려웠기 때문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고 싶은 일들은 정말로 많았지만, 그것을 물어볼 상대가 없었다. 나는 운전을 하며 이 사실에 관해 조금 생각해 보았다. - P72

"네가 겨냥하고 있던 사내를 맞출 수도 있었어."
"그게 어쨌다는 거지? 우린 이 세대에 이 길을 다시는 지나가지 않을 거야. 그 개자식은 앰버의 왕자를 모독했어! 난 그쪽의 명예를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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