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람들은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넓은 것을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선택의 폭이 좁으면 싫어한다. 그러나 지금 당신과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선택안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문제가 된다. - P57

한 가지 방법은 최선이 아니라 ‘적당히 좋은 안‘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습관이나 사회 관습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위임하는 방법도 있다. - P63

철학자 앨리슨 재거에 따르면, 감정은 우리 자신의 믿음을 되돌아보고 세계를 달리 보도록 만들어주며, 특히 행동에 동기를 부여한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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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왕이 이끈 대군과 북쪽에 매복하고 있던 대군을 하나씩 따로 쳐부수려 했는데, 오히려 한꺼번에 불러낸 꼴이 돼 우리가 거꾸로 몰리게 되고 말았구나. 크게 잘못되었다...
패왕은 속으로 혀를 차면서 재빨리 싸움터를 둘러보았다. - P109

한왕의 잦은 군사적 패배도 팽월이 진심으로 그 밑에 드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을 것이다. 애송이 위표를 왕으로 받드는 허울만의 관작을 받은 뒤로 팽월은 한 번도 한군이 통쾌하게 초나라를 이겼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 P114

제왕 한신이 가려 뽑은 군사 5만을 이끌고 달려온 것은 팽월이 한왕의 군중으로 든 날로부터 사흘 뒤였다. 한신은 팽월보다 며칠 늦은 대신 곱절의 대군을 이끌고 온 것으로 낯을 세웠다. - P118

마지막으로 남은 하책은 항왕이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 못하고 팽성으로 달려가 그곳을 근거로 다시 서초를 일으켜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 P120

항왕은 타고난 무골(武骨)로 한 싸움, 한 싸움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뿐 길게 보고 계책을 짜낼 머리가 없습니다. - P123

한왕과의 싸움에서 패왕이 늘 속상해한 것은 한번도 한왕의 본진을 마음껏 짓밟아 보지 못한 일이었다. 언제나 멀찌감치 숨어서 바라보며 사람의 화나 돋우다가 정작 쫓아가면 잽싸게 머리를 싸쥐고 달아나는 게 한왕 유방이었다. - P145

한나라 대군은 열 갈래로 나뉘어 그물을 치고 패왕 항우가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셈이 되었다. 뒷날 ‘구리산 십면매복’이란 전설이 나돌게 한 한신의 포진이었다. - P149

‘잘못되었구나. 무언가 아퀴가 잘 맞지 않는다. 자칫하면 크게 낭패를 보겠구나.‘
앞뒤가 서로를 북돋아 가며 8만의 초군이 한 덩어리가 되다시피 밀고 드는 것을 보고 한신은 잠시 눈앞이 아뜩했다. - P158

‘졌다. 지고 말았다. 내가 이 항적이, 천하의 패왕이 정말로 싸움에 졌다.
군막 안에서 보검의 날에 남은 악전고투의 흔적을 수건으로 지우며 패왕은 줄곧 그렇게 중얼거렸다. - P167

"대왕, 밤사이에 또 적지 않은 장졸들이 달아났습니다."
그제야 불안해진 패왕이 물었다.
"얼마나 줄었느냐?"
"이번에는 2천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 말에 패왕은 비로소 한군이 그 이틀 그저 에워싸기만 한채 말없이 기다려 온 것이 무엇인지 알 듯했다. - P177

이경 무렵이었다. 갑자기 사방에서 떠들썩하게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군의 술판이 무르익어 흘러나오는 노래인가 싶었는데, 패왕이 가만히 귀 기울여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점점 높아지는 노래는 모두 초가(楚歌)였다. - P179

"대왕, 큰일 났습니다. 노랫소리에 홀린 사졸들이 마구 진채를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어서 막아야 합니다." - P183

힘은 산을 뽑을만함이여, 기개는 세상을 덮었어라.
때가 이롭지 못함이여, 오추마마저 닫지 않네.
오추마 닫지 않음이여, 그 일은 어찌해 본다 해도
우(虞)여, 우여, 어찌할 것인가. 너를 어찌할 것인가. - P185

패왕이 군막을 나가자, 밖에는 진채 안에 남은 장졸들이 그새 모두 모여 있었다. 으스름 달빛 아래 둘러보니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랫소리에 다시 절반이 빠져나가 남은 군사는 합쳐 3천이 크게 넘지 않았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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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노쇠했고, 다시 한번 젊은 육체를 가지고 싶네. 그러나 그걸 다시 손에 넣기 위해서는 내 뇌를 시험대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네. 그게 사실인가.」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이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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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하고 덜떨어진 선비 육가는 대왕께서 항왕에게 치르실 수 있는 값도 물어보지 않고, 실속 없이 요란스러운 유가(儒家)의 인의효제(仁義孝悌)만 앞세우고 갔습니다. 곧 치러야 할값도 알지 못하면서 귀한 물건을 거간하러 간 셈이니, 어찌 그거래가 성사될 수 있겠습니까? - P15

"서광무에서 왔느니라. 가서 패왕께 전하여라. 산양의후성이 문상을 드리러 찾아왔노라고." - P19

"그렇습니다. 홍구는 대략 천하를 동서로 나누고 있으니, 그것을 경계로 서쪽 땅은 한왕이 차지하고 동쪽은 대왕의 땅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홍구 동쪽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신이나 장이, 팽월, 경포 등은 어찌 되느냐?"
"그야 당연히 그들을 그리로 보낸 한왕이 불러들여야겠지요. - P24

