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은 임치로 돌아가 다시 제나라의 민심을 추스르는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아무리 재물을 풀고 형벌을 느슨하게 해도 기질이 억세고 계략에 밝은 제나라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한나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 P243
ㅈ금이라도 능력 있는 이가 왕이 되어 제나라를 다스린다면 백성들도 오래잖아 그를 따를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소? 그게 누구요?" 한신이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듯 괴철에게 물었다. 괴철이 잠깐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바로 대장군이십니다. 대장군께서 제왕이 되신다면 이땅은 곧 잠잠해질 것입니다." - P245
장량이 한왕에게 바짝 다가와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지금 우리 한나라는 제 앞도 가리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데 어떻게 한신이 왕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원하는 대로 그를 제왕으로 삼고 잘 대접하여 스스로 제나라를 지키게 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변란이 일어납니다." - P247
용저가 한신에게 져서 목이 베이고 그가 패왕에게서 받아 간 5만 군사도 한 사람 남김 없이 죽거나 사로잡혔다는 소문이 어느새 진중을 떠돌아 초나라 장졸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 P251
만약 대왕께서 한신이 원하는 것을 주실 수 있다면, 오히려 대왕께서 그를 손발처럼 부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신은 한신을 찾아가 옛정을 내세우고 대왕을 위해 그를 달래보고자 합니다." "과인이 무엇을 주면 한신이 내 사람이 되겠느냐?" "대왕께서 천하의 셋 중에 하나를 한신에게 주신다고 하면 한신도 대왕을 위해 힘을 다할 것입니다." - P255
무섭이 갑자기 근엄한 목소리가 되어 받았다. "바로 그대 제왕 한신이외다. 그대는 한왕을 주군으로 골라 죽을 길로 접어들었고, 이제는 제나라 왕에 올랐으면서도 패망할 길만 고집스레 가고 있소." - P259
지금 제왕이 된 그대는 스스로 한왕과 교분이 두텁다 여기고, 그를 위하여 재주와 힘을 다하고 있소. 군사를 이끌고 창칼 아래를 내달아 수많은 제후와 왕을 사로잡고 그 땅을 아울렀지만, 끝내는 저버림을 받아 그에게 사로잡히게 될 것이오. - P261
그대에게 초나라와 화친을 맺으라는 것은 그리해서 패왕 아래로 들어가라는 뜻이 아니오. 지금 그대는 이미 천하의 셋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소. 그걸 밑천 삼아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가만히 지키기만 해도 되는 것이오. 그러면 한왕, 패왕과 더불어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그중 하나에서 왕 노릇 하는 셈이 되니 그보다 더 그대를 잘 지킬 수 있는 길이 어디 있겠소? - P262
"한나라와 초나라를 함께 이롭게 하고 두 임금을 모두 살려, 천하를 셋으로 나누고 그 하나를 차지하는 계책입니다. 한왕과 항왕에다 그대까지 세 세력이 솥발처럼 버티어 서면 어느 편에서도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 P267
남의 신하로 있으면서 주군을 떨게 할 만한 위엄이 있고, 그 이름은 천하가 우러를 만큼 드높아졌으니, 그래서 나는 그런 그대를 위태롭게 여기는 것입니다. - P271
한신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선생의 간곡한 뜻은 알겠으나 과인은 차마 한왕을 저버릴 수가 없소. 한왕도 또한 그러할 것이오. 과인이 이제까지 그를 위해 세운 공이 적지 않은데 설마 과인에게 이미 내린 것을 되거두어 가기야 하겠소?" 그러면서 괴철의 권유를 물리쳤다. - P273
한왕은 곧 죽어 가는 시늉을 하고, 때로는 온 세상이 다 들을만큼 비명을 질러 대면서도 끝내 서광무를 끌어안고 있었다. 패왕은 패왕대로 금세라도 전군을 들어 서광무를 때려 엎을 듯한 기세였지만, 동광무를 버리고 한왕과 결판을 내려 들지는않았다. - P292
어떻게 보면 패왕 항우의 비극은 진나라 말의 왕조 교체기에서 전투력이 정치적인 역량보다 우위였던 국면이 끝나면서 이미시작되고 있었다. - P296
그때 장량이 가만히 한왕을 위로했다. "태공 내외분을 구하고 화평을 얻어 관중으로 돌아가는 일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엇 때문에 그토록 뻗대는지 알수 없으나, 머지않아 항왕은 싫어도 대왕의 뜻을 받들지 않을수 없게 될 것입니다." - P300
종리매가 움찔하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대왕께서는 그렇게 속고도 아직 한왕 유방을 모르십니까? 자신이 불리하면 금방 숨이라도 넘어가는 것처럼 대왕의 발밑을 기다가도 돌아서면 대왕의 발뒤꿈치를 물려 드는 것이 바로 유방입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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