한왕이 그들을 맞아들여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제 항우를 뒤쫓아 쳐부순다! 동광무의 초나라 군사가 한사람도 팽성에 돌아가게 해서는 아니 된다. 저들을 놓아 보내는것은 다 잡은 범을 다시 산중으로 놓아 보내는 격이다. 범을 길러 걱정거리를 남기지 말라." - P34

‘이 마당에도 나를 위해 선뜻 온몸을 던지는 것을 보니 옹치같이 영악한 놈도 필경에는 내가 이길 것이라고 믿는구나. 이제 천하는 내게로 다가오고 있는가.‘ - P70

대왕께서 신이 말한 그 땅들을 갈라 한신과 팽월에게 내주기를 허락하실 수 있으면,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불러올 수 있을것이나, 그러실 수 없다면 앞일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 P91

실로 종잡을 수 없는 한왕의 위축과 분발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당장죽을 듯 엄살떨던 일을 까맣게 잊은 사람처럼 그렇게 호기를 부리고 나섰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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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은 임치로 돌아가 다시 제나라의 민심을 추스르는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아무리 재물을 풀고 형벌을 느슨하게 해도 기질이 억세고 계략에 밝은 제나라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한나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 P243

ㅈ금이라도 능력 있는 이가 왕이 되어 제나라를 다스린다면 백성들도 오래잖아 그를 따를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소? 그게 누구요?"
한신이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듯 괴철에게 물었다. 괴철이 잠깐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바로 대장군이십니다. 대장군께서 제왕이 되신다면 이땅은 곧 잠잠해질 것입니다." - P245

장량이 한왕에게 바짝 다가와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지금 우리 한나라는 제 앞도 가리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데 어떻게 한신이 왕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원하는 대로 그를 제왕으로 삼고 잘 대접하여 스스로 제나라를 지키게 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변란이 일어납니다." - P247

용저가 한신에게 져서 목이 베이고 그가 패왕에게서 받아 간 5만 군사도 한 사람 남김 없이 죽거나 사로잡혔다는 소문이 어느새 진중을 떠돌아 초나라 장졸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 P251

만약 대왕께서 한신이 원하는 것을 주실 수 있다면, 오히려 대왕께서 그를 손발처럼 부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신은 한신을 찾아가 옛정을 내세우고 대왕을 위해 그를 달래보고자 합니다."
"과인이 무엇을 주면 한신이 내 사람이 되겠느냐?"
"대왕께서 천하의 셋 중에 하나를 한신에게 주신다고 하면 한신도 대왕을 위해 힘을 다할 것입니다." - P255

무섭이 갑자기 근엄한 목소리가 되어 받았다.
"바로 그대 제왕 한신이외다. 그대는 한왕을 주군으로 골라 죽을 길로 접어들었고, 이제는 제나라 왕에 올랐으면서도 패망할 길만 고집스레 가고 있소." - P259

지금 제왕이 된 그대는 스스로 한왕과 교분이 두텁다 여기고, 그를 위하여 재주와 힘을 다하고 있소. 군사를 이끌고 창칼 아래를 내달아 수많은 제후와 왕을 사로잡고 그 땅을 아울렀지만, 끝내는 저버림을 받아 그에게 사로잡히게 될 것이오. - P261

그대에게 초나라와 화친을 맺으라는 것은 그리해서 패왕 아래로 들어가라는 뜻이 아니오. 지금 그대는 이미 천하의 셋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소. 그걸 밑천 삼아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가만히 지키기만 해도 되는 것이오. 그러면 한왕, 패왕과 더불어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그중 하나에서 왕 노릇 하는 셈이 되니 그보다 더 그대를 잘 지킬 수 있는 길이 어디 있겠소? - P262

"한나라와 초나라를 함께 이롭게 하고 두 임금을 모두 살려, 천하를 셋으로 나누고 그 하나를 차지하는 계책입니다. 한왕과 항왕에다 그대까지 세 세력이 솥발처럼 버티어 서면 어느 편에서도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 P267

남의 신하로 있으면서 주군을 떨게 할 만한 위엄이 있고, 그 이름은 천하가 우러를 만큼 드높아졌으니, 그래서 나는 그런 그대를 위태롭게 여기는 것입니다. - P271

한신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선생의 간곡한 뜻은 알겠으나 과인은 차마 한왕을 저버릴 수가 없소. 한왕도 또한 그러할 것이오. 과인이 이제까지 그를 위해 세운 공이 적지 않은데 설마 과인에게 이미 내린 것을 되거두어 가기야 하겠소?"
그러면서 괴철의 권유를 물리쳤다. - P273

한왕은 곧 죽어 가는 시늉을 하고, 때로는 온 세상이 다 들을만큼 비명을 질러 대면서도 끝내 서광무를 끌어안고 있었다. 패왕은 패왕대로 금세라도 전군을 들어 서광무를 때려 엎을 듯한 기세였지만, 동광무를 버리고 한왕과 결판을 내려 들지는않았다. - P292

어떻게 보면 패왕 항우의 비극은 진나라 말의 왕조 교체기에서 전투력이 정치적인 역량보다 우위였던 국면이 끝나면서 이미시작되고 있었다. - P296

그때 장량이 가만히 한왕을 위로했다.
"태공 내외분을 구하고 화평을 얻어 관중으로 돌아가는 일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엇 때문에 그토록 뻗대는지 알수 없으나, 머지않아 항왕은 싫어도 대왕의 뜻을 받들지 않을수 없게 될 것입니다." - P300

종리매가 움찔하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대왕께서는 그렇게 속고도 아직 한왕 유방을 모르십니까? 자신이 불리하면 금방 숨이라도 넘어가는 것처럼 대왕의 발밑을 기다가도 돌아서면 대왕의 발뒤꿈치를 물려 드는 것이 바로 유방입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